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9화(19/353)
☆ 제19화 ☆
* * *
“……이름을, 모른다고.”
아빠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저 깊은 수렁의 밑바닥을 긁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때, 가신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정말 이름을 모르십니까? 나이도?”
아빠한테만 속닥거렸는데 어떻게 알았지?
부끄러워.
“네에…….”
애써 창피함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자 가신 아저씨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럼 그동안은…….”
“타렌카 후작저에서는 아가씨를 무어라 불렀습니까.”
“…….”
말문이 막혔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는데.
야, 거기, 너.
이렇게 부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나’를 부른 게 아니었어.
그건 길가의 돌멩이를 발로 차는 것과 똑같은 거잖아.
나를 알아보고, 나를 부르는 말은 아니었어.
‘아, ‘나’를 부를 때가 있긴 했지.’
쓸모없는 것, 모자란 것, 버려진 쓰레기.
기생충, 불륜의 증거, 가문의 수치, 사생一.
“생각할 필요 없다.”
서늘한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잘랐다.
나는 핫,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봤다.
아빠가 날카로운 눈으로 가신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랑 같아.’
내가 양육비를 못 받았다고 했을 때.
그때 아빠는 “더 말할 필요 없다.”며 상황을 정리했지.
그땐 아빠가 나를 추궁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내게 괴로운 기억을 떠올릴 필요 없다고 했던 거였어.
처음부터 나를 추궁하지 않았던 거야.
“나는, 나는 내 이름도 모르지만, 나이도 모르지만 그래두…….”
나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고개를 들 용기는 나지 않았다.
“창피하지 않아요. 불쌍하지 않아요.”
나는 당당하려고 애를 썼다.
왜냐하면一.
“아빠가 있으니까.”
아빠를 올려다보자 그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래.”
꾸욱, 내 머리를 누르는 손길은 다소 거칠었다.
“감히 누가 너를 창피하고 불쌍하게 여긴단 말이냐.”
하지만 이제 안다.
그게 아빠가 나를 쓰다듬는 방식이라는걸.
“히히.”
아빠를 보고 웃자 아빠가 내 뺨을 검지로 톡, 건드렸다.
“목숨이 아깝다면 그딴 생각 하지도 못하겠지.”
낮은 목소리와 함께 가신들을 쭈욱 둘러보는 눈동자에는 예기가 어려 있었다.
나는 아빠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환생자라고 해서 태어나자마자 바로 주변 상황을 전부 알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명확한 인지 능력을 갖추기까지 오래 걸렸고 깨어나 있는 시간도 짧았다.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는 나를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날짜를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내가 몇 살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채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나는 불행하지 않은 아이다.
적어도 이번 삶은.
“루아티샤.”
아빠가 나를 바라보며 툭, 내 뱉었다.
“……?”
“네 이름이다.”
그 순간, 아주 오래된 목소리가 기억의 가장 밑바닥에서 떠올랐다.
“루아티샤.”
나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었었다.
“사랑한다.”
다정한 목소리.
“꼭 행복하렴.”
부드러운 손길.
“아…….”
기억이라는 건 무척 신기해서.
시간이 무게를 더해 절대 다시 떠오르지 않을 것처럼 가라앉아도.
그 위에 먼지처럼 세월이 잔뜩 쌓여도.
아주 사소한 계기만으로 한순간에 비상해 샘물처럼 솟아난다.
진실로 따스한 기억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루아티샤.
그래, 그런 이름이었어.
그렇게 나를 불러주었어.
소중하게 안아주고 뺨에 입을 맞추어 주었어.
‘엄마.’
눈가가 뜨거워졌다.
“또, 또 불러주세요.”
익숙하면서도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에 계속 듣고 싶었다.
“루아티샤.”
“네!”
나는 활짝 웃었다.
아빠가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새해가 되면 다섯 살이 된다.”
그렇구나.
그럼 지금 나는 네 살이구나.
생일이 아니라 신년에 나이를 한 살 먹는 건 K-로판을 보고 만든 세계라 그런 걸까?
“네 생일은 10월 11일이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났네요.”
“그래, 올해는 지났지. 하지만 내년에는 또 돌아올 거야.”
“응!”
손꼽아 기대할 수 있는 날이 있다니!
너무 신나고 멋지다!
“루아티샤, 앞으로 네가 네 이름을 잊을 일은 없다.”
아빠가 나와 진지하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내가 매일 네 이름을 부를 테니까.”
“응!”
