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4화(164/353)
☆ 제164화 ☆
* * *
펠릭스 카이셴은 기가 막힌 얼굴로 제온 파에라톤을 바라보았다.
그 제온 파에라톤이 이런 유치한 자랑을 하다니.
하지만 제온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해 보였고, 대답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작정인 듯했다.
“……알았다.”
결국 짧게 답하자 제온이 훗, 하고 미소 짓더니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그대로 자신을 지나쳤다.
어이없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제온의 어깨에서 자그마한 머리통이 빼꼼 올라왔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혀를 쏙 내민다.
메롱.
그리고는 다시 스르륵 어깨 아래로 머리통이 내려간다.
“…….”
그렇게 파에라톤 남매는 완전히 사라졌다.
펠릭스는 고개를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
* * *
제온과 함께 공작저로 돌아온 나는 옷을 갈아입고 곧장 식당으로 내려갔다.
가족들이 전부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히히.
“왜 그러지?”
“좋아서요.”
아빠의 질문에 대답하자 아빠와 오빠들,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고개를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누가 가족 아니랄까 봐 정말 닮았네.’
괜히 더 웃음이 나왔다.
자리에 앉으니 새삼 전생에서 반지하 방에 혼자 살던 때가 떠올랐다.
비좁아도 좋고 많이 다퉈도 좋으니까, 다음 생엔 가족들이랑 함께 살게 해달라고 빌었었는데.
이번 생에서 삼촌 집에서 지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에게 브로콜리는 먹기 싫다며 투정하며 식사하는 클라티에를 볼 때면 배가 꼬르륵거리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부러웠으니까.
‘그런데 어느새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게 내 일상이 되었다는 말씀!’
돌이켜 보니 내가 네다섯 살 땐 아빠랑 오빠들도 원래는 각자 따로 식사했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옹기종기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나는 내 접시 위에 있는 야채를 콕콕 집었다.
그리고 제온에게는 콩을, 아레스에게는 피망을, 익시온에게는 당근을 주었다.
“뭐야?”
“선물이야!”
“선, 물……?”
익시온이 접시를 보더니 갈등하기 시작했다.
토끼답지 않게 익시온은 당근을 싫어하는데 또 선물이라고 하니 고민되나 보다.
“골고루 먹어야지.”
“그래, 그래야 키도 쑥쑥 크지.”
키는 유전이에요, 할부지.
그런 의미에서 난 지금은 쪼꼬미지만 곧 폭풍 성장 예정이란 말씀!
나는 아빠와 할아버지를 빤히 바라보다가 양파와 브로콜리를 콕콕 집었다.
그리고 아빠와 할아버지의 접시로 옮겼다.
아빠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금 골고루 먹으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는 눈빛.
“루루 선물.”
“……맛있겠군.”
나는 양파와 브로콜리를 꼭꼭 드시는 아빠와 할아버지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32초 전에 골고루 먹어야 한다면서요?’
나와 눈이 마주친 아빠가 흠칫하더니 근엄하게 말씀하셨다.
“편식하면 안 된다.”
“네에!”
히히, 울 아빠도 참 귀여우시단 말이야!
엄마가 왜 아빠를 꼬셨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커다랗게 고개를 끄덕이며 큼지막하게 썰린 고기를 앙, 하고 먹었다.
‘행복해.’
이런 일상이 앞으로도 계속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든 미래의 비극을 막아야 해!’
그리고 미래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내 눈앞의 고구마부터 뿌리째 캐내야지!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아이젤 영애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죄송해요, 공녀님. 사라 부인이 내쫓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건 못 들어서……. 공녀님께서 묘안까지 내주셨는데.”
“아니야, 괜찮아. 황후에게 괜한 의심을 사지 않는 게 더 중요해.”
“그건 걱정 마세요. 항상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사라 부인과 황후가 독대하며 나눈 이야기가 뭔지 짐작은 간다.
아이젤 영애를 밖으로 내보내기 전, 사라 부인이 했다는 말을 보면一.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
아리엘과 한패라는 것.
‘一역시 시드에게 금제를 걸었던 때의 이야기야.’
