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8화(18/353)
☆ 제18화 ☆
“정말 울보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날 토닥이는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흑, 히끅, 그, 그럼 약속이에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아빠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어두 우리 아빠 하기로.”
“그래, 약속하마.”
나는 새끼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약속!”
아빠는 아주 어색하게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런 약속을 처음 해보는 것 같았다.
‘엣헴! 그럼 내가 가르쳐줘야지.’
K-약속을 알려줘야겠다!
아빠가 손가락을 빼려 해서 나는 엄지를 꼬물꼬물 움직였다.
“빼면 안 돼요! 도장 찍어야 해요.”
“도장은 지금 없는데.”
심각하게 중얼거리는 그를 보니 푸스스 웃음이 나왔다.
앗,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나는데.
나는 얼른 심각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
“도장은 이렇게 찍는 거예요.”
나는 엄지를 꾹 마주 붙였다.
“그 다음엔 싸인도!”
아빠 손은 커다랬다. 나는 그 손바닥에 ‘파에라톤’이라고 슥삭슥삭 글씨를 썼다.
“아빠두요. 어서요.”
아빠는 날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 손바닥에 싸인했다. 공간이 너무 작았지만, 뭐.
“마지막은 이렇게!”
손바닥끼리 부비부비해서 복사까지 하고 나자 나는 아주 만족했다.
히히 웃고 있으니 아빠 역시 픽 웃었다.
“마지막 건 무슨 뜻이지?”
“복사요! 우리 약속을 서로 손바닥에 새겨서 복사해서 하나씩 갖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절대 어길 수 없겠군.”
“응! 이제 무슨 일이 있어두 내 아빠인 거예요.”
우리는 서로의 맹세를 손바닥에 새겼으니까!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물었다.
“내가 잘생기지 않아도?”
……예?
“부자이거나 너한테 껌뻑 죽지 않아도?”
그제야 머릿속에 우리 아빠 아니라며 난리 쳤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으아아아!’
“생각해봤는데 네 아빠의 조건 말이야. 그거 다 나를 말하는 거 같아.”
그렇게 말하는 아빠의 표정이 무척 오만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잘생겼고 돈도 많으니까.
하지만
“나한테 끔뻑 죽는 조건도요?”
“……그래.”
느리지만 아주 확실한 어조였다.
“네가 죽으라면 나는 죽고 싶어질 테니까.”
나는 멍하니 아빠를 바라보았다.
입꼬리를 나른하게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은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었다.
Chapter 5. 내 돈 받으러 왔어요, 후작님
뾱.
뾱. 뾱.
뾱. 뾱. 뾱. 뾱.
가신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파에라톤 공작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뾱뾱 소리가 울렸다.
‘각하께서 이런 소음을 참아 주실 분이 아닌데.’
누군지 몰라도 당장 경을 치르게 될 것이다.
헌데 정작 파에라톤 공작은 아무 반응 없이 서류에 싸인을 하고 있었다.
‘대체 뭐지?’
서로 눈빛을 교환해봤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뾱뾱뾱뾱뾱뾱
뾱뾱 소리의 빈도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파에라톤 공작의 손이 멈칫했다.
‘역시.’
‘저런…….’
가신들은 소음을 만들어낸 자에게 애도를 표했다.
뾰뵤뵤뵤뵤뵤뵤뵤뵤一.
소리가 더 심해지는 순간이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파에라톤 공작이 사라졌다.
책상 위에 그가 들고 있던 만년필만 덩그러니 남았다.
“……?”
“무, 무슨 일이죠?”
“설마 죽이러?!”
가신들이 두리번거릴 때였다.
“그렇게 뛰면 넘어져서 아야 한다.”
창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 뭔가 공작님 목소리랑 비슷한 거 같은…….”
“예끼, 이 사람! 전혀 다르구먼 그게 무슨 망발인가? 주군의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 건가?”
“그러게 말일세. 우리 각하 목소리가 언제 저리 꿀 떨어질 것 같이 다정하셨나!”
“그래, 게다가 무려 ‘아야한다’니! 그런 상냥하고 친절한 언사를 하실 분이 아니네!”
가신들은 마치 파에라톤 공작이 모욕이라도 당한 듯 언성을 높였다.
“그, 그럼 대체 누구죠?”
그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였다.
“꺄아!”
정원에서 꺄르륵 맑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였다.
‘어린애 웃음소리?’
파에라톤 공작저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소리건만……!
가신들은 우르르 창가로 다가갔다.
정원에서는 파에라톤 공녀가 공작에게 몸이 잡힌 채 뭐가 그리 즐거운지 꺄륵꺄르륵 웃고 있었다.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가신들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아까 그게 정말 각하의……?”
크나큰 충격에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도 못했다.
가신들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유능한 자들이었다.
곧 상황을 완전히 파악했다.
“아, 꿈이었구나. 난 또, 깜짝 놀랐네.”
“정말이지 사나운 꿈자리야. 그 어떤 악몽도 이보다는 무섭지 않겠지.”
“흉몽도 이런 흉몽이……. 깨고 나서 신전에 제라도 올려야 하나.”
