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7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70화(170/353)
☆ 제170화 ☆
채채채채챙!!
작은 몸을 잔혹하게 유린할 것만 같았던 붉은 낫이 순식간에 원래의 궤도를 잃었다.
꽝!
벽에 부딪힌 낫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삽시간에 일어난 일에 루아티샤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문이 폭발하며 생긴 잔해와 분진으로 인해 짙은 안개라도 낀 것 같았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 루아티샤는 시야를 가득 메운 분진 속에서도 선명하게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아니, 둘이 왜 여기서 왜 나와?!’
루아티샤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가 외쳤다.
“괜찮은가?!”
“주인님.”
그런데 두 사람이 흠칫하더니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황자 전하?! 전하께서 왜 여기에…….”
“……카이셴 영식은 무슨 일이지?”
“그게一.”
‘음,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침 뚝 떼야겠다.’
착한 루루꽃은 뒈질 때까지 사람을 패버리지 않아요.
물론 레이디 샤본느는 사람이 아닌 것 같지만.
루아티샤는 검을 소리 안 나게 슬쩍 내려놓고는 발로 스윽 밀었다.
펠릭스가 시드리한의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저는 좀 일이…….”
“일? 무슨 일.”
시드리한이 한쪽 눈썹을 까딱했다.
나른하면서도 날카로운 반응에 펠릭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루아티샤에게 시드리한의 이런 모습은 낯선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이렇게까지 날이 섰지?’
마치 감히 네가 상관할 일이 대체 뭐냐는 듯.
있는 그대로 대답하기 힘들었던 펠릭스는 말을 돌렸다.
“황자 전하께서는 왜 여기 계십니까? 그리고 아까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一.”
“후, 느긋하게 인사 나눌 시간은 있나 봐?”
레이디 샤본느의 말과 동시에 채찍처럼 뻗어져 나온 새빨간 강기가 루아티샤를 향해 날아들었다.
탓!
시드리한이 바람처럼 도약해 루아티샤를 끌어안고 훌쩍 몸을 물렸다.
하지만 강기는 마치 살아 있는 동물처럼 궤도를 바꿔 다시 쇄도해 왔다.
“시드!”
루아티샤가 기겁해서 시드리한을 불렀다.
자신을 안은 채 허공으로 몸을 날린 상황이라 피할 수도 없었다.
루아티샤를 끌어안은 시드리한의 팔에 힘이 꽉 들어갔다.
자연히 루아티샤의 몸이 시드리한의 품속으로 숨게 됐다.
“미쳤어? 차라리 나를 놔!”
루아티샤가 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서로 밀치면서 떨어지면 공격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실패할 확률이 더 높지만,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보단 나으리라.
하지만 시드는 몸을 더 웅크려 온몸으로 루아티샤를 보호할 뿐이었다.
쇄애애액!
허공을 가르는 시뻘건 강기가 소년의 등을 그대로 후려쳤다.
“시드一!”
카앙!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루아티샤는 서둘러 시드리한의 몸부터 살폈다.
‘안 돼, 제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등을 확인하니 무사했다.
그러나 루아티샤는 안심하지 못했다.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배를, 팔다리를, 마지막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루아티샤가 하는 대로 두던 시드리한이 속삭였다.
“나 괜찮아.”
“응…….”
고개를 끄덕이던 루아티샤가 흠칫했다.
시드리한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심지어 자신은 양손으로 시드리한의 뺨을 포옥 감싸 쥐고 있었다.
화아악!
루아티샤의 뺨에 주홍빛 불이 들어왔다.
무사한지 확인한다는 게 그만…….
우주를 담은 듯 오묘한 빛을 띠는 보랏빛 눈동자가 루아티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세상에 둘만 남은 듯했다.
“……꼬맹이들이 무슨 세기의 로맨스를 찍고 있냐.”
바로 옆에서 중얼거리는 떫은 목소리만 아니었으면.
깜짝 놀란 루아티샤가 후다닥 시드리한에게서 물러났다.
시드리한은 아쉬움에 잠겨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루아티샤의 시선은 이미 그를 떠난 뒤였다.
그들 앞에 당당히 버티고 선 펠릭스의 등을 향해서.
쇄도하던 강기를 검으로 쳐낸 펠릭스가 레이디 샤본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연애질은 나중에 하고 일단 준비해라. 이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연애질 아니에요.”
루아티샤는 툴툴거리면서도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섰다.
비록 검은 멀리 차버렸지만 여차하는 순간에는 충분한 전력이 될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진짜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래.”
