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8화(168/353)
☆ 제168화 ☆
분노한 황후 일갈이 터져 나왔다.
“고정하시옵소서, 폐하. 옥체가 상하실까 염려됩니다.”
아이젤 영애가 황후의 몸을 붙들었다.
“대체 누구에게 연을 대려 했던 거지? 파에라톤? 아니지. 파에라톤에서는 계획을 아는 즉시 난리 났을 거야. 느긋하게 증거나 확인하고 있을 놈들이 아니야.”
아이젤 영애는 내심 감탄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도 파에라톤 공작가 남자들의 팔불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고 있다니…….
“시드리한 황자? 아니야. 그 놈에게 약효에 대해 말할 순 없었겠지. 설마 그럼 황비인가?”
황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황비가 내궁의 전권을 맡으며 자신에게 어떤 수모를 주었던가!
그런데 황비랑 손을 잡았다고?!
황후가 아이젤 영애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당장 샤본느를 불러와라!”
“네?”
“하, 정체를 속였다고 감히 이 나를 가지고 놀아?”
황후는 아이젤 영애를 떠밀 듯 놓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제국의 황후를 우습게 보면 어찌 되는지 본후가 오늘 그것에게 똑똑히 가르침을 내릴 것이야!”
“……알겠습니다, 폐하.”
아이젤 영애는 깊게 허리를 숙이고 휴게실을 나섰다.
* * *
탁.
문을 닫는 순간, 아이젤 영애는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성공이야!’
두근두근.
가슴이 쉴 새 없이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손이 파르르 떨렸다.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후회에서가 아니라, 그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흥분감에서였다.
루아티샤가 시키는 대로 무사히 해냈다.
‘이제 빼돌린 물약병을 공녀님께 전해드리기만 하면 완벽해!’
그것이 이번 일의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후우…….”
숨을 깊게 내뱉은 아이젤 영애가 고개를 들고 몸을 돌렸다.
회랑의 저 끝에 걸어가는 궁인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젤 영애는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설마 황후가 당장 레이디 샤본느를 불러오라고 할 줄은 몰랐어.’
황후의 행동력은 잘 알고 있었지만, 과연 대책은 세워둔 것일까?
하기야, 황후에게는 대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사라 부인은 정체 모를 여인이 아니라 가문과 신분을 아는 사람이니까.
‘분명 배신한 거냐며 추궁을 할 텐데……. 곧바로 대면시켜도 괜찮은 걸까?’
혹 거짓말이 들통나는 건 아닐까?
자신이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루아티샤를 만나러 가면 ‘사실 내가 루아티샤의 첩자였습니다!’하고 밝히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까.
썩어도 준치.
비록 황후궁의 인력이 전면 교체되며 황후의 운신이 힘들어졌지만, 이런 대연회에 동원되는 인력에는 황후의 입김이 닿은 자들이 있으리라.
‘내 판단, 내 생각.’
황후는 자신을 확실하게 믿고 있다.
그에 반해 레이디 샤본느는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도 많았다.
정체를 숨긴 덕에 지금까지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이제 그게 역으로 레이디 샤본느를 옭아맬 것이다.
추궁당할 때 레이디 샤본느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황후는 믿지 않을 터.
그에 반해 자신이 레이디 샤본느를 데려가지 않으면,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황후의 마음에 의아함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의아함은 나중에 의심이 씨앗이 될 수 있을 터.
‘명을 받은 대로 레이디 샤본느를 황후에게 데려간다. 그리고…….’
아이젤 영애의 눈빛이 단호해졌다.
이전에 황후의 시녀 중 한 명으로 일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
* * *
나는 팔짱을 턱 꼈다.
그런 내 앞에는 가족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일렬로 쭈르륵 서 있었다.
‘나보다 한참 큰 사람들이 이러고 있으니 좀 마음이 약해지는데…….’
아니야, 아니야!
‘조기 교육을 잘못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사교 활동이 점점 많아질 텐데 매번 이러면 아무도 나랑 엮이려 하지 않을 거다.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가만히 있기로 했어요, 안 했어요.”
“……했다.”
“그럼 잘했어요, 잘못했어요.”
