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8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86화(186/353)
☆ 제186화 ☆
* * *
꽈앙!
꽝, 꽝, 꽝!
커다란 대검이 내리칠 때마다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젠장!’
뮤리엘은 기겁하며 몸을 물렸다.
‘검을 내려칠 땐 베이는 소리가 나야 정상 아니냐고!’
대체 얼마나 힘이 강하면 폭음이 울린단 말인가.
티 하우스 안은 흡사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
집기뿐만이 아니라 기둥이며 천장이며 할 것 없이 루아티샤가 휘두르는 대검에 꽝꽝 박살 났다.
“흐음…….”
잠시 공격을 멈춘 루아티샤가 작은 비음을 흘리며 검을 비스듬하게 옆으로 뺐다.
‘흥, 이미 그 일격은 몇 번이나 봐서 어떤 건지 알고 있다고.’
비록 저 무식한 힘 때문에 뒤로 밀리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저 어린애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리 없지 않은가.
뮤리엘은 루아티샤의 검로를 예측하며 빈틈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핏빛 강기가 그녀의 손에 맺혔다.
저렇게 큰 일격은 검을 휘두르고 난 뒤 반드시 빈틈이 생긴다.
‘그 틈을 노리면一 헉!’
후우우웅一!
갑자기 눈앞에 날아 온 테이블에 뮤리엘이 기겁하며 몸을 틀었다.
검풍이 휘몰아칠 때 만들어진 작은 폭풍이 테이블을 날린 것이다.
‘미친……!’
설마하니 검풍과 오러의 흐름으로 회오리를 일으켜 테이블을 날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함정을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근육이 뒤틀렸다.
그리고 루아티샤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다 예상했다는 듯이.
“누가.”
꽝!
“누구한테서.”
꽝!
“도망친다고?”
꽈아아앙!
새까만 오러에 휩싸인 대검에 그대로 얻어맞은 뮤리엘이 일직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커헉……!”
그녀의 입에서 솟구친 붉은 선혈이 궤적을 그렸다.
퍼억! 쿵! 챙그랑!
장식장에 처박힌 뮤리엘은 그대로 집기들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제 알겠어? 도망쳐야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몸집만한 대검을 척, 하고 어깨 위로 넘기며 루아티샤가 엉망진창으로 부서진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뮤리엘이 파묻힌 잔해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루아티샤의 시선이 힐끗 옆을 향했다.
– 능력 〈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구?〉 잔여 사용 시간: 00:09:28
‘앞으로 십 분.’
소드 마스터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빠듯해. 하지만一.’
그 안에 반드시 족친다.
파라이바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오늘 뮤리엘과 맞붙을 줄 알았으면 다른 능력도 뽑아서 왔을테지만 아쉽게도 예정에 없는 전투였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오러의 힘도, 성질도 〈황녀님이 힘을 숨김〉 속 여주와는 다르다는 거였다.
‘분명 우리 여주 언니는 분명 이런 패도적인 검술이 아니라 엄청 세련되고 아름다운 검술을 썼는데.’
무식한 대검이 아니라 얄쌍한 레이피어로 황금빛 불꽃을 피워내던 여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루아티샤는 조금 불만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이왕이면 자신도 황금꽃 피워 내며 멋지게 싸우면 오죽 좋겠는가.
그러나 루아티샤의 주변은 꽃은 무슨 야차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풍비박산 나 있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한텐 이게 잘 맞는 거 같고.’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때였다.
쿠우우웅!
부서진 잔해가 들썩이더니 마치 산탄포가 터진 것처럼 사방으로 비산했다.
한순간이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그대로 아이의 여린 피부를 찢고 뾰족한 나무 기둥은 아이의 작은 몸을 꿰뚫을 듯했다.
하지만.
“고작 이거야?”
콰앙!
검수라기엔 너무나도 작은 발이 진각을 밟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다.
바닥이 움푹 패이며 기파가 솟구쳤다.
내디딘 힘을 이용한 루아티샤는 그대로 도약했다.
하지만 도약한 곳에도 날아드는 파편이 있었다.
