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7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75화(175/353)
☆ 제175화 ☆
에첸은 대답이 없는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다.
한없이 고요한 시선.
그러나 도무지 정면으로 견디기 힘든 시선이었다.
결국 네미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게, 그건……. 아무래도 자신은 애인으로는 부적격하다는 간접적인 의사 표현으로, 그러니까一.”
그냥 단장을 차면서 핑계 댄 거 같은데요.
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 나이에야 비로소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무자비한 맹수에게 조금이라도 덜 상처 주기 위해서 열심히 말을 돌리는 중이었다.
후, 이 눈물 나는 우정과 동료애를 보라.
하지만.
“부적격?”
에첸의 왼쪽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루…… 수르아가 부적격하다고?”
감히?
에첸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아니, 왜 그 포인트에서 화를 내…….’
네미스는 어이가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지 않소? 뭔 의미를 찾고 있는지. 본인 입으로 바람둥이라고 했으니 바람피우는 중이겠지.”
보다 못한 바렌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퉁명스레 말하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렌의 의도를 알아챈 네미스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수르아 씨도 그렇게 안 봤는 데, 바람둥이라니. 실망입니다.”
“그런 여자는 포기…… 아니, 포기도 아니지.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잊는 게 낫소. 거참, 사생활이니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바렌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애초에 그들은 비즈니스적으로 얽힌 관계 아닌가.
일 년 넘게 계약이 계속되고 그만큼 자주 만나다 보니 사적으로도 친해졌을 뿐.
‘……수르아도 단장에게 호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 잘못 짚은 모양이군.’
에첸을 바라볼 때면 수르아의 눈동자 반짝반짝 빛나고 뺨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건 본인보다 남들에게 더 잘 보이는 감정이었다.
네미스와 바렌이 보기엔 수르아도 연애 고자가 틀림없었다.
‘둘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연애를 하면 단장의 지랄 맞은 성격도 좀 누그러질 테고.’
에첸은 용병단의 구심점인 단장이면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아니,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다.
그는 언제라도 미련 없이 떠날 사람 같았다.
하지만 수르아를 만나고 나서는 가끔씩 에첸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마저도 전부 수르아와 얽혀 있을 때뿐이었지만.
‘……하지만 수르아가 저렇게 말한 걸 보니 영 가망이 없군.’
‘수르아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말한 거여도 바람둥이에게 우리 순진한(?) 단장을 내주긴 좀…….’
‘그렇다면 그냥 포기시키는 게 낫겠지.’
“에이! 이럴 땐 술이나 진탕 마시고 다 잊어버리는 게 최고요!”
그러다 보면 숙취와 함께 어느새 실연의 상처도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게 바렌의 생각이었다.
‘단장이 술에 취해 주정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러고 보니 단장은 술 한 모금 입에 댄 적 없지 않나?’
거친 용병답지 않은 반듯함이었다.
이렇게 올곧고 바른(?) 단장을 바람둥이의 어장에 넘길 순 없다!
바렌과 네미스가 시선을 교환했다.
함께 술도 마시며 실연의 상처를 다독이다 보면 에첸도 자신들에게 벽을 허물 터!
어디까지나 희망 편이었지만, 이들은 알지 못했다.
언제나 현실은 희망 편보다 절망 편에 더 가깝다는 것을.
“수르아 씨, 그렇게 안 봤는 데. 사람이 좀 너무하네.”
“에이, 그런 여자랑은 애초에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이오!”
“그냥 원래대로 공적으로만 대하도록 하죠. 아니, 앞으로는 의뢰도 그냥 서면으로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헹, 그런 바람둥이랑 결혼할 남자가 불쌍一.”
“지금.”
지옥의 지저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
바렌과 네미스의 말이 한순간에 뚝 끊겼다.
“수르아가 잘못했다는 말인가?”
에첸의 눈동자에서 새빨간 살기가 일렁였다.
딸꾹.
“아, 아니. 그게…….”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입으로 바람둥이라고 시인한 거잖아?
그럼 바람피우는 게 잘한 건가?
당연히 잘못한 거지!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지 짝사랑 상대 좀 욕했다고 눈 돌아간 것 좀 봐.
저 눈은 진짜다.
진짜로 죽일 기세야.
목숨은 하나이며 소중했다.
바렌과 네미스는 바짝 말라버린 목구멍을 쥐어짰다.
“……자, 잘한 것 같……기도……?”
“바람이…… 꼭 나쁜 건…… 음, 아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듯한 느낌이…….”
대체 내 입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걸까.
두 사람은 울고 싶었다.
애초에 수르아를 욕한 것도 에첸을 위해서 아니던가!
‘이래서 연애 상담하는 것들은…….’
떼잉, 쯧!
5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기대로 눈을 초롱초롱 빛냈던 건 잊어버렸다.
“바람둥이인 건 수르아의 잘못이 아니다.”
