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7화(167/353)
☆ 제167화 ☆
* * *
얼마 전.
루아티샤가 메티스의 회원이 되고 클럽에 처음 참석하고 바로 다음 날.
황궁에서 퇴근한 아이젤 영애는 루아티샤의 은밀한 부름을 받았다.
“레이디 샤본느가 사라 부인이야.”
“네?”
“메티스에서 만났어.”
거두절미하고 나온 말에 다소 놀랐지만, 아이젤 영애는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청하기 시작했다.
“영애가 알려준 귀의 특징과 똑같더라고. 사실 그것보다는 브로치로 확신했지만.”
“브로치요?”
“브로치 모양은 달랐어. 하지만 보석은 똑같았지. 워낙 특이해서 기억해.”
아이젤 영애 역시 브로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라 부인은 항상 같은 브로치를 하고 왔으니까.
옷과 베일이 달린 모자는 매번 바뀌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 역시 브로치에 신경 썼는데, 정작 중요한 건 브로치에 물린 보석이었나 보다.
하긴, 일부러 찾아달라고 하는 게 아닌 이상 평소에 디자인까지 같은 브로치를 하고 다닐 리 없지.
“잘 들어. 나는 앞으로 레이디 샤본느와 아주 가까이 지낼 거야.”
“적은 친구보다 더 가까이 둔다는 건가요?”
“음, 비슷하지만 달라. 레이디 샤본느는 나를 아주 싫어하거든. 그래서 그 작전은 불가능.”
“그럼?”
“겉으로 보기에만 가까운 사이 같으면 돼. 내가 이유 없이 접근하면 레이디 샤본느가 경계하겠지. 하지만 마침 좋은 핑계가 있거든.”
루아티샤가 생각만 해도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볼을 부풀렸다.
“내가 가슴에 달린 브로치 좀 봤다고 레이디 샤본느가 나를 세상에 다시 없을 무례한 사람 취급하는 중이라서.”
“으, 어린애가 본 걸 가지고요?”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는데 건수 잡았다는 거겠지. 어쨌든 나는 그걸 사과하고 싶다는 핑계로 레이디 샤본느를 졸졸 따라다닐 거야.”
“속사정은 어떨지 몰라도 겉에서 보기엔 둘이 항상 함께 다니는 걸로 보이겠군요.”
“마침 메티스의 회원들은 클럽 안에서 일어난 일을 밖으로 떠들지 않거든. 딱 좋지.”
루아티샤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양 팔꿈치를 얹으며 조금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저번에 영애를 내보내기 전, 사라 부인이 테이블에 물약병을 놨다고 했잖아.”
“네, 역시 독일까요?”
“글쎄, 그건 모르지만 상관없지 않아?”
“상관없다니요? 그 물약의 정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요?”
“독이든 아니든 먹는 거에 타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으니까.”
“……!”
“그리고 그 효과가 딱히 우리에게 좋진 않을 거라는 것도.”
그 말대로였다.
“황후와 사라 부인의 계략을 세세하게 알면 좋기야 하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방해하는 건 가능해.”
“…….”
“원래 계획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방해하는 게 더 쉬운 법이거든.”
툭.
루아티샤가 테이블에 놓인 장식품에서 자그마한 블록을 하나 빼내었다.
와르르르一.
장력과 인력으로 인한 균형미를 뽐내고 있던 예술품이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하나만 잘못되어도 이렇게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아이젤 영애는 야트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루아티샤를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아뇨, 아니에요.”
고개를 젓는데 귀가 뜨거운 게 느껴졌다.
닮고 싶다.
“이번에 타깃이 된 건 시드리한 황자야.”
“확실히 지금 황후에게 가장 눈엣가시인 게 시드리한 황자겠죠. 하지만 그렇게 확신하셔도 될까요?”
평소라면 고개만 끄덕이고 되묻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묻고 싶었다.
조금 더 루아티샤의 사고를 보고 싶다.
“확실해. 하지만 미안. 그건 왜인지 말해줄 수 없어. 다른 사람의 과거에 대해 말해야 하거든.”
“알겠습니다.”
시무룩한 아이젤 영애를 보고 루아티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황후가 그 물약을 타라고 명할 사람은 영애뿐이야.”
“저뿐이요?”
“저번에 거하게 배신당했으니 바깥에 심어둔 사람이 있어도 못 미덥겠지.”
“…….”
“운반이나 잡다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어. 하지만 약을 타는 것처럼 황후의 확실한 약점이자 범행의 증거가 될 행동은 반드시 영애에게 맡길 거야.”
쿵쿵.
아이젤 영애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 약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쓸지는 하나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상관없지.”
