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1화(201/353)
☆ 제201화 ☆
“파하하하!”
에르메스 짹이 저 멀리서부터 성대한 웃음을 터트리며 날아왔다.
날갯짓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악트셰라켄의 표정이 썩기 시작했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들켜버렸다.
“파하하하! 파하하하하!”
에르메스 짹은 악트셰라켄의 주변을 빙글빙글 날며 한껏 비웃었다.
“뭐? 도움도 안 되는 정령이 뭐 어쩌고 저째? 그때 나한테 뭐라고 잘난 척을 했지?”
으득.
악트셰라켄의 입에서 살벌하게 이 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랬던 주제에 지금 손까지 들고 벌서고 있다니! 파하하하!”
“……너.”
“우습구나, 짹!”
결국 참지 못한 악트셰라켄이 벌떡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쓰읍, 손 내려간다.”
“…….”
악트셰라켄이 다시 조용히 손을 올렸다.
“파하하하하!”
정신 사나운 오목눈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내가 참자.’
“에르메스 짹.”
루아티샤의 부름에 한껏 난리를 치던 에르메스 짹이 포르르 날아갔다.
신이 났는지 손에 내려앉은 상태에서도 위아래로 흔들흔들한다.
루아티샤는 에르메스 짹의 다리에 묶인 쪽지를 풀었다.
에체시스 용병단에 편지를 보냈으니 그에 대한 답장을 가지고 돌아왔을 터였다.
예상대로 쪽지의 발신인은 에체시스 용병단이었다.
최대한 빨리 보고 싶다고 했던 덕인지 언제든 괜찮으니 아지트로 방문해달라는 말이 적혀져 있었다.
‘음?’
한 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늘 보아 익숙했던 에첸의 필체가 아니었다.
‘바렌이나 네미스가 대신 써 준 건가?’
딱히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공작저에 돌아가는 대로 준비해서 찾아가야겠어.’
루아티샤가 품에 쪽지를 갈무리하고 환수를 안아 들었다.
‘아빠랑 할부지랑 오빠들은……. ’
무슨 일인지 몰라도 다섯 명 다 옹기종기 모여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뭔데 그러지?’
살그머니 다가가 살피자,
“손 들어! 더 번쩍!”
영상석에 악트셰라켄을 혼내고 있는 루아티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 *
“솜뭉치가 솜주먹으로 투닥투닥하는 것 좀 봐.”
투닥투닥이 아니라 퍽퍽퍽인 데요.
“내 손녀는 천잰가? 어떻게 이렇게 찰지게 때리지?”
그때 제온이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나한테도 해줘. 투닥투닥.”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치미는 현기증에 나는 이마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제온이 은근히 기대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대체 뭘 기대하는 건데.
“무릎도 꿇어야지? 아니, 손 내리지 말고 무릎만 꿇어.”
그 와중에도 영상석 안에서는 내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저거구나.
이 모든 것의 원흉.
“……워.”
“응?”
“당장 지워!”
나는 영상석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빠가 영상석을 위로 들어 올려 버렸다.
콩콩! 콩콩콩!
아무리 손을 번쩍 든 채 콩콩 발돋움을 해도 절대 닿지 않았다.
“아빠!”
“이 귀한 걸 지우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래, 내 동생. 이번엔 네가 심했어.”
“후우, 내가 솜뭉치를 너무 멋대로 키웠나. 원하는 걸 다 들어 주다 보니.”
“아니, 익시온이 언제?”
“죽이지 말라는 거 안 죽이고, 패지 말라는 거 안 팼잖아.”
“…….”
“루루, 이 할애비가 지우는 대신 다른 원하는 걸 뭐든 들어 주마.”
“이건 절대 안 돼.”
“맞아요, 아가씨. 제가 얼마나 각도며 구도며 다 신경 써 가며 심혈을 기울여 찍었는데!”
아니, 로라?
로라는 내 편이어야지?
“그럼에도 아가씨의 귀여움을 다 담지 못해서 너무 슬퍼요. 제 손이 열 개였으면 좋았을 텐데…….‘
“로라, 너는 최선을 다했다. 물론 내 딸의 귀여움을 다 담지는 못했지만.”
“그래. 홀로 이만한 결과를 내 다니 대단하다. 물론 내 손녀딸의 사랑스러움을 다 담지는 못했지만.”
“……각하와 후작님께서 인정해 주시다니……. 이 로라, 앞으로 뼈를 가는 노력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비장하게 말하지 말아줄래.
