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화(20/353)
☆ 제20화 ☆
[소설 〈역하렘 세상에서 열 명의 남자를 꼬셔버렸다〉를 소환합니다.]파라라락一.
새의 날갯짓 같은 소리를 내며 책장이 넘어간다.
책이 허공에 떠오르며 새하얗게 빛나는 페이지에 글자가 새겨진다.
“와…….”
그 동화 속 마법 같은 광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휘리릭, 탁.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어간 책이 닫히고 내 손에 안착했다.
“소환된 건가?”
책의 앞장을 펼치자 타이틀과 함께 빼곡히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글자로 쓰여 있네.”
이런 것도 패치되는 건가.
적어도 이상한 글자로 쓰인 책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소설의 첫머리를 읽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 이 소설을 소환할 줄이야.”
소환해서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소설은 많다.
하지만 이 소설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왜냐하면…….
“열 명의 남자를 꼬시는데 누구와도 키스 한 번 안 하다니! 완전 최악의 소설 아냐?”
나는 당연히 하차했다.
“아무리 전연령이라지만 너무 한 거 아니냐구!”
내가 많은 걸 바랐어?
키스 정도는 전연령에서도 할 수 있잖아!
“적어도 마지막 화에는 키스가 나올 줄 알았는데…….”
댓글에서 키스 없다고 알려준 덕에 바로 하차했다.
“지금은 이 소설이 도움 될 줄이야.”
세상은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3년밖에 안 산 네 살 응애 주제에 이런 생각하는 것도 웃기지만.
“소환은 했고. 능력은 어떻게 가져오는 거지?”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창이 나타났다.
[특성 〈러시 앤 캐시〉를 사용해 소환한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응.”
[능력을 추출합니다.] [현재 등급에서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은 5개입니다.]펼쳐진 책에서부터 모래 알갱이 같은 빛무리가 흘러나왔다.
빛의 알갱이들은 허공을 유영하다가 작게 소용돌이치며 다섯 개의 빛 망울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입자들이 다섯 개의 빛이 되었을 때.
빛이 사라지며 그 안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개가 달린, 하트컷으로 섬세하게 연마된 핑크빛 보석.
책의 표지에 있는 엠블럼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다른 점은 보석의 색깔 정도일까.
[현재 등급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1개입니다.] [추출한 능력 중 하나를 뽑아주십시오.]‘아, 맞다. 이것도 뽑기였지.’
캐시도, 패널티도, 능력도 다 랜덤이라니.
정말 사행성이 가득한 특성이었다.
“엉뚱한 걸 뽑으면 어쩌지? 꼭 그 능력을 뽑아야 하는데…….”
일부러 키스 한 번 나오지 않는 최악의 소설을 소환했다.
반드시 원하는 능력을 뽑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믿는다, 내 손!
수많은 로판을 봐왔던 나의 감!
100캐시의 불운을 만회할 때다!
나는 기합을 넣고 다섯 개의 보석 중 하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능력 〈어장관리가 아냐! 내겐 네 감정이 보이는 것뿐이라구!〉를 선택하셨습니다.]“……?”
아니, 능력 이름 왜 이래.
[능력을 장착합니다.]내 손에 있던 보석이 파르르 날아올라 책 표지의 엠블럼에 스며들었다.
투명했던 표지의 보석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하차한 소설입니다!]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여주인공의 능력이 하향됩니다.]헐.
하차한 소설은 능력이 하향된다고……?
“미리 설명해 줘야 할 거 아냐! 이 사기꾼 악마야!”
씩씩거렸지만 돌아오는 건 하향된 능력의 설명뿐이었다.
[능력 〈어장관리가 아냐! 내겐 네 감정이 보이는 것뿐이라구!〉]– 공감 글귀:
나는 어장 관리하는 게 아니야! 남주들의 감정이 보이는데 어떻게 못 본 척해! 그냥 위로해줬을 뿐이라구!
그런데 왜 다들 나를 좋아하는 거지? 이상하다?
〈역하렘 세상에서 열 명의 남자를 꼬시는 법〉의 여자주인공이 통한에 차 외쳤던 속마음입니다.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읽고 어루만져 주는 것으로 남자주인공 열 명을 꼬셨습니다.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독자님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 능력 효과: 지정한 대상의 감정 상태 메시지가 세 시간 동안 표시됩니다.
– 사용 가능 횟수: 0/5
*하차한 소설이므로 능력이 하향되었습니다.
‘……다행히 내가 원하던 능력이긴 한데.’
〈열.남.꼬〉의 여주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다 들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쉽게 말해 독심술이랄까.
나는 독심술을 사용해서 타렌카 후작을 요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감정 상태가 메시지로 표시된다니…….’
아쉽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해.’
쓸데없는 능력을 고르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나는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우선 마나석 광산과 후작가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어.’
그리고 타인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표시되는 건지도.
나는 설렁줄을 휙 당겼다.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일 때다.
* * *
타렌카 후작저, 대응접실.
