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5화(205/353)
☆ 제205화 ☆
루아티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애를 많이 낳자고 했다고?
내가 언제……?
하지만 루아티샤가 되묻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지금…… 뭐라고.”
“너 이 새끼!”
“……죽인다.”
세 공자가 눈을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런 손자들을 보고 타렌카 후작이 인자하게 말했다.
“다들 자중하거라. 시드리한 황자께서는 우리의 은인이시다.”
“하지만一.”
“정중히 말씀드려야지.”
손자들의 반항을 한마디로 일축한 그가 시드리한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황자께서 아직 연치가 어리신데 그리 빨리 명계로 가기로 결정하셨다니. 이 노구가 성심껏 거들겠습니다.”
“…….”
루아티샤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아니, 할부지…….
그건 바꿔말하면一
어린놈이 벌써부터 명을 재촉하는구나. 내가 이 손으로 죽여 주마!
一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정중하게 말한다고 해서 막말이 아닌 건 아닌데요.
루아티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사달이라도 나기 전에 일단 상황을 수습해야겠다.
“가족을 만들어주겠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니야. 황궁에 가자고 했잖아.”
“황궁에 가서 황제에게 우리 결혼을 허락一.”
“이 새끼 죽, 아니, 명계로 가는 거 도와준다!”
“一맡겠다는 소리 아니었어?”
익시온이 벌떡 일어나 뭐라 외치든 시드리한은 아무렇지 않게 루아티샤만 보며 말을 마쳤다.
그의 얼굴은 어딘지 의기양양했다.
가족을 만들어주겠다는 소리가 결혼하자는 말 아니면 대체 뭐겠는가?
루아티샤는 지금 16세. 그리고 한두 달 정도면 해가 바뀌어 17세다.
결혼이 완전히 먼 이야기인 나이도 아니지 않은가?
‘일단 약혼부터 하고, 집을 합치고. 신혼은 황궁보다는 어디 휴양지에서 보내는 게…….’
시드리한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루아티샤가 예전에 말했던 아이의 숫자를 채울 계획까지 세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말에 결혼 외에 다른 게 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시드리한은 자기도 모르게 슬쩍 입술을 매만졌다.
정원에서 루아티샤가 자신을 끌어당겨 입술을 맞댔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뭔데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더 더럽지?’
익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특히 얼굴을 붉힌 채 입술을 쓰는 시드리한을 보고 있자니 더 그랬다.
가족들은 왠지 모를 불길함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조마조마한 얼굴로 루아티샤의 눈치를 봤다.
이윽고 루아티샤의 입술이 열렸다.
“아닌데.”
“……아니라고?”
시큰둥한 루아티샤의 대답에 이번에는 시드리한의 얼굴이 의기소침해지고, 가족들 사이에 서는 활짝 꽃이 폈다.
“황비 전하를 만나자는 뜻이었어. 무슨…… 결혼 허락이야.”
“그렇지! 결혼은 무슨 결혼! 내 손녀는 아직 핏덩이나 다름없는데. 백 년은 이르지.”
아니, 아직은 좀 이르다는 거 엔 동의하는데.
백 년 후에는…… 너무 늦지 않나요?
이미 죽어서 영혼결혼식 뭐 이런 거 해야 할 거 같은데.
루아티샤가 떨떠름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막내는 나랑 결혼할 거야.”
“흐음? 내 동생은 나랑 결혼할 건데.”
“무슨 소리야. 솜뭉치는 내가 지켜주기로 했어.”
파에라톤 공자들이 서로 막둥이와 결혼하겠다며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패턴에 루아티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는 어째 조용하시네?’
아까부터 말이 없으셨다.
힐끔 바라보니 우두커니 앉은 채 심각한 얼굴로 사색에 잠겨 계셨다.
‘……가문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루아티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거나 아빠가 딴생각 중이라서 차라리 다행이다.
“황비 전하를 만나는 거라고. 결혼 허락을 받자는 게 아니라…….”
“자꾸 결혼이래. 황비 전하께서 네 어머니라고 했잖아.”
“결혼이…… 아니라고…….”
“야.”
루아티샤가 어이없다는 듯 시드리한을 바라보았다.
마계에 가 있는 동안 많이 힘들었나?
* * *
“저어, 각하…….”
파에라톤 공작의 수석 보좌관인 에르켈 자작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주군을 불렀다.
공작은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한 채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이 에르켈 자작을 향했다.
에르켈 자작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굳혔다.
이십 년이 넘도록 파에라톤 공작을 보좌해왔지만, 이토록 날 선 시선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가?”
“죄, 죄송합니다, 각하.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현안이 있다면一.”
“내 딸이, 결혼을, 하겠다는데.”
예?
에르켈 자작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께서요? 대체 언제…….”
“못 들었나? 아까一.”
파사삭!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지 파에라톤 공작의 손아귀에서 의자 팔받침이 부서져 나갔다.