“하지만 그 새끼가……!”
익시온이 억울함이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새끼?”
“……놈.”
“놈?”
“……그럼 뭐라고 해.”
“고운 말 예쁜 말 바른말 써야지.”
익시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 새끼, 님?”
“…….”
아니, 진짜로 저게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애니까 ‘아이’라던가, 황자니까 ‘분’이라던가. 많잖아.”
내 말에 익시온이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그 새끼님한테 써!”
“…….”
아니, 저기요.
“이번에는 익시온의 말이 맞다.”
“그 새끼一.”
부릅!
“一님한테는 새끼님이라는 말도 과분해.”
아니, 내가 눈을 부릅뜬 건 ‘님’ 자를 붙이라는 게 아니라 단어 자체를 순화시키라는 뜻이었어.
안 되겠다.
“아빠, 할아부지! 오빠들이 나쁜 말 써요!”
자식 교육, 손주 교육 좀 해보세요!
“딱히 문제 될 건 없지 않나?”
“그래, ♪♬♩같은 말을 한 것도 아니고.”
♪♬♩?
갑자기 쌍욕이요?!
“♩♬♪나 ♪♬♩,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은 것만 해도 대견하다.”
“많은 성취를 이뤘구나.”
“감사합니다.”
“…….”
속으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였어?!
아니, 그보다 지금 칭찬이나 하고 있을 때야?
나는 훈훈하게 정을 나누는 삼대의 모습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루루의 뽀뽀는 떠났어요. 멀리 가버렸어요.”
“뭐?!”
“안 돼!”
“차라리 날 죽여!”
“……얼마면 되지?”
“이 할아비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늦었어요. 루루의 뽀뽀는 이세계로 가버렸어요.”
“이세계?!”
크흠, 그런 게 있어.
뽀뽀가 어느 날 마차에 치여서…….
아니, 나는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로판 좀 그만 소환해서 읽어야지.’
요즘 나는 캐시 부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재탕하고 싶었던 로판을 소환해서 자기 전에 읽는 게 취미였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내 작품 목록〉에서 소환하면 되니까.’
“아무튼! 약속을 안 지켰으니까 앞으로 한 달간 모닝 뽀뽀랑 굿나잇 뽀뽀는 없어요!”
내 선언에 가족들은 나라 잃은 표정이 되었다.
“……그건 너무 과한 처사다. 하루로 하지.”
“안 돼요.”
“땅을 주마.”
“나는 금맥.”
“이 할아비는 성을 하나 주마. 겨울에 딱 좋은 곳으로.”
“나는 기사단 하나 줄까? 아니면 사업체?”
“나는 쓰다듬어줄게.”
“응?”
마지막에 스파이가 하나 끼어 있는데요.
‘……제온은 쓰다듬어주는 게 저런 재산보다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흥, 어리석군. 네 놈이 좋아하는 것보다 내 동생이 좋아하는 걸 제안해야지.”
“맞아. 협상의 기본이라구.”
“내 딸은 돈을 좋아하니까.”
“그렇지. 내 손녀는 실물 자산을 특히 좋아하지. 부동산이면 최고로 치고.”
“……아니, 다들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돈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부동산을 특히 더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땅은 어디?”
“내 딸이 원하는 곳으로.”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땅이어도?”
“안 될 이유 있나?”
그 순간, 아빠의 뒤에서 번쩍 이는 후광이 비췄다.
이것이 바로 다이아몬드 수저의 위엄!
“……땅이랑 금맥, 성, 사업체 받고 보름으로.”
“마장까지 얹어주마. 슬슬 루루 너도 말을 탈 때가 되었으니.”
“열흘.”
“일주일.”
“좋아요, 일주일! 더 이상은 뭘 줘도 안 돼요.”
이건 교육이니까!
절대 내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건 아니다.
가족들은 조금 아쉬워 보였지만 한 달을 일주일로 줄였다는 사실에 만족한 듯했다.
나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가자마자 계약서부터 써야지!’
신난다!
‘어차피 오늘 가족들을 멀리 떨어트려 놨던 것도 레이디 샤본느 때문이었고.’
그 목적은 이미 깔끔하게 달성했다.