아무리 아이젤 영애를 믿더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치명적인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려주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그렇다면 두 사람의 이번 목적은 시드인가?’
그게 아니라면 사라 부인이 굳이 시드에 대해 말할 이유가 없다.
‘그 어렸던 아이한테 끔찍하고 잔혹한 주박을 걸었던 것으로는 모자랐던 거야?’
과거의 일까지 끄집어내서 또 그 애를 괴롭힐 악랄한 계획을 세우다니.
공기마저 적체된 드넓은 방에서 혼자 이불이 푹 젖을 정도로 끙끙 앓고 있던 아이가 떠올랐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거야.’
그때였다.
툭.
내 앞에 푸딩 하나가 더 놓였다.
고개를 드니 아빠가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고 계셨다.
툭, 스윽, 슥.
푸딩과 생크림이 가득 얹어진 바움쿠헨까지.
전부 내 앞에 모였다.
가족들이 디저트를 하나씩 내게 밀어준 것이다.
“이게 뭐야?”
“선물.”
무심한 척 답하는 아빠와 오빠, 할아버지를 보고 결국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Chapter 28.
제국은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드넓은 국토를 자랑한다.
당연히 제도만큼이나 번화한 중심지는 여러 곳 있다.
어떤 것을 기준으로 놓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제도보다도 다른 곳이 더 번성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 하나, 의견이 갈린 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一.
“와아, 엄청 화려해요!”
바로 사교 시즌을 여는 황궁의 초여름 파티가 그러했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부, 서부, 남부, 북부의 중심지에서도 사교 파티가 슬슬 시동을 건다.
하지만 황궁에서 파티가 열려야 정식으로 사교 시즌이 시작된다는 것에는 어떤 이견도 없었다.
그만한 상징성을 가진 파티인지라 내가 보았던 그 어떤 파티보다도 휘황찬란했다.
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아레스가 쿡쿡 웃더니 내 뺨을 쓸었다.
“조금 이따 분수 쇼까지 보면 내 동생 눈이 왕방울만 해지겠네.”
“분수 쇼?”
“응. 밤에는 더 예쁠 거야. 이번엔 반딧불이처럼 조그마한 마법등을 날릴 거래.”
“꼭 봐야지!”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황비 전하께서는 참 센스가 좋으시네요!”
매년 초여름 황궁 연회는 황후가 주최했는데, 올해는 황비가 열었다.
황후가 인장을 빼앗겼으니 황비가 대행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년보다 힘이 더 잔뜩 들어갔다고 한다.
‘황비 전하께서는 이번 파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시겠네.’
이번 파티가 곧 황비의 평판으로 직결될 테니까.
“……저택 부지에 커다란 분수를 설치할까?”
아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도 분수는 있잖아요?”
“황궁에 있는 것보다 커다란 것으로.”
“네?”
“여름 내내 타렌카 저에 반딧불이 마법등을 풀어 놓을까?”
“…….”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왜 황비님하고 경쟁하려고 해요.’
가끔 보면 우리 가족들도 참 이상한 거에 집착한다.
“괜찮아요.”
“일전에 황비가 본인 궁의 정원을 내 막내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면서 자랑에 자랑을 하던데.”
그것 때문이었나!
‘딱히 마음에 들어서 구경한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몰래 시드에게 가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아니, 근데 황비 전하께서는 또 왜 우리 가족이랑 경쟁을 하신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저쪽에서 요염한 걸음걸이로 파티장 안에 들어서는 귀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레이디 샤본느였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더니 부채로 입가를 톡, 하고 쳤다.
‘약속대로 가족의 도움 없이 네 능력을 증명해 봐.’
一라고 말하는 듯했다.
‘뭐, 그건 핑계고 가족들과 나를 떨어트려 놓고 싶은 거겠지만.’
나는 모르는 척 레이디 샤본 느를 향해 방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가족들을 향해 물었다.
“나랑 약속한 거 기억해?”
내 질문에 가족들이 영 탐탁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남자애가 다가오면?”
“일단 그냥 지켜본다.”
“……상관하지 않는다一였잖아.”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럼 사람들이 나한테 조금 거슬리는 소리를 하면?”
“얼굴을 기억해둔다.”
