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0화(200/353)
☆ 제200화 ☆
뭐지?
나도 모르는 사이 환생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넌 지금도 네가 겪은 수많은 세계의 힘을 빌려 쓰고 있지 않느냐?”
“그게 무슨…….”
아.
순간 깨달음이 정수리를 타고 번뜩였다.
내가 빌려 쓰고 있는 수많은 세계의 힘.
내가 겪었던 수천 개의 세계.
그리고.
내가 읽은 수천 권의 로맨스 판타지.
‘아…….’
그 하나하나가 전부 다 세계였고.
그 하나하나가 주인공이一.
내가 사랑해서 흠뻑 빠져 지키고 싶어 했던 세계였다.
“그럼 그게…….”
[아프타네스께서 보신 모든 소설에 당신이 댓글을 달았어요.] [가장 많이 베스트 댓글이 되었고, 주인공들에게 훈수도 제일 많이 두었지요.]환생을 하기 전, 악마 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저 환생 트럭에 치여서 환생한 게 아니었다.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선택되었다.
“그냥 우연히가 아니라…….”
“그래, 세계를 구하는 건 네가 네 손으로 쌓아 올린 운명이다.”
수천 권의 세계를 접하고, 그 세계에 울고 웃으며 완전히 몰입해서.
“아프타네스의 말을 거부한 네 선택조차도.”
“아직 어리지만, 굉장히 위험한 힘을 가진 소년이에요.”
“그러니 절대 이 소년과 엮이지 마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무시하세요.”
몇 번이나 시드에게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하던 악마.
그런데 내가 시드에게 관여하자,
[숨겨진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특수 아이템 〈개척자의 의지〉가 지급됩니다!] [운명은 오롯이 개척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나는 오히려 더 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
“네가 스스로 선택해서 통과하고 만들어 낸 운명이다.”
“…….”
“누군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다.”
“…….”
“네가 얻어낸 자격이며 네가 선택한 길이다. 네 결정이 너를 구원자로 만들고 있었지.”
“……나는 그런 거 몰라요.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뿐이야.”
“…….”
“우리 가족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만으로도 벅차서 지금도 이렇게 안달복달하고 있는걸.
“사명을 선택한 자에게서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구나.”
악트셰라켄이 웃었다.
“하지만 그래서 너인 거겠지. 아프타네스가 유일하게 계약한 자여.”
아니, 그건 사기 계약이었는 데.
“거창한 대의는 필요 없다. 그걸 가진 이들은 전부 죽었으니까. 네게는 그것이면 족하겠지. 너는 너의 행복을 지키거라.”
“…….”
그건 나도 그럴 건데.
“저 그런데……. 누구세요?”
눈치를 보며 묻자 미남이 움찔했다.
“눈 앞에서 변했는데 모르는 것이냐?”
“아니, 내가 이동했다고 하니까. 댁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나 했죠.”
“내 정신 안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편이 이야기하기 편할 것 같아서.”
“그럼 역시 악트셰라켄?”
“그래.”
“와, 잘생겼네요?”
“뭐, 뭐?”
그때까지 다소 신경질적인 인상이었던 미남자가 당황하더니 뺨을 붉혔다.
“나를 놀리는 거냐?”
“아닌데. 진심인데.”
“그,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군. 그…… 고맙다. 너도 귀一.”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내 취향은 아니거든요.”
악트셰라켄이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이런 인간은 처음 보는군.”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여기가 당신의 머릿 속이라는 거죠. 음…….”
“왜 그러지?”
“아니, 머릿속이 참 꽃밭이구나 하고.”
“…….”
“욕 아니에요. 알죠? 진짜 꽃밭이잖아요. 머릿속이 온통 꽃밭이야, 아주.”
“그만해라.”
주변은 평원처럼 샤이렌 꽃이 만발해 있었다.
다만 모두 악트셰라켄이 밟았을 때처럼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게 누가 나더러 꽃이니 뭐니 시키랬나요.”
“……뒤끝 있군.”
“시켜놓곤 그렇게 질색하며 뒷걸음질까지 쳤는데 나두 상처 받았다구요.”
“아니, 그건…….”
“……?”
“……인간이 그런 걸, 처음, 봐서…….”
뭐야. 그럼 나를 동물원 구경거리 취급한 건가.
입술을 삐죽 내밀자 그가 변명했다.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미안하면 게이트를 다시 열 방법을 알려주세요.”
악트셰라켄은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안 그런 척 가볍게 말했지만 긴장감에 손끝이 차가웠다.
‘제발…….’
악트셰라켄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미안하다.”
“무슨……! 사과를 듣자고 물어본 게 아니에요!”
