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7화(207/353)
☆ 제207화 ☆
* * *
“황비 전하를 뵙습니다.”
“어서 오렴, 루루. 생일은 잘 보냈니? 직접 가지 못해 미안하구나.”
황비가 친히 일어나 루아티샤를 반겼다.
“아니에요, 전하. 궁을 비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 어쩔 수 없죠. 수행 인원까지 생각하면…….”
“그래도一.”
“섭섭해하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본비가 섭섭해서 그런다, 본비가.”
황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타렌카 후작이 본비가 참석하지 못하게 일부러 그 먼 곳을 사들인 게 틀림없어.”
“설마요.”
“설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같은데. 원, 나한테까지 이러니. 너와 결혼할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꽤 고생하겠구나. 그 시댁 식구들도.”
황비가 픽 웃으며 루아티샤의 손을 잡았다.
“본비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분명 우리 루루와 짝지어줬을 텐데.”
루아티샤는 뜨끔한 기분을 감추며 미소 지었다.
“그, 아드님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아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네게 반했겠지.”
“안 그랬으면요?”
“그러면 그놈이 보는 눈이 없는 거지.”
황비가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에스테반 황자가 황태자로 책봉되고 나서, 황비의 권세는 당연한 수순으로 줄어들었다.
황후와 대립각을 세웠던 귀족들이 기세등등해진 황후에게 은근하게 모욕당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황제가 있으니 대놓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진 못했지만, 에스테반이 황위에 오르고 나면 어찌 될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황제가 황후에게 몇 번 눈치 주긴 했지만, 그때뿐.
자신의 아들이 차기 황제가 될 테고, 이를 대체할 황자나 황녀는 단 한 명도 없다.
황후는 점점 더 과감해졌고 더 많은 귀족들이 황후궁에 드나들었다.
그 반대급부로 황비궁의 손님은 급감했다.
‘……시드리한 황자가 실종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지.’
황비는 애써 씁쓸한 마음을 숨겼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과 있었다가 사라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루아티샤는 꾸준히 자신의 곁에 있었다.
샤프롱이 되어주겠다며 내밀어진 수많은 손을 뿌리치고 자신의 손을 잡았다.
‘듣자 하니 그때 황후가 따로 불러서 은연중에 자신이 샤프롱이 되어줄 수 있다는 기색을 내비쳤다던데.’
황후의 성격에 그 정도면 루아티샤에게 엄청나게 양보해준 거였다.
새벽 축제 때 루아티샤로 인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는데도 품어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만큼 탐나는 아이긴 하지.’
6년 전 샤프롱을 결정할 때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루아티샤를 탐내는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이제라도 말해야 해.’
황비는 오늘에야말로 몇 번이나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루루, 계속 본비를 찾아와주어서 고맙구나.”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전하께서는 제 샤프롱이신걸요. 제 사교계 스승이자 대모님이나 마찬가지인데.”
가볍게 웃으면서 응수하는 루아티샤를 보니 그 결심이 슬그머니 꼬리를 말려고 했다.
루아티샤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하지만, 그러니 더더욱 이 아이를 놔주어야 해.’
지금보다 더 높이, 훨훨 날아오를 수 있는 아이다.
“본비가 하려는 말이 뭔지 알면서도 그러는구나. 이만하면 충분해. 황후는 나에게 보복심을 품고 있어.”
“황비 전하께서도 별걱정을 다 하시네요.”
“루루.”
“황후 폐하께서 저를 미워해서 뭐 어쩔 건데요?”
루아티샤가 고개를 까닥이며 다리를 꼬았다.
그 오만하리만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파에라톤 공작을 쏙 뺐다.
평소의 황비라면 웃으면서 귀여워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는 폐하께서 계시니 몰라도 나중에 에스테반 황자가 황위에 오르면一.”
“에스테반 황자가 황제가 되면요?”
루아티샤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황비 전하, 저 루아티샤 파에라톤이에요.”
씨익 웃는 얼굴은 조금 장난스럽긴 했지만, 동시에 진지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파에라톤 공녀라고요.”
“…….”
“파에라톤은 역대 황제들도 제대로 손대지 못한 가문이에요. 그런데 에스테반 황자가요?”
피식.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글쎄요, 나는 황제가 된 에스테반이 갑자기 대오각성이라도 해서 완벽한 성군이 되어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때로는 어리석기에, 그릇이 작기에 가능한 일도 있단다. 미친놈은 물불 안 가리기 마련이야.”
“에스테반은 물불 안 가릴 정도로 미칠 깜냥도 안 돼요.”
루아티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태자로서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완전히 무능한 건 아니었다.
에스테반은 명군이 될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암군이 될 재목도 아니었다.
“어중간하니까 에스테반은 절대 파에라톤을 못 건드려요.”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이라서 황비는 침묵했다.
“파에라톤이 없으면 당장 몬스터들은 어쩔건데요? 에스테반에게도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정신은 있으니 못 건드려요. 하물며 파에라톤을 압박하려면 정말 엄청난 군사력이 필요할 텐데.”
“…….”