누가 보면 전쟁에 나가는 줄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가씨, 여기 앉아서 샌드위치 좀 드셔보실래요? 아가씨께서 좋아하는 딸기 크림 샌드위치예요. 여기가 꽃밭이어서 배경이 아주 좋아요.”
하.
다 필요 없구 혼자 있고 싶다.
* * *
악트셰라켄은 가족들과 아웅다웅하는 루아티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미소 지었다.
‘저 아이가 무너지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이유가 가족들 때문이구나.’
절망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대단하지만, 주변이 그 노력을 함께 받쳐주고 있다.
미리 정신계로 데려갈 거라는 언질을 해뒀어도, 가족들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다시 눈을 뜬 루아티샤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렇게 장난을 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저렇게 만든 것도 저 아이겠지.’
……장난이라기엔 좀 진담 같아 보이긴 하지만.
‘넌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악트셰라켄이 미소 지었다.
“뭘 또 ‘넌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같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냐, 짹!”
“……꺼져.”
에르메스 짹이 포르르 날아올라 악트셰라켄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보는구나. 대영수 악트셰라켄이 인간 꼬꼬마에게 혼나서 손을 든 채 벌서고 있다니.”
“흥, 그러는 너는? 그 위대한 대정령이 지금 한낱 인간 꼬꼬마의 소유물이 아닌가?”
“저 아이는 나를 친구라고 불렀어.”
“흥.”
악트셰라켄이 고개를 돌렸다. 오목눈이가 날갯짓으로 중심을 잡으며 “질투하긴…….”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저 아이의 소유 물인 게 좋아. 가장 가까이서 성장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
“…….”
“그러는 너는 어떻지? 지금 일부러 벌서고 있지 않나?”
악트셰라켄이 정말 루아티샤가 무서워서 손들고 있을 리 없다.
아이의 장단에 맞춰주고 있을 뿐이다.
“……마음이 풀릴까 해서.”
“미움 받는 건 아는구나.”
“…….”
“꿈 깨시지! 저 아이는 너 따위보다 나를 훨씬 좋아하니까, 짹!”
에르메스 짹이 악트셰라켄의 정수리를 쪼은 다음 위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러는 그의 마음 역시 착잡했다.
‘……내가 원래 힘만 되찾았어도.’
에르메스 짹은 위대한 전령 정령.
당연히 전령으로서 천계와 마계, 영수계마저 오갈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젤 영애를 구하며 힘을 거의 소진한 상태라 더 강해지긴커녕 루아티샤가 처음 소환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너도 알고 있겠지.’
모를 리가 없다.
루아티샤가 처음 자신을 소환했을 때 설명이 정확하게 떴으니까.
작다고 얕보지 마세요!
이 짹짹이는 신화 속 헤르메스처럼 땅속과 지상을 마음대로 오가며 심지어 명계의 통행조차 자유롭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든! 심지어 스틱스강 너머에 있더라도!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는 충실한 전령 정령입니다!
그야말로 명품 짹, 전령 정령!
그럼에도 저 아이는 자신에게 묻지 않았다.
혹시 마계로 넘어가 시드의 소식을 전해줄 수 있냐고.
‘못할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얼마나 묻고 싶었을까.
하지만 그 질문이 상처만 될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힘을 봉인 당한 것이, 조금이나마 되찾았던 힘을 다 써버린 것이 이렇게나 후회될 줄이야.
“에르메스 짹? 왜 그래?”
루아티샤는 자신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작은 오목눈이를 쓰다듬었다.
‘내 작은 주인. 너를 위해서 반드시 힘을 되찾을게.’
“쿠키 줘라, 짹!”
“뭐야. 알았어.”
루아티샤가 생긋 웃었다.
* * *
“수르아 씨!”
문을 열자마자 네미스가 벌떡 일어나 나를 반겼다.
나는 지금 수르아로 변장한 채 에체시스 용병단 아지트에 온 상태였다.
“오랜만이야, 네미스.”
“기다렸습니다.”
“나도 반가워. 이렇게 열렬히 환영해 줄 줄이야.”
걸걸한 바렌이라면 모를까, 침착한 이미지의 네미스가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겨주다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소.”
거친 목소리와 함께 바렌이 반대편 문을 열고 등장했다.
항상 호탕하던 그의 얼굴이 어쩐지 초췌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네미스도…….’
“무슨 일 있어?”
