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9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94화(194/353)
☆ 제194화 ☆
지끈지끈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데 환수가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그런데 둘이…… 으응? 이상하다, 뭐지?”
“왜?”
“둘이 다른데 왜 같지? 헷갈려…….”
환수가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갸웃갸웃하다가 끼잉, 하고 꼬리를 말았다.
“나는 아직 아가라서 잘 모르나 봐.”
아가가 스스로를 아가라고 말하는 걸 보니까 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나는 환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파파가 두 명인 건 잊으렴.
* * *
“열어라.”
“예.”
파에라톤 공작의 최측근인 수석 보좌관, 에르켈 자작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뇌옥의 문을 열었다.
그는 감히 주군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눈을 내리깔고 있음에도 파에라톤 공작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폐부가 찌그러질 것만 같았다.
이토록 흉흉한 기세는 공작의 막내딸인 루아티샤가 돌아오고 난 뒤로 볼 수 없었는데.
새삼 막내 아가씨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조그맣던 애기가 이런 상태인 파에라톤 공작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다니.
심지어 평상시마저 기세가 누그러질 정도로 공작을 사르르 녹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신 것 같군.’
아니, 예전보다도 더 날카롭다.
지금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을 받는 자는 전신이 찢겨나가는 착각에 빠지리라.
압도적이고 고압적인 기세에 에르켈 자작의 고개가 절로 내려갔다.
파에라톤 공작은 열린 문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세 공자들이 뒤따랐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루아티샤의 앞에서 유치하게 말싸움이나 하던 게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새삼 이들이 왜 파에라톤이며, 왜 친부자 관계인지 알 것 같았다.
네 남자가 뇌옥 안으로 다 들어가자 에르켈 자작은 문을 닫았다.
쿠응.
육중한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리라.
* * *
비명도, 신음도, 그리고 죽음조차도.
뮤리엘은 가물거리는 눈을 떴다.
하지만 눈을 뜨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자신이 갇혀 있는 곳을 눈에 담는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으니까.
뼈마저 얼릴 것 같이 냉기가 가득한 곳에서 얼마나 지냈던가.
시간의 흐름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팔다리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래 지났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이 입혔던 상처 외에도 뮤리엘의 몸은 크게 상해 있었다.
사실 루아티샤의 공격에 당하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게이트를 열었을 때부터 뮤리엘은 죽어가고 있었다.
설마하니 그 어린 핏덩이한테 당할 줄이야.
이미 꺼져가고 있는 생명을 억지로 붙들어 놓고 있는 자들은 파에라톤 공작 일가였다.
그 소름 끼치도록 잔악한 자들.
그들은 사기가 남아 있는 한 죽지 않는 뮤리엘의 특성을 이용해 강제로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었다.
팔다리가 끊기고 심장에 검이 박히고 온몸이 썩어들어가면서 살아있는 참담한 상태.
이걸 과연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때,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야에 시꺼먼 무언가가 들어왔다.
뮤리엘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뇌옥에서의 시간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앗아가고 많은 것을 새로 주었다.
언제나 위풍당당하고 자신만만했던 그녀가 공포에 질려 혼비백산하게 되었으니.
“오, 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아아악!”
파에라톤 남자들은 그런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한참을 미치광이처럼 홀로 발광하던 뮤리엘이 겨우겨우 진정했다.
뒤늦게 그녀의 눈에 이지가 돌아왔다.
패닉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발광의 여파로 검은 피를 주루룩 흘리며 뮤리엘이 웃었다.
“크, 윽……. 사람, 들이 깜짝 놀라겠어.”
웃지 않으면 내장이 오그라들 것처럼 두려워 다른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제도 흐, 노른자 땅에 있는 파에라톤, 공작저 안에 이딴…… 곳이 있을, 줄은 모를 테니…….”
“당연히 모르겠지. 이곳에서 나간 자가 없으니까.”
“이제 슬슬 너도 끝내려고.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낸 듯 하니.”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건 무슨 수를 써도 말하지 않겠지. 패닉 상태에서는 말도 안 통하고.”
그 말에 뮤리엘의 눈동자에 희망이 깃들었다.
원래 그녀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그분’이 세상을 떨칠 영광의 순간에 함께하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죽음이었다.