“네가 무슨 희망을 가지고 이곳에 왔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영수의 힘은 종류가 달라.”
“…….”
“마계로의 게이트를 열려면 사기가 필요하지. 반대로 천계로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건 성력이다.”
그래서?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나는 그 애를 구해야 한단 말이야.
입을 벌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영수는 게이트를 열 수 없다. 대신 우리의 힘은 각 계를 넘나들 수 있지. 내가 그날 아무 방해도 없이 네게 접촉했던 것처럼.”
수많은 말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길 반복했다.
소리쳐서 따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감정을 쏟아내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건一.
“그럼, 그러면 시드에게 힘을 줄 순 없나요? 그때처럼……. 힘이 마계까지 넘나들 수 있다면.”
시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살아있을 테니까. 지금도, 이 순간도 버티고 있을 테니까.’
“나는 그 녀석을 볼 수 없다.”
악트셰라켄이 혀를 찼다.
“내가 볼 수 있는 자는 너뿐이니 내가 접촉할 수 있는 자도 너밖에 없다.”
“영수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잖아요.”
“너는 땅속의 개미를 볼 수 있느냐?”
“…….”
“네 집 어딘가에 들어온 개미를 다 볼 수 있느냐?”
“…….”
“그런 거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영수계와 마계, 천계가 나를 인지한다고 했다. 그 후에 주시한다고 했지.
바꿔 말해 그전까진 인지하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고개 숙인 나를 보더니 딱하다는 듯 말했다.
“그날 그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네게 희망을 주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노려보자 악트셰라켄이 고개를 저었다.
“안 좋게 듣지 말거라. 가능성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녀석이 네게 희망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하는 듯해서 그런 거니.”
“…….”
“그 애는 네게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어. 하고 싶었던 말이었겠지.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어. 너도 왜인지 알지?”
어떻게 내가 모를까.
“……살아있을 수도 있다.”
“살아있어요.”
“……그래. 원래라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지. 네가 넘어갔어도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았을 테고. 하지만 마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마계에 사기가 짙어져서 혼란이 왔다. 네가 본 마물들은 사기에 물들어 변형된 존재들이다.”
“사기는 마족들의 힘이잖아요?”
“아니지. 마족이 나타나지 않은 지 오래되어 인간들이 잊었구나. 마족들의 힘은 마나다.”
마나? 마나는 마법사들이 다루는 힘 아닌가?
중립적인 힘인데…….
“마족이라고 딱히 특별히 더 사악한 건 아니야. 인간 기준에서는 좀 사악할 수 있지만 초월적인 시각에선 다 필요한 것들이지. 진짜 사악한 건 정령 놈들이다.”
“……정령이요?”
우리 에르메스 짹이?
“그래, 아주 상종도 못할 것들이지!”
전부터 생각했지만 정령이랑 영수는 정말 사이가 안 좋은 거 같다.
“물론 마족이 살아가는 데에 사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그가 이어 말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는 물이 필요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물속에서 살 수 있는가?”
“아.”
“그런 거다. 그러니 그 녀석이 마족을 만났다면 살아있을 수도 있다. 물론…….”
“왜 말을 하다 말아요?”
“마족에게 잡힌 인간이 어떻게 될지는 너도 상상할 수 있을 텐데?”
“마족이 특별히 더 사악한 건 아니라면서요?”
“초월적인 시각에서 그렇다는 뜻이지.”
“…….”
“내가 괜한 말을 했군.”
“아니요. 어차피 그럴 일은 없으니까요.”
“무슨 뜻이지?”
“시드는 강해요. 마족을 만났으면 마족을 패서 말 듣게 했겠죠. 절대 당할 애가 아니야.”
“……그럴 리는 없는데. 왠지 그럴 것 같기도……. 걘 진짜 미친놈이었어. 어떻게 내 힘을 역이용하지?”
“그쵸?”
악트셰라켄이 미소 짓더니 내 머리를 토닥였다.
“만약 그렇다면 연락이 올 수도 있겠군. 전령마는 빠르니까. 지금까지 마족들은 자기 사정이 바빠 신경 쓰지 않았지만 상황도 달라졌고. 너를 주시하고 있으니 그 녀석과 너 사이의 연관성도 알겠지.”
“마족들은 게이트를 열 수 있죠?”
“그래.”
고개를 끄덕이던 악트셰라켄이 멈칫했다.
“너, 뭘 하려고?”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마족들이 날 지켜보고 있다면서요?”
“괜한 짓 하지 마라. 열어줄 거였으면 진작 열었다. 마족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어. 키야스에델이 아프타네스를 숙청한 후, 세계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악트셰라켄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마계다. 그 다음은 천계였고. 이제는 이곳까지 이상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
“이상의 징조라면…….”