비록 기파의 엄청난 기세에 파편의 궤적이 흔들렸지만, 한계는 있었다.
유리 파편이 아슬아슬하게 루아티샤의 눈 밑의 뺨을 길게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눈을 감지 않았다.
애초에 목표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파편 따위가 아니었다.
루아티샤는 대검을 바투 쥐었다.
오러가 잔뜩 주입된 검날이 징징 진동했다. 검병이 삐걱거리며 울었다.
화려할 필요도 없다.
굳이 기교를 부릴 필요도 없었다.
‘몸이 좋으면 머리를 쓸 필요 없지!’
엄청난 힘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휘두르면 뭐든 다 족쳐지기 마련!
빠아아아악!
검으로 베었다기엔 너무나 둔탁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뮤리엘을 후드려 팬 후 루아티샤는 착지할 틈도 없이 벽을 박찼다.
그대로 날아가는 뮤리엘에게 붙어서 바닥에 내리꽂았다.
쿠우우웅! 쩌저적!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대리석 바닥이 부서졌다.
척, 루아티샤는 뮤리엘의 목에 검날을 들이댔다.
끄르륵, 하는 피거품이 뮤리엘의 입술 사이에서 끓어올랐다.
‘고작 인간 계집이……!’
이미 속은 진탕이 됐고 왼팔은 몇 번이나 부러져 감각이 없었다.
뮤리엘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루아티샤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에서는 승리감도, 안도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루아티샤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후회해?”
“뭐?”
“뭐든 후회하냐고.”
“…….”
“후회 안 하면 후회하게 만들어주려고. 아니, 후회해도 더 후회하게 만들어줘야겠네.”
루아티샤가 검을 틀어 뮤리엘의 배에 검을 찔러넣었다.
“커헉!”
“엄살떨지 마. 넌 이런 걸로 안 죽잖아.”
검을 빼낸 루아티샤가 이번엔 다른 곳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푹!
“허억……!”
몸을 꿰뚫리면서도 뮤리엘은 깨달았다.
지금 찔린 두 곳은一.
“오필리, 아 아이……젤.”
띄엄띄엄 나온 그 이름에 루아티샤가 멈칫했다.
“하, 하하, 하…….”
핏물에 젖은 입술로 뮤리엘이 웃었다. 웃을 때마다 뚫린 배에서 울컥 피가 솟구쳐도 하나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년의 죽음이…… 후, 꽤나 가슴 아팠나 봐? 이거 꽤 괜찮은 장사, 인데?”
뮤리엘의 눈동자가 기묘하리만치 빛났다.
“그년으로도 이런데, 만약 네 그 잘난 가족들이一 커헉!”
짙은 오러에 감싸인 검이 뮤리엘의 가슴을 꿰뚫었다.
“으, 흐, 으아, 아아아악!”
뼈를 태우는 고통에 뮤리엘은 저도 모르게 루아티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보통이라면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이, 건…… 파사(破邪)의 기운……?’
아주 흐릿한 기운이었지만 분명했다.
‘젠장, 지금은…….’
평소라면 모를까, 약해질 대로 약해진 지금은 도무지 대항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문 뮤리엘의 오른손에 핏빛 기운이 맺혔다.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그 핏빛 강기가 자신을 찔러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검을 꽂아 넣은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새파랗게 분노한 가운데 전신을 타고 흐르는 아주 가느다란 힘이 느껴졌다.
오러와는 다른 힘.
그리고 이 힘이 검을 찔러도 죽지 않는 뮤리엘을 조금씩 확실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 능력 〈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구?〉 잔여 사용 시간: 00:01:13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일 분 남짓.
‘내가 당하더라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아이젤 영애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죽어가면서도 놓지 않았듯이 자신 역시 그러리라.
맺힌 강기 때문에 이제는 아예 핏덩어리로 보이는 뮤리엘의 오른손이 확 치켜 올라갔다.
콰앙!
뮤리엘의 오른손이 목표를 찍었다.
그러나 그건 루아티샤가 아니었다.
‘바닥?’
일격을 각오하고 있던 루아티샤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자신을 노린 마지막 수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바닥을 찍다니?