이 무섭고 두려운 악몽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가신들이 식은땀을 닦으며 서둘러 꿈에서 깨려 했다.
하지만.
“어?”
“왜, 왜 깨질 않지?”
눈에 핏발이 설만큼 힘을 줘도, 꼬집고 때리고 난리부르스를 춰도 여전히 꿈속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지금 이 모든 일이 현실이란 말인가?!’
가신들은 삐그덕삐그덕거리는 얼굴로 정원을 내다 보았다.
품에 잡힌 채 그늘 한 점 없이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말랑말랑하게 부푼 뺨.
곱게 접힌 동글동글한 눈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짤따란 팔다리.
‘으윽…….’
심장에 무리가 올 정도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만.
“아빠아! 내려줘어! 이힛, 내릴래애!”
그 애기를 잡고 있는 게 파에라톤 공작이라는 게 문제였다.
파에라톤 공작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아이가 바동바동하자 파에라톤 공작이 바닥에 내려주었다.
잡기 놀이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아이는 곧바로 다다다다 달려 나갔다. 그럴 때마다 발밑에서 소리가 울렸다.
뾰뵤뵤뵤뵤뵤뵤!
“나 잡아바! 꺄아아아!”
아이는 넘어질 듯 용케 안 넘어지고 정원을 뛰어다녔다.
뽈뽈뽈 뛰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푸근해져 왔다.
살얼음판 그 자체인 파에라톤 가에서 일하고 처음 맛보는 평화로운 감각이었다.
“허허…….”
“꼭 솜사탕이 굴러다니는 것 같군요.”
폭신폭신해 보이는 연한 핑크빛 머리카락이 정말 딱 솜사탕 같았다.
가신들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다만 잠시 잊고 있었던 존재가 있었으니…….
아이의 뒤를 따르는 파에라톤 공작의 모습을 보고 다들 숨을 삼켰다.
설마 잔혹한 파에라톤 공작이 저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닐까!
아까 ‘아야’ 운운했던 꿀 떨어지는 목소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들의 뇌리에서 자연히 삭제되었다.
하지만.
“……각하께서…….”
“어, 어울려주시는 거 같은데요?!”
다들 얼어붙은 채 정원을 바라보았다.
파에라톤 공작은 잡을 듯 안 잡을 듯 거리를 유지해주다가 아이가 넘어지려는 순간 답싹 안아 들었다.
꺄르르, 웃는 아이가 공작의 목에 팔을 둘렀다.
가신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다래졌다.
파에라톤 공작이 희미하지만 분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그러면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예, 다음에 뵐 때도 좋은 소식과 함께했으면 좋겠네요.”
“그 부분은 제가 아니라 제 주인께서 결정하시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러길 소망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집사는 절도 있는 미소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유트라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배웅했다.
그러나 문이 닫히는 순간.
“후후…….”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드디어……!”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파에라톤 공작가와 일 년 전속 계약을 따내시다니!”
직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유트라는 위풍당당하게 의자에 앉았다.
유트라는 황제에게 단승 작위까지 하사받은, 그야말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이 드넓은 제국에 기라성 같은 디자이너가 유트라 한 명뿐이겠는가.
매년, 매 시즌이 경쟁이었다.
실제로 건국제 때는 유트라가 황후의 드레스를 맡았지만, 곧 있을 개선식에선 다른 디자이너가 맡게 되었다.
‘하지만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내가 디자인한 옷만 입는다면 어떨까.’
파에라톤 공작가.
무수한 시선과 무수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제국 최고의 화제 메이커.
파에라톤 공작가는 제국의 모든 가십지의 치트키라고도 불 린다.
공작가에 대한 가십을 싣는 순간 판매량이 수직상승하니까.
‘거기다 완벽한 모델이지.’
유트라는 파에라톤 공작을 떠올리며 씨익 웃었다.
얼굴에서부터 몸매까지. 그야말로 완벽하다는 말조차 아깝다.
파에라톤 공자들은 또 어떤가.
‘연령대별 살아있는 광고판이나 다름없어.’
그들이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너도나도 유트라에게 주문을 넣을 것이다.
‘거기다 귀염뽀짝 말랑뽀송이까지!’
앙증맞은 천사를 떠올리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장님의 판단이 옳으셨네요.”
“예, 설마 마나석에 마법사까지 끌어들여 소리 나는 신발을 만들 때엔 이제 도산하나 싶었는데.”
유트라는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주문한 의상들을 모두 납품하며 한 가지 선물을 했다.
바로 걸을 때마다 뾱뾱 소리가 나는 신발이었다.
다이아몬드와 레이스, 비단, 가죽 등 신발의 소재 모두 고가인데다가 개발비에 들어간 돈까지 합치면 이번에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얻은 수익을 그대로 쓴 것이나 다름없다.
“선물이라면 공녀님이 아니라 공작님께 드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보통 그렇지 않습니까?”
직원의 물음에 유트라는 뭘 모른다는 듯 손가락을 까닥했다.
“공작님의 마음에 드는 게 가장 중요하지. 돈을 쓰는 것도 각하시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각하시니.”