루아티샤가 입을 삐죽였다.
“근데 지금 황자 전하께 반말 한 거예요?”
조금 치사한 트집이었지만 지기 싫었다.
“……너한테 말한 거야.”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때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에게 속삭였다.
“공녀께서 이해하시지요. 모태 솔로이다 보니 배가 아팠나 봅니다.”
루아티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저 얼굴로?
‘세상에…….’
하지만 이내 루아티샤는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신은 인생 2회차를 통틀어 모태 솔로였다.
“…….”
시무룩.
“……다 들립니다, 황자 전하.”
카이셴 영식이 이를 으득 갈았다.
과연 시드리한은 최고의 공격 수였다.
단 한 마디로 두 사람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으니.
‘……저딴 쓸데없는 수다를 떨면서도 빈틈이 없어.’
레이디 샤본느는 전투 태세를 갖춘 세 사람을 보고 쯧, 하고 혀를 찼다.
‘시드리한 황자야 그렇다 치고 설마 카이셴 영식이 올 줄이야…….“
“내가 깜빡 속았어. 카이셴 영식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렇게 쉽게 속을지는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자신의 미모에 과신하는 경향이 있으신 듯하군요.”
그 말에 레이디 샤본느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줄도 모르고 너무 달라붙는 남자는 매력 없다느니, 어쩌니 하며 농을 쳤으니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창피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저 시건방진 목을 꺾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해.’
강기를 쳐낸 것을 보면 카이셴 영식은 오러를 쓸 수 있다.
그리고 시드리한 황자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보기에 아까 루아티샤를 안은 채 대신 맞으려고 했던 것도 쇼였다.
저놈은 얼마든지 그 상태에서 강기를 쳐내거나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미친놈. 다치기라도 해서 파에라톤 공녀가 돌봐주길 바란 건가?’
얼마나 여유가 있는 거지?
저런 또라이를 상대해야 하다니.
‘거기에 루아티샤 파에라톤까지.’
설마 저 어린 것이 소드 마스터일 줄은 전혀 몰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아리엘에게 한 짓을 보면 파사(破邪)의 힘까지 가진 것이 틀림없다.
‘젠장.’
레이디 샤본느의 시선이 힐끗 의자에 묶여 있는 아이젤 영애를 향했다.
‘협박이 먹힐까?’
아니, 그건 문제가 아니다.
아이젤 영애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시드리한은 원거리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행동을 봉쇄할 수 있다.
골치 아프다.
‘그렇다면一.’
레이디 샤본느의 몸에서 새빨간 연기가 터져 나왔다.
“조심해! 들이키는 순간 사지가 마비되는 연기다.”
펠릭스의 말에 시드리한이 루아티샤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손을 뻗었다.
쩌적쩍.
연기마저 얼어 붙어버리는 절대적인 한기.
결정화된 연기는 더 이상 퍼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박제되었다.
펠릭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사라졌어?”
레이디 샤본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텅 빈 공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이젤 영애!”
루아티샤가 서둘러 아이젤 영애에게로 달려갔다.
아이젤 영애는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펠릭스가 아이젤 영애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괜찮아. 긴장이 풀려서 정신을 잃은 것뿐이야. 몸 안에 사기(邪氣)가 들어와서 쇠약해지긴 했지만.”
“사기?”
“그래.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힘은 아니었어. 하긴, 그 정도로 강한 힘을 내는 건 뮤리엘 샤본느에게도 부담이었을 테지.”
루아티샤는 펠릭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해 보이는데?’
레이디 샤본느나 아리엘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뭐 하는 사람이길래?’
그냥 장래 유망하고 박학다식한 데다 잘생겨서 사교계에서 유명한 남자 아니었어?
그 스펙을 ‘그냥’이라고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괜찮다는 거죠?”
“후유증이 꽤 오래갈 수 있어. 길게는 몇 년…….”
그 말에 루아티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회복을 돕는다면 효과에 따라 빨리 괜찮아질 거다.”
“방법이 있어요?”
펠릭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들에게 자신의 본거지에 대해 말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함께 뮤리엘과 대적하기까지 했는데 숨기는 것도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一.
“그래, 나에게 맡겨준다면. 그리고…….”
펠릭스가 루아티샤를 빤히 바라보았다.
“공녀에게도 그런 힘이 있는 듯하고.”
“네?”
“공진단이랑 십전대보탕 말이다.”
아니, 그게 여기서 왜 나와?
K-의학 너무 만능 아니야?
‘역시 여주의 버프가 녹아 있는 명약이라 이건가!’
