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8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88화(188/353)
☆ 제188화 ☆
“안 돼애애애!”
비통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더 이상 루아티샤의 모습은 비치지 않았다.
방어진이 깨지면서 공명하던 마기가 사라진 탓이다.
파에라톤 공작이 다시 마기를 밀어 넣었다. 더 강하게, 더 절박하게.
공간을 살라 먹을 듯 강렬한 마기에 바람이 휘몰아치고 공기가 뒤흔들렸다.
얼마나 마기를 쥐어 짜낸 건지 파에라톤 공작의 이마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전쟁에 나가 수십, 수백의 몬스터 앞에 홀로 섰을 때조차 오연하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진 채였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그러니 제발, 딸아이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一.
제발.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저쪽에서 함께 공명할 마기가 없으니 이쪽에서 얼마나 마기를 일으켜도 소용없는 것이다.
“…….”
파에라톤 공작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러나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울음도, 신음도, 사랑하는 딸의 이름조차도.
마치 호흡하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헐떡거릴 뿐.
– 사랑해요.
딸아이의 마지막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그 아이는 대체 무슨 심정으로 웃었던 걸까.
무서워했으면서, 두려워했으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겁먹은 눈을 하고 있었으면서.
그렇게 환하게, 한 점 그늘도 없이, 눈부시게一.
“…….”
파에라톤 공작의 턱에 힘줄이 돋았다.
그 어린 것이 그 순간에도 다른 사람 생각만 하고.
터엉!
게이트에서 튕겨져 나간 익시온이 다시 게이트를 향해 다가갔다.
“기다리라고 했어.”
익시온이 중얼거리며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터어엉!
아레스가 또다시 튕겨 나가는 익시온을 받아냈다.
“……?”
익시온이 놀란 눈으로 아레스를 올려다봤다.
아레스는 그 얼굴을 외면한 채 게이트로 다가가며 말했다.
“반드시 가겠다고 했으니까.”
“찾아낼 거야.”
제온이 낮게 읊조리며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에라톤 공작은 그런 아들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결의에 차 있었다.
“그래. 그 애에게 가야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그 아이가 이미 생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신에게라도 갈 것이다.
혼자 죽게 두지 않으리라.
“…….”
시드리한은 파에라톤 남자들의 뒷모습 너머로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항상 절망과 함께 살아왔기에 소년은 오히려 절망 속에서 더 냉정했다.
금제가 보여주는 절망과 고통은 그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견디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제 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은가.
시드리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에 파에라톤 공작가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들어박혔다.
– 사랑해요.
그 마지막 말.
그건 자신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그러니까一.
‘반드시 돌려보낸다.’
저들의 품으로.
거대하던 핏빛 구체는 이미 그가 처음 봤을 때의 반절밖에 되지 않았다.
서서히, 하지만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제물을 삼킨 게이트는, 절대 다시, 열리지 않아. 이제 닫힐 일만 남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저게 닫히면 저쪽과 연결부터 다시 해야 한다.
뮤리엘 샤본느가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연 게이트다.
이미 거의 숨이 끊어져 가는 뮤리엘은 다시 게이트를 열지 못할 터.
그러니 구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저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 * *
그 시각.
파에라톤 공작저, 루아티샤의 방안.
얌전하게 물약병에 꽂혀 있던 꽃의 꽃잎이 파르르 흔들렸다.
‘마마!’
몽롱하게 울리는 울음소리.
그와 동시에 꽃이 만개했다.
만개한 꽃잎이 파사삭 흩어지며 핑그르르 돌았다.
여린 생화 같기도 하고, 단단하고 반짝이는 보석 같기도 하고, 보드라운 동물의 털가죽 같기도 한 꽃잎이 허공에서 춤췄다.
그저 자유롭게 떠도는 것 같았던 꽃잎은 뭉쳐 들고 흩어지길 반복하며 공간을 잇다가 이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꽃잎이 모여 이루어진 구체는 마치 알과 같은 형상을 띄고 있었다.
두근, 두근.
맥박치는 알.
그 다음 순간, 뭉쳤던 꽃잎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파아아앗!
