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7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72화(172/353)
☆ 제172화 ☆
“모르겠, 습니다. 저는 도무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레이디 샤본느가 황궁에서 그런 힘을 사용했다는 것부터 이상한一 콜록콜록!”
거칠게 기침을 토하는 아이젤 영애를 보며 황후는 더 묻지 못했다.
어쨌거나 아이젤 영애는 충성스러운 측근이었다.
지금 상황이 다소 불명확하다고 해서 아픈 사람을 더 추궁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예전 일 때문일 테니까.’
시드리한에게 금제를 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궁의 방위를 따라 설치해야 했던 몇 가지 기물.
당연히 그 기물을 설치한 곳에는 능력 사용 제한이 풀려 있다.
아이젤 영애가 여기에 계속 의문을 가지고 파고 들어가 봤자 난감해지는 것은 자신이다.
황후는 추궁을 멈추고 하인을 돌아보았다.
“영애께서는 정신이 없을 겁니다. 제가 영애를 발견하고 깨웠을 때도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그래…….”
‘혹여 나를 속인 거라면 옆에 두고 지켜보다 보면 티가 나겠지.’
그걸 위해서라도 일단 지금은 전부 다 믿어주는 척을 해야 한다.
황후가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땀에 젖은 아이젤 영애의 이마를 짚었다.
“편히 더 쉬거라. 내 명을 수행하다가 험한 일을 겪었구나. 내 뮤리엘 샤본느를 반드시 잡아들여 널 이리 만든 죄를 물을 것이다.”
“황송합니다, 폐하.”
아이젤 영애는 바싹 마른 입술로 답한 후 힘겨운 듯 눈을 감았다.
‘이걸로 당장의 고비는 넘겼어.’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럴싸한 핑계를 명확히 대지 않는 이상, 황후의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되진 않았다.
분명 루아티샤가 자신을 위해 움직여줄 테니까.
“나야.”
“나라구. 아이젤 영애의 뒷배.”
절체절명의 순간 검을 꼬나든 채 나타났던 것처럼.
* * *
황궁 연회는 무사히 잘 끝났다.
몇몇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예를 들자면…….
촤아악!
“어멋! 미안하구나, 공녀! 괜찮니?”
“으아
“옷을 갈아입어야겠어! 완전히 젖었구나.”
“어, 괜찮은데…….”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래. 내게 여벌 드레스가 있으니 갈아입자꾸나.”
“아니…….”
“공작님이 이 모습 보시면 난리 난다. 제발…….”
내게 와인을 쏟은 것은 고의였겠지만, 혹시라도 우리 가족들이 보게 될까 걱정하는 건 진심이었다.
아니, 이렇게 무서워할 거면 대체 왜 와인을 쏟았담?
옷을 갈아입으며 내 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부인이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황후의 명을 따르긴 했지만, 더 연루될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저런, 안심하긴 아직 이른데.
“우웅, 루루의 드레스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어. 히잉…….”
“지금 입고 있는 옷을 가져가렴.”
“루루의 드레스는 유트라가 특별히 만들어준 건데. 이 천은 아케르나 실크랬는데.”
“지금 공녀가 입은 옷도 실크란다.”
“이건 그냥 실크예요. 아케르나 실크는 열 배 비싸요.”
“……정말 잘 아는구나. 걱정하지 말렴. 내가 아케르나 실크를 보내주마.”
“여기 달린 거 다이아몬드인데.”
“……다이아몬드는 다시 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냥 물에 씻으면一.”
“흐아아아앙! 아빠아아!”
“……다이아도 보내 주마.”
“여기에 사파이어랑 에메랄드도 달렸어요.”
“…….”
“지금 으득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루루한테 화낸 거예요? 히잉, 아빠아!”
“하! 하! 하! 내가 설마 공녀에게 화를 냈겠니. 새 옷에 어울리는 보석들도 한가득 선물 해 주마.”
