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7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73화(173/353)
☆ 제173화 ☆
‘설마……. 황궁에서 능력 사용이 가능하다고?’
펠릭스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궁인을 보고 나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다행히 기운이 거세지는 않았다.
아이젤 영애의 목숨에는 별문제가 없으리라.
무엇보다 아이젤 영애가 어떤 인물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돕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었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르니까.
그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궁인이 레이디 샤본느에게서 물약병을 찾아오라는 명을 듣고 자리를 떴다.
거기서 펠릭스는 깨달았다.
‘음료에 장난을 칠 계획이 맞았군. 그런데 아이젤 영애가 빼돌린 거고.’
아이젤 영애는 뮤리엘 샤본느와 관계없는 사람이다.
확인했으니 구하는 게 맞았지만.
‘뮤리엘 샤본느에게 내 정체를 들키게 된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사기가 거세지면 끼어들어도 되니까.
그런데.
“……?”
웬 분홍색 솜사탕이 구르듯 달려왔다.
한 손에는 등짝만한 대검을 집어 들고서.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솜사탕이 안으로 쏙 들어갔다.
“……?!??!”
말릴 새도 없었다.
입을 떡 벌렸던 펠릭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망아지 같은……!”
낄 데에 껴야지!
뮤리엘 샤본느가 파에라톤 공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녀의 타깃은 처음부터 파에라톤 공녀였으니까.
펠릭스가 이를 악물었다.
정체가 들키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끼어드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고민은 길게 이어 지지 못했다.
쿠구구궁一.
“……!”
폐부를 짓누를 정도로 불쾌하게 끈적이는 기운이 창고에서부터 넘실거리며 피어올랐다.
‘미친……! 애를 죽일 셈이야?!’
이렇게 된 이상 더 재고 따질 순 없다.
펠릭스는 검을 소환한 채 그대로 달려 나갔다.
* * *
“그렇게 된 거다.”
카이셴 영식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럼 처음부터 레이디 샤본느를 경계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래.”
“와, 난 영락없이 연상의 매력에 푹 빠져서 칠렐레 팔렐레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에요.”
카이셴 영식이 억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메티스에서 공녀가 샤본느에게 접근할 때마다 내가 막아서지 않았나?”
“나를 괴롭힌 거 아니고요?”
카이셴 영식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고고, 그만 놀려야지.
“그렇게까지 날 걱정해줬는지는 몰랐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욕했네.”
“걱정은.”
카이셴 영식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어린애가 험한 꼴을 당하면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런 것뿐이야.”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카이셴 영식이 왜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잘못하면 오글거릴 수 있는 말을 얼굴로 커버하네.
“근데 욕했다고?”
“지, 지난 일이잖아요! 지난 일!”
카이셴 영식이 히히 웃는 나를 가느스름하게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내 머리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여간에.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一.”
탁.
“아, 죄송합니다.”
종업원이 테이블 위에 쿠키가 가득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졸지에 접시로 손등을 얻어맞은 카이셴 영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입니다.”
종업원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뒤 나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인상의 흑발 남자였다.
그와 내 눈이 잠시 마주쳤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종업원이 자리를 뜨자 카이셴 영식이 내게 속삭였다.
“……저 남자, 아무래도 수상 해.”
“왜요?”
“아까부터 묘하게 먼 듯 가까운 거리에서 서성이고 있어. 기감이 좋은 자라면 대화를 들었을지도 몰라.”
“어머, 정말요? 그거 정말 큰 일이네.”
“……하나도 큰일이라는 반응이 아닌데.”
카이셴 영식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저쪽 신사분께서 보내 주신 쿠키를 오독오도독 씹어 먹었다.
음, 맛있다.
“그러는 공녀는 어떻게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지?”
“나는 아이젤 영애가 보낸 사인을 보고요.”
“사인?”
그날, 가족들에게서 뽀뽀 금지 일수를 줄이는 대가로 재산을 뜯어…… 아니, 받고 나서.
나는 레이디 샤본느가 궁인에게서 샴페인을 건네받는 걸 봤다.
그 직후 아이젤 영애가 레이디 샤본느에게 말을 건네는 것까지도 보았고.
샤본느에게 말을 건네면서 아이젤 영애는 등 뒤로 내게 손 짓했다.
샴페인을 건네고 간 궁인을 가리키고, 레이디 샤본느를 가리키고 동그라미.
두 사람이 한패란 뜻이다.
샤본느와 함께 연회장을 나서면서 아이젤 영애는 귀 뒤로 머리카락을 세 번 넘겼다.
“그건 들켰다는 뜻이에요.”
“의외로 치밀하군. 아이젤 영애는 어떻게 들킨 걸 안 거지?”
“황후 전용 휴게실에서 나올 때 회랑에서 궁인을 봤대요. 그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홀에 오니 그 궁인이 샤본느에게 샴페인을 건네고 있더래요. 의심하지 않는 게 더 어렵죠.”
“하지만 같은 사람인 걸 알아챈 건 대단한 일이야.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생김새를 인식하지 않게 되거든.”
