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9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93화(193/353)
☆ 제193화 ☆
“설마……. 남자애는 아니겠지.”
아빠의 눈이 살벌해졌다.
아니, 애라니까 왜 그러세요.
아 참. 나도 아직 애였지.
“애가 남자인 것 같기도一.”
가족들이 도끼눈을 떴다.
“一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인간이 아니라 환수예요.”
“아, 환수.”
할아버지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엄마가 웬 도둑놈을 데려와서 홀랑 결혼까지 해버린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지 엄청 예민하셨다.
‘……근데 아빠는 그 도둑놈이었으면서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입술을 삐죽이는데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
생각해보니 엄마가 꼬셨잖아? 그럼 아빠가 아니라 우리 엄마가 도둑이지.
저렇게 잘생긴 남자를 훔치다니 울 엄마는 뤼팽 뺨치는 대도(大盜)였네.
그때 옆에서 오빠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쑥쑥 크지 않을까?”
“환수는 영수인데. 딱히 사람 손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설령 사람 손이 필요하더라도 그게 굳이 내 동생 손이어야 할까?”
“안 그래도 나랑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더 신경 쓰는 곳이 늘어나면 뒷전으로一.”
아니, 저기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오빠들을 바라보았다.
애 키우는 건 처음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여기 내가 키우는 중인 애가 셋이나 있었다.
나는 가족들과 마차에 오르며 아까 악트셰라켄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 내가 네게 요구하는 대가는 두 가지다.
– 하나는 나를 찾아올 것.
– 다음은 환수를 무사히 각성시킬 것.
“그거면 돼요?”
조금 의외였다.
잘못한 계약 하나로 온갖 생고생을 다 한지라 이번에도 그만한 각오를 했는데.
– 그래, 그거면 된다.
– 간단하지?
“간단하긴 무슨! 하여간 영수 놈들은 믿을 수 없어!”
에르메스 짹이 새 다리를 쾅 찍으며 포르르 날아올랐다.
“감히 누구한테 그딴 걸 맡기려고! 이 에르메스 짹 님이 지키고 있는 이상 절대 안 된다, 짹! 너희가 하지도 못하는 걸 왜 내 친구한테 떠넘겨!”
“와, 엘리가 날 친구라고 인정해 준 건 처음이야.”
“흐, 흥! 딱히 인정한 건 아냐!”
새도 얼굴을 붉힐 수 있구나.
깃털로 덮여있는데 신기하다. 정령이라 그런가?
에르메스 짹이 내 눈앞까지 날아오르더니 부리를 딱딱 부딪쳤다.
“너! 똑바로 대답해! 절대 안 된다구! 저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요구인지一.”
“마마, 나 싫어?”
환수가 내 무릎 위로 두툼한 앞발을 얹으며 물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울망울망해서 나는 얼른 환수를 품에 안아 들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제법 묵직하다.
“아니이? 울 애기가 싫을 리가 있어?”
내 말이 기분 좋은지 북슬북슬한 꼬리가 팔을 착 감았다.
“이 바보! 얘를 각성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영수 중에서도 환수라구! 영수 놈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는데! 기껏 이 에르메스 짹 님이 고생하지 않게 말려주고 있는데!”
“귀엽잖아.”
환수를 푹 끌어안으면서 말하자 오목눈이가 앞가슴을 잔뜩 부풀렸다.
그리고는 내게서 홱 돌아섰다.
꽁지깃이 좌우로 휙휙 흔들린다.
“……난 귀여운 게 아니라 멋진 거긴 하지.”
“응.”
“귀여운 게 아니긴 한데.”
“응.”
“난 진짜 멋진 쪽인데.”
“그래, 그래. 너 멋져.”
“……나의 귀여움으로는 부족했던 거냐?”
에르메스 짹이 힐끗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 애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군.
악트셰라켄의 중얼거림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내 동생한테는 이게 더 잘 어울려.”
“눈이 삐었어? 아님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솜뭉치한텐 아무리 봐도 이게 낫지.”
“이게 좋아.”
“야! 제온! 그게 좋으면 좋은 거지 왜 내가 고른 걸 부수려고 해! 해보자는 거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난장판을 바라보았다.
