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6화(166/353)
☆ 제166화 ☆
황후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주 이상하구나, 카이셴 영식. 본후의 눈에는 그대가 일부러 공녀가 그 음료를 마시는 걸 막는 것 같으니.”
서늘한 눈빛이 천천히 카이셴 영식의 얼굴을 훑었다.
“혹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
“……!”
주변에 별안간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이건 잘못 대답하면 큰일 나겠는데?’
나는 카이셴 영식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태연한 얼굴이었지만, 미소 짓고 있는 입매가 살짝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나를 보호하려고 끼어든 거 같지?’
흠, 어쩔 수 없구만.
‘이 루루님이 나서주는 수밖에!’
나는 순진무구한 눈을 한 채 카이셴 영식에게 또랑또랑 물었다.
“펠릭스, 저번에 내가 칵테일을 잘못 마신 거 때문에 그런 거야?”
갑자기 친한 척을 하자 백장미의 귀공자다운 카이셴 영식의 말끔한 얼굴에 황당함이 차올랐다.
‘장단 좀 맞춰 봐! 지금 난 너 도와주는 거라구!’
“칵테일?”
황후가 내게 물었다.
“네! 저번에 제가 실수로 술을 꼴딱꼴딱 마셔버렸거든요. 달고 맛있어서 몰랐어요. 오렌지 주스에 무슨 술을 섞은 거라던데.”
“어머! 큰일이었겠구나.”
황비가 깜짝 놀라 말했다.
나는 카이셴 영식에게 찰싹 붙어서 우리 오빠들을 바라보듯 그를 올려다봤다.
“펠릭스가 한참 돌봐줬어요. 저를 엄청 혼내기도 했지만.”
“그래서 카이셴 영식이 이렇게 루아티샤를 챙겨주는 거구나. 하긴, 지금 파티장에도 주스와 섞은 칵테일이 비치되어 있지.”
황비님, 나이스!
나와 관계가 좋은데다가 오늘 파티를 별 사고 없이 끝내고 싶은 황비가 내 말에 팍팍 동조해줬다.
“카이셴 영식은 참 다정하군.”
시드가 내 곁에 선 카이셴 영식을 향해 말했다.
‘어, 근데 무슨 웃음이 저래? 분명 화사하게 웃고 있는데…….’
다정하다고 말하면서 웃는 사람을 보고 오싹함을 느끼는 건 처음이다.
칭찬 맞지?
“……그래?”
황후는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다.
‘아무리 그런 일이 있었어도 이 자리에서 굳이 끼어드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
내가 다시 잔을 받지 않는 이상 황후의 의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괜찮아, 펠릭스! 이번에는 제대로 주스를 골랐으니까.”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카이셴 영식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내게 잔을 건네주었다.
‘마시는 척만 해.’
신중한 빛을 띠는 투명한 눈동자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음, 근데 그럼 바로 황후가 알아챌걸.’
지금도 아주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구.
나는 아무 의심도 없는 어린아이처럼 잔을 받아들고 그대로 주스를 꿀꺽 삼켰다.
“……!”
카이셴 영식이 창백해진 얼굴로 내 팔을 잡았다.
흠결 하나 없이 잘생긴 얼굴이 이렇게 동요한 건 처음 본다.
“맛있다! 역시 그냥 주스로 잘 골랐잖아.”
거봐.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카이셴 영식은 잠시 내 상태를 살피는 듯했다.
정말 괜찮은 게 맞는지, 혹시 시간을 두고 독이 퍼지는 것은 아닌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당장 아무런 이상도 없는 독이면 치사량은 아닐걸. 알약에 넣어져 있는 것도 아니구.’
카이셴 영식도 거기에 생각이 미쳤는지 한결 차분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의문.
“……사이가 참으로 좋아 보이는군.”
귓가에 파고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에스테반 황자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참. 얘도 있었지?’
예의상 소리 내서 말하진 않았는데 내 생각을 알아챈 걸까?
에스테반 황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공녀는 참으로 인기가 많아.”
“감사합니다?”
내 대답에 그의 이마에 빠직 핏대가 섰다.
“항상 볼 때마다 새로운 남자들과 함께 있으니 참으로 대단해.”
아니, 카이셴 영식은 우리 제온이랑 동갑인데?
열한 살 애기한테 카이셴 영식을 남자라고 한다고?