“파에라톤을 들이박으면 중앙군도 공백이 생기죠. 실패할 가능성이 큰 데다가 만에 하나 성공해도 마이너스.”
루아티샤가 가뿐하게 결론 내리고 말을 이었다.
“에스테반이 그걸 계산 못할 만큼 멍청하진 않아요. 그 계산을 무시할 만큼 미치지도 못하고요.”
황비는 말없이 차를 홀짝였다.
루아티샤가 하는 말은 옳다.
‘에스테반이 그럴 아이는 아니긴 하지……. 하지만.’
황비의 시선이 루아티샤를 향했다.
‘가끔씩 루루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一.’
그 탐욕 어린 시선.
‘……미칠 깜냥이 안 된다기엔 너무 음험한 눈빛이었어.’
“뭐, 사교계는 좀 다르겠죠.”
루아티샤는 황비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안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여태까지 파에라톤은 특성상 사교계에 딱히 공을 들이지 않았기도 하고요.”
“그래, 파에라톤은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정치 알력 다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지.”
정확히는 강대한 힘을 가졌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 중앙으로 권력이 모이는 상황에서 그러면 파에라톤을 넘보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 그건 꽤 귀찮은 일이겠지.”
“그래서 제가 있잖아요.”
루아티샤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애초에 열 살 때 제도행을 결정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6년이 지난 지금, 루아티샤는 사교계의 메이 퀸이었다.
“……오히려 그래서 본비는 더 걱정이 돼. 다른 파에라톤은 사교계에서 어떤 일을 겪어도 상처받지 않겠지만 루루, 너는 아닐 테니까.”
황비의 눈동자가 걱정과 염려로 한가득 물들었다.
루아티샤는 잠시 그 눈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열었다.
“그래서 전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그러니, 그러니 이제 나를 그만 찾아오거라. 네가 아직 미혼이긴 하지만 딱히 샤프롱 역할을 해줄 어른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만약 필요하다면 본비의 건강이 안 좋아 다른 사람을一.”
“황비 전하.”
루아티샤가 황비의 손을 꽉 잡았다.
본인의 입장보다 루아티샤가 상처받을 것을 더 걱정하는 걸 보니 가슴이 아릿했다.
“저는 황비 전하가 좋아요.”
“…….”
황비의 눈빛이 일렁였다. 이내 잔잔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퍼져나갔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논리적인 말보다 저 말 한마디가 기쁘다니.
‘나도 이 아이에게 톡톡히 반했구나.’
“그리고 황비 전하께서 포기하지 않으셨으면서 제게 먼저 손을 털라고 하는 건 아니죠.”
“응?”
“황제 폐하의 허락을 맡아 새로 추진하시는 수로 사업 계획. 저도 들었어요.”
“그걸 어떻게一.”
“황제 폐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당연히 제가 알 거라고 생각하시던데요?”
“…….”
“전하, 일부러 민생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시는 거지요? 수로 사업은 규모도 크고 누가 봐도 한눈에 업적을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황비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좋은 생각이에요. 이 사업이 성공하면 제국민들은 황비 전하의 공적을 칭송하겠죠. 그런데 황후가 자신의 아들을 믿고 전하를 핍박한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루아티샤가 피식 웃으면서 에클레어를 쿡 찍었다. 크림이 비어져 나온다.
“황제는 그 무엇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민심만은 두려워해야 한다.”
“초대 황제의 말씀이구나.”
“에스테반 황태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죠.”
루아티샤가 에클레어를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제게는 다 포기한 듯, 이제 뒷방으로 물러나게 되었으니 너도 내게서 떠나라一하고 말씀하시지만. 정작 황비 전하께서는 그럴 마음 전혀 없으시잖아요.”
“……내 아가는 병사했지만, 분명 아가의 죽음에는 황후가 관련되어 있어.”
황비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에스테반이 황제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나는 황후의 앞에 진흙은 끼얹어야겠다. 하지만 본비 때문에 네가 고생할 필요는 없단다.”
“황비 전하 때문에 고생하는 게 아니에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
“저도 단 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거든요. 실종된 시드리한 황자가 살아 있을 거라고. 반드시 내게 데려오겠다고 생각했어요.”
황비는 안색을 굳혔다.
시드리한 황자가 루아티샤에게 각별한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을 놓지 못하는 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루루, 이제 그만 그 아이를 놓아주렴. 너도 곧 열일곱이다. 죽은 사람을一.”
“살아 있다면요?”
“뭐?”
“그리고, 그리고 만약一.”
루아티샤가 잠시 말을 골랐다.
“시드리한 황자가…… 황비 전하의 친자라면요?”
“……뭐?”
찻잔을 움켜쥔 황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작고하신 황녀님께서 전하의 친자가 아니라, 시드리한 황자 님이一.”
“루아티샤!”
황비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무리 본비가 너를 아낀다고 해도 도가 지나치구나! 어떻게, 어떻게 그런一.”
황비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노기보다는 짙은 슬픔이, 상처와 회한이 가득했다.
“송구합니다, 전하. 하지만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요?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바꿔치기 되었다면?”
황비의 눈동자가 혼란으로 떨렸다.