“아이젤 영애는 관찰력이 정말 좋거든요. 귀의 생김새로 동일인인 걸 알아낸 적도 있고.”
엣헴.
나는 가슴을 쭉 내밀며 자랑했다.
“왜 공녀가 더 자랑스러워하는 거지?”
카이셴 영식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카이셴 영식은 왜 레이디 샤본느를 감시하고 있던 거예요?”
내 말에 카이셴 영식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힐끗 종업원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건 나중에 말하는 게 좋겠군.”
시선을 느낀 종업원이 질세라 카이셴 영식을 노려봤다.
‘쟤는 또 왜 저래.’
나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 * *
황후는 만면에 화색을 띠었다.
귓속말까지 전해주겠다는 말대로, 길드가 그녀에게 보고한 내용이 참으로 자세하고 상세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황후는 보고서를 전부 다 읽은 후 미간을 찌푸렸다.
거금을 주고 의뢰를 맡긴 만큼 길드가 일을 잘해서 좋은 건 좋은 거지만.
“흐음, 카이셴 영식이 이리도 여색을 밝히는 자인 줄 몰랐구나. 그래도 제온 파에라톤과 함께 또래에서는 가장 이름이 드높은 귀공자인데.”
“원래 사람에게는 이면이 있는 법이죠.”
“후우, 연상 킬러라니……. 백 장미의 귀공자라는 말이 아깝구나.”
쯧, 황후가 혀를 찼다.
보고서에는 카이셴 영식이 얼마나 레이디 샤본느에게 홀라당 빠졌는지 적혀져 있었다.
“어쩜 핏덩이 앞에서 이리 망측한 말을. 뭐? 지난 밤새 그대가 보고 싶어 어찌나…… 어머, 어머머머!!”
황후는 차마 끝까지 문장을 읽지 못했다.
이번 만남은 그야말로 카이셴 영식과 레이디 샤본느의 밀회나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파에라톤 공녀를 데려간 것은 다른 사람들 눈을 가리기 위한 용도일 뿐이었다.
“후우, 불륜 남녀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다니. 내 오늘만큼 파에라톤 공녀에게 마음이 간 적은 처음이야. 아직 어리니 설마 자기가 방패막이인 줄도 모르겠지.”
비록 레이디 샤본느의 남편이었던 샤본느 백작은 죽은 지 오래지만, 뮤리엘은 샤본느의 주인으로서 행세하고 있었다.
그런데 젊은 남자와 이리 놀아나다니!
황후는 상세하게 적힌 대화 내용을 불쾌하다는 듯 힐끗 보고는 탁 덮었다.
“내 눈이 더러워진 느낌이구나. 하나 칭찬할 건 칭찬해야겠지.”
황후는 시립해 있는 상대를 향해 치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에체시스 용병단. 랭킹 1위의 S급 길드답구나. 일 처리가 빠르고 확실하군.”
“감사합니다, 폐하.”
“정보 길드에 맡긴 게 아니라서 은연중에 걱정했는데. 오히려 정보 길드보다 더 낫구나.”
어쩌면 뮤리엘 샤본느를 무력으로 제압해야 할 수도 있어서 부러 강맹하다는 용병 길드에 맡긴 거였다.
예전에 시드리한에게 금제를 걸 때 샤본느가 사용한 무지막지한 힘을 보았으니까.
‘이걸로 확실해. 아이젤 영애는 결백하고 망할 뮤리엘 샤본느가 감히 본후를 가지고 논 것이다!’
일전에 아이젤 영애를 구했다는 황궁 기사까지 찾아왔으니 더더욱 분명했다.
기사의 행적을 뒤에서 조사해 봤을 때 정확히 일치했고.
‘뮤리엘 샤본느…… 감히 본 후를 배신한 죄는 반드시 물을 게야.’
뮤리엘을 향해 이를 간 황후가 입을 열었다.
“내 필요할 때 그대를 다시 불러도 되겠느냐.”
“저희는 충성을 맹세할 수 없습니다. 황후 폐하께서 부르신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겠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一.”
제국의 황후에게 하기에는 지나치게 건방진 말이었다.
“돈값만큼은 확실히 합니다.”
그러나 황후는 만족해서 입매를 올렸다.
충성.
그깟 얄팍한 것을 믿다가 자신이 얼마나 큰 봉변을 당했던가?
아끼던 측근 시녀들이 단번에 배신했던 일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해서 아이젤 영애에 관해서도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돈을 따르겠다는 말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적어도 받은 의뢰는 완벽히 수행하겠다는 말이니까.
“후후, 마음에 드는군. 다시 보지.”
길드원이 읍하고 자리를 떴다.
황후는 그 모습을 보며 우아하게 차를 마셨다.
그리고 완전히 문이 닫히는 순간.
“흠흠…….”
황후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꼴 보기 싫다는 듯 덮었던 보고서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어머! 어머머! 웬일이야! 어머! 망측해라!”
망측하다는 말과 달리 황후의 시선은 보고서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불륜 막장 드라마는 이곳에서도 흥했다.