“우움, 근데 유트라는 엄청 고급 인력이라서 옷을 짓는데 큰돈이 든댔어요. 아빠가 그건 당연한 거래요. 전문 인력은 그만큼 대우를 해줘야 한다구.”
“……파에라톤 공작님께서 정말 딸아이 교육을 잘 시키셨구나. 그냥 유트라에게 새 드레스를 주문하고 내가 그 값을 치르마.”
“와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럼…… 성의 있는 사과는요?”
“뭐?”
“망가진 옷을 변상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진심으로 미안하다면 눈에 보이는 성의를 표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요?”
“……허어.”
“우웅? 루루가 틀린 건가요? 아빠가 그렇게 가르쳐주셨는데……. 아빠아!”
“……조만간 내가 파에라톤 공작저로 성의를 보내마.”
터덜터덜 걸어가던 부인의 뒷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앞에 생생했다.
아아, 누가 그랬던가.
사람의 뒷모습에는 서글픔이 묻어있다고.
그 말이 딱이었다.
‘그러게 누가 황후가 시키는 대로 하래?’
황후의 끄나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씀!
어쨌거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물약병을 찾나 본데.
‘물약을 넣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다니. 황후가 그렇게 머리 좋은 스타일은 아닌데 말이야.’
어지간히 아이젤 영애의 행적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물약병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걸로 안심하긴 이르지.’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오늘은 카이셴 영식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함께 자리하기로 한 사람은 한 명 더 있지만.
* * *
“레이디 샤본느가 밀회 중이라고?”
황후가 목소리를 높였다.
“예, 지금 제도 외곽의 툴르로즈 거리에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황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
지난 황궁 연회로부터 열흘 남짓.
레이디 샤본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샤본느 저택으로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황후는 신중히 움직여야 하는 입장이었다.
“아직 인장을 되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과격하게 움직이면 귀족들이 동요할 겁니다. 혹시 폐하께서 귀족들을 견제하는 건가, 하고요.”
“…….”
“그런 동요를 피하려면 그날 일에 대해 밝혀야 하는데 그럴 순 없지 않습니까.”
아이젤 영애의 조언이었다.
그녀를 의심하는 것과 별개로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 후로 딱히 의심 가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어.’
하기야 할 수 없을 거다. 아이젤 영애는 상한 몸을 정양 중이었으니까.
황후는 아이젤 영애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길드를 섭외했다.
의뢰 내용은 단순했다.
레이디 샤본느의 행적을 추적해서 바로바로 보고할 것.
하지만 단순한 내용에 비해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는데,
“샤본느 저에 레이디 샤본느가 없습니다. 안으로 잠입까지 했으니 확실합니다. 또 지난 황궁 연회 이후로 그녀를 본 사람이 없다더군요.”
레이디 샤본느가 종적을 완전히 감췄기 때문이었다.
짜증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히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 숨는구나.’ 싶었다.
그 후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 드디어 뮤리엘 샤본느의 꼬리를 잡은 것이다.
“그래, 누구와 만나고 있지?”
“카이셴 영식.”
“하!”
연회 날 음료를 의심하던 카이셴 영식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 뮤리엘 샤본느가 그에게 계획 일부에 대해 말을 흘린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리고?”
“파에라톤 공녀입니다.”
“……!”
황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이젤 영애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진정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으려 나를 장기 말로 이용하고 있는 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아니라 파에라톤 공녀와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추측이 사실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황후는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게 머리가 돌아갔다.
“지금 감시자가 붙어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폐하.”
“그렇다면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까지 내게 전해줄 수 있는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흥.”
황후가 턱짓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궤짝을 가리켰다.
사내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궤짝을 열자 눈이 멀 것 같은 광채가 상자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
“그 정도면 충분한가?”
“귓속말까지 그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믿음직스러운 대답이었다.
황후가 짙게 미소 지었다.
뮤리엘 샤본느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든.
감히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 * *
“이런 데에서 만나니까 엄청 어색하네요.”
루아티샤는 아이스 초코를 빨대로 쪽쪽 빨며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요? 카이셴 영식 그리고一.”