‘저거 원목인데……. 그것도 단단하기가 다이아몬드 같다는 금강목으로 만든 거…….’
마기를 쓰지도 않았는데 의자가 무슨 모래로 만든 것처럼 부서져 내리는 걸 보며 에르켈 자작이 침을 꼴깍 삼켰다.
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해도 이런 반응은 아닐 텐데.
‘잘못 말했다간 내가 저 의자 꼴 난다.’
“절대 아닙니다. 아가씨께서도 무슨 결혼 허락이냐면서 황당해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할 때 그 애는 속눈썹이 평소보다 아래로 내리깔렸다.”
“……예?”
“거기에 목의 각도가 정확히 17도 기울어져 있었고, 호흡이 살짝 떨렸다. 호흡 파동에 아무런 규칙이 없는 불안정한 진폭이었어.”
“…….”
“거기다 체열이 0.1도가량 올라갔다. 얼굴이 새빨개진 걸 보지 못한 거냐?”
새빨개졌다고요?
새빨개지긴커녕 시큰둥하게 아닌데, 하시더만.
‘결혼 운운하실 땐 황당하다 못해 얼척 없어 하셨지.’
“그래도 네 능력이 어느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말로 대답하진 않았지만 표정으로 에르켈 자작의 생각을 읽은 파에라톤 공작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에르켈 자작으로서는 억울했다.
“그렇게 분명하게 모세혈관 확장 증세를 보였는데 몰라보다니. 동공의 지름도 0.1mm 정도 커졌고.”
0.1cm도 아니고 0.1mm 차이를 대체 어떻게 알아요.
알아보면 그게 인간이겠냐.
그리고 뭐? 모세혈관?
따지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아, 예…….”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막내 아가씨와 관련해서 주군이 미쳤던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쯤은 자신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지.
절대 부서진 의자를 보고 쫄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
“결혼은 절대 안 돼.”
쾅!
파에라톤 공작이 단호하게 말하며 하나 남은 팔걸이를 내리쳤다.
에르켈 자작은 파스스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팔걸이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조기 교육을 시켰어야 하는 건데. 결혼은 나쁜 거라고.”
으득, 살벌하게 이를 간 파에라톤 공작이 갑자기 추욱 쳐지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딸아이의 초상화였다.
파에라톤 공작의 손가락이 환하게 웃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쓸었다.
“우리 루루……. 평생 아빠랑 살 거라면서 아빠 품에 안겨들었었는데.”
“…….”
“이 아빠밖에 없다면서……. 아빠가 맘마 먹여줘야 먹고, 가끔 치카치카하기 싫다고 떼써서 아빠가 치카치카도 해주고, 밤에 배 내놓고 잘 때가 많아서 아빠가 새벽마다 확인해줘야 했는데…….”
“…….”
에르켈 자작은 궁상을 떠는 파에라톤 공작을 보며 조용히 집무실을 나갔다.
“아, 말씀은 잘 나누셨나요?”
행정관이 두툼한 서류를 든 채 밝은 얼굴로 물었다.
“지, 지금 들어가려고?”
“네,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
에르켈 자작은 기겁해서 그를 말렸다.
“절대 안 돼.”
“예?”
“……그 누구도 집무실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각하의 명이시다.”
에르켈 자작은 감히 주군의 명을 사칭하는 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이 모든 것은 눈물 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을.
* * *
“마마!”
문을 열자마자 방방 뛰어오른 니케가 쪼르르 달려와 루아티샤의 품에 답싹 안겼다.
“마마 보구 시퍼쪄.”
니케가 루아티샤의 품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헤헤 웃었다.
“오구오구, 울 애기 엄마 기다려쪄요?”
루아티샤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니케의 얼굴에 쪽쪽 뽀뽀를 했다.
“응! 니케 마마 넘넘 보구 시펐눈데, 잘 참아써. 사고도 안 치구, 맘마 먹으면서 얌전히 착하게 잘 있었오.”
“그래또, 그래또.”
루아티샤가 니케의 털을 마구마구 쓰다듬는 순간, 시드리한과 눈이 마주쳤다.
‘어…….’
루아티샤는 머쓱한 얼굴로 말을 고쳤다.
“그랬어, 그랬어.”
마치 “그래또, 그래또.”라고 한 적 따윈 없는 것처럼.
“마마?”
니케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풍성한 꼬리로 루아티샤의 팔을 휘감았다.
루아티샤는 어색하게 그 꼬리를 쓰다듬었다.
미간을 찌푸린 니케가 품에서 폴짝 내려와 발라당 몸을 뒤집으며 두툼한 앞발로 만세를 했다.
더 귀여워 해줘! 더 사랑해 줘!
그 귀여운 공격을 이기지 못한 루아티샤가 바로 니케를 안아 들고 다시 쪽쪽쪽 뽀뽀를 했다.
