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9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98화(198/353)
☆ 제198화 ☆
* * *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나는 쭈뼛거리며 아빠를 힐끔 바라보았다.
아빠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다.
“공작 각하께서는 정말 공녀를 아끼시는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에라톤 공작께서 이렇게 자신의 뜻을 접어두시는 건 처음 봅니다.”
아이젤 백작 내외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아이젤 영애의 마지막이 담긴 영상석이 재생된 후로, 아빠는 앞에 나서지 않으셨다.
아이젤 영애의 마지막을 본 내 심정을 생각해서.
하지만 아빠는 아이젤 백작 부부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싶었을 거다.
언제나 파에라톤이 그래왔듯이.
“아빠…….”
내가 슬쩍 아빠의 옷자락을 잡자 아빠가 곧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지?”
“혹시 화났어요?”
아빠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붉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괜히 양손 끝을 매만졌다.
“그게, 내가 너무 내 마음대로 행동해서…….”
“네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내가 있는 거다.”
다른 것은 그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였다.
“나는 네 아빠니까.”
“…….”
아빠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휙 안아 올렸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톡.
기다란 검지가 내 코끝을 살짝 쳤다.
놀라서 아빠를 바라보자 아빠가 드물게 미소 짓고 계셨다.
“아야!”
아빠가 내 코를 콱 꼬집더니 짓궂게 말했다.
“그렇게 신경 쓰이면.”
스윽, 아빠의 잘생긴 뺨이 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나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뺨을 도저히 물러날 기미가 안 보였다.
“오빠들이랑 할부지가 알면 난리 날 텐데.”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면 되지.”
차암나.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아빠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쪽, 하고 입술 도장을 꾹 찍자 아빠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지.”
“누구긴 누구야. 아빠 닮았지. 루루는 아빠 딸이니까.”
아빠가 심각한 얼굴로 날 바라보더니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닌 것 같은데.”
아니,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면 어떡해요.
“하긴, 내 딸의 사랑스러움은 누굴 닮아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
“…….”
“세상에서 단 하나야. 유일무이하지.”
“…….”
그걸 그렇게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우주의 진리라도 논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주실래요.
나는 정말 우리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내 주접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주접을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시공간이 뒤틀릴 것 같은데.
왜 내 주접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혹시 고통을 즐기나?
“……표정이 왜 그러지?”
“내 표정이 어때서요?”
“고통을 즐기는 변태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표정인데.”
“……!”
아, 깜짝이야.
우리 아빠한테 독심술이 있나?
“에, 에이, 내가 그렇게 생각할 리 없잖아요.”
“……그렇지?”
“그으럼요!”
하하.
하하하하.
나는 아빠를 꽉 끌어안았다.
얼굴 보이지 말아야지.
아빠의 커다란 손이 내 등을 토닥였다.
“루아티샤.”
“응.”
“걱정할 필요 없다.”
“……응.”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돼.”
“……응.”
“아빠는 항상 네 곁에 있을 테니까.”
내 자리.
나는 아빠를 꽉 끌어안았다.
* * *
집에 돌아온 나를 반긴 건 잔뜩 삐진 오빠들과 할아버지였다.
“……아버지하고만 외출하고.”
“……즐거웠어?”
“……나는 빼놓고.”
“후우, 내 손녀딸 언제 오나 서서 기다렸더니 다리가 아프구나. 나도 이제 다 늙었어.”
“…….”
허리가 꼿꼿한 게 대나무 같으신데요, 지금.
그에 반해 아빠는 아주 자랑스럽게 반들반들 빛나는 얼굴이었다.
“흐음? 뭔가 이상한데.”
“둘이 무슨 일 있었나 본데?”
“아니야!”
나는 서둘러 팔을 휘저었다.
“있었군.”
“확실하네.”
아니, 난 아니라고 했는데?
무심하던 제온의 눈동자가 순간 날카로워졌다.
“설마 벽쿠一.”
“으아아아!”
그건 금기어야!
“뽀뽀?”
“뽀뽀한 거지?”
“아니야!”
“……맞네.”
“뽀뽀네, 뽀뽀.”
이럴 수가!
우리 가족들은 나 빼고 전부 독심술사였단 말인가!
그나저나 하나 같이 위험하게 생긴 남정네들이 뽀뽀, 뽀뽀하는 걸 보고 있자니.
‘음…….’
내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건가.
“하여튼 아니야!”