“그게…….”
바렌이 난감한 듯 말을 삼켰다.
뭐지?
“에첸은? 에첸은 어딨어?”
항상 아지트에 오면 에첸이 가장 먼저 나를 맞아줬는데.
바로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쉴 뿐.
“……우리도 잘 모르겠소.”
“뭐?”
“단장님과 연락이 안 됩니다. 꽤 됐어요. 그래서 우리도 난감하던 차예요.”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다.
“어디…… 위험한 의뢰라도 간 거야?”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작년 말쯤부터 단장님이 직접 나가는 의뢰는 샤이렌 꽃 채집건이 유일하니까.”
“그럼…….”
“네, 용병단의 일과 상관없이 실종된 겁니다.”
“우리는 수르아, 너라면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 내가 왜?”
내 말에 두 사람이 잠시 침묵했다. 어째 묘한 침묵이었다.
“……그건 당사자가 돌아오면 직접 듣는 게 좋겠습니다.”
“하여간 수르아도 모른다는 거지.”
“응…….”
바렌이 난감하다는 듯 턱을 쓸었다.
시드에 이어 에첸까지.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둘이 동시에 변고가 생긴단 말인가.
왠지 나 때문인 거 같다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언제 실종됐는데?”
“한 달도 넘었지. 6주 전쯤 됐나.”
“뭐?”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시드가 마계로 넘어갔을 때랑 시기가 겹쳤다.
‘……우연이겠지만.’
정말 내가 좋아해서 생긴 일인가?
“단장은 원래 좀 개인 성향이 강했지. 훌쩍 사라졌다가 돌아온 적이 많아서 우린 처음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소.”
“연락 두절 된 시간이 길어지고 나서야 좀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딱히 걱정하진 않았소. 단장은 워낙에 괴물이니 위험에 처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수르아 씨의 편지가 왔다는 표식을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는 거예요.”
“응?”
“다른 건 몰라도 수르아 씨가 찾는다는 표식을 해놓으면 연락이 안 되다가도 당장 아지트로 찾아왔으니까요.”
“우린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지. 하지만…….”
“오지 않았다?”
“네,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일단은 수르아도 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
“에헤이, 뭘 그런 표정 지어? 막말로 단장이 어디 가서 당할 사람도 아니고.”
바렌이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굳어버린 내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에첸이 쓰던 방은?”
“어?”
“에첸이 강하긴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만약 위험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도와야 해.”
내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둘 다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
“방은 어디야? 어디로 갔든 방에 단서가 남아있지 않을까?”
“단장은 자기 방에 들어가는 거 싫어하는데…….”
“괜찮지 않겠습니까, 수르아 씨라면.”
“뭐, 수르아라면 괜찮겠지.”
네미스와 바렌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미스가 내게 이동 스크롤을 하나 줬다.
“일단 이동하죠.”
“어, 본진을 막 알려줘도 되는 거야?”
“하하, 수르아 씨가 먼저 단장님의 방을 보여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수르아 씨니까요.”
“그래, 수르아니까.”
아니, 아까부터 뭐람?
그래도 내가 이들에게 꽤 신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에체시스 용병단 입장에서는 단장의 실종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부터가 굉장히 큰 위기일 텐데.
* * *
에첸의 방안은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살풍경했다.
“……너네 돈 많이 벌지 않았어?”
적어도 나와 거래한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몸 하나 누이면 끝일 침대와 탁자 하나, 그리고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작은 옷장.
이것이 방의 전부였다.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여행자의 임시 숙소 같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미련 없어 보이는 방.
“……단장다운 방이지.”
“에첸이?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수르아 씨를 만나고 많이 변한 겁니다. 처음에는 수르아 씨에게만 품을 내줬지만, 이제는 그래도 가끔씩 우리가 다가가도 별말 안 하세요.”
그게 뭐야.
서로 생사를 오가며 싸운 전우가 아닌가.
에첸은 이들을 하나도 의지하지 않았다는 건가?
바렌과 네미스도 퍽 섭섭했겠지만 에첸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에첸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 많은 사람들을 이끌면서도 혼자였다니.
삭막한 방 안에는 유일하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테이블 위에 놓인 꽃다발.
“이 꽃다발은…….”
꽤 값비싼 꽃인데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세련되게 정돈되었다기보단 조금 엉성하게 만들어진 게 독특했다.
마치 어린애가 귀족들의 정원에서 꺾어온 것처럼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