“이것도 상관하지 않는다一였잖아!”
팔딱팔딱 뛰며 외쳤지만 가족들은 되레 많이 양보해줬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휴우, 그럼 오늘 파티에서 나와의 거리는?”
“더러운 것이 있으면 언제든 청소할 수 있는 반경에서 움직일 것.”
“……청소가 내가 생각하는 청소 맞아?”
“…….”
어째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
“최대한 멀리! 오늘은 내 일에 상관하지 말 것!”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청소할 수 있는 반경이어도 거리가 꽤 된다. 마기가 닿는 곳이면 되니까.”
말이 안 통한다.
나는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말 잘 듣는 사람한테 상으로 루루의 뽀뽀를 줄 거야.”
“……!”
“……!”
가족들의 눈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번뜩였다.
샤샤샥, 샤샥!
그리고 순식간에 내게서 멀어졌다.
휘이이잉一.
순식간에 홀로 남은 나는 조금 어이없는 기분으로 저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바라봤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너무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레이디 샤본느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나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아우로라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기쁘구나.”
“그날 공녀의 대답은 참으로 인상 깊었단다. 어찌 어린 나이에 그런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지.”
“공녀님! 저어, 한 달 뒤에 제가 처음으로 티파티를 열어보려 하는데 혹시 자리를 빛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공녀와 함께 춤을 출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가족들이 사라지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내게로 몰렸다.
어른들부터 시작해서 또래의 아이들까지.
“휘유, 인기 많네?”
라파엘이 뒤통수에 손깍지를 낀 채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라파엘의 소맷자락을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다행히 라파엘은 순순히 날 따라왔다.
“이런 구석진 곳으로 날 끌고 오다니. 생각보다도 더 대담한 구석이 있는데?”
별 시답잖은 농담을 지껄이긴 했지만.
“너 오늘 내 곁에 있지 마.”
“왜?”
“왜인지는 묻지 말고. 심심하면 티리엘이랑 자스민이랑 클라우디아랑 같이 있어.”
라파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싫은데?”
“왜?”
다들 친한 친구잖아?
라파엘의 대답을 듣기 전, 내 눈에 시드가 들어왔다.
“아무튼 나한테 오지 마.”
나는 그 말만 남기고 재빨리 시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내 등 뒤로 뾰족한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저놈 때문에?”
나는 기겁해서 라파엘을 돌아봤다.
주변을 살피니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듯했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라파엘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 웃었다.
“알았어. 오늘 너한테 말 안 걸게.”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다음에 다른 애들 몰래 하이브 거리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약속이야.”
라파엘이 씨익 웃었다.
나는 마주 웃고는 시드를 향해 갔다.
‘내가 그간 라파엘에게 너무 무심했나 봐.’
라파엘은 워낙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털털한 성격이라 좀 더 편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
라파엘 입장에서는 나랑 절친이다가 갑자기 내 소개로 다른 여자애들이랑 함께 뭉뚱그려서 어울리게 된 걸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친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오늘 일만 무사히 끝나면 라파엘을 위해 시간을 내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드에게로 다가갔다.
시드는 황비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왜 별로인 거 같지?’
둘 다 대외용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날이 서 있다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조용히 가까이 다가가자 황비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본비가 알아서 할 일이야. 황자가 상관할 일이 아닌 듯하구나. 공녀와 황자는 딱히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나? 가족도 아니고.”
내 얘기 중이었어?!
“에오스가 파트너인 아우로라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글쎄, 그게 일생의 파트너라는 뜻은 아니지.”
“공녀와 제 사이에는 황비 전하께서 모르시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공녀와 저는 꽤나 강한 관계로 엮여 있거든요.”
시드가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내 노예였다는 소리잖아!’
그게 저렇게 잘난 척하며 말할 거리야?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황비가 질투 가득한 얼굴로 시드를 바라보고 있다는 거다.
그때, 시드가 나를 발견했다.
“공녀.”
오만하리만큼 차가웠던 그의 얼굴에 봄볕 같은 미소가 깃들었다.
“루아티샤!”
황비 역시 나를 보고 반색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왠지 가족들 사이에 껴있을 때 같은 일이 일어날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