이 영겁과도 같은 고통을 끝낼 수만 있다면……!
그 순간, 파에라톤 공자들의 주위로 자욱한 마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원래도 핏기 하나 없던 뮤리엘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시퍼레졌다.
“왜, 왜…… 어째서…….”
이제 필요 없으니 죽인다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마기를 일으키는 거지?
아무리 공격해도 사기가 계속 공급되는 이상 그녀는 죽을 수 없다.
오히려 고통만 더 가중될 뿐.
그리고 뮤리엘은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고 있었다.
“아, 아, 안 돼, 시, 싫어. 제 발, 안 돼! 안 돼!”
안개처럼 매캐하던 마기가 일순 뭉치더니 날카롭고 뾰족하게 벼려졌다.
그리고.
“끄아아아악!”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 소리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목이 다 헤어지고, 스스로의 혀를 깨물 때까지도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뇌옥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했다.
유일하게 그걸 들을 수 있는 자는 이곳에 있는 파에라톤 남자들뿐이었다.
하나 네 남자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 * *
“아, 흐, 아으, 허…….”
땅바닥에 처박힌 뮤리엘의 입에서 의미 불명의 말이 흘러나왔다.
말을 하려고 해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극심한 고통에 흘러나오는 소리일 뿐.
“아직도 살아있네.”
“바퀴벌레 같아.”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제대로 머리에 닿지 않았다.
그저 파에라톤 공작이 사기 공급장치에 다가가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파에라톤 공작은 아리엘이 만들어 낸 가짜 엘릭서를 이용해서 뮤리엘에게 사기를 공급시키고 있었다.
뮤리엘의 입술이 살짝 달싹였다.
“흐, 하…….”
하지만 말이 되진 못했다.
제발.
어서 빨리.
그걸 멈춰.
나를 죽여줘.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이윽고 뮤리엘의 소원대로 파에라톤 공작이 사기 공급장치를 멈췄다.
동시에 전신에 남아있던 마지막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죽는구나.’
원래는 루아티샤에게 당하고 게이트를 열었을 때 진작 죽었어야 했다.
파에라톤 공작의 술수로 멈춰진 죽음이 이제야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죽을 수 있어.’
게이트를 열었을 때만 해도 죽는 게 억울해서 루아티샤에게, 파에라톤 공작가에게, 시드리한에게 계속 저주를 퍼부었는데.
이제는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느껴졌다.
비록 자신은 여기가 끝이지만.
‘예하……. 그래도 제가 아주 쓸모없진 않았습니다. 예하의 앞을 방해할 그 계집은 마계에서 죽었으니 부디 높은 뜻을 이루시一.’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기쁜 소식을 말해주지.”
파에라톤 공작이 뮤리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딸이 깨어났다.”
“……!”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는데도 무슨 힘이 생긴 건지 뮤리엘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되물으려고 했으나 입술을 움직일 힘도 없었다.
살아났다고?
그럼 설마 마계에서 돌아온 건가?
어떻게?
게이트 앞에서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시드리한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던 장면.
그 믿기지 않던 사건.
‘설마.’
정말로 돌아온 것인가?
죽지도 않고 회복할 정도로 멀쩡하게?
“아주 건강해. 오늘도 함께 쇼핑을 다녀왔지.”
아니야!
뮤리엘이 외쳤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그러나 꺽꺽거리는 숨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내가 어떻게 만들어 낸 함정인데.
목숨을 바쳐서, 내 모든 것을 걸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
하지만 그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루아티샤는 살아 돌아왔다.
파에라톤 공작의 눈을 보면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쓸모없는 짓이었다고?’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마지막 수조차 루아티샤 파에라톤을 막지 못했다.
‘다 헛짓거리였어?’
뮤리엘의 눈의 실핏줄이 자글자글 올라오더니 터졌다.
움직이지 않던 손이 바닥을 긁었다.
뚜둑, 뚝.
부러져나간 손톱에 피가 흘렀다.
“끄, 안……. 루……샤 파에라톤!”
그 마지막 외침과 함께 뮤리엘의 움직임이 모두 멎었다.
눈을 부릅뜬 채 피눈물을 흘리며, 뮤리엘은 끈질긴 생을 마감했다.
