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9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92화(192/353)
☆ 제192화 ☆
내가 불러도 그는 여전히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왜…….”
대답은 시드가 아니라 다른 데에서 흘러나왔다.
– 못 들어간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냥 들어가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입안이 바짝 마르고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 그래, 아무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
– 단 한 명만.
뭐?
–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이곳에 남아야 해.
– 게이트는 반드시 제물을 딱 한 명 삼킨다. 둘 다 나갈 수는 없어.
“말도 안 돼……. 그런 이유라면 내가 이 안에 있는데도 시드가 들어왔던 것부터 말이 안 되잖아요!”
– 저 녀석은 키야스에델의 낙인 때문에 게이트가 조금 헷갈려 했지.
–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해서 나와 네가 이어진 힘을 이용해야 했다.
– 네가 나가면 더 이상 게이트를 통과해 이어지는 힘이 없어. 그러니 이용할 힘도 없지.
악트셰라켄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지만 내 머릿속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야. 방법을, 방법을 찾아 보면 뭔가 있을一.”
그 순간, 내 눈에 시드의 평온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너, 알고 있었구나.”
충격에 몸이 비틀거렸다.
“한 사람만 갈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눈물이 배어 나왔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화가 났다.
“주인님을 지키는 게 내 일이잖아.”
“네 멋대로!”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호흡이 튀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내가 언제 지켜달래? 내가, 언제一.”
“나한테 마음대로 살라고 했잖아.”
시드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손은 장막에 가로막혀 내게 닿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살라는 쪽지를 봤을 때 결심했어. 너를 나 혼자 독점해야지. 네 말도 듣지 않고, 네가 아무리 화내도, 애원해도, 나 혼자.”
그의 손이 미끄러져 내렸다. 마치 내 뺨을 만지는 것처럼.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나지막한 속삭임.
“너를 돌려보내 주고 싶더라.”
그래서 왔어.
뒷말은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꾸만 시드의 얼굴이 흐려져서 나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거렸다.
선명해지는 것도 잠시, 다시금 그의 얼굴이 뿌예졌다.
“울지 마.”
그가 난처한 듯 말했다.
“이제는 눈물 닦아줄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나랑 같이, 읏 가면…….”
“네게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어. 너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 지금도 게이트 밖에 있을 거야.”
“시드.”
“돌아가서 씻고 치료하고, 고기 많이 먹고 익시온도 달래줘야지.”
“아레스가 화내는 건 다른 사람이 말려줄 거야. 제온하고 한동안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타렌카 후작에겐 알리지 말고.”
“…….”
“근데 걱정하지 마. 만약 이미 알았더라도 후작은 잘 견딜 테니까. 그리고 파에라톤 공작은…….”
“…….”
“만나서 하고 싶은 거 다 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입을 열어도 목이 꽉 조여져서 도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저 말을 했을 때, 시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를 혼자 보낼 생각을 하면서,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일 때 심경이 어땠을까.
그가 나를 대신해 남겠다고 결심한 곳은 너무 춥고, 외롭고, 사방이 적의로 들끓는 곳인데.
“그, 흡, 그 말뿐이야?”
“…….”
“나한테 할 말이 정말 그 말뿐이야?”
순 다른 사람에 대한 말뿐이잖아.
시드가 웃었다.
“미안해.”
“바보야! 사과하라는 게 아니잖아!”
사람 가슴 아프게 왜 자꾸 그렇게 웃는 거야.
평소에는 그런 식으로 웃지 않았잖아.
항상 여유롭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웃어서 심통이 났는데.
지금은 시드의 마음이 손에 잡히듯 읽혔다.
그건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러지 마.”
“루아티샤.”
“나한테 그러지 마, 응? 나 너무…….”
힘들어.
시드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장막을 사이에 두고 그와 나의 손이 겹쳐졌다.
“같이 돌아가자, 응? 조금 더 생각해 보면一.”
“안 돼. 시간을 끌면 게이트가 완전히 닫힐 수 있어. 지금도 억지로 막고 있으니까.”
시드의 눈은 단호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내게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만약 내 말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시드에게도, 황비님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너도 돌아가야 해. 돌아가서 엄마를 찾아야지.”
내 말에 시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야.”
“아니야. 누군지 몰라도 그 사람은 네 친모가 아니야.”
“…….”
“황비 전하께서 네 모비이셔.”
시드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었다.
“그게 무슨…….”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똑같은 점이 있었다고?
하지만 시드의 등에 있었던 점은 상처 때문에 사라졌다.
시드는 자신에게 그런 점이 있는지도 몰랐을 텐데.
설령 점이 남아있다고 해도 친모자 관계라는 증거로는 한없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사실이겠지.”
내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러면一.”
“하지만 내 결정이 바뀌는 건 없어.”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뿌리 내릴 곳 없이 살았던 시드에게 가족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시드는 황궁 안에서도 부평초처럼 떠다녔다.
점점 더 많은 귀족들이 그를 따라도, 아무리 입지가 넓어져도 그는 여전히 허공을 부유했다.
그런 그에게 있을 자리가 생긴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 가슴이 꽉 막힐 지경이었다.
시드가 웃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겠다는 거야?’
“주인님을 지키는 게 내 일이잖아.”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숨을 멈췄다.
“그런 일, 나는 명령한 적 없어.”
“알아. 내 마음대로 할게.”
시드는 장막에서 손을 떼며 한걸음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막이 더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시드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진다.
“같이 가자고 나한테 손을 내밀었잖아.”
잦아 들어가는 목소리.
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그 말을 해준 거, 기뻤어.”
“…….”
“잘 지내, 내 주인님.”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시드!”