눈누난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레이디 샤본느 쪽을 바라보았다.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음에도 그녀는 얼굴 위로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있었다.
그저 궁인이 건네는 샴페인 잔을 조용히 받아들 뿐.
“…….”
“왜 그러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아빠를 향해 고개를 젓 고는 마지막으로 신신당부했다.
“아무튼! 내가 또래 남자애들이랑 좀 말한다고 해서 난리 치면 안 돼요. 알았죠?”
“……얼굴만 기억하도록 하지.”
아니, 그것도 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 * *
“레이디 샤본느, 황후 폐하께서 레이디 샤본느를 뵙길 원하십니다.”
아이젤 영애는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레이드 샤본느에게 고개를 숙였다.
“황후께서 날 찾으신다고?”
“폐하의 전용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무슨 일로?”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아무래도 폐하께서 명망 높은 레이디께 하실 말씀이 있는 것 아닐까요?”
레이디 샤본느는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미소 지었다.
‘에스테반 황자에게 차임베르크 공을 검술 선생으로 붙인 게 이 영애의 작품이라고 했지.’
과연 그럴 만했다.
지금 저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보니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동안 아무런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인가.’
“황후 폐하의 부름을 거절할 순 없지. 앞장서게나.”
아이젤 영애는 미소로 화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은 파티장을 빠져나와 긴 회랑으로 접어들었다.
황족의 전용 휴게실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파티의 소란이 들리지 않는 곳일수록 더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모퉁이를 몇 번 더 돌았을까.
공용 휴게실이 있는 회랑에서 전용 휴게실이 있는 회랑으로 접어들자 오가는 사람들과 궁인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중에서도 황족 전용 회랑으로 접어들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푹신한 융단을 깔아놓은 복도에는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아이젤 영애.”
“네, 레이디.”
“영애가 내 생각보다 훨씬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칭찬이라기엔 묘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이젤 영애가 휙 뒤를 돌았다.
“하지만 조심성을 더 기르는 게 좋겠어.”
“무슨…… 흡!”
우악스러운 손길이 아이젤 영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장갑을 낀 손에는 새하얀 비단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으읍, 읍……!”
아이젤 영애는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팔다리가 돌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쉬이, 괜찮아. 조금 자고 있으면 돼. 아직 죽이진 않아. 아직은.”
옆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물속에 있는 것처럼 응응거리며 들렸다.
아이젤 영애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레이드 샤본느의 앞섶을 움켜쥐었다.
하지만一.
“영애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 있으니까. 어쩌면 알아내야 할 것도.”
투욱.
결국 약의 힘을 이기지 못한 몸이 축 늘어졌다.
* * *
촤아아악!
물벼락에 아이젤 영애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곧장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챘다.
팔다리가 의자에 묶인 채 창문도 없는 방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레이디 샤본느가 서 있었다.
약 기운이 남은 건지 머리가 쩡, 하고 울렸다. 두려움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눈에 힘을 주고 상대를 노려봤다.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당신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글쎄, 적어도 그대로 황후의 앞에 가는 것보다는 나았겠지?”
“뭐?”
“황후는 황실 근위병을 불러서 날 포박했을 테니까. 신변을 확보하기만 하면 죄목이야 이러저러한 걸 붙이면 되니까 상관없겠지. 어쩌면 이번 일의 죄를 전부 다 나에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고.”
레이디 샤본느가 생긋 미소 지었다.
“내가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이상, 황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입을 막고 싶을 거거든.”
“당신을 부르러 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폐하께서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야!”
“나도 시간을 끌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네가 협력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럴 것 같아?”
레이디 샤본느가 생긋 웃으며 아이젤 영애의 뺨을 움켜쥐었다.
“사실 나도 네가 협력해주지 않길 바랐어.”
파드득!
레이디 샤본느의 손에서 새빨간 기운이 퍼져 나왔다.
“아아아악!”
“그래야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자아, 물약을 어디로 빼돌렸어?”
“크흡, 악!”
“대답하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나는 인간을 죽이는 걸 좀 좋아하는 편이거든.”
레이디 샤본느가 다정하게 말했다.
좁은 밀실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대비되는, 아주 보드라운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