하기야 생각해보면 몸의 기운을 보해주는 약인데 당연히 도움이 될 터였다.
예전에 금제를 풀 때도 바깥에서 해주(解田)하지 못하고 에테르를 강화해 시드리한의 자가면역으로 풀게 하지 않았던가.
“휴, 다행이다.”
루아티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공녀가 직접 만들었다는 게 효과가 유독 좋더군.”
“제가요?”
루아티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는 한의사지, 성녀가 아닌 데요〉 속 여주의 힘을 그대로 계승해서 생긴 일일까?
‘내 손에서는 그 소설 속 설정의 신성력까지 발현되니까.’
하지만 어쩐지 그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아의 몸 밖으로 아리엘을 몰아냈을 때 사용했던 힘.
‘그건 소설 속 여주들의 능력이 아니라 오롯이 내 능력이었어.’
비록 강제로 힘을 쓰는 바람에 후폭풍이 엄청났지만.
‘……천천히 알아보면 될 일이야.’
지금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황후는 지금 아이젤 영애와 레이디 샤본느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슬슬 이상 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파티장으로 보냈을지도 모르죠.”
“아이젤 영애가 공녀의 첩자였던 건가?”
“첩자라기보단 친구죠. 친구는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거잖아요?”
루아티샤가 살짝 윙크했다.
시드리한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귀여워.’
하지만.
‘카이셴 영식에게 저 윙크는 기억에서 지우라고 해야겠군.’
못 지운다고 하면 머리를 몇 번 깨면 될 일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그러다 보면 잊겠지.
‘지금은 주인님 앞이니 가만히 있자.’
시드리한이 목줄이 채워진 온순한 동물처럼 눈매를 휘었다.
펠릭스는 어째서인지 갑자기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아이젤 영애를 일단 이곳에 두고 가는 것이 좋겠어.”
“뭐라고요?”
“아이젤 영애의 신변을 위해서야. 영애가 배신자라는 걸 알면 황후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그 가문까지 문제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一.”
“파에라톤이 비호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첩자였다는 꼬리표가 영애에게 붙을 거야.”
루아티샤는 입술을 깨물었다.
뭐가 됐든 세 사람이 아이젤 영애를 구했다는 건 숨겨야 한다.
이성적으로는 두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황후의 명을 받은 자들이 연회장 주변을 수색하다가 아이젤 영애를 발견할 테니까.
‘그러면 계략을 들킨 레이디 샤본느가 아이젤 영애를 고문한 것으로 끝나겠지.’
황후는 더더욱 아이젤 영애를 신뢰하게 될 거다.
그만큼 아이젤 영애도, 영애의 가문도 안전해지겠지.
하지만 아픈 사람을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황자 전하께서 계시면 의심을 피할 수 없어.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내가 남아 있도록 하지. 내가 레이디 샤본느를 쫓아내고 아이젤 영애를 구한 것으로.”
“으음, 그게 좋은 생각이긴 한데…….”
루아티샤가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카이셴 영식도 정치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을걸요.”
“무슨 소리지?”
“레이디 샤본느와 황후 사이를 이간하면서 카이셴 영식의 이름도 팔아서…….”
“뭐?”
“그때는 진짜로 레이디 샤본느와 한 패인 줄 알고…….”
펠릭스는 기가 막힌 한숨을 내쉬었다.
‘쥐방울만한 게 보통내기가 아니군. 어떻게 또 그런 생각을 한 거지?’
보면 볼수록 놀라운 아이였다.
“그럼 어쩔 수 없군. 그냥 두고 우리 전부 나가는 수밖에. 누가 아이젤 영애를 구했는지는 황후의 상상으로 남겨두자고.”
“뭐라고요?”
“오히려 그편이 더 안전할 수 있어. 사람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루아티샤는 입술을 깨물었다.
카이셴 영식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으, 저는, 괘, 괜찮아요…….”
“영애! 정신이 들어?”
루아티샤가 황급히 아이젤 영애의 손을 붙잡았다.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아이젤 영애가 미소 지었다.
“어서 가세요. 공녀님이 가지, 않으면 오히려 제가 버, 버틴 게 실패가 되잖, 아요. 빨리 가세요. 헉, 다른 사람이 오기 전에.”
헐떡거리면서도 아이젤 영애는 재촉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그 궁인이 물약 병을 찾으러 간 거 아니야? 만약 그걸 가지고 황후에게 가면…….”
“거짓말이에요.”
“뭐?”
“거짓말, 이에요. 가르쳐준 곳.”
루아티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