루아티샤의 말이, 행동이一.
“아주 간단하잖아. 영애가 약을 타지 않으면 되는 거야.”
이번 계획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
누군가에게 이토록 쓸모 있었던 적이 있는가?
이런 엄청난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一.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이었던 적이 있던가?
쿵쿵쿵!
심장 소리는 더더욱 거세어졌다.
“그리고 뒤집어씌울 사람까지 마침 딱 있잖아.”
루아티샤가 생긋 웃었다.
“사라 부인 말이야.”
아.
아이젤 영애는 얕은 전율을 느꼈다.
‘이걸 위해서 그렇게나 황후와의 신뢰를 강조했구나.’
단순히 첩자니까 들키지 않도록 잘하라는 의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루아티샤가 생각한 것은 그 이상이었다.
황후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기에 물약을 빼돌리는 것도, 사라 부인과 이간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정보를 빼내는 것보다 신뢰를 받는 걸 최우선으로 하라’는 말을 했을 땐 이런 일이 생기기도 전이었다.
‘이 아이는 몇 수 앞을 내다 본 걸까?’
퀘스트와 기존의 정보, 기타 등등을 조합해서 나온 결론이었다.
하지만 아이젤 영애의 눈에는 어린 루아티샤의 식견과 혜안이 그저 신기하고 대단할 따름이었다.
* * *
그 이후의 일은 전부 루아티샤의 말대로였다.
아이젤 영애를 듬뿍 신뢰한 황후는 그녀에게 물약을 타라고 시켰다.
덕분에 아이젤 영애는 아주 손쉽게 그 물약을 빼돌릴 수 있었다.
애초에 주스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것이다.
“레이디 샤본느가 사라 부인이라고?”
황후의 물음에 아이젤 영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부터가 진짜야. 잘해야 해.’
“네, 저번에 왔을 때, 나가면서 모자를 고쳐 쓰는 것을 봤어요.”
“……모자를 고쳐 쓰는 걸 봤다고?”
황후가 영 미심쩍다는 얼굴로 물었다.
사라 부인은 조심성이 많은 여자다.
십 년도 더 넘게 알고 지냈지만, 그런 실수로 얼굴을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모자를 고쳐 썼고 하필 아이젤 영애에게 얼굴을 들켰다고?’
황후의 눈빛에 날카로운 의심이 깃들었다.
아이젤 영애는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등 뒤가 축축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이젤 영애, 왜 내가 황후의 수많은 시녀들 중에서 영애를 내 사람으로 골랐다고 생각해요?”
“네? 그거야……. 제가 잘 넘어올 거 같아서?”
“음?”
“왜, 공녀님을 황후궁에서 봤을 때……. 제가 좀.”
“아, 내 놀림에 영애만 넘어왔었죠. 그러고 나선 막 무서운 아이라구.”
“으읏, 그치만……. 귀여웠다구요.”
“틀렸어요.”
“네?”
“나는 영애의 가능성에 건 것이에요. 내게는 영애가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였거든요.”
“……가능성이요?”
“가장 일 잘해서 부려 먹기 좋…… 크흠흠! 크게 될 가능성이요.”
처음이었다.
아버지께서 인맥을 총동원해서 황후의 시녀 자리에 말석으로 넣어줬지만 그게 끝이었다.
아버지도 자신에게 황후의 진짜 측근이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으셨다.
황후 역시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는가.
덜렁대고 어벙해서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고.
황후의 시녀였다는 경력을 이용해 좋은 혼처를 찾는 것.
그게 최선의 미래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심지어 아이젤 영애 본인조차도.
‘하지만 지금 나는 황후를 속여 약을 빼돌리고, 역으로 사라 부인과의 관계를 이간하려 하고 있어.’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이런 일을 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젤 영애?”
쿵쿵.
흥분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아직도 일을 잘하는진 모르겠다.
그런 건 머리 좋은 사람의 이야기 아닌가?
만약 루아티샤의 지시가 없었다면一.
“믿으세요. 결국 황후의 환심을 산 건 영애고, 내가 보여준 초상화와 사라 부인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본 사람 역시 영애예요.”
꾸욱.
아이젤 영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황후의 눈빛은 벼려진 칼날처럼 예기를 띠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바로 베일 것 같다.
“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모자의 챙을 살짝 비틀었던 것뿐이니까요. 그 찰나에 얼핏 본 거니 제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요.”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나왔다.
황후를 바라보고 있는 시야 역시 깨끗하고 맑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말씀드리려고 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상한 일이지.
예전엔 황후가 패악을 부릴 때마다 덜덜 떨다 또 실수를 저질렀는데.