‘우와…….’
내가 질색하는 얼굴로 바라보자 에스테반 황자가 흠칫하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잠시 소란이 있었군. 다시 건배를 할까?”
황후가 상황을 정리하며 잔을 들어 올렸다.
나는 그녀의 시선이 시드에게 깊게 머무른 것을 놓치지 않았다.
* * *
잔을 들어 올리며 황후는 입 꼬리를 올렸다.
‘흥, 내가 독이라도 넣은 줄 알았나 보지?’
그녀가 힐끗 카이션 영식을 바라보았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후에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그러면 밝혀지겠지.
파에라톤 공녀가 또 술을 마실까 봐 막은 건지, 아니면一.
파에라톤 공녀를 음해하기 위해 음료에 독을 넣었다고 착각한 건지.
‘뭐, 애초에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거지만.’
“이건 광폭화를 시키는 물약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을 광인…… 아니, 짐승으로 만들어주지요.”
“광폭화……? 그럼 광인이 되어 온갖 사람들을 도살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좋지요. 시드리한 황자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게 되지 않겠습니까?”
자신과 사라 부인이 노리는 사람은 파에라톤 공녀가 아니라 시드리한 황자였다.
파에라톤 공녀가 약을 탄 주스를 먹어봤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흔적은?”
“다른 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드리한 황자는 다르죠. 금제에 걸렸었으니까.”
이건 오로지 시드리한 황자에게만 이상을 일으키는 묘약이었으니까.
‘자아, 이제 저 꼴도 보기 싫은 것이 마시기만 하면 돼.’
언제 먹일까 고민 중이었는데 황제가 알아서 황족들을 모아 주니 이건 하늘의 계시나 다름없다.
‘내가 파에라톤 공녀까지 곁으로 불렀으니 완벽해.’
딱 좋게도 지금 시드리한과 파에라톤 공녀는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황후는 파에라톤 공작가 남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들은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주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를 써놨으니 공녀와 떨어져 있을 거라던 사라 부인의 말대로군.’
음료를 마시는 순간 광인이 된 시드리한이 폭주하며 가장 옆에 있는 파에라톤 공녀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다.
‘파에라톤 공작이 아무리 빠르게 대응하더라도 딸아이는 살가죽이 찢긴 뒤겠지.’
딸아이의 숨이 붙어있다 해도 파에라톤 공작은 시드리한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다.
‘그럼 나는 편히 앉아서 즐기기만 하면 돼.’
자신이 위험할 일은 없다.
파에라톤 공녀가 공격당하는 순간, 마기가 시드리한의 온몸을 뒤덮을 테니까.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계략!
채앵!
크리스탈 잔이 부딪치며 맑은 음이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승리를 축하해주는 종소리 같았다.
황후는 와인을 마시면서도 시드리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시드리한이 잔에 입술을 가져가는 모습이 그녀에게는 답답할 만큼 느리게 보였다.
잔이 기울어지고, 투명한 크리스탈 글라스 안의 액체가 넘실거렸다.
꿀꺽.
이윽고 소년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드디어……!’
아니나 다를까, 시드리한이 파에라톤 공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끝이다!’
그 순간이었다.
“입술에 묻었어.”
시드리한의 손가락이 루아티샤의 입술을 부드럽게 훑었다.
“수염 난 거 같아.”
짓궂은 소년 같은 순박한 미소.
“어? 어…….”
루아티샤가 볼을 발갛게 붉힌 채 시드리한의 손가락이 흝고 지나간 제 입술을 벅벅 닦았다.
“고, 고마워.”
그리고 두 아이의 사이에 핑크빛 아우라가 퐁퐁 피어올랐다.
‘이, 이게 무슨……!’
황후가 찢어질 듯 눈을 부릅뜬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음료를 마셨는데?!’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딱 하나 예상과 같은 게 있긴 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왔으니까.
파에라톤 공작이 막내딸을 달랑 안아 든 채 진각을 밟았다.
콰앙!
깔려 있는 융단이 찢어질 정도로 힘이 실린 디딤.
그 한 번의 도약으로 파에라톤 공작은 시드리한에게서 40걸음도 더 넘게 떨어졌다.
척, 처적!
그리고 그 앞을 공자들과 타렌카 후작이 막아섰다.
누가 보면 전쟁이 일어나서 적군으로부터 막내를 보호하는 줄 오해할 것 같은 광경이었다.
