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5화(165/353)
☆ 제165화 ☆
“어서 오렴. 오늘 파티가 어떻게 하면 네 마음에 들까 고심이 많았단다.”
“날 찾아온 겁니까? 아우로라와 에오스가 첫 사교 파티에서 함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하던데.”
파지직!
황비와 시드 사이에서 전기가 튀겼다.
나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기요……. 두 사람, 제 생각엔 모자 관계인 거 같은데…….’
왜 날 두고 둘이 싸우고 있어?!
어이가 없었다.
‘……근데 이걸 어떻게 말하지?’
내가 두 사람이 사실은 친모자 관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같은 곳에 있는, 같은 모양의 점 때문이었다.
‘옆구리 쪽 등에 있는 꽃잎 모양의 점.’
물론 그게 확실한 증거라고 하기엔 다소 불충분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같은 곳에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K-로판 세계라고!’
저런 점이 이유 없이 있을 리가 없잖아!
‘출생의 비밀을 풀라는 단서라고!’
하지만 저번에 등을 닦으면서 보니 시드는 하필 그곳에 상처를 입었고, 흉터에 의해 점이 사라졌다.
내 기억에는 저기에 점이 있었어요一라고 해도 과연 누가 믿을까?
시드리한이 황비의 친자식이라는 건 ‘오, 그랬구나! 자식을 되찾게 되다니 너무 기쁜 일이다!’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황궁에 피바람이 불 전조였다.
‘죽은 황녀와 황비의 친자식인 시드가 갓난아기 때 바꿔치기 되었다는 뜻이니까.’
물질적인 증거 없이 내 기억만으로 쉽사리 말을 꺼낼 수는 없다.
그리고 그걸 말하려면 내가 시드를 노예로 사들였다는 것까지 다 밝혀야 하는데…….
‘으음, 그럼 또 다른 난리가 날 거야.’
“왜 그래?”
“응?”
고개를 드니 시드의 얼굴이 내 코앞까지 불쑥 다가와 있었다.
“으왓!”
깜짝 놀라서 얼굴을 뒤로 빼는데 시드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끙끙 앓고 있길래.”
그의 입술이 완만한 호선을 그렸다.
“신기하네. 전에는 더 가까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었는데. 지금은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언사를 똑바로 하시죠, 황자 전하. 공식 석상이랍니다?”
“공녀께서 원하신다면.”
“좋아요.”
나는 흥,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가 그런 나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사람 기분 이상해지게.
“시드리한 황자 전하, 여기 계셨군요.”
“황자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시드를 발견한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어, 하는 사이 나는 밀려났다.
“두 사람의 사이가 생각보다 가까운 듯하구나.”
황비가 나를 잡아주며 속삭였다.
“새벽 축제가 끝나고 나서 따로 만난 적이 없다 하여 서로 우승을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한 건가, 했는데.”
음,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황비 전하께서는 시드리한 황자님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왜 그리 생각하지?”
“저는 황비 전하와 시드리한 황자님이 당연히 손을 잡을 줄 알았거든요.”
“나도 그럴 줄 알았지. 황후는 분명 시드리한을 배척할 테고, 시드리한에게는 그걸 견제해 줄 황실의 어른이 필요할 테니까.”
황비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시드를 보고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쉬운 녀석이 아니더구나.”
“만만한 사람은 아니죠.”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저 아이가 뭐라 했는지 아니?”
“뭐라고 했는데요?”
“필요 없다고 하더구나.”
“우와…….”
아무런 기반도 없는 황자가 황궁에서 잔뼈 굵은 황비의 제 안을 단칼에 거절하다니.
확실히 시드는 난 놈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지 황비가 풋, 하고 웃었다.
“한데 참으로 신기하단 말이야. 그토록 경계심이 강해 제 곁을 안 내주는 아이가 루아티샤, 네게는 한없이 먼저 다가가는 것을 보면.”
음, 황비님이 크나큰 착각을 하시는 거 같은데.
거기에는 우리 사이의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아까 저 아이가 본비에게 했던 말이 참으로 황당했단다.”
“……?”
“네 샤프롱이 되려고 하지 말라더구나.”
“네?”
시드가?
그래서 둘이 날 세우고 있던 거야?