* * *
황궁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에체시스 용병단의 마법사, 네미스는 바로 순간이동을 했다.
목적지는 제도 외곽의 툴르로즈 거리에 있는 커피 하우스.
루아티샤가 카이셴 영식과 만났던 바로 그곳이었다.
겉은 일반적인 커피 하우스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에체시스의 아지트 중 한 곳이었다.
아지트에는 용병단장인 에첸이 긴 다리를 꼰 채 방만하게 앉아있었다.
네미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단장, 기분이 나빠 보입니다?”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뭐, 쪼까마난 애랑 허여멀건 하니 잘생긴 머스마, 섹시한 누님이 다녀가고 난 뒤로 그러는데.”
대답은 단장이 아니라 산적 같은 몸을 한 바렌에게서 나왔다.
“아, 파에라톤 공녀와 그 일행 말이군. 근데 왜 기분이 나쁘시지?”
“낸들 아나. 그 머스마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데. 허기야, 나도 분내 날 정도로 곱게 생긴 놈들 보면 기분이 좋진 않더만.”
“그거야 네 녀석 사정일 테고. 단장이 너랑 똑같냐.”
네미스가 소파에 앉으며 에첸에게 물었다.
“애초에 왜 굳이 단장이 파에라톤 공녀 일행을 직접 감시한 겁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황후한테 보고한 내용도 완전히 그짓부렁 아녔소?”
“거짓이라고?”
네미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슬쩍 보니께 그 머스마를 뭔 제비로 만들더만. 사실 그 머스마는 누님하고는 얘기하지 않고 고 쪼까미랑만 말하지 않았소?”
네미스의 안색이 변했다.
“단장, 이거 의뢰를 완수하지 못한 것 아닙니까? 단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았던 우리가 이런 식으로 거짓 보고를 하다니!”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에첸이 입을 열었다.
“실패가 아니다. 선의뢰가 있었으니까.”
“선의뢰?”
“황후의 의뢰를 받아 속여달라는 의뢰였다.”
“그, 그럼…….”
황후가 에체시스 용병단에 이런 의뢰를 맡긴 게 완전한 우연은 아니었단 뜻인가?
아니, 그것보다一.
“그런 의뢰를 받아도 됩니까?! 이건 신의의 문제입니다! 의뢰를 받아 다른 의뢰인을 속였다는 소문이 나면 누가 우리에게 일을 맡기겠습니까!”
“그래도 단골을 챙겨줘야지.”
“단골?”
“설마, 선의뢰주가…….”
“그래, 수르아다.”
“아…….”
네미스와 바렌의 입에서 동시에 탄식이 나왔다.
“뭐, 수르아라면 어쩔 수 없군.”
“우리 명성에 흠집 나지 않게 알아서 조용히 잘 해결해주시겠죠.”
“수르아는 신의를 아는 장사치니까.”
“수르아 씨의 수완은 정말 대단하고.”
에첸이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처음 수르아를 봤을 때만 해도 의심하지 못해 안달복달이더니.
‘이제는 어째 나보다 수르아를 더 믿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一.
‘흥, 이제야 알다니.’
一하는 기분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그녀를 따르는데 자신이 배가 부른 걸까?
“그러고 보면 수르아 씨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거 같습니다.”
“사람이 진국이지.”
“수르아 씨랑 결혼하는 남자는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그렇지 않소, 단一 헉!”
에첸을 향해 고개를 돌린 바렌이 숨을 삼켰다.
야차다.
야차가 여기 있다.
에첸이 고개를 비딱하게 기울였다.
“결혼?”
“어…….”
“매력?”
“그, 그게…….”
“이러다 수르아를 보면 청혼이라도 하겠군.”
에첸의 눈동자가 짙게 물들었다.
집채만한 몬스터 앞에서도 물러서긴커녕 오히려 투지를 빛냈던 두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심장이 오그라붙는 것만 같았다.
‘죽는다!’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
갑자기 여태까지 에첸에게 걸렸던 몬스터들이 불쌍해졌다.
이런 괴물을 상대해야만 했다니.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입을 놀렸다.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단장이랑 수르아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一.”
그 말에 야차 같던 에첸의 표정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그래?”
희미한 미소와 온화하게 풀린 눈매.
“…….”
“…….”
바렌과 네미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마치 성자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에첸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얄팍할 수 있단 말인가.
한때 에첸을 속을 모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곁에서 함께하며 생사를 넘나들어도, 도저히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고.
그건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르아 얘기만 나오면 사람이 무슨 유리보다도 더 투명해지네.’
‘진창보다도 더 혼탁한 사람이 수르아 씨 얘기에는 맑디맑은 청정수가 되어버리다니.’
어디에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때, 시계를 본 에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그 의뢰주랑 약속이 있어서.”
그 말에 바렌이 눈을 빛냈다.
“오, 나도 간만에 수르아랑 얼굴이나 볼…….”
에첸의 얼굴을 본 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一보, 볼 필요는 없겠지! 하하하!”
바렌이 눈물 젖은 눈으로 웃었다.
더럽고 치사하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