“그리고 새해가 밝으면 네가 다섯 살이 되는 걸 축하할 거야.”
“와아一!”
“네 생일에는 황족보다 더 성대한 파티를 열 거다.”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나는 아빠랑 같이 축하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 말에 아빠가 굳은 채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잘못됐나?
파에라톤 공녀씩이나 되는 위치에 걸맞지 않은 말이었나?
기가 죽으려는 순간, 아빠가 고개를 들어 가신들에게 물었다.
“들었나?”
“…….”
잠깐의 침묵 후.
“예, 예! 잘 들었습니다!”
“막내 아가씨께는 각하가 선물인가 봅니다!”
“제 아들 녀석은 저는 안중에도 없고 선물부터 사달라 난리인데. 정말 부럽습니다!”
아빠의 한쪽 입꼬리가 비뚜름히 올라갔다.
나는 그 모습을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너무 깨는 나머지 집 나갔던 환생자의 냉철한 이성이 돌아오는 느낌인데.
“아빠, 혹시 내 생일마다 드레스를 보냈어요?”
“그래.”
“클라티에가 생일 때마다 입었던 드레스가 원래 내 꺼였어요?”
“그래. 그 주제도 모르는 부녀가 네 것을 빼앗았더군. 감히.”
그렇구나.
아빠가 매년 내 생일을 챙겨주고 있었구나.
전쟁터에서 힘드셨을 텐데도.
“……나는 아빠가 내 생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성은 거기까지만 말하라고 경고했지만, 이미 내 입은 열리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은 엄마가…… 하늘의 별이 된 날이니까.”
삽시간에 집무실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었다.
거 봐. 이럴 줄 알았어.
나는 후회했다.
하지만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오히려 이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그간 감히 엄마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
“너는 불륜해서 생긴 주제에 네 어미의 목숨까지 빼앗으며 태어났다.”
“넌 태어나면서부터 두 가지 죄를 저질렀어! 그러니 공작이 너를 버렸지!”
아무리 궁금해도, 아무리 알고 싶어도 어찌 묻겠는가.
그치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아빠라고 했으니까.
나는 아빠의 딸이니까.
이제는…….
“누가 그랬지?”
아빠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분노에 나는 숨을 삼켰다.
“삼촌이…….”
콰직.
책상이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나를 안고 있는 아빠의 손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아빠는 아주 연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감쌌다.
“네 엄마는 그날 죽…… 별이 되지 않았다.”
내 머리에 각인시키듯 분명한 목소리였다.
“네게 젖을 물리고 네 이름을 직접 지어주었지.”
“……그랬어요?”
“그래.”
엄마가 나 때문에 돌아가시지 않았구나.
나는 엄마를 죽이고 태어난 게 아니야.
“루아티샤. 사랑한다. 행복하렴.”
그 말은 나 때문에 죽어가면서 남긴 말이 아니었어.
엄마가 지어준 이름.
나는 내 이름이 더 좋아졌다.
엄마와의 끈이니까.
“엄마가 나를 많이 좋아했나보다.”
“그래, 너를 정말 사랑했지. 품에서 떼어놓지 않을 정도로.”
히히.
안 봐도 내 얼굴은 상기되었을 거다.
“루아티샤 네 생일은 마땅히 축하할 날이다.”
아빠가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앞으로는 네 생일을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을 거다.”
“응!”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엄마는 어떻게 돌아가신 걸까?
하지만 그 말을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빠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없던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아빠.”
“그래.”
“이름 불러줘요.”
“루아티샤.”
“응!”
“루아티샤.”
“응.”
“루루.”
“응…….”
내 머리칼을 차분차분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 좋았다.
살짝 거친 손.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크고 따뜻한 손이었다.
그 손길을 느끼며 나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 * *
“타렌카 후작의 행패가 도를 지나쳤습니다.”
“저번 양육비 때도 느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아가씨께서 본인의 이름도, 연치도 모르셨다니!”
가신들이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파에라톤 공작은 침묵했다.
“각하, 아무리 공작부인의 친정이라 해도 이건 좌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툭, 투둑.
팔걸이를 두드리던 공작의 손끝이 멈췄다.
“타렌카의 상황은?”
“자금줄을 끊으시라던 명은 이미 수행했습니다. 후작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거래가 끊겼고, 마나석 광산에 투자한 거 물들도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선대 후작이 손을 빌려줄 가능성은?”
“후작 본인이 선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하고 있습니다.”
“그래.”