“본비에게 지저분한 황실 싸움에 너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
어…….
왠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새벽 축제 때 나와 시드는 서로 목적이 있어서 협력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여러 일이 있어서 ‘조금 가까워졌나?’ 싶었는데.
축제가 끝난 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안 하는 시드를 보면서, 그에게는 역시 거래 관계였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에서는 황비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시드를 바라보는 순간, 어떻게 안 것인지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 틈으로 시드와 눈이 마주쳤다.
푸른 빛과 붉은빛이 절묘하게 뒤섞인 눈동자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챙, 채앵一!
크리스탈 잔이 부딪치며 맑은 음이 퍼져나갔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황제의 시종이 잔을 들고 서 있었다.
“파티가 무르익었지만, 아직 술잔을 함께 나누지 못한 자들이 많군.”
황제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서 다 함께 술잔을 드는 것은 어떨까 하네. 물론 어린 친구들은 부모님이 허락해준 잔을 들고.”
장난처럼 덧붙인 황제의 말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져 나갔다.
황비가 주최하는 연회에 황제가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황후의 얼굴을 확인했다.
‘응?’
당연히 황후가 얼굴을 굳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웃고 있어……?’
오히려 그녀는 미미한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황제의 눈짓에 황족들이 전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각자 잔을 든 것을 확인한 황제가 입을 열려는 순간, 황후가 말했다.
“잠깐.”
“왜 그러시오, 황후.”
“오늘 파티에서 꼭 함께 잔을 부딪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
“파에라톤 공녀.”
황후가 인자하게 웃으며 나를 불렀다.
“이리로 오려무나.”
굳이? 이 상황에서 나를 부른다고?
“흐음…….”
나는 천천히 황후에게 다가갔다.
“우리 아우로라는 미래의 제국을 이끌 동량입니다. 함께 이 자리에서 잔을 부딪쳐도 되겠지요.”
황후의 말에 황제가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 물론이지!”
사람들이 서로 시선을 나누며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설마 황후께서 아직도 파에라톤 공녀를 며느릿감으로 생각하고 계신 걸까요?”
“새벽 축제 때 시드리한 전하와 공녀가 파트너가 되면서 생각을 바꾸신 줄 알았는데.”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니까요. 솔직히 파에라톤 공녀 정도면 단 한 번 어긋났다고 포기하기 아깝긴 하죠. 배경도, 본인의 능력도.”
다들 황후가 나와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 가까이로 불렀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자아, 공녀도 어서 잔을 잡으렴.”
황후가 나를 재촉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잔을 집었다.
황후의 입가에 매끄러운 미소가 맺혔다.
“그럼 다들 잔을 높이 드시오! 제국의 미래를 위해!”
“제국의 미래를 위해!”
황제가 잔을 들며 외치자 귀족들이 복창했다.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자들과 잔을 부딪쳤다.
나 역시 황족들과 잔을 부딪치곤 입가로 가져갔다.
내 입술이 차가운 잔에 닿은 순간이었다.
“어이쿠!”
갑자기 뻗어져 나온 손이 내 잔을 휙 낚아챘다.
“……카이셴 영식?!”
아니, 이 남자가 갑자기 왜?
* * *
펠릭스 카이셴은 성대한 파티를 즐기지 못하고 계속 긴장 중이었다.
레이디 샤본느가 그런 그를 향해 물었다.
“왜 그러지?”
“아름다운 귀부인을 눈앞에 두니 긴장할 수밖에요.”
“훗, 그대가 이런 남자일 줄은 몰랐어. 그럼 더 이상 그대가 긴장하지 않도록 내가 자리를 떠야겠군.”
펠릭스가 등을 돌리는 레이디 샤본느의 팔을 붙잡았다.
“레이디.”
“너무 달라붙는 남자는 매력 없어.”
레이디 샤본느는 그 말을 남기고 완전히 자리를 떴다.
“젠장.”
펠릭스의 시선이 홀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쫓다가 자그마한 아이의 모습을 향했다.
루아티샤 파에라톤이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직 단서가 부족해. 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는 속셈이지?’
그는 일전에 레이디 샤본느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미꾸라지를 잡고 싶다면서 이렇게 가만히 계셔도 됩니까?”