‘애가 둘이 아니라 다섯이었는데 내가 깜빡했네.’
후, 종업원들이 나가서 정말 다행이다.
‘아빠가 종업원들을 전부 내보낸 건 이럴걸 예상해서인가.’
아빠를 바라보자 심각한 얼굴로 할아버지와 상의를 하고 있었다.
“부족해.”
“그래, 내가 봐도 그렇다.”
“이딴 보석들은 내 딸의 사랑스러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발끝이 뭐냐. 발톱 때만큼도 못 따라가는데.”
“내 딸에겐 발톱 때 같은 건 없습니다.”
예?
“아아, 내가 실언했군. 나도 늙었나 보아.”
아니, 할아버지까지?
“아무래도 경매를 열어야겠군. 세상의 모든 보석을 수배해야겠어.”
경매에 참가하는 게 아니라 경매를 연다는 말에 골이 띵해졌다.
“……나는 그냥 환수에게 먹일 보석이 필요한 거였는데.”
환수 님께서는 남달라도 정말 남다르셨다.
이유식이 보석이란다.
자기가 무슨 드래곤도 아니고.
아니, 드래곤도 이유식을 보석으로 먹진 않을 거다.
“거봐! 이건 시작일 뿐이다, 짹! 앞으로는 더 손이 많이 갈 걸?”
에르메스 짹이 내 정수리 위에서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쉽지만 정령의 말은 딱히 다른 사람에게 들리진 않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마음대로 해!”
에르메스 짹이 새 다리를 콩콩 굴렀다.
다 좋은데 거기 내 머리 위거든. 발톱 따갑다구.
‘하지만 진심이야. 더 손이 많이 갈수록 좋아.’
엄청 고생하고 힘들었으면 좋겠다.
– 끼잉…….
머릿속에 들리는 낑낑거리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 조심해라. 환수는 개체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아가는 특별히 네 감정에 예민한 것 같으니.
– 하지만 참 특이하군. 태어나자마자 보살펴준 이를 잡아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감응력이라니.
응? 뭐라고?
뭘 잡아먹어?
– 아무래도 네가 넘치는 사랑을 줘서 그런 것 같구나.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어.
아니, 방금 내가 안심 못 할 말을 던져놓고 혼자 안심했다면서 웃으면 어쩌라는 건지.
딱히 넘치는 사랑으로 보살핀 적은 없는데.
아무래도 ‘아이는 사랑으로 키우라’는 아이템 〈환수의 온기〉 때문인 듯했다.
‘아이템빨 덕분에 살았네.’
–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래도 아가 때문에 내가 네게 접촉한 거니.
“환수 때문에요?”
– 그래, 몇백 년 만에 겨우 태어난 아가가 어찌나 엄마를 찾으며 울어대는지. 모르는 척할 수가 있어야지.
– 거기다…… 네가 곧바로 죽으면 그걸 느낀 환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악트셰라켄의 말은 묘했다.
그저 몇백 년 만에 태어난 일족의 아이가 속상해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만이 아니라一.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져.’
하지만 그 감정의 근원은 알 수 없었다.
* * *
와그작.
와그작, 와그작, 와그작.
“……잘 먹네.”
나는 순식간에 환수의 입안으로 사라지는 보석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울 순 없으니 웃어야지.
애가 잘 먹으니까 보기 좋긴 한데…….
“우리 애기는 아주 감별기야, 감별기. 어쩜 그중에서도 비싼 것만 골라서 먹지?”
차암 기특하다.
한참을 이어지던 식사가 마침내 끝났다.
환수가 뽈록 튀어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더니 내게로 날아왔다.
“마마!”
“어이쿠, 기분이 좋나 보네.”
묵직한 게 안기니 내 몸이 휘청할 정도였다.
“응! 한 달 넘게 굶어서 배고팠오. 이제 배불러!”
그 말에 마음이 짠해졌다.
태어나자마자 계속 굶었다니.
“내가 쓰러져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라도 밥 달라고 하지.”
“……감히 내 수라를?”
“응?”
“아니야! 나는 마마가 챙겨주면 돼!”
“그래.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주니 환수가 갸르릉대면서 몸을 비볐다.