루아티샤는 팔짱을 턱 끼고 날카로운 눈으로 레이디 샤본느를 노려보았다.
“레이디 샤본느?”
레이디 샤본느가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부끄러워요.”
“아니, 아니지. 레이디 샤본느는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아. 좀 더 요염하게, 치명적으로!”
“요, 요염……. 우리 아가씨께서 그런 말을…….”
“뭘 새삼 충격받아. 어서 요염한 표정 지으라니까?”
우물쭈물하던 레이디 샤본느一정확히는 레이디 샤본느의 얼굴을 한 아즐이 열심히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우와, 진짜 하는구나.”
“……! 너무해요!”
아즐이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카이셴 영식이 아즐을 위로했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상관을 모시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죠. 저도 잘 압니다.”
“영식의 상관도 성격이 우악…… 아니, 대범한가 봅니다.”
“…….”
아니, 저기요.
다 들리거든요?
루아티샤는 쪼옥쪽 아이스 초코를 마시며 두 사람을 째려봤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군. 이런 식의 폴리모프는 불가능할 텐데 말이야.”
“으음, 그건 영업 비밀.”
카이셴 영식의 말에 루아티샤가 생긋 웃으며 벽을 쳤다.
로판 독자의 특권을 아무에게나 말해줄 순 없지!
“그런 것보다 우리는 나눠야 할 말이 많지 않아요?”
“그렇지.”
“그러면 이제 카이셴 영식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어떻게 아이젤 영애가 갇혀 있는 창고까지 왔는지.”
그 말에 카이셴 펠릭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있는 그대로 다 말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모르는 척하는 것도 우습다.
‘아니, 오히려 파에라톤 공녀가 정말 〈계승자〉라면 협력해야 해.’
아니, 협력이 아니라 자신이 파에라톤 공녀를 따라야 할 판이다.
‘물론 진짜 〈계승자〉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펠릭스는 긴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이디 샤본느가 그날 파티에서 공녀에게 위해를 가할 거라는 걸 나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
* * *
열흘 전, 황궁 연회의 파티장.
주스를 마시고서도 루아티샤가 무사한 것을 보고 펠릭스 카이셴은 의문을 느꼈다.
‘저 음료에 수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하지만 루아티샤도, 그 곁의 황족들도 다들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아니,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황후가 희게 질린 채 자리를 떴으니까.
하지만 그건 음독한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이 틀어진 것처럼…….’
펠릭스의 시선이 자연스레 레이디 샤본느를 향했다.
황후 쪽이 무언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따라나설 수는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일은 레이디 샤본느를 감시하는 것이었으니까.
루아티샤가 가족들과 있기 때문일까?
예상과는 다르게 레이디 샤본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파티를 즐기는 것 같은 모습.
하지만 곧 황후의 측근 시녀와 함께 자리를 뜨는 모습을 포착했다.
‘……역시 황후와 손을 잡은 것인가. 그렇다면 아까 그 반응은…….’
펠릭스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조심스레 그 뒤를 밟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회랑에 서는 별문제 없었지만, 그들이 황족 전용 휴게실이 있는 회랑으로 접어들자 사정이 달라졌다.
혹여 들킬까, 거리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데.
레이디 샤본느가 아이젤 영애를 납치해가는 것 아닌가.
당황해서 나가려는 찰나, 자신보다 조금 앞에서 궁인 한 명이 나타나 아이젤 영애를 받아 드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군.’
그는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황궁 건물 안에서는 오러나 마나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건 사기(邪氣) 역시 마찬가지.
혹시 궁인이 따로 황궁 밖으로 아이젤 영애를 빼돌린다면 그때 막아서도 늦지 않으리라.
그런데 레이디 샤본느가 아이젤 영애를 끌고 간 곳은 황궁 안에 있는 창고였다.
오히려 다행이다, 하고 안도하고 있는데 건물 안에서 희미한 기운이 느껴졌다.
희미하지만 아주 사특한 기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