에첸이 단호하게 말했다.
“수르아를 유혹한 놈들의 잘못이지.”
예?
이 무슨 신박한 개소리…….
네미스와 바렌의 얼굴이 묘해졌다.
“죽인다.”
우지끈!
에첸의 손안에서 원목 테이블 귀퉁이가 부서졌다.
“감히 수르아를 미혹해서 억울한 누명을 씌우다니.”
에첸이 알지도 못하는 상대를 향해 이를 으득 갈았다.
‘아, 이거 연애 상담이 아니었구나…….’
‘살인 상담이었어. 어쩐지.’
‘하하, 그럼 그렇지. 단장이 연애 상담이라니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
상식을 아득히 넘어가는 발언에 네미스와 바렌은 잠시 현실 도피를 했다.
“단장! 정신 차리쇼! 드디어 미친 거요?!”
“우리가 의뢰를 받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수하는 놈들이라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에첸이 고개를 비딱하게 기울였다.
“뭐가 다르지?”
“예?”
“어차피 칼에 피를 묻히는 건 똑같은 일이야.”
“살인 청부는 범죄 길드에서나 받는 일입니다!”
에체시스 용병단의 명성은 단순히 무위가 높기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는 의뢰는 억만금을 줘도 단칼에 거절하기에 각광받았다.
“사람의 경우일 때 말이지.”
에첸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게 몬스터의 피든, 감히 수르아의 마음을 어지럽힌 방울 뱀의 피든 차이가 있나?”
아니, 무슨 논리적인 척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있어.
그 방울뱀도 인간이라고, 인간!
심지어 진짜 방울뱀도 아니잖아!
틀렸다. 말이 안 통한다.
‘어쩐지. 여태까지 그 어떤 절세 미녀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것부터 좀 불안했어.’
한 번 반하니까 진짜 또라이가 따로 없었다.
‘……이쯤 되니 평범한(?) 바람둥이인 수르아가 불쌍해지는데.’
‘어쩌다 이딴 또라이한테 걸려서는.’
네미스와 바렌은 결국 포기했다.
‘에이, 몰라. 알아서 하겠지.’
원래 치정 싸움은 끼는 게 아니랬다.
하지만.
“에체시스의 전 인력을 투입해서 방울뱀들의 소재를 파악한다.”
“예?”
“건들지 마. 뱀을 박멸하는 건 내가 직접 하지.”
아니, 지금 랭킹 1위 S급 용병단을…… 아무리 쉬운 의뢰를 맡겨도 최소 4인 가구의 반년 생활비가 든다는 고급 인력을…….
‘치정 싸움에 써먹겠다고?’
황당하다 못해 기가 막혔다.
돌이 된 두 사람을 향해 에첸이 고개를 까딱였다.
“뭐해? 어서 일 시작하지 않고.”
‘……그냥 용병일 때려치울까. 벌어둔 돈도 많은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단장, 그럼 수르아가 싫어할지도 모르오.”
바렌의 말에 네미스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짝사랑 상대가 딴 남자 만난다고 그 남자를 죽이네, 마네 하는 미친놈이 잘도 그 말에 귀 기울이겠다.
그런데.
“싫어한다고?”
에첸이 당황하는 게 아닌가?
‘……이게 통하다니?’
“생각해보시오. 일단은 수르아가 그 양다리 피해자…… 아니, 방울뱀한테 현혹된 상태 아니오? 근데 단장이 그 뱀을 슥삭 해버리면 당연히 단장이 싫겠지.”
에첸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깊은 고뇌에 빠진 에첸을 보고 네미스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간단하지 않소? 단장이 그 방울뱀들을 전부 잊을 정도로 수르아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되는 거요.”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혹하시오.”
“유혹…….”
에첸이 따라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지? 묘하게 순진한 어린애한테 나쁜 걸 가르쳐주는 기분이 드는데.’
찝찝함에 바렌이 입맛을 다셨다.
‘에이, 단장 나이가 몇인데. 정확히 몇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성인이었고…….’
그냥 연애 고자에게 알려주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드나 보다.
바렌은 애써 찝찝함을 날려보냈다.
그리고 네미스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수르아 씨를 유혹해서 단장의 포로로 삼는 겁니다.”
“내 포로…….”
“다른 남자 따위 눈에 들어오지도 않도록!”
“수르아 씨가 온종일 단장만 생각하도록!”
“내 생각만 하는 수르아…….”
에첸의 얼굴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네미스까지 찝찝해지기 시작했다.
‘왜 어린애한테 이상한 사상을 주입하는 기분이 들지?’
연애 고자라서 그런가?
‘어쨌든 이걸로 고비는 넘겼군.’
‘미안합니다, 수르아 씨.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 또라이는 수르아 씨가 책임져 주십시오.’