그럴 리가 없다.
그날은 몇 번이나 혼절했다 깨기를 반복했다.
지독한 난산이었다.
그러나 딸아이를 받은 시녀는 자신의 최측근이었고, 산파는 전부 친정에서 보내온 사람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아이를 바꿔치기할 수는 없다.
“황녀는 명백한 황제 폐하의 자식이었어. 황가의 보물이 반응했다.”
“비슷한 시기에 후궁전 깊숙한 곳에서도 아이를 낳은 사람이 있었다면요?”
“……!”
“시드리한 전하와 황녀님의 나이는 같습니다. 그리고.”
루아티샤는 준비해왔던 영상석을 품에서 꺼냈다.
영상석에서 황후와 뮤리엘 샤본느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
황비의 눈이 찢어질 듯 커다래졌다.
그녀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우두커니 서서 수정에 비친 영상을 바라보았다.
아이젤 영애가 영상석을 가지고 비밀의 방을 빠져나가는 것을 끝으로 루아티샤가 영상을 종료했다.
황비는 그때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황비 전하.”
“나, 나는, 나는……. 그 아이가, 내 아가라고? 내 아가…… 시드리한이, 내 아가였다고?”
황비는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내, 아가를, 눈앞에서 보고서도, 엄마가 알아보지도 못하고. 또다시 내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죽음으로…….”
항상 단정했던 황비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그 위로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내가 죽인 거야. 엄마가, 엄마가 되어서 지키지도 못했으니까, 내가…….”
가슴을 치며 오열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억장을 무너트릴 듯 처참했다.
루아티샤가 그 곁에 주저앉아 황비를 끌어안았다.
“황비 전하. 시드는, 시드리한 황자는 살아 있어요.”
황비가 오열을 우뚝 멈춘 채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그와 중에도 벌게진 눈에서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그래. 살아 있을 거야. 그러니一.”
“이미 돌아왔어요. 제가 이 말부터 먼저 하는 게 좋았을 텐데. 어쩌다 보니.”
루아티샤가 멋쩍은 듯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고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시드리한 황자님도 행복하겠네요.”
황비가 멍한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가 황비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황자님은 친모가 자신을 황후의 손에 버린 줄 알았거든요. 황자님이 친모인 줄 알았던 사람은 진짜 친모가 아니었지만.”
“……!”
“그 가짜 친모가 자신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면서 황자님을 황후의 손에 바쳤어요. 그런데 황후는 황자님의 눈앞에서 가짜 친모를 죽였고요.”
“뭐, 무슨…….”
“제가 안다는 건 비밀이에요. 황자님이 말해준 건 아니거든요.”
루아티샤는 시드리한을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해 그간 많은 능력을 뽑았다.
악몽을 볼 수 있는 능력도 그 중 하나였다.
‘무려 몽마가 여주인공인데 전연령인 엄청난 소설이었지.’
기대했던 장면은 하나도 없고 여주가 열심히 남주의 악몽을 쫓아주는 힐링 로판이었다.
어쨌든 여주가 악마니까 게이 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시, 시드리한은? 그 아이는 어디 있지?”
“잠시 정원을 산책하라고 말했어요. 황비궁의 정원은 겨울에도 아름다우니까.”
황비가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이러다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열했으면서, 어디서 그런 체력이 난 건지 그대로 달려 나갔다.
“꺅? 황비 전하?”
“화, 황비 전하!”
응접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궁인들이 깜짝 놀라 황비를 불렀다.
언제나 품행방정하던 황비님께서 저런 질주라니.
하지만 황비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었지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시드리한이, 내 아가가 이곳에 살아 있다.
저 멀리 화단에 서 있는 뒷모습이 보이고 나서야 발걸음을 멈췄다.
“아가!”
황비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눈꽃이 가득 핀 한겨울의 정원.
창백한 겨울 햇살 아래에서 시드리한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반짝이는 금발, 붉은빛과 푸른 빛이 섞인 오묘한 눈동자.
커다란 키, 날카롭게 여문 턱과 떡 벌어진 어깨, 탄탄한 가슴팍.
아가라고 불리기엔 너무나도 커버린 아이였지만.
그래도 황비에게는 여전히 아가였다.
황비의 앞까지 다가온 시드리한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황비 전하를 뵙습니다.”
“읏, 으읏, 흐…….”
황비는 대답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녀는 애써 웃음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그, 그래. 오랜만, 오랜만이구나.”
“예.”
“어, 어,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내가, 엄마로서 많이 부족하지만, 그, 그래도 황비보단一.”
“예, 어머니.”
“읏…….”
황비의 눈가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시드리한이 그런 황비를 부축했다.
루아티샤는 한 걸음 뒤에서 가만히 서서 모자간의 상봉을 지켜보았다.
시드리한의 시선이 잠시 루아티샤를 향했다가 황비에게로 돌아왔다.
“말소리가 조금 들렸는데.”
“그, 그랬, 니?”
황비는 목이 메는지 더듬거리면서도 아들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해주었다.
“아들이 있다면 파에라톤 공녀와 짝을 지어주고 싶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