그 순간.
뮤리엘이 내리찍은 바닥에서부터 핏빛 기운이 어지럽게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
흡사 금제에 걸렸던 시드리한의 몸을 옭아매고 있던 붉은 선과 같았다.
그러나 그때보다 훨씬 크고 굵고 강대하고 사악한 기운이었다.
꿈틀거리는 붉은 선이 바닥을, 벽을 타고 오르며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컥, 쿨럭……!”
뮤리엘이 피칠갑을 한 채 씨익 웃었다.
“어때? 설마…… 이것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놨거든.”
루아티샤의 머릿속에 아까 보았던 퀘스트의 문구가 떠올랐다.
지금 이 건물의 사방에서는 기분 나쁜 사기(邪氣)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사전작업을 해놓은 듯하군요.
‘설마?’
“하,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 죽, 지는 않을 테니.”
뮤리엘이 다 꺼져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오히려 죽고 싶겠지만.”
허공에서 핏빛으로 된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궁금하네. 네가 그렇게나 끔찍하게 생각하는 네 가족들이, 너를 찾아 평생 절망 속에서 헤매고 헤매다 결국엔 지쳐 죽게 될 때.”
“너…….”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뮤리엘이 울컥 피를 토하며 낄낄 웃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분께서…….”
루아티샤는 뮤리엘을 말을 무시한 채 핏빛 구멍을 향해 오러를 날렸다.
저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겠다.
하지만 오러는 구멍에 부딪치지도 않고 그대로 안으로 흡수되었다.
“……?!”
“소용없어. 막을 수 없다.”
그 순간이었다.
완벽하게 형성된 원이 불현듯 몸피를 쫙 부풀렸다.
마치 아가리를 벌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대로 루아티샤를 삼켰다.
“안돼!”
어디선가 비통한 외침이 들렸다.
루아티샤는 뒤를 돌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새빨간 공간만 존재할 뿐.
“커헉!”
루아티샤는 급작스럽게 피를 토했다.
‘뭐지?’
아무런 공격도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루아티샤는 검을 고쳐잡았다.
하지만.
– 능력 〈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구?〉 잔여 사용 시간: 00:00:01
– 능력 〈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구?〉 잔여 사용 시간: 00:00:00
그렇게나 가벼웠던 대검을 도저히 들 수 없었다.
루아티샤는 황망하게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끝……?’
* * *
시드리한은 이를 악문 채 달려 나갔다.
눈앞에서 루아티샤의 모습이 핏빛 구체에 삼켜져 사라졌다.
파사삭-!
솟아난 얼음 기둥이 구체를 꿰뚫었지만 소용없었다.
구체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 미동도 없었다.
마치 그대로 얼음 기둥을 흡수한 것처럼.
“늦었어.”
바닥에 널브러진 채 뮤리엘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 이구나.”
시드리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새하얀 얼음꽃이 뮤리엘의 몸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말해.”
뮤리엘이 피거품을 문 채 웃었다.
“좋아. 그게 너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 테니.”
그녀는 기꺼운 듯 설명을 시작했다.
“곧 루아티샤 파에라톤은 다른 세상에 떨어질 거다. 그 세상이 어디든 너는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이지.”
“…….”
“그년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이세계에서 쉴 틈 없이 자신을 공격하는 마물들에게 뜯어먹히다가 혼자 외롭게 죽을 거…… 헉!”
시드리한의 손길에 뮤리엘의 목과 턱에 보랏빛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시드리한은 꺽꺽거리는 뮤리엘을 내버려둔 채 아직 남아있는 핏빛 구체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쿠응!
구체로부터 거칠게 튕겨 나온 시드리한이 벽에 부딪혔다.
“너무, 하, 걱정하지 마. 게이트는 한 사람만 삼키거든. 네가 그 지옥 같은 세계로 갈 일은 없어.”
그녀는 절망에 빠진 보랏빛 눈동자를 보며 웃었다. 이렇게 기쁠 수 없다는 듯이.
“이제 이동이 완료되면 게이트가 닫힐 거야.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봐서 추억할 거리는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