“쓸데없는 설전으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진 말지.”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투자한 적이 없다 말해주었소!”
“투자금을 당장 반환하지 않으면 바로 재판에 회부할 거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타렌카 후작을 압박했다.
타렌카 후작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델바트렌 공작, 이스카밀 공작 그리고 쉐로델 후작.
세 사람 모두 마나석 채굴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자들이었다.
“그건 잘못된 정보입니다. 여기 이 수표를 보십시오.”
타렌카 후작이 수표를 내밀었다.
선명하게 찍혀 있는 파에라톤 공작의 인장에 세 사람이 침묵했다.
“위조가 아니라는 건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겠지요.”
“크흠.”
“하나 파에라톤 가의 가신이 직접 내게 투자한 적 없다 말해 주었소. 그건 어찌 된 거요?”
이스카밀 공작의 물음에 타렌카 후작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준비한 핑계를 꺼냈다.
“아주 당연한 이치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다른 투자자가 늘어나면 어떻게 됩니까?”
“……이득을 나눠야 하지.”
“그렇습니다!”
타렌카 후작이 정답이라는 듯 외쳤다.
“그럼 후작의 말씀은 파에라톤 공작이 이윤을 독식하려고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거요?”
쉐로델 후작의 질문에 타렌카 후작이 한발 물러섰다.
“그렇게까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속뜻을 못 알아듣는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허어, 나중에 마나석이 채굴되고 나면 다 들킬 텐데 어쩌려고 그런단 말이오.”
“파에라톤 공작이 그렇게 금방 들킬 거짓말을 할 것 같진 않군.”
어차피 바로 믿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타렌카 후작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보탰다.
“그때 가서 파에라톤에 막대한 이윤이 돌아간다고 한들, 그 사실을 여러분이 알겠습니까?”
“흠…….”
“파에라톤 역시 투자하지 않았으니 광산의 이득을 나눠 받지 못했다고 발뺌하면 끝입니다.”
맞는 말이긴 했다.
“하나 공작이 그렇게까지 치졸하게 굴까.”
“파에라톤이 얼마나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사악한 가문인지 알지 않습니까.”
타렌카 후작의 말에 세 사람은 침묵했다.
각자 파에라톤 공작가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그러나 파에라톤이 그 위명만 큼이나 악명 또한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 파에라톤 공작이 자네의 마나석 채굴 사업에 투자했다는 계약서를 보여주게.”
타렌카 후작은 뜨끔했다.
투자한 적이 없으니 계약서가 있을 리가.
그는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투자 계약서를 제 마음대로 제삼자인 여러분께 보여드리란 말씀입니까.”
“…….”
“과연 그러면 저를 믿고 투자하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여러분과 작성한 투자 계약서를 또 다른 이한테 보여줄 수도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군.”
“하지만 그리 생각했다면 애초에 파에라톤 공작의 투자 사실도 숨겼어야지.”
“투자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문제 없습니다. 비밀 유지 조항이 따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계약서를 보여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죠.”
동조하는 분위기를 읽은 타렌카 후작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제가 묻겠습니다. 과연 파에라톤 공작에게 정의와 도덕, 윤리와 인의 같은 관념이 있습니까?”
세 사람은 침묵했다.
“백 마디의 말보다 물증이 더 확실한 법이지요.”
탁.
타렌카 후작이 당당하게 수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전부 수표를 향했다. 정확히는 수표에 찍혀 있는 파에라톤 공작의 인장에.
응접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들은 일전에 타렌카 후작에게 투자금 회수를 통보했었다.
그러나 타렌카 후작은 투자금을 반환하는 대신 회동을 요청했고, 오늘 모임이 그 결과였다.
그들이 타렌카 후작의 요청에 응한 것은 투자금 반환을 독촉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니 당장 결정할 순 없었다.
결국 이스카밀 공작이 입을 열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구려.”
“오늘 회동을 위해 781년산 아인델프를 준비했습니다. 천천히 즐겨주시길.”
그 말에 대기하고 있던 하녀가 와인을 따랐다.
타렌카 후작은 미소를 지은 채 일어났다.
‘흥, 노친네들이 생각은 많아서.’
그러나 방을 나서는 그의 얼굴은 짜증에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다 넘어왔어. 나는 물증까지 제시했는걸. 이제 시간 문제야.’
물증이라고 해봤자 가짜지만.
당연히 수표는 진짜였다.
투자금이 아니라 양육비를 지급한 수표였을 뿐이지.
“하, 역시 나는 머리가 너무 좋아.”
처음 여기저기서 거래를 끊고 거물들이 마나석 채굴 사업의 투자까지 회수하겠다고 할 땐 당황했다.
하지만 진정하고 생각해보니 빠져나갈 구멍이 보였다.
파에라톤에서 투자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면 저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수표를 지급했지?
과연 파에라톤에서 양육비 때문이라고 밝혔을까?
‘아니.’