황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일단 계속 말해보게.”
“정말 레이디 샤본느라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기야 했겠지. 특히 어떤 점을 그리 생각했지?”
“사라 부인이라는 정체도 모를 여자로서 폐하를 만나는 것 보다 본래의 신분으로 폐하를 뵙는 게 훨씬 더 이득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레이디 샤본느와 손을 잡았다면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가문까지 팍팍 밀어줬을 것이다.
사라 부인이라는 기반도, 정체도 모르는 여인보다는 레이디 샤본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훨씬 많았다.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황후는 유일무이한 황자의 모친이었다.
“의심이 생겨서 레이디 샤본느의 주변에 사람을 붙였습니다. 정보 길드에 의뢰해서요.”
“뭐?”
“확실해지면 폐하께 보고 드릴 생각으로요.”
“하! 영애에게 이런 대담한 구석이 있었을 줄이야!”
황후가 크게 웃었다.
“저도 몰랐습니다.”
사람을 붙였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이건 진심이었다.
정말로 자신에게 이런 대담한 면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결과는?”
“빈틈이 없는 사람인지 사라 부인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요.”
“흐음…….”
실망할 법한 말이었지만 황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아이젤 영애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
사라 부인이 얼마나 신중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대신 최근 레이디 샤본느가 누구와 가까이 지내는지는 알아냈죠.”
“그게 누구지?”
스윽.
아이젤 영애가 품 안에서 크로키를 몇 장 꺼냈다.
황후는 얼른 그걸 받아들었다.
“정보 길드에서 제게 의뢰 보고를 위해 그린 그림입니다.”
“이건…….”
그림을 확인한 황후의 눈빛이 떨렸다.
“파에라톤 공녀와 카이셴 영식……?”
빠르게 그린 그림이지만 확실했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에 통통한 뺨을 가진 아이는 파에라톤 공녀.
선 몇 개 그었을 뿐인데도 뺀질뺀질하니 잘생긴 얼굴은 분명 카이셴 영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셋 다 메티스의 회원이군.”
낮게 깔린 음성이 황후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조금 전, 파티장에서 봤던 카이셴 영식의 모습이 떠올랐다
‘확실히 음료에 뭔가 있다는 걸 아는 태도였지.’
비록 파에라톤 공녀를 노렸을 거라고 착각하긴 했지만.
음료에 장난치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없다.
자신과 아이젤 영애 그리고
‘사라 부인.’
황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이젤 영애는 오늘 파티가 시작하기 직전에야 알게 되었다.
음료에 물약을 탄 뒤, 파티 내내 자신을 수행하고 있었으니 카이셴 영식과 따로 밀담을 나눌 시간은 없었다.
그렇다면一.
‘사라 부인밖에 없어!’
그럼 음료에 뭔가를 탔다는 것과 파에라톤 공녀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흘린 건가?
미쳐버린 시드리한을 이용해 파에라톤 공녀를 위험하게 하는 것 역시 계획의 일부.
황후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 사람에게 말했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도 안 돼!”
벌떡!
황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이 일을 제안한 사람이 사라 부인이야!”
“잊으셨습니까?”
아이젤 영애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새벽 축제 후, 폐하께서 사라 부인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도 답장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
“그러다 갑자기 이번 계획을 들고 찾아왔지요.”
“이 나를, 장기 말로 이용했다?”
“황후 폐하께서 시드리한 전하를 음해할 계획을 세웠다고 상대에게 언질을 준다면.”
“…….”
“그리고 그 증거까지 나온다면.”
아이젤 영애의 혓바닥이 교묘하게 움직였다.
“사라 부인은 그 상대에게 확실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파사삭!
황후의 손아귀에서 크로키가 거친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돋았다.
“상대는 사라 부인의 말이 맞는지 확인했겠지요.”
“…….”
“폐하의 충복인 제가 음료에 약을 타는 것까지 지켜봤을 겁니다.”
“…….”
“제가 황후 폐하의 명만 따른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닙니까? 충분한 증거가 되었겠지요.”
비틀.
급작스럽게 상승한 혈압을 이기지 못한 황후는 아찔한 감각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물약을 탔다는 보고를 받고 내가 계획대로 일이 잘되어가고 있다고 기뻐할 때一.’
사라 부인은 레이디 샤본느로서 파티에 참가하며 자신을 비웃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자에게 연줄을 대는 것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저리 신나 하고 있구나一하고!
으득!
‘감히 배신하는 것으로 모자라 나를 이용하기까지 해?!’
황후의 눈에서 시뻘건 불길이 흘렀다.
“뮤리엘 샤본느, 네 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