“내 동생이 나한테도 뽀뽀해 주면 참 좋을 텐데.”
“치사해 둘이서만 외출한 것도 모자라서 뽀뽀까지.”
“하아, 이 할아비는 뺨이 아프구나.”
“나는 벽쿠一.”
“제오온!”
정신이 없다.
그때 아빠가 나를 달랑 들어 올렸다.
“내 딸 괴롭히지 마라.”
그 말만 남긴 채 유유하게 걸음을 옮겼다.
힐끗 뒤를 보니 오빠들이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아빠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맹?”
“콜.”
“벽쿵…….”
아니, 진짜.
오빠들 옆에서는 할아버지가 인자한 얼굴로 웃고 계셨다.
근데 왜 저 웃는 얼굴이 더 불안하지?
“…….”
다들 일부러 그런 거 같기도 하구.
내가 축 가라앉아 있지 않도록.
“……바보들.”
그리고 그런 바보들이 좋은 나도 바보인가 보다.
* * *
“파에라톤의 검이 유출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가신들이 창백한 얼굴로 되물었다.
아빠가 날 데리고 간 곳은 아빠의 집무실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가신들이 보고를 위해 집결해 있었다.
“그래, 기사들이 쓰는 검을 유출해서 그걸 살인의 증거로 제시했다.”
“어떻게 그런…….”
가신들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럴 만도 했다.
‘당연하지만 무기는 엄격하게 관리되는 자원이니까.’
고작 한 자루가 유출되었다고 해도 실수였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제게 맡겨주시면 어디서 유출되었는지 당장 찾아내서 일벌백계 하겠습니다.”
“어디에서 유출되었는지 실마리는 있습니까?”
“아무래도 공작령 쪽이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각하께서 공작령에 자리를 비우신지 오래되었으니.”
“주인 없는 집에는 쉽게 도둑이 드는 법. 각하께서 전쟁으로 오래 자리를 비우신 건 요젠하임 백작을 숙청해 기강이 잡혔으나, 일 년 넘게 제도에만 계셨으니 주제도 모르고 감히 주인의 것을 훔치는 자들이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와 달리 공자님들도 전부 제도에 계시니 더하면 더하겠지요.”
가신들이 서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니야.’
공작령은 완벽히 내 손 안에 있다.
파에라톤령에 대한 내 영향력이 최대치에 도달한 데다가 코촌 치킨 본점이 토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덕이다.
‘우리 영지민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아.’
불확실한 믿음이 아니라 진짜로.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내 말에 가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영지는 아니에요. 검을 생산 하는 곳은 어디예요?”
“생산 역시 파에라톤령 내에서 하고 있습니다. 생산지에서 빼돌렸다고 해도 파에라톤의 영지민이一.”
“영지민은 절대 아니에요.”
“……아가씨, 아가씨께서 이토록 영지민을 사랑하고 믿고 아끼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일수록 감정을 배제한 채一.”
“거 좀, 조용히하게.”
“아가씨께서 아니라고 하시지 않는가.”
“아, 아니, 내가 틀린 말했나? 아무리 아가씨 말이라도一.”
“아가씨 말이 옳아. 무조건 옳아.”
“여태까지 우리 아가씨 말 들어서 틀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없었지.”
“우리 아가씨가 일을 처리할 때 감정적으로 군 적 있었는가?”
“……없었지.”
“자네가 우리 아가씨보다 가문의 사업을 더 성공시킨 적이 있나?”
“……없지.”
“알면 됐군.”
시무룩해진 가신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감히 제가 아가씨를 가르치려 했군요.”
“뭐, 조언하려고 했던 거니까.”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가신들을 바라보았다.
‘옛날엔 내가 확신한 거여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는데.’
내 보좌단을 제외하고는 다 그래야 했다.
‘아빠가 정리해주면 결국 내 뜻대로 됐겠지만.’
확실히 그보다는 내 능력을 전적으로 믿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니 더 뿌듯하다.
‘주변 사람들이 이런 걸 보면 나, 그래도 그럭저럭 잘 살았나 봐.’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우리 기사들이 쓰는 검을 모방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아가씨, 파에라톤 기사들이 쓰는 검은 쉽게 모방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교란이나 계책을 막기 위해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표식이 여러 개 있습니다.”
“굳이 완벽하게 모방할 필요 없어요. 재판에 증거로 가져갈 것도 아니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파에라톤 기사들이 쓰는 검이다’ 하고 착각할 정도면 충분해요.”