그 모습을 불퉁한 얼굴로 바라보던 시드리한이 슬쩍 입을 열었다.
“원래 그렇게 아무한테나 뽀뽀하나?”
아니, 저기요.
루아티샤가 뽀뽀를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바람둥이라고 그랬지. 지금 보니 왜 그런지 알겠네.”
뾰족한 시선, 심통이 난 볼, 거기에 슬쩍 나온 입술까지.
‘설마 삐진 거야?’
사람 애기한테 뽀뽀한 거 가지고 삐져도 황당할 텐데, 니케는 환수 애기였다.
그것도 태어났을 때와 비교해서 하나도 자라지 않아서 겉모습도 속도 진짜 애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귀여우면 뽀뽀 좀 할 수 있지. 뽀뽀한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그러면 아까 나한테 했던 뽀뽀도一.”
“으아아아아!”
루아티샤가 소리를 질러 시드리한의 말을 막았다.
시드리한이 뾰로통하게 중얼거렸다.
“나를 막 벽으로 밀어붙이더니 내 멱살을 잡고 입술을一.”
“으아아아! 그만! 그만해!”
“난 그게 처음이었는데.”
시드리한이 시선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순식간에 순진한 남정네를 밀어붙여 처음을 빼앗고서 별거 아니었다고 말하는 파렴치한이 된 기분에 루아티샤의 얼굴이 벌게졌다.
“나, 나도 처음이었거든?!”
“거짓말.”
아니, 왜 거짓말이래?
“그 털뭉치한테 지금만 해도 몇 번을 했으면서.”
루아티샤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얘는 사람도 아니고.”
“영수면 인간형으로 변할 수도 있잖아.”
“그, 그건 그런데, 얘는 애기잖아.”
“남자애지.”
와…….
이건 진짜 말이 안 통한다.
루아티샤가 어이없어 하든 말든 시드리한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니케를 노려보았다.
대놓고 잔망 떨며 애교 부리는 게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 저 애교는 루아티샤 앞에서만 부릴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발라당은 커녕 포악하게 굴지만 않으면 다행이겠지.
처음 본 순간부터 그럴 거라 직감했다.
하지만 오로지 감만으로 그리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아까 얌전히 착하게 있었다고 할 때 하녀들이 식은땀을 흘렸어.’
그게 확실한 증거였다.
“왜 그렇게 그 녀석을 끼고도는지 모르겠어. 털을 뭉쳐놓다 만 것처럼 생긴 게 딱히 귀여운 구석 따위 없一.”
“파파?”
시드리한의 시선을 느낀 니케가 루아티샤의 품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파파?”
니케가 활짝 웃었다.
“파파다! 니케의 파파야!”
“……귀여운 구석이 차고 넘쳐서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야.”
예?
“심지어 바로 아빠를 알아보다니. 이렇게 똑똑한 아가가 세상에 또 어딨을까? 역시 우리 애야.”
우리 애?
언제부터 우리 애였어?
루아티샤가 흐린 눈으로 시드리한을 바라보았다.
시드리한은 아예 니케를 품에 안고 어르고 있었다.
“이 풍성하고 보드라운 털. 늠름한 앞발. 총명한 눈. 어디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게 없어.”
저기요.
아까는 털을 뭉쳐놓다 만 것처럼 생겼다면서요.
“파파!”
“그래, 아빠란다.”
“니케, 파파 보구 시퍼쪄. 파파 없어서 마마가 많이 슬퍼했오.”
“그랬구나. 아빠가 잘못했네.”
“파파 잘못?”
“응.”
“우음, 니케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마마를 아프게 한 건 역시 파파 잘못이야. 나빠!”
니케가 두툼한 앞발로 시드리한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파파라도 마마를 아프게 하면 용서 안 해!”
퍽! 퍼억!
애기가 콩콩 아빠 밉다며 때리는 것과 달리 꽤 심각한 타격음이 울렸지만,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시드리한은 웃고 있었다.
“아빠가 미안해. 이제 다시는 엄마 아프게 하지 않을게.”
“정말?”
“정말. 아빠가 멀리 있어서 엄마가 아팠던 거니까 이제 아빠가 엄마랑 꼭 붙어있으면 되겠다. 그렇지?”
니케가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그런가아?”
하고 중얼거렸다.
“그래,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一.”
“야.”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에게서 니케를 뺏어 들었다.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 하여간.”
시드리한은 미소 지으며 퉁퉁거리는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
한참을.
니케의 궁둥이를 토닥이던 루아티샤의 뺨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눈빛이 흔들리고, 토닥이는 박자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결국 참다못한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에게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봐?”
“보고 싶었어.”
“…….”
“정말, 보고 싶었어.”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애틋하고, 가슴 아프고, 그러면서도 다시 만난 게 그저 기적 같아서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근데에, 흑발 파파는 언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