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6화(206/353)
☆ 제206화 ☆
천진한 니케의 질문이 가까워지던 두 사람 사이에서 울려 퍼졌다.
“혹……발 파파?”
“응! 니케한테 마마는 한 명이지만 파파는 둘이야! 금발 파파랑 흑발 파파!”
“…….”
시드리한의 시선이 루아티샤를 향했다.
아주아주 묘한 시선이었다.
루아티샤는 시선을 피했다.
‘그게 사실은 동일 인물을 뜻하는 건데.’
그런데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자니 조금 부끄러웠다.
“애……애가 아직 어려서 뭘 좀 몰라서 그래.”
“아냐! 니케는 잘 알아. 니케의 파파는 마마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그래?”
시드리한이 아주 부드러운 음성으로 니케를 향해 물었다.
“그럼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이 둘이야?”
“응! 파파랑 흑발 파파!”
니케가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더니 종알거렸다.
“파파 노력해야겠다, 그치?”
“…….”
분명 순진하니 뭘 모르고 하는 말일 텐데, 듣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묘했다.
“마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훨씬 훨씬 더 많아! 근데 마마가 지, 지…… 뭐였지? 지주? 지주 있는 사람이라서 아무한테나 마음 안 줘서 다들 거절만 당하구 이써.”
“그랬구나. 엄마한테는 지조가 있구나. 그래서 동시에 두 명을 좋아한다는 거지.”
시드리한이 눈매를 접으며 사르르 웃었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바로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을 법한 미소였지만, 루아티샤는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그래서 그 흑발 파파는 누구야? 이름이랑 어디 사는지, 뭐 하는 개새…… 크흠,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
“우웅?”
“절대 찾아가려는 건 아니야. 해코지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빠가 반가워서 그래. 같은 니케 아빠라니까.”
시드리한이 더 환히 미소 지었다. 어찌나 환한지 반짝거리는 금발에서 일순 광휘가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우움, 흑발 파파는一.”
“니케.”
루아티샤가 니케를 고쳐 안으며 궁둥이를 토닥였다.
“이제 니케 코오 자야할 시간이야. 어서 자자.”
“그치마안 니케 파파 왔는데. 그리구 니케 오늘 얌전히 잘 기다렸자나.”
“우리 니케 착하게 기다린 거 엄마두 잘 알지. 그래도 잠은 잘 자야 해. 그래야 쑥쑥 크지?”
니케는 불만스러운 듯 앞가슴을 부풀렸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니케 어서 쑥쑥 자라서 멋진 환수가 될 거야! 그래서 마마 괴롭히는 것들 다 패버릴 거야!”
“……엄마는 그런 거 가르친 적 없는 거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할까…….”
루아티샤는 떨떠름하게 니케의 털을 쓰다듬고는 내려주었다.
니케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종종종 침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침실로 완전히 들어가기 직전.
“니케두 눈치가 있오. 일부러 자리 피해 주는 거야. 마마랑 파파 얘기하게.”
“응?”
“니케는 동생 갖구 싶으니까!”
응?
뭐라고?
당황한 루아티샤가 다시 물으려고 했지만, 니케는 풍성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미 침실로 들어간 후였다.
“우, 우리 애가……. 우리 순진한 니케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충격에 말을 더듬거리는 루아티샤에게 시드리한이 살며시 다가갔다.
“우리 애가 동생이 갖고 싶대. 그러니 서둘러 결혼을一.”
“무슨 소리세욧!”
낸시가 빽 소리를 질렀다.
낸시는 물론이고 틸다와 로라, 평소 그들을 말리던 안나까지 쪼르르 나와 외쳤다.
“결혼이라니요! 우리 아가씨는 고작 열여섯인데!”
“결혼은 10년, 아니, 100년은 이르다구욧!”
“결혼은커녕 연애도 이릅니다!”
황자인 그에게 감히 함부로 말을 걸 수 없는 위치였지만, 그녀들은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절대 지켜! 우리 아가씨!
눈동자가 그렇게 타오르고 있었다.
루아티샤는 그 모습을 보며 후우, 한숨을 쉬었다.
“일단 자리 좀 비켜줘. 시드와 둘이 이야기하게.”
“그치만 아가씨…….”
틸다가 우물쭈물 망설였다.
반면 로라는 루아티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제게 말만 하세요. 사랑하는 사람은 원래 땅에 묻는 거랬어요.”
“……가슴에 묻는 게 아니고?”
“무슨 소리세요. 땅값이 비싼데. 당연히 비싼 땅에 묻어줘야죠. 그게 가슴에 묻는 것보다 훨씬 더 추억할 거리가 될 거예요.”
그야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긴 하겠지. 사람을 땅에 묻는데.
과연 남편 순장 옹호자다운 발언이었다.
“걱정하지 마.”
솔직히…… 걱정하려면 시드를 걱정해야 할걸.
‘아까 먼저 뽀뽀한 것도 나니까.’
내 안에는 15금을 사랑하는 로판 독자의 영혼이 갇혀 있거든.