아이젤 백작 부부가 파에라톤 검에 대해 뭘 그리 자세히 알겠는가.
“과연.”
“그렇게 되면 조사범위가 넓어지겠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를 파악하기 힘든데, 영지 쪽부터 조사했으면 파악이 어려워졌을 수 있겠습니다.”
“다들 내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지 쪽에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사실 그렇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니까요. 하지만 이번은 내 감을 믿어봐요.”
나는 당당하게 가신들을 바라보았다.
가신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하긴 우리 아가씨의 감이라면…….”
“오다가 흑사병 치료제의 원료를 줍고.”
“오다가 공진단을 줍고.”
“그런 소문도 있던데. 물리치료기를 안수르 상단에서 사온 게 아니라 아가씨가 오다 주운 걸 안수르 상단에서 매입한 거라고…….”
아니, 그 소문이 맞긴 한데.
왜 소문이 난 거지? 분명 안수르 쪽으로 돌려서 처리했는데.
“……아가씨, 혹시 지금 당장 생각나는 숫자 여섯 개는 없습니까?”
아니, 뭘 그렇게 간절하고 진지한 눈으로 묻고 그래.
근데 여기도 로또가 있는 거야?
힐끔 아빠를 보자 아빠의 어깨엔 그 어느 때보다 넘치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빠가 나를 꽉 붙잡고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앞으로 내밀었다.
“내 딸이다.”
저기요.
“이런 따님을 두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이렇게 능력도 출중하고 감도 좋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따님이라니!”
“우리 아가씨는 역시一.”
번뜩.
아빠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내 딸이다.”
“……예에, 각하의 따님은 정말 최고이십니다. 암요, 그렇고요. 각하의 따님…….”
아아.
왜 언제나 부끄러운 건 내 몫일까?
* * *
방으로 돌아온 나는 서랍에서 편지지를 꺼냈다.
에첸에게 쓸 편지였다.
‘게이트를 여는 데 에첸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각종 몬스터와 싸우면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오로지 능력만 보고 뽑는 에체시스 용병단에는 수많은 괴짜들이 속해있다.
그들 중 마계에 대해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의뢰 성공률이 무려 100퍼센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움이 되는 소식을 들고 올 게 확실하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편지를 안 보낼 순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할 때니까.
‘만약 새로 연 게이트가 여러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면, 에체시스 용병단이 시드를 구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야.’
나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만나자는 내용을 쓴 후, 에르메스 짹을 불렀다.
초코칩이 가득 박힌 쿠키를 잔뜩 먹인 후 편지를 내밀었다.
“에체시스 용병단에 전해줘. 최대한 빨리 가야 해.”
“알았다, 짹! 바람보다 빠르게 다녀오겠다, 짹!”
참 믿음직스러웠다.
“내가 저 식충 환수 따위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짹!”
뒷말만 안 붙였으면.
드러누워서 보석을 갉아먹고 있던 환수가 벌떡 일어나 두툼한 앞발을 휘둘렀다.
후우웅一.
제법 바람 소리가 매섭다.
하지만 에르메스 짧은 날개로 유유히 날아올라 창밖으로 사라졌다.
“식충 환수, 짹!”
쟤도 진짜 유치하다.
“마마아…….”
나는 울상짓는 환수를 안아 들었다.
“나 식충이야? 조금만 먹을까? 저 새 새끼一.”
“응?”
“새 정령은 조금만 먹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새 새끼’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一.
“후에에에엥! 쪼끔만 머글게! 아냐 나는 안 먹어두 대! 마마 힘들게 하기 시러!”
“아니야,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아. 오구, 울 애기.”
나는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홀리는 환수를 얼렀다.
‘이렇게 깜찍하고 마음 여린 애가 새 새끼라는 말을 쓸 리가 없지.’
“그치마안 저 새……는 쪼끔 먹는데.”
에르메스 짹이 먹다 남긴 쿠키를 바라보았다.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니, 그건 쟤도 최선을 다해 많이 먹은 거야. 얼마나 자본주의의 전령 정령인데.’
나는 환수의 궁둥이를 토닥였다.
“아니야. 그리고 엄마는 잘 먹는 게 좋아.”
“정말?”
“그럼!”
나는 품으로 파고드는 환수를 꽉 끌어안았다.
‘이제 남은 건 악트셰라켄을 만나러 가는 일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