꽃보라가 사방을 뒤덮는다.
“꺄웅!”
작은 외침과 함께 자그마한 형체가 꽃보라를 뚫고 나왔다.
몇백 년 만에 환수의 알이 부화해 새로운 환수가 태어난 것이다.
하늘거리는 꽃비 사이에서 환수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마!”
다급한 외침.
그와 함께 환수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 * *
“마마!”
앳된 외침에 파에라톤 남자들과 시드리한은 고개를 돌렸다 어디선가 나타난一.
‘동물? 아닌데.’
‘인형?’
‘괴물?’
‘몬스터?’
‘키메라?’
一무언가가 게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영수와 가장 비슷한 생김새긴 했지만.
‘저렇게 어린 영수가 있을 리도 없고.’
“마마!”
근데 왜 엄마를 찾으면서 게이트에 가는 거지?
‘설마.’
파에라톤 공작의 탄생연회에서 진상 받았던 환수의 알은 루아티샤가 돌보고 있었다.
파에라톤 남자들이 경악한 시선으로 괴생명체를 바라보았다.
“환수?!”
꽝꽝!
환수가 두툼한 앞발로 게이트를 후려쳤다.
“마마! 마마!”
위력은 엄청 났지만 낑낑거리는 게 영락없이 어미 잃은 새끼였다.
이 갑작스러운 광경에 잠시 당황했던 그들은 이내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게이트에 타격이 있어?’
그간 공격을 전부 흡수하고 접촉하는 사람들을 모두 튕겨 대던 게이트가 환수의 앞발 후려치기는 그대로 맞고 있었다.
꽝! 꽝꽝! 꽝!
낑낑, 헥헥.
환수가 상처 난 앞발을 핥으며 다시 앞발 후드려치기를 시전했다.
꽝!
“타격은 줄 수 있지만 들어가지는 못하나 보군.”
“……그래도 게이트가 줄어들던 건 멈췄습니다.”
부자간의 대화를 들으며 시드리한은 가만히 게이트와 환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환수의 공격으로 상한 게이트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붉은 사기(邪氣)가 비쳐 들었다.
* * *
“허억, 허억.”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묘하게 숨쉬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러다가 괴물한테 당해서 죽는 게 아니라 호흡곤란으로 죽는 건 아닌가 싶었다.
‘아니야. 난 안 죽어.’
나는 이를 악물었다.
섬뜩한 기운에 돌아보지도 않고 몸을 굴렸다.
콰아아앙!
내가 있었던 자리에 기둥만한 철퇴가 그대로 내리꽂혔다.
뭘 확인할 새도 없이 곧바로 일어나서 달렸다.
다리에는 감각이 없고 산소 부족으로 머리는 멍멍했다.
‘괜찮아. 생각할 필요 없어. 그냥 움직여.’
감각이 없어도 움직이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
하지만 나도 안다.
아무리 도망쳐 봤자 곧 따라 잡힐 것이다.
– 마마! 마마!
또다.
아까부터 머릿속에 ‘마마’라는 말이 울렸다.
‘저것들 설마 나를 마마라고 부르는 건가?’
으, 징그러워.
“나는 너네 같은 자식 둔 적 없어. 너네 엄마는 다른 곳에서 찾아!”
외쳐봤지만 괴물이 내 말을 들을 리도 없다.
그때였다.
쿠웅!
내 앞에 있던 나무가 휘청이더니 쓰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요리조리 도망치자 아예 나무를 공격해 도주로를 막은 것이다.
‘젠장!’
나는 쓰러지는 나무를 피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아!”
이미 한계를 넘어가고 있던 다리는 갑작스럽게 튼 방향을 따라가지 못했다.
철푸덕!
멈추면 죽는다.
나는 바닥에 넘어진 그대로 곧장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이미 내 위로 새까만 그림자가 드리워진 후였다.
고개를 돌리자 썩어들어가는 시체와 같은 형상을 한 괴물이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뒤로 열 개의 눈이 달린 괴물이 눈을 전부 휜 채 낄낄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나는 안 죽어. 절대 안 죽어. 못 죽어.’