루아티샤는 속마음을 감춘 채 하하 웃었다.
* * *
하녀들까지 나가자 방안에는 루아티샤와 시드리한 두 사람만 남았다.
‘좋아, 이제 좀 진지한 이야기를一.
“그 흑발 남자는 누구야?”
“응?”
“그 남자 때문에 내 주인님께서 날 버린 건가?”
시드리한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반짝거리는 금발이 사라락 흐트러진다.
가느다란 시선.
긴 눈매에 고요히 자리 잡은 보랏빛 눈동자가 꼭 우주처럼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루아티샤는 눈을 더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농담도……. 그것보다 우리 해야할 이야기가 있잖아.”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는 없는데.”
“시드, 어떻게 돌아온 거야?”
“…….”
시드리한은 잠시 말이 없었다.
방안에 침묵이 야트막하게 내리깔렸다.
시드리한은 그다지 대답하고 싶어 하지 않은 기색을 내비치다가 루아티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냥. 잘 돌아왔어.”
“시드.”
“…….”
“나, 계속 알아봤어. 게이트를 열어서 너를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실패만 했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한 적 없어.”
“…….”
“마계의 게이트를 여는 데에는 사기가 필요해. 그래서 마족이 열거나, 아니면.”
루아티샤는 잠시 말을 멈췄다.
“키야스에델과 관련된 자가 열거나.”
뮤리엘처럼.
“시드, 네가 누구의 도움을 받았든 그건 아무 상관도 없어. 돌아와 준 것만으로 나는 충분해. 하지만.”
루아티샤가 시드의 손을 붙잡았다.
원래도 그녀보다 한참 큰 손이었지만, 지금 시드리한의 손은 기억보다도 훨씬 커져 있었다.
단단한 굳은살이 잔뜩 박인, 거친 손.
이 손이 이렇게 커지는 동안 그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홀로 어떻게 버틴 걸까.
“괜찮은 거야? 혹시 게이트를 여는 조건으로 무슨 대가라도 치른 건…….”
시드리한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걸 루아티샤는 잘 알고 있었다.
“……네가 걱정할 만한 건 하나도 없어.”
“그냥 말해줘. 나 정말 걱정되어서 미칠 것 같아.”
시드리한의 손이 루아티샤의 뺨을 감싸 쥐었다.
그는 그 상태로 한참 동안 루아티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항상 그려왔던 푸른 눈동자가 온갖 감정을 담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되고 애틋하고 그립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루아티샤의 모든 감정이 오롯이 자신만을 향하고 있었다.
‘…….’
네가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하는 게一.
“좋다.”
루아티샤가 의아한 눈으로 시드리한을 바라보았다.
“네가 걱정할까 봐, 기다릴까 봐, 마음 아플까 봐.”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함부로 돌아오겠다는 말도 하지 못했어.”
나지막한 속삭임.
“사실은 나를 기다리라고, 반드시 네 곁에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루아티샤가 자신을 풀어준 날, 시드리한은 마음대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쭉 그렇게 살았다.
그 누구의 말도, 마음도, 생각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루아티샤에게도 마찬가지라서, 그녀가 싫어하더라도 반드시 제 곁에 두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이 오니까. 그게 안 되더라.’
그렇게나 가족들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루아티샤가 혼자 떨어져서 울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그냥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루아티샤를 가족의 곁으로 보내 주고 싶었다.
내 곁이 아니라, 가족의 곁으로.
그러면서도 자신이 없는 곳에서 루아티샤가 자신을 기다리다 울까 봐 기다리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돌아와서 그 긴 시간 동안 이토록 네가 나를 생각해 준 걸 보니까.”
루아티샤의 뺨을 감싸 쥔 시드리한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긴 목과 흘러내린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손가락 끝에 스쳤다.
“기뻐.”
시드리한의 몸이 기울었다.
툭.
루아티샤의 어깨에 그의 머리가 닿았다.
반짝이는 금발이 그녀의 살갗을 간질였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항상 확고했다.
스스로 정한 것을 되돌리는 법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타인의 손에 의해 삶이 망가졌던 만큼 그 누구도 시드리한에게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고요하고 단단한 마음에 빗방울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파문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있었다.
“시드…….”
단 한 사람, 루아티샤 파에라톤.
“약속할게. 정말 네가 걱정할 만한 건 없어.”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의 어깨에 닿았던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이 교차했다.
루아티샤가 색색 내쉬는 긴장한 숨결이 그의 피부를 간질였다.
시드리한이 웃었다.
숨결마저 달콤하게 느껴진다면 이건 병일까.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 내 주인님 거잖아. 함부로 굴리고 다닐 리 없지.”
“……그게 뭐야.”
루아티샤가 웃었다.
시드리한은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앞에 살아 숨 쉬며, 제가 한 말에 반응하는 루아티샤가 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근데 그 검은 머리 개……는 누구야?”
충분하긴 한데. 진짜인데.
그래도 이것만은 확실히 알아 둬야지.
“응? 누구야? 걱정하지 마. 내가 네가 좋……는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아니요. 할 거 같은데요.