“환수가 태어나지 않고, 정령이 힘을 잃고 마나석의 마나가 고갈되었으며, 천계와 이어져 있는 인간의 수가 줄어들었지.”
마나석의 마나.
그러고 보니 300년 전부터 마나가 텅텅 빈 마나석이 채굴되었다고 했지.
그 빈도가 점점 더 심해졌고.
‘니콜라스 타렌카가 그걸로 사기를 쳤고, 나는 마나석이 텅텅 빈 덕분에 검은 황금으로 떼돈을 벌고 있지만.’
그게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 멸망의 징조였다니.
이 세계가 오래전부터 천천히 한 걸음씩 파멸에 다가가고 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됐다.
“끝이 가까워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악트셰라켄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니 포기해라.”
뭐라고?
“네가 준비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아.”
“지금 나에게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희생하라는 건가요? 아까는 내 행복을 지키라고 했으면서.”
“세계가 멸망하면? 네 가족들은?”
“……!”
“네가 그 녀석을 구하는 데 전념해서 결국은 성공했다고 하자. 그땐 이미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거다. 정확히는 네게 그럴 힘이 없겠지.”
“…….”
“돌아온 그 녀석과 두 손 꼭 잡고 함께 죽으려고?”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악트셰라켄을 노려보았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닦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한 번 더 말할 뿐이었다.
“포기해라.”
“싫어.”
“나 좋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네가 후…… 윽?!”
악트셰라켄이 갑자기 머리를 붙잡고 주춤했다.
서서히 주변 풍경이 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마를 괴롭혀!? 이 나뿐 놈! 우리 마마 아프게 하지마아!”
우리 애기가 자신의 백 배나 되는 악트셰라켄의 거대한 몸체를 퍽퍽 때리고 있었다.
앞발로 후려칠 때마다 저 태산 같은 악트셰라켄의 몸이 움찔움찔했다.
“루루.”
“아빠.”
아빠가 나를 끌어안고 계셨다.
“괜찮니? 갑자기 정신을 일어서. 영수가 널 정신계로 데려가겠다는 말은 했지만.”
아까 내가 환수를 데리러 갔을 때 그런 대화도 했구나.
“괜찮아요. 근데.”
나는 아빠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저 새끼는 좀 패야겠어요.”
쟤 나 못 건들 거 같거든요. 세계 구원하실 귀한 몸이라고.
나는 손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 * *
“아니, 어쩜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지. 분명 처음 이야기할 때에는 날 조심스러워했는데.”
“본래 자신이 한 행동만큼 대접받기 마련이죠.”
“…….”
“어허, 손 내려간다.”
루아티샤가 눈을 번뜩이자 인간형으로 변한 악트셰라켄이 손을 더 높이 들었다.
그는 힐끔 루아티샤의 안색을 살폈다.
‘멘탈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강하군.’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그건 다행이지만.’
계속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소 강경하게 말하긴 했지만 악트셰라켄은 진심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루아티샤 본인을 위해서 그녀는 헛된 일에 매달리지 않고 보다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했다.
‘이미 키야스에델의 제사장과 접촉했어. 키야스에델도 저 아이를 경계하기 시작했을 거야.’
더 강해지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
‘하지만 네가 위험하니 시드리한을 포기해一라고 말해서 들을 아이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어찌 되든 상관 없이 시드리한부터 구할 게 분명했다.
‘결국엔 가족을 언급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저 아이의 미움을 받아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섭섭했다.
“한 번만 더 마마 아프게 하면 뒈진다.”
루아티샤가 듣지 못하도록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아가를 보니 섭섭하다 못해 서럽다.
‘하……. 내 신세야.’
영수 중에서도 지고한 세월을 산 자신이 어째 인간 응애와 환수 응애에게 이딴 취급을 받는단 말인가.
“어허, 손. 각도.”
쟤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나.
쟤는 엄청 생각하는 중인데 손 각도는 언제 본 거지.
루아티샤의 지적에 악트셰라켄이 손을 더 높이 들었다.
악트셰라켄이 손을 더 높이 들었다.
파에라톤 공작가와 타렌카 후작은 막둥이가 영수를 혼내고 있는데도 두렵지도 않은지 곁에서 흐뭇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건지 피크닉 매트와 다과까지 준비해 놓았다.
마기가 흐르는 파에라톤 일가와 그에 못지않게 범상치 않은 후작이야 그렇다 치고 웬 하녀도 사방팔방을 오가며 영상석으로 찍는 중이었다.
‘내 팔자야…….“
그때였다.
악트셰라켄의 눈동자에 절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