그를 불렀으나 새빨간 공간에 내 외침이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었다.
“시드! 시드!”
목이 터져라 부르며 장막을 내리쳤다.
손가락이 해져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아, 흐, 으으…….”
울음이 되지도 못한 신음만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나는 주저앉은 채 오열했다.
시드.
시드.
시드리한.
아무리 손을 뻗어도 허공만 움킬 뿐. 그에게 닿지 않았다.
손끝부터 시작해 온몸이 찢기는 것 같다.
마음이 부서지고 숨이 꺾였다.
그러는 순간에도 붉은 공간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루아티샤!”
“막내야!”
“너!”
다 부서진 티 하우스의 전경이 나를 반겼다.
나를 발견한 오빠들이 내게로 달려왔다.
뜨겁고 단단한 팔이 나를 감싸 안고 쓰다듬고 보듬는다.
하지만 도무지 안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 한가운데가 뻥 뚫린 것만 같았다.
“……루루.”
마치 확인하는 것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아빠가 보였다.
아빠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자리에 못 박혀 서 계셨다.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아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천천히 내게 다가온 아빠가 나를 안아 들었다.
“숨을 쉬어야 해.”
그 말에 꺽꺽거리는 숨이 터져 나왔다.
“아, 아빠…… 아빠아…….”
“그래.”
“시드가, 으흑, 시드가…….”
입술이 벌벌 떨려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숨을 못 쉬어 울음소리조차 못 내는 내 등을 아빠가 가만히 쓰다듬었다.
계속해서, 쉼 없이.
Chapter 31.
“마마!”
나는 내게 안겨드는 환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환수의 알이 부화했다고?”
“그렇다, 깩! 몇백 년 만에 환수가 탄생한 거다, 짹!”
“마마한테서 떨어져!”
“싫은데? 내 맘인데? 어딜 환수 따위가 위대하신 대정령님께.”
에르메스 짹이 내 머리 위에 앉은 채 분노의 날갯짓을 했다.
“떨어져! 떨어져!”
환수가 두툼한 앞발을 휘둘렀다.
“너나 떨어져!”
슝슝.
파닥파닥.
‘아, 머리 아파.’
나는 이마를 짚었다.
– 지금 우리 애 괴롭히냐?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에르메스 짹이 부리로 내 정수리를 쪽쪽 쪼았다.
“왜 영수 따위와 접촉한 거냐, 짹! 저것들이 얼마나 싸가지 없는데!”
– 흥, 정령 따위 도움이 안 되었으니 그렇지.
– 저 아이가 마계로 넘어갔을 때 도움을 준 건 막 태어난 아가 환수와 이 대영수 악트셰라켄 님이셨다.
“그, 그건……. 내가 본래의 힘을 쓸 수만 있었어도 달랐을 거다, 짹! 지금 나는 힘에 제약이…….”
– 누군 제약이 없나? 나는 접촉 경로를 통해서만 힘을 빌려줄 수 있었고, 아가는 갓 태어난 상태라 힘이 없었지.
– 정령이 이토록 쓸모없을 줄이야. 제 주인조차 못 지키다니.
에르메스 짹이 시무룩하게 내려앉았다.
의외였다.
평소 에르메스 짹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따지며 화를 낼 것 같았는데.
“……미안하다, 짹.”
에르메스 짹이 힘없이 내 손등에 머리를 비볐다.
“나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에르메스 짹의 깃을 쓰다듬어 주었다.
에르메스 짹은 그런 나를 올려다보더니 꽁지깃을 추욱 내렸다.
괜찮다는 데도 왜 더 시무룩해 하지.
“마마, 안 괜찮아!”
환수가 내 품에 파고들며 외쳤다.
“안 괜찮아. 계속 안 괜찮아. 나는 알 수 있어. 마마 자꾸 슬퍼. 자꾸 비었어.”
“…….”
나는 환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푹신한 털이 손가락 사이에 휘감겼다.
– ……이런 상황에 미안하지만 계약은 이행되어야 한다.
“알고 있어요. 당연한 거니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요.”
– 그래.
악트셰라켄의 목소리는 어딘지 착잡했다.
나름대로 미안해하고 안쓰러워하는 듯했다.
나는 그가 편히 말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말했다.
“대가는 무엇이든 괜찮아요.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 그러면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 내가 네가 요구하는 대가는…….
* * *
벌컥.
방문이 열렸다.
루아티샤의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족들이 화들짝 놀라 몸을 물렸다.
루아티샤는 그런 가족들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은.”
“단 거 먹을래?”
“쓰다듬어줄까?”
“쇼핑하고 싶니?”
“땅 줄까?”
가족들은 긴장한 채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게이트에서 돌아온 뒤, 루아티샤는 한 달을 꼬박 앓았다.
제대로 정신 차리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열에 들떠서 온몸이 울긋불긋해졌다.
이대로 막내를 잃는 건 아닐까, 가족들은 물론 공작저의 모든 사람들이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딱 한 달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루아티샤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을 자고 밥을 꼬박꼬박 먹고 집무실에 갔다.
디에르 자작과 칸도르 백작이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서 업무는 시작도 못 하고 있지만.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전전긍긍하며 막내의 입만 바라보고 있으니 입술이 열렸다.
“그럼 쇼핑할래요.”
“쇼핑! 그래! 이 할아비가 우리 손녀가 원하는 건 뭐든 사 주마!”
“아빠 인장을 쥐여줄까? 물론 같이 가겠지만.”
루아티샤가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애를 키우는 데엔 돈이 많이 들까요?”
그 말에 가족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애?”
“아이?”
“갑자기 아이는 왜?”
“애 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