그것도 완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짓을 해버릴 거 같은데.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 시드리한을 내려다보던 루아티샤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뭘 알아서 한다는 건데?”
“아니, 나쁜 짓은 안 해. 그냥 그 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뿐이야.”
그 개새끼가 너거든요?!
‘근데 이걸 쪽팔려서 어떻게 말해.’
생각해보면 시드리한한테 시드리한에 대한 연애 상담까지 했던 거다.
‘으으, 그나마 에첸을 만날 때 변장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얘는 내가 수르아인지도 모르一. 잠깐.’
“그러고 보니 전에 바람둥이라고 그랬지. 지금 보니 왜 그런지 알겠네.”
아까는 정신없어서 그냥 흘러들었는데, 이거 이상하지 않나?
‘내가 바람둥이라는 말, 나는 에첸한테만 했는데.’
설마……?
시드리한을 바라보는 루아티샤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르아가 나인지 알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근데 알면서도 다 모르는 척 했다고?’
지금도 마계에서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응? 누구야? 걱정하지 마. 내가 네가 좋……는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
“어디 사는지 말하기 싫으면 자주 가는 장소랑 인상착의만 말해줘.”
“몰라!”
루아티샤는 심통을 부리며 아예 몸까지 팩 돌렸다.
‘내가 말해주나 봐라!’
얄미워 죽겠어!
* * *
자고 있는데도 시선이 느껴졌다.
루아티샤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캐노피가 쳐져 어둠이 한가득 내린 침대 위에 시커먼 그림자가 있었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놀라지 않았다.
“아빠?”
“그래, 아빠다. 더 자렴.”
토닥이는 손길.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루아티샤는 그 안심되는 손길에 미소 지으며 다시 단잠에 빠져들었다.
색색거리는 규칙적인 숨결이 느껴지자 파에라톤 공작이 입을 열었다.
“결혼은 나쁜 것. 결혼은 나쁜 것. 결혼은 해서는 안 될 것. 결혼은 무덤. 결혼은 무덤. 독신 최고. 평생 아빠랑 살고 싶다. 평생 아빠랑…….”
나지막한 속삭임이 마치 주문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동이 터 오를 때까지.
* * *
“으음…….”
나는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볐다.
‘엄청난 꿈을 꾼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아…….’
기억이 안 나는데도 왠지 느낌만은 생생했다.
“결혼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결혼해서 고생하는 꿈을 꿨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니케가 폴짝폴짝 뛰어왔다.
“마마!”
“오구, 우리 니케! 잘 자써여? 예쁜 꿈 꿨어요?”
“으응! 니케 예쁜 꿈 꿨어! 마마 꿈꿨으니까!”
“엄마 꿈이 예쁜 꿈이야?”
“웅! 니케는 세상에서 마마가 제일 예뻐!”
“오구오구, 우리 니케밖에 없네.”
니케를 안고 꺄르륵거리는 동안 안나가 세숫물을 준비해왔다.
‘오늘은 단단히 준비해야지.’
시드와 함께 황궁으로 들어갈 거니까.
무려 5년 동안 실종되었던 황자의 귀환이다.
‘시드가 모습을 드러내는 즉시 정쟁이 시작될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후가 수를 쓴 게 아니냐는 뒷말도 여럿 오갔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알 수 없는 시드의 행방에 결국 모두가 쉬쉬하게 됐다.
시드가 사라지고 제국에 남은 황제의 자식은 단 하나.
황후의 소생인 에스테반 뿐이었으니까.
에스테반이 차기 황제가 될 게 분명한데 괜히 황후와 관련해 뒷말을 했다가 눈 밖에 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 에스테반이 황태자에 책봉되었고.’
에스테반도 이제 성인.
더 이상 황태자 위를 비워둘 수 없기에 결국 황제는 그를 책봉했다.
“마마!”
“응?”
“니케 동생 생겼어? 니케 동생 오디써?”
“어,어? 도, 동생은…….”
생길 리 없는데.
어쩌지?
내가 얼굴이 뻘게진 채 당황하는 사이 니케가 뽈뽈거리며 침실 안을 돌아다녔다.
한참 그러더니 내가 항상 환수의 알을 놔두던 협탁 위에 올라가서 시무룩해졌다.
“우움, 왜 안 보이지? 니케가 동생 품어주려구 했는데.”
“품어줘?”
“웅. 알이어두 다 느낄 수 있오. 마마가 니케 많이 쓰다듬어 줬자나.”
“…….”
나는 잠시 침묵한 채 니케를 바라보았다.
“니케, 동생이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
“당연하지! 마마랑 파파랑 서로 좋아하면 아가가 생기는 거랬오! 분명 알이 뿅 생겼을 거야!”
니케가 배를 뽈록 내밀며 자랑스레 말했다.
‘아…….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닌데…….’
그렇구나.
니케는 여전히 순진한 우리 애기구나.
‘더러운 건 나였어…….’
15금 소설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기뻐하던 나의 더러운 마음이 이 순진한 아가를 오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