음, 다 좋은데 너 진짜 무겁다.
“근데 있지, 마마.”
환수가 답지 않게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았다.
“왜 그래?
“내 이름은 뭐야?”
이름.
그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딴 거 없어.”
“그럼 내가 지어줄게. 네 이름.”
“시드. 네 이름을 시드라고 하자.”
“…….”
몇 년이나 지났는데 그때 시드의 표정이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딱히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도 아닌데.
오히려 함께 보낸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그럼에도 그 애는 매 순간 예기치 못하게 불쑥불쑥 나를 찾아온다.
마치 나와 평생을 함께 한 사람처럼.
시드.
시드리한.
그 애는 황궁에 돌아와서도, 황제의 자식으로 인지 받으면서도 내가 지어준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분명 황제는 새로운 이름을 내려주려 했을 텐데.
황제가 내려준 이름이 정치적으로 훨씬 도움 될 게 뻔한데.
여전히 내가 지어준 이름을 쓰면서 그 애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
“마마가 짓기 힘들면 안 지어두 돼!”
환수가 내 뺨을 싹싹 핥으며 말했다.
“이름 이야기가 나오고 마마가 아파해. 마마는 계속 아픈데 더 아파.”
나는 애써 미소 지었다.
나조차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이름 짓는 걸 피했구나.
내가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본 게 너라서.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애의 이름을 안 지어 줄 순 없었다.
“아니야. 엄마 안 아파. 엄마가 이름 멋진 걸로 지어 줄게.”
“응!”
“어디 보자……. 블랙 라이선 더 메가 슈퍼소닉.”
“……와아! 마마가 내 이름을 지어준다니 어떤 이름일지 기대된다아!”
“그러니까 블랙 라이선一.”
“너무 기대돼!”
“…….”
지금 내가 지은 이름 무시하는 거야?
안수르부터 시작해서 수르아와 코촌 치킨까지.
내 작명 센스는 솔직히 평균 이하…… 아니, 땅바닥이었다.
‘그래도 아빠랑 할아버지보단 낫지.’
울딸램호위대랑 내돈내손 네목내손 쁘티큐티프리티 울막내 손녀딸램공주 TMI부가 뭔가.
심지어 내돈내손 네목내손은 내 돈은 내 손녀 거, 네 목숨은 내 손녀 거의 약칭 아니던가.
소속 대원들이랑 부원들이 필사적으로 줄여서 WBD랑 SSS로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설마 작명 센스 없는 것도 유전인가.’
“좀 더 고민해볼게.”
“응, 이름은 아주 중요한 거니까. 아주.”
그렇게 말하는 환수의 눈동자가 기묘할 정도로 밝게 반짝였다.
단순히 기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
아니야, 아니야!
나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치고 올라오는 잔상을 흩트렸다.
‘그럼 우선 그동안 밀린 알림을.一’
“마마.”
환수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나는 파파가 두 명이야?”
“응?”
“나는 파파가 두 명이야. 원래는 한 명이잖아.”
“파파가 누군데?”
내 말에 환수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마마가 모르면 어떡해!”
“어, 그러게?”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엄마는 좀 그렇지?
근데 내가 널 낳은 건 아니라서…….
이걸 애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눈치가 보였다.
‘……그냥 봐도 나는 환수 친 엄마가 아닌데 이거 말하면 충격받으려나?’
언젠가 알게 되더라도 지금은 아이의 편견 없는 순수함을 지켜줘야 하는 걸까.
그나저나 애 아빠는 둘이나 되면서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때, 환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금발 파파랑 흑발 파파가 있어.”
“응?”
“금발 파파는 그때 마마랑 같이 마계에 있던 파파야.”
아니, 시드가 아빠라고?
‘걔는 얘가 알일 때 본 적도 없는데 무슨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얘가 아빠라고 생각하는 게…….
“흑발 파파는 훌쩍 큰 사람인데. 마마보다 훌쩍 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흑발 파파는 마마한테 항상 꽃을 줘.”
맞구나.
에첸이구나.
꽃은 샤이렌 꽃을 말하는 거일 테고.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설마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아빠라고 인식하는 건가?
왜 그렇게 인식하는 거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걸 애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내가 바람둥이라서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