“안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이대로 가다간 메티스에 완전히 자리 잡을 겁니다.”
“내게 다 생각이 있어. 그대는 가만히 구경만 하면 돼.”
“구경?”
“그래, 황궁 연회에서 아주 재미 난 일이 벌어질 거야.”
“그 말씀은 레이디께서 손을 벌써 다 써놓으셨다는 뜻입니까?”
“……이만 가보도록 하지.”
오늘 파에라톤 공녀를 음해할 사건이 생기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레이디 샤본느는 딱히 파에라톤 공녀에게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와 친한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파에라톤 공녀의 주변을 살폈지만, 파티는 아무런 일도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그리고.
“오늘 파티에서 꼭 함께 잔을 부딪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파에라톤 공녀. 이리로 오려무나.”
황후가 답지 않은 아량을 보이며 자신의 품을 걷어찼던 루아티샤를 다시 곁으로 불러들였다.
‘……이상한데?’
그 의문을 느낀 순간, 펠릭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레이디 샤본느를 향했다.
그녀는 시선 한 번 떼지 않고 루아티샤의 모습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집중하는 시선.
‘……묘하군. 황후와 레이디 샤본느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의문을 품으면서도 펠릭스는 레이디 샤본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루아티샤와 황자들이 시종이 건넨 주스 잔을 집어 든 순간.
사악一.
레이디 샤본느의 입꼬리가 소리 없이 말려 올라가며 미소를 그렸다.
루아티샤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살의와 희열로 빛났다.
“……!”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독이다!’
전후 관계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저 잔에 루아티샤 파에라톤의 숨을 앗아갈 독이 들어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는 루아티샤에게로 달려갔다.
잔이 아이의 입술에 닿은 순간, 그는 기적적으로 잔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카이셴 영식?!”
커다랗게 뜨인 아이의 눈동자.
“카이셴 영식,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그리고 갑자기 무례하게 난입한 자신을 향해 노한 일갈을 쏘아대는 황후.
잔을 꽉 쥔 채 펠릭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망했군.’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생각할 새도 없이 움직였다.
그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 * *
“하, 하하, 혹시라도 요 꼬맹이가 술잔을 잡진 않았나 확인해보려고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카이셴 영식의 변명에 황후가 얼척 없는 표정을 지었다.
“허, 그랬을 리 없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나 역시 황후의 말에 동의했다.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비행 청소년…… 아니, 비행 애기냐?!
물론 치킨 먹을 때마다 맥주 생각이 나긴 했지만……!
분위기가 삽시간에 굳자 주최자인 황비가 나섰다.
“후후, 같은 메티스의 회원이 되더니 카이셴 영식이 루아티샤를 퍽 챙기게 된 모양이야. 이리 확인하는 것을 보면.”
‘완전 틀렸어요, 황비 전하. 카이셴 영식이 얼마나 나한테 까칠한데.’
“꼭 오라버니 같구나. 이리 극성맞게 구는 것을 보니.”
‘앗, 그 말은……!’
기겁해서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제온이 이글이글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의 아레스와 익시온은 덤이고.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팡이가 감히 오빠 행세야!’
一라는 생각이 저절로 읽혔다.
나는 손을 붕붕 흔들어서 오빠들을 진정시켰다.
“흥, 술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 다시 공녀에게 돌려주게나.”
황후가 카이셴 영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카이셴 영식은 고개를 갸웃하며 잔을 돌렸다.
“이거, 샴페인 같은데요?”
“무슨 소리예요. 주스인데.”
100미터 밖에서 봐도 주스구만.
내가 잔으로 손을 뻗자 카이셴 영식이 잔을 더 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꾹 눌렀다.
‘아니, 지금 작다고 나 놀리나!’
카이셴 영식을 째려보는데 그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먹지 마.’
“……!”
카이셴 영식의 시선이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레이디 샤본느가 지옥에서 온 야차 같은 얼굴로 서 있었다.
‘어라?’
나는 카이셴 영식을 다시 바라보았다.
‘레이디 샤본느와 한패가 아니었어?’
메티스 모임이 있는 날이면 항상 둘이 쿵짝이 맞아서 날 괴롭히더니.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