“네, 그러니까 당연히 공작님께 선물을一.”
“과연 각하께서 본인에게 온 정성을 쏟는 걸 원하실까?”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유트라는 힌트를 좀 더 주기로 했다.
“각하께서는 의복에 그다지 관심 없으셔. 치수를 잴 때도 귀찮아하시고, 디자인을 고르는 것도 수석 집사에게 떠맡기시지.”
“확실히…….”
“하지만 공녀님의 옷을 맞출 땐 어땠지?”
직원이 알겠다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각하와 달리 공녀님께선 예쁜 옷에 관심 많을 나이이니 공녀님을 노리는 게一.”
“아니?”
유트라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직원을 바라보았다.
“그냥 파에라톤 공작님이 딸 등신…… 크흠, 아니, 딸을 많이 아낀다는 건데?”
예?
딸등신이요?
그 파에라톤 공작이?
“공녀님의 옷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공작님의 환심을 사로잡는 거야!”
유트라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그 집안의 실세는 바로 막내 공녀님이시다! 모르겠으면 외워!”
그 박력에 직원들은 얼떨결에 함께 주먹을 쥐며 복창했다.
“공작가의 실세는 공녀님!”
“그리고 나도 공녀님의 환심을 살 거야! 겨우 찾은 나의 뮤즈인걸!”
예?
“다른 디자이너에게 빼앗길쏘냐! 공녀님 옷은 내 것 찜꽁!”
유트라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어쩐지 굉장히 사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괜찮은 걸까, 이 회사…….’
직원들은 고민했다.
* * *
“각하.”
아빠가 날 안아 든 채 집무실로 들어서자, 가신들이 당혹한 얼굴을 애써 감추며 맞이했다.
다 모여 있었던 걸 보니 일하시는 중이었나 보다.
괜히 나 때문에 중간에 나온 건가.
‘하지만 아까는 완전히 애기가 되었는걸.’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가 나를 내려놓자 뾱! 하고 소리가 울렸다.
“그 신발은…….”
“유트라가 가져왔지.”
가신들이 헉, 하고 놀라 아빠를 바라보았다.
“각하께서 디자이너의 이름을 부르시다니…….”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난다더군.”
아빠가 손짓해서 나는 아빠에게로 종종 걸어갔다.
뾱 뾱 뾱 뾱!
아빠가 다시 나를 안아 올리며 가신들을 쭉 둘러보았다.
시선을 받은 가신들이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차, 참으로 잘 걸으십니다!”
“뽀짝뽀짝 걷는 모습이 요정처럼 귀엽군요!”
“내려놓아도 각하께 가는 걸 보니 우리 막내 아가씨는 아빠가 참 좋은가 봅니다!”
“흠, 내 딸이 원하는 아빠 조건에 내가 다 해당되긴 하더군.”
아빠가 오만하게 턱을 올리며 답했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일까?’
“그럼 회의를 재개하지. 모두 유념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아빠의 선언에 방 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신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내 딸이 걸을 때.”
엥?
갑자기 내 얘기?
아빠가 내 신발 바닥을 손으로 꾹 눌렀다.
뾱 뾱 뾱
“이렇게 소리가 나면 안심해도 좋다.”
뾱뾱뾱뾱.
“이렇게 소리가 나면 그때부터 주의 상태로 긴장해야 한다. 하지만.”
뾰뵤뵤뵤뵤.
“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전원 임전 태세로 내 딸을 보호한다. 내 딸이 넘어지거나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 게 아니라면.”
창백하게 질린 가신들이 냉큼 답했다.
“전시라 판단하고 살피겠습니다!”
“잠잘 때도 귀는 활짝 열어놓고 자겠습니다!”
“결코 막내 아가씨께서 넘어지지 않도록!”
“좋아.”
아빠가 만족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예, 각하. 우선 개선식 말씀입니다만, 아가씨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십니까?”
“……아직 너무 어려. 그 늙은 여우들에게 굳이 내 딸을 벌써부터 보여줄 필요 없겠지.”
오, 개선식을 하는구나.
솔직히 언제 애기가 될지 모르는 내가 가봤자 좋을 것 같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명단에서 아가씨 이름은 제외하겠습니다.”
가신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오랫동안 궁금했던 게 떠올랐다.
“근데요, 아빠.”
나는 아빠의 셔츠를 쭉쭉 잡아당겼다. 아빠가 곧장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나는 양손을 들어 손짓했다. 더 가까이요, 더.
아빠가 완전히 내게 고개를 숙여주었다.
나는 손으로 동굴을 만들어서 아빠 귀에 가져다 댔다. 아빠가 설핏 웃는 게 느껴졌다.
“나 이름이 뭐예요?”
속닥속닥.
“……뭐?”
너무 작았나 보다. 아빠가 되물었다.
“내 이름이요.”
다시 소곤소곤.
“그리고 나는 몇 살이에요?”
아빠는 답이 없었다.
아빠도 모르는 걸까?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드넓은 집무실이 얼어붙어 있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차갑디 차가운 적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