‘앞으로는 바람둥이라 욕하지 않겠소. 이런 또라이한테 물렸으니 물리기 전에라도 신나게 놀았어야 수지타산이 맞지.’
두 사람은 멀리 있는 수르아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수르아가 들으면 억울해서 팔짝 뛸 일이었다.
신나게 놀긴커녕, 그녀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모태 솔로였다.
Chapter 29.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젤 영애의 모습에 황후는 직접 일어나 그녀를 반겼다.
“어서 오거라. 몸은 좀 괜찮은 게냐?”
“예, 폐하. 폐하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입니다. 보내주셨던 귀한 약재는 잘 먹었습니다.”
황후는 다정하게 아이젤 영애의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후우, 얼굴이 반쪽이 되었구나. 내 한 번 더 약을 지어 보내주마.”
“황공합니다, 폐하.”
황후는 신뢰가 듬뿍 묻어나는 시선으로 아이젤 영애를 바라보았다.
“참, 그러고 보니 오리스 경은 만났느냐?”
“아니요, 저택에서 정양 중이었어서 아직……. 하지만 오리스 경께서 절 구해주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래, 참으로 훌륭한 기사 아니더냐.”
“어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내가 따로 그날 오리스 경의 행적을 조사해봤는데 확실하더구나.”
무심코 말하던 황후가 아차, 하고 말을 덧붙였다.
“아, 오해는 말거라. 오리스 경과 뮤리엘 샤본느가 한통속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알아본 거니까.”
거짓말.
‘나를 의심해서 알아본 서면서.’
아이젤 영애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었다.
“제가 어찌 폐하의 행보에 의문을 품겠습니까.”
“후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하지만 영애는 그게 진심이라는 걸 증명해낸 유일한 사람이야.”
황후가 아이젤 영애의 손을 움켜쥐었다.
“아이젤 영애, 그대가 내 시녀가 되고 나서 몇 번이나 충성을 시험받을 일이 생겼지.”
“폐하…….”
“그때마다 영애는 남다른 충성심을 보였어. 심지어 이번에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였는데도 나와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네.”
“마땅한 일입니다.”
차분히 고개를 숙이는 아이젤 영애를 보고 황후는 미소 지었다.
왜 이런 귀한 보석을 진작 알아보지 못했을까?
다른 시녀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나는 그 어느 순간에도 영애를 믿을 것이야. 그리고 영애가 보여준 충성에 나 역시 진심을 표할 것이네. 어디,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는가?”
이건 아이젤 영애를 높은 자리에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돼. 영애는 내가 아끼는 측근이니 아직은 내 곁에 더 머물러 주게. 나는 영애를 크게 쓸 생각이야.”
“화, 황공합니다, 폐하.”
황후는 고개를 조아리는 아이젤 영애를 보고 미소 지었다.
아마 고개 숙인 얼굴은 감격에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젤 영애의 표정은 감격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한없이 냉철하게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역시 공녀님을 믿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길 잘했어. 이걸로 다음에 어떤 일이 있어도 황후는 나를 신뢰할 거야.’
그저 몇 마디 말로 장래를 약속하며 부리는 사람.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쓰다 버리는 말로 취급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고도 자신을 구하는 사람.
누구를 따를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감금당했을 때, 설마하니 루아티샤가 직접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혼자서.
‘거기다 카이셴 영식과 가짜 샤본느와 만나는 연극도 하셨어.’
덕분에 자신은 이중, 삼중으로 의심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
잘 끝나서 다행이지만, 그 연극 역시 루아티샤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젤 영애는 지금 이 일이 좋았다.
단순히 황후의 측근 시녀로서 활약하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해서 거대한 무언가에 대항할 때 가슴이 벅찼다.
살아있는 느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오리스 경은 널 감금하고 있던 자가 샤본느라는 걸 보지 못한 모양이다.”
“샤본느가 왜 저를 감금하고 있었는지 설명하려면 난감했을 텐데. 잘됐군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어쩔 수 없이 샤본느를 당장 처벌하진 못하지만, 영애를 감금하고 고문한 죗값은 반듯이 치르게 할 것이다.”
“황공합니다, 폐하.”
그때였다.
“폐하, 손님이 왔습니다.”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 궁인이 황후에게 고했다.
“손님? 부른 사람은 없는데……. 누구지?”
“레이디 샤본느입니다.”
“……!”
황후도, 아이젤 영애도 순간적으로 동요했다.
설마 뮤리엘 샤본느가 직접 황후궁에 찾아올 줄이야!
‘오히려 잘됐어.’
아이젤 영애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눈을 빛냈다.
‘황후는 완벽하게 나를 믿는 상황이야. 오늘 뮤리엘 샤본느를 처리할 도화선을 찾는다.’
자신이 찾아내기만 하면 루아티샤가 반드시 불을 붙여줄 것이다.
절대 꺼지지 않는 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