파에라톤 공작은 의자에 깊게 몸을 기대며 매끈하게 꼰 다리 위에 깍지 낀 손을 얹었다.
이미 타렌카 후작은 경제적으로 완벽히 궁지에 몰렸다.
지금은 금권의 시대.
가난한 귀족보다 부유한 부르주아가 더 우위에서는 시대다.
하나씩, 하나씩 잃어가며 타렌카 후작은 다시 없을 비참함을 느낄 것이다.
결국 선대 후작이 이 사실을 알게 될 때는 작위까지 회수해 가리라.
‘하지만 부족하지.’
파에라톤 공작의 안광이 새파랗게 빛났다.
* * *
띠링!
띠링 띠링!
“시끄러…….”
나는 베개로 귀를 꽉 막으며 몸을 굴렸다.
하지만 알림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띠링띠링띠띠띠띠띠링띠링띠링!
“잠 좀 자자!”
결국 왈칵 성질을 내며 벌떡 일어났다.
알람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울리니 아무리 귀를 막아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애기는 잠 많이 자야한다구! 나 네 살이야! 응애라구! 키 안 크면 니가 책임질 거냐!”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씩씩거려봤자 알림창이 내 눈앞에 더 들이밀어질 뿐이었다.
나는 머리칼을 거칠게 쓸며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내 방이었다.
아빠 무릎에서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옮겨주었나 보다.
‘퀘스트라고?’
〈복수는 나의 손으로!(1)〉
독자님
지금 이렇게 퍼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 파에라톤 공작이 타렌카 후작을 때찌때찌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오오.
그 씹어 먹어도 부족할 타렌카 후작을 아빠가 족치려 한다구?
우리 아빠 최고!
나는 희희낙락하며 다음 문장을 읽어내렸다.
설마 기뻐하시는 건 아니겠죠?
남이 떠먹여 주는 사이다는 뭐다?
김빠진 사이다!
스스로 들이붓는 사이다는 뭐다?
예스, 찐 사이다!
파에라톤 공작에게 클라티에를 내쫓는 것도 맡기더니 이제는 타렌카 후작에 대한 복수도 그에게 맡길 건가요?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처단은 자신의 의지로!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 조건: 타렌카 후작이 양육비를 가로채 구매한 재산 회수
1. 마나석 광산 소유권
2. 마나석 채굴권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 증가, 연계 퀘스트〈???〉진행
– 퀘스트 거절 패널티: 패널티 〈김빠진 사이다〉의 랜덤 확률이 증가합니다.
– 퀘스트 실패 패널티: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 하락.
‘아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나도 여태 소설을 보면서 여주인공이 스스로 복수하길 바랐다.
남주나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여주 손으로 직접!
‘하지만!’
이게 내 얘기가 되니 상황이 달랐다.
‘나는 애기잖아!’
네 살 응애가 어떻게 타렌카 후작한테서 재산을 탈취한단 말인가!
하지만 ‘거절 패널티’가 너무 컸다.
‘여기서 더 애기일 확률이 올 라가면 아예 그냥 계속계속 애기가 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깜빡하면 이성이 날아가는데.
“진짜 너무한 거 아냐? 타렌카 후작이랑 말하는 도중에 애기가 되면 어쩔 건데!”
그럼 바로 퀘스트 실패하는 거잖아!
“안 해! 배 째!”
드러누워 버둥대자 마지 못한 것처럼 퀘스트창 하단에 글자가 추가되었다.
– 퀘스트 수락 혜택: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패널티가 해제됩니다.
마치 이제 됐냐고 묻는 것처럼.
‘더 졸라 볼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포기했다.
‘이놈 성질을 아는데 여기서 더 버팅기다간 줬던 혜택도 뺏어가겠지.’
“아효.”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김빠진 사이다라는 소리까지 들은 마당에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나는 김빠진 사이다를 혐오한다.
로판 독자라면 다 그럴걸!
“그래, 해 보자!”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혜택으로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패널티가 해제됩니다.]좋아.
나는 뽈뽈뽈 침대를 기어 협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서랍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환골탈태해 예뻐진 바로 그 책.
공작가의 가보인, 아키투스를.
〈소설 대여권〉을 사용해 〈소설〉을 소환하시겠습니까? 소환일로부터 3일간 대여 가능합니다.]
떠오르는 알림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판 하나 소환해서 여주의 능력을 가져간다!’
[소환할 〈소설〉을 말씀해주십시오.]나는 신중히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
“〈역하렘 세상에서 열명의 남자를 꼬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