파스스스一.
붉은 재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을 파에라톤 공작은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제 딸의 그리 고생시킨 자의 죽음이 편안해서야 되겠는가.
후회와 절망 속에서 죽는 걸 직접 보았음에도 시원찮았다.
게이트에서 나온 루아티샤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시꺼멓고 파래진 발목은 퉁퉁 붓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걸었는지 모를 정도로 처참하던 상태.
속눈썹 한 올이 상하는 것조차 마음 아플 정도로 귀하고 귀한 막내딸인데.
“…….”
파에라톤 공작은 뇌옥에서 나왔다.
대기하고 있든 에르켈 자작이 숨조차 죽인 채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감히 질문하지 못하고 잠자코 주군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파에라톤 공작의 행로가 이상했다.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던 에르켈 자작이 결국 말을 꺼냈다.
“……저어, 각하. 어디 가시는 길인지.”
도련님들까지 함께 가고 있어서 집무실이나 아가씨 방일 줄 알았는데, 지금 가는 길은 전혀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주방이 나오는데.’
파에라톤 공작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답했다.
“푸딩 만들러.”
“나는 초코케이크.”
“나는 초코칩 쿠키.”
“……아이스 초코.”
파에라톤 공작을 필두로 줄줄이 대답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왠지…….
‘내가 왜 쫄았을까?’
조금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지금이라도 일하셔야 한다고 말해봐?’
안 그래도 막내 아가씨의 병환 때문에 일이 밀렸는데.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때는 자신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고, 설령 제정신이었다고 해도 감히 주군께 일하시라고 말씀 올리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가씨도 깨어났으니 한 번 도전해봐?’
힐끔 파에라톤 공작의 눈치를 살핀 에르켈 자작이 깨갱해서 시선을 내렸다.
……푸딩을 만든 게 아니라 푸딩을 족치러 가는 것만 같다.
저 무서운 얼굴이 풀리는 때는 오로지 막내 아가씨 앞에서였다.
‘에이, 몰라.’
이러다 가문이 망하면 베이커리 열면 되지.
치킨집도 있는데 베이커리라고 못 열게 뭐람?
난 서빙 시켜달라고 해야지.
* * *
나는 환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휴, 겨우 잠들었다.’
신생아를 돌보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물론 말도 안 통하는 진짜 신생아보단 훨씬 낫겠지만.
나는 살금살금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퀘스트 〈족쳐주세요!〉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0만 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키야스에델의 제사장을 처치했습니다!] [영수계/마계/천계에서 독자님의 업적에 주목합니다!] [영수계가 우호적인 시선으로 독자님을 바라봅니다!] [우호력이 높아지면 추가적인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갑자기 뜨는 알림에 나는 멈칫했다.
‘……완료했다고?’
뮤리엘이 지금 죽은 건가?
그런데 지금 내가 죽인 게 아닌데 왜 퀘스트 완료가 떴지?
‘아무래도 내가 뮤리엘의 죽음에 가장 기여해서 그런 것 같은데.’
뮤리엘이 지하 뇌옥에 갇혀 있다는 건 나도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뇌옥 근처에 가는 것조차 금지당해서 뮤리엘과 접촉할 방도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걸리기만 몇 번.
‘……죽기 전에 게이트에 대한 건 다 알아내야 했었는데.’
나를 못 가게 막은 아빠가 원망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렇지 않게 외출했던 딸이 죽을 뻔했다.
아빠 입장에서는 그 가해자랑 접촉 자체를 막는 게 당연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아빠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금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아빠는 네 살밖에 안 된 내가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녀도 한 번도 막지 않았다.
심지어 납치당할 뻔한 적도 있는데.
그만큼 아빠한테는 이번 일이 충격적이었다는 뜻이겠지.
아빠를 원망하는 건 도움 안 돼. 그만하자.
‘하지만 뮤리엘이 죽기 전에 게이트를一. 아니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나는 멈칫했다.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데 뮤리엘을 그냥 곱게 가둬놨을 리가 없다.
우리 아빠는 폭군/악당/흑막 속성이라구!
‘알아낼 수 있는 건 전부 다 알아내셨을 거야.’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아.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