“…….”
아빠의 품에 대롱대롱 안긴 파에라톤 공녀가 “에효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황후에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시드리한 황자?”
“예, 황후 폐하.”
그녀는 미심쩍은 눈길로 시드리한의 면면을 살폈다.
괜찮은가? 몸에 이상은 없나? 속이 울렁거리거나 기분이 나쁘진 않은가?
수만 가지 질문이 입술을 툭 툭 두들겼다.
하지만 그중 물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희게 질린 황후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황제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
“황후?”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나왔더니 피곤하군요. 잠시 쉬다 오겠습니다.”
“그러시오.”
황후는 황제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마지막으로 시드리한과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젠장!’
주먹을 꽉 틀어쥔 그녀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황후의 곁에서 그녀를 보좌하고 있던 아이젤 영애 역시 그 뒤를 따랐다.
문득 아이젤 영애가 시선을 옮겼다.
루아티샤와 아이젤 영애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우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찰나였다.
* * *
“대체 어찌 된 게야!”
전용 휴게실로 들어오자마자 황후가 소리를 내질렀다.
“시드리한 그것이 그 음료를 마시고 미쳐서 날뛰어야 했는데!”
미치긴커녕 아주 멀쩡한 얼굴로, 심지어 연애질까지 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속에서 천불이 솟았다.
휙 몸을 돌린 황후가 아이젤 영애를 노려봤다.
“약을 제대로 탄 게 맞아?”
“물론입니다, 폐하.”
“그런데 그놈이 왜 멀쩡하냔 말이야!”
황후의 추궁에도 아이젤 영애는 흔들림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계획하신 일이 틀어졌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하나?”
“정보가 새어나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황후의 얼굴이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아이젤 영애의 말을 납득하는 것과 별개로 온갖 감정들이 속에서 차고 올랐다.
아이젤 영애가 얼른 황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영애?!”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폐하께서 사라 부인과 독대하신 후, 나누었던 대화를 제게 말씀해주지 않으셨으니까요.”
“……그것이 서운하다는 게냐?”
“저는 폐하의 손과 발일 뿐입니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 말에 황후가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아이젤 영애를 바라보았다.
“제가 아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아이젤 영애는 고개를 들고 황후와 눈을 마주했다.
“폐하께서 건네주신 약을 음료에 타야 한다는 것.”
“그래, 본후가 영애에게 그리 명했지.”
“저는 폐하의 명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
“한데 폐하께서 원하시는 효과를 보지 못한 거라면 중간에 누군가가 바꿔치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영애의 말이 옳다.”
황후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과연 그 정보가 누구에게서 나갔을까?’
황후의 시선이 아이젤 영애를 향했다.
‘아니지, 아니야.’
아이젤 영애가 말했듯이, 그녀는 이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파티가 시작하기 직전에야 물약을 건네주며 주스에 몰래 타라고 했다.
‘그리고 서빙은 사라 부인이 매수했다는 하인이 했어.’
아이젤 영애는 약의 정체도 모르고, 누구를 노리는지도 모르는 상황.
‘아이젤 영애일 리는 없어.’
그렇다면……?
황후의 시선이 아이젤 영애를 떠난 순간이었다.
“실은…….”
아이젤 영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다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왜 말을 하다 마느냐?”
“아닙니다. 제가 괜한 의심으로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저어되어서…….”
“괜찮으니 말해 보거라.”
“하지만一.”
“영애는 본후의 가장 충성스러운 시녀가 아닌가. 어떤 말을 하든 충심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본후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젤 영애가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황후에게 물었다.
“폐하, 사라 부인에 대해서 얼마나 아십니까?”
“뭐?”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황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사라 부인은一.”
사실 아는 게 없다.
오래전, 딱 필요하던 때에 딱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나타난 여인.
손을 잡지 않을 이유는 적고,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거래 관계는 잘 유지되고 있었다.
“레이디 샤본느에 대해선 또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레이디 샤본느? 갑자기 그 이름이 여기에서 왜 나오는 거지?”
“……모르셨군요.”
황후는 답답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이젤 영애에게 성을 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평소 아이젤 영애와는 다른 묘한 화법이 황후가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레이디 샤본느입니다.”
“무엇이?”
“사라 부인의 정체 말입니다.”
“……!”
황후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거칠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