아빠랑 오빠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죽을 수 없다.
‘익시온이 얼마나 개복치인데.’
내가 죽으면 제온은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없을 거고.
아레스는 은근 다른 사람들 겁주는 사고를 치고 다녀서 내가 잘 살펴야 하는데.
그리고, 그리고.
아빠는.
우리 아빠는一.
눈물이 차올랐다.
‘아빠, 할아버지, 제온, 아레스, 익시온.’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앞은 괴물, 뒤는 쓰러진 나무가 막고 있다.
오른쪽은 곧게 뻗은 나무, 왼쪽은 절벽.
내 시선을 본 괴물이 철퇴를 흔들었다.
나는 주저 없이 절벽으로 몸을 굴렸다.
콰아앙!
떨어지기 직전, 철퇴가 내 오른쪽에 있었던 나무를 쪼개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커헉! 윽…….”
최대한 머리를 방어했지만 튀어나온 돌이 허리와 등을 후려칠 때는 숨이 턱턱 막혔다.
다행히 내 키의 두 배 정도밖에 안 되는 낮은 절벽인데다가 아래에 덤불이 있어서 어디 부러지지는 않았다.
‘접질렸지만.’
나는 절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괴물은 설마하니 내가 절벽 쪽으로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끼릭, 끼리리릭.
위쪽에서 날 내려다본 거미 다리 괴물이 썩어가는 괴물을 비웃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달렸다.
그러나.
쿵!
절벽에서 뛰어내린 썩어가는 괴물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흘러내리고 있는 얼굴은 표정을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상당히 열 받은 것 같았다.
‘젠장…….’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이 마물들이 나를 진심으로 죽이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를 언제든 죽일 수 있는,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 취급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이 놀이에 질린 듯했다.
‘도망……치지 못해.’
죽는 건가?
이대로?
그때였다.
– 개척자…… 그저 지켜보려…….
– 수백 년만…… 아가가 …… 울어대니 나도 어쩔…… 없군. 너를…….
‘뭐?’
그와 동시에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영수계에서 독자님께 접촉을 요청합니다.] [대가가 필요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대가?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수락해야 했다.
‘수락!’
[영수계의 접촉을 수락했습니다.] [영수 악트셰라켄이 독자님에게 접촉합니다.]그 알림과 동시에 웅웅거리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 용케도 그곳에서 아직 살아 있군, 꽃 도둑.
꽃 도둑?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접촉한다는 알림과 함께 내게서 뿜어진 빛에 마물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이 빛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면 다시 날 공격할 거야.’
마음이 다급했다.
“저기, 영수이죠? 혹시 나를 이곳에서 내보내 줄 수 있어요?”
– 불가하다.
– 한 번 열린 게이트는 반드시 제물을 삼켜야 한다.
– 그리고 게이트가 삼킨 건 바로 너. 네가 제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럼…… 그럼 뭘 해줄 수 있으세요?”
내 말에 영수가 웃었다.
– 뭘 해줄 수 있냐고? 그런 맹랑한 질문은 처음이구나.
– 감히 인간이 내게 무엇을 해 달라고 하는 것도 주제넘은데. 네가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감당해요. 뭐든. 난 돌아가야 하니까.”
내 말에 영수가 잠시 침묵했다.
나는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재촉하려는 말을 삼켰다.
– 내 힘을 나눠줄 수 있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도록.
– 하지만 결국 결과는 같다. 인간에게 그곳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독을 흡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땅.
– 네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 네게 미약하게 흐르는 파사의 기운 때문이겠지.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여기서 죽는 건 같다고?
– 선택해라, 개척자여.
– 한순간에 죽느냐, 조금 더 오래 고통스럽게 삶을 연명하다 죽느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섰지만.
마지막 순간 찾아온 희망조차 사라지자 발밑이 훅 꺼지는 것 같았다.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득한 감각.
눈앞에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두 개의 얼굴이 더.
– 그 선택은 오롯이 개척자의 몫%*#$*(@
뭐지?
[오류!] [접촉 시스템에 간섭이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