그 사실을 밝히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은 타렌카 후작가에 맡겨진 파에라톤 공녀에게로 쏠릴 거다.
‘내 집에서 고 계집을 본 사람들은 많단 말이지. 고아인 하녀로 알고서.’
과연 파에라톤 공작이 그 거렁뱅이 하녀가 바로 제 딸이라고 말할까?
답은 뻔하다.
그런 꼬리표를 파에라톤 공녀에게 달게 할 리가 없다.
사랑한다면 응당 보호하기 위해서.
사랑하지 않아도 공작가에 그런 오명을 쓰게 할 수 없으니까.
‘공작의 경우는 단연 후자지.’
제 아내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을 어찌 사랑할 수 있겠는가.
‘파에라톤은 절대로 왜 수표를 지급했는지 밝힐 수 없어.’
그렇기에 타렌카 후작은 당당히 투자금으로 준 거라 사기를 쳤다.
어차피 저 세 사람이 투자금을 회수하면 낭떠러지다.
잃을 게 없으니 더 대담해졌다.
“후작님.”
그때, 집사가 다가왔다.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
“그게, 파에라톤 공녀입니다.”
“……하.”
그 건방진 꼬마 계집이 제 발로 여길 와?
파에라톤 공작저에 간 클라티에가 엉엉 울며 돌아오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주제도 모르는 사생아 년이 감히 내 딸을……!’
타렌카 후작은 이를 빠득 갈았다.
“파에라톤 공작이 함께 왔나?”
“공작은 안 오고 가신들만 왔습니다.”
“하긴, 지 딸도 아닌데 함께 오겠나.”
픽, 비웃음을 흘린 타렌카 후작이 집사에게 물었다.
“지금 어딨지? 티에랑 함께 있나?”
“저어, 그게, 아가씨가 아니라 후작님을 뵈러 왔다고 합니다.”
“나를?”
“예.”
타렌카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온단 말인가.
‘뭐, 고민할 필요 없지.’
그 멍청한 게 무슨 꿍꿍이가 있겠는가.
보나 마나 파에라톤에서 냉대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온 거겠지.
그 파에라톤 공작이 부인이 불륜해서 낳은 자식에게 잘해 주겠는가?
죽이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티에도 그렇게 말했고.’
“고모부가 그 애를 아끼는 건 절대 아니에요! 가문의 위신을 세우느라 그 저능아를 챙긴 거예요!”
“공작가의 명예 때문에…… 흑, 일부러 나를 홀대하구, 걔를 더 챙기구, 으아아앙! 아빠 아! 나 너무 서러워요…….”
“분명 걔를 구박하다가, 내가 오니까 일부러 보란 듯이 날……! 리엔도 그렇게 말했어요!”
파에라톤 공작의 구박에 비하면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닐 테지.
‘내가 얼마나 자비로웠는지 깨달았겠군.’
“차라리 잘됐어.”
그 모자란 계집을 이용하면
파에라톤에 돈을 더 뜯어낼 수 있을 거다.
그럼 저 노친네들에게 ‘댁들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파에라톤 공작이 투자금을 증액했다’고 하면 되겠군.
좋아, 좋아.
역시 난 똑똑해.
“공녀를 유리온실로 안내해라.”
“유리온실 말씀이십니까?”
집사가 다소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래, 이 삼촌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데 좀 달래줘야지. 가신들도 같이 왔다고 하고.”
“알겠습니다.”
“저 노친네들이 결정을 마쳤다고 하면 내게 알리고.”
“예, 후작님.”
타렌카 후작은 온실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못난이가 유리온실을 충분히 구경할 만한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곳에 있었을 때는 감히 발걸음도 못 하던 곳이었으니까.
후작은 궐련을 피우고 돌아와 온실 문 앞에 섰다.
‘자아, 이쯤이면 되었을까.’
온실의 화려함에 넋을 놓고 있을 초라한 아이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타렌카 후작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겨울임에도 포근하고 훈훈한 공기가 그를 반겼다.
호화롭게 만발한 꽃들이 내뿜는 아찔할 정도의 향기.
그리고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一.
‘어?’
후작의 입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머리칼을 늘어트린 아이가 만개한 꽃 사이에 서 있었다.
온실이 더운지 아이는 귀마개를 푸는 중이었다.
비단으로 만든 귀마개는 보석이 수놓아져 있었고, 안감은 보송보송한 모피였다.
가신이 들어주고 있는 은여우 모피로 만든 머프와 세트인 듯했다.
‘어째서?’
아이는 한눈에 봐도 귀티가 흘렀다.
입고 있는 옷이 고급스러운 것도 있지만,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 특유의 자태가 돋보였다.
기척을 느낀 아이가 후작을 돌아보았다.
젖살이 통통한 장밋빛 뺨.
반짝반짝 빛나는 눈.
그 애가 저를 보고 생긋 웃었다.
아주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그 미소를 띤 채, 아이가 말했다.
“내 돈 받으러 왔어요, 후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