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0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9화(209/353)
☆ 제209화 ☆
“폐하께서 그렇게 궁금해하시니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죠.”
“이래서 공녀가 좋아. 요즘 귀족들은 다 혀가 길거든.”
“그건 귀족들이 긴 혓바닥을 놀려 아부하는 것보다 제가 짧은 말로 가져온 소식이 폐하를 더 기쁘게 해드려서 그런 것 아닌가요?”
황제가 벙찐 표정을 짓더니 허를 찔렸다는 듯 “하하!” 웃었다.
황제는 계산적이고 타산적인 군주였다.
기분 좋은 아부보다는 실리적인 이득을 훨씬 중요시했다.
‘……해서 이건 어떨까.’
이득으로 따지자면一 모르겠다.
이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저울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정보니까.
‘그래도 제 피붙이에 대한 이야기잖아.’
저울질도 자식에게는 내려놓게 되는 게 부모 마음 아니던가.
“공녀가 짐의 허를 찌르는군. 솔직히 말해 그 말이 맞아. 하지만.”
황제가 재밌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짐이 공녀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도 사실이야.”
나는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오늘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요.”
“흐음?”
“오늘 제가 가져온 이야기는 황제 폐하께 그다지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서 조금 걱정했는데.”
황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자기 발에 자기가 걸린 사람이 짓는 표정.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환하게 웃었다.
“저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시다니 기쁘게 들어주실 거죠?”
품 안에서 영상석을 꺼내 들자 황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영상석 아닌가? 파에라톤 공작가 내에서만 돈다는 공녀의 영상을 짐에게 보여주려는 건一.”
저기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닐 테고.”
내 얼굴을 힐끔 본 황제가 “농담이네, 농담.”하면서 웃었다.
“그렇게 농하시며 떠보시려 해도 소용없어요. 제가 먼저 언질드리는 것보다 폐하께서 직접 보시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황제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생전 그런 적 없는 공녀가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엄포부터 놓으니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불안해서 그렇지.”
황제가 투덜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영상을 틀어보도록 하거라.”
나는 그 말에 따라 영상석을 재생시켰다.
이내 맑은 수정 안에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영상의 재생이 끝났다.
황제의 얼굴은 잔뜩 굳어 풀어질 줄을 몰렸다.
영상 가동음마저 완전히 멈추자 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시드리한이 황비의 소생이라고.”
“그렇습니다, 폐하.”
짙은 한숨이 황제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그는 다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짐은, 나는 이 제국의 황제가 되면서부터 내 감정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을 선택했다.”
“…….”
황비를, 레일라를 사랑했다.
이 여자라면 평생토록 함께해도 좋을 것 같았어. 아니,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나는 황제 위에 오르기 위해서 마르벨 후작가의 손을 잡았지.”
“마르벨 후작가의 손을 잡아 마르벨 후작 영애와 결혼하시고, 그녀를 황후 위에 올리셨죠.”
“그래.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아까부터 비딱해지려는 표정을 애써 바로 했다.
‘뭘 상처를 고해하는 척하고 있어.’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황비 전하는 놓아주었어야 했을 거 아니냐.
당시 황제의 전 약혼자였던 황비님께서는 얼마나 난처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의 약혼을 깨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황위 다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황제의 전 약혼자 꼬리표를 달아서 사교계에서 붕 뜬 채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된 황비님을 배려했어야지?
미련을 놓지 못한 채 질척거리니까 다른 가문에서 제대로 혼담을 넣지 못하고, 그러다 황비로 들이겠다면서 난리 치니까 그나마 있었던 혼담도 쑥 들어간 거잖아.
다시 생각해도 황비님이 보살이었다.
황제를 용서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어쨌든 참아주고 있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이쯤 되면 황후가 빡쳐 하는 것도 이해가 돼.’
내 가문의 힘이 필요해서 나와 결혼해놓고 트루럽이라는 전 약혼녀를 황비로 책봉하니 눈 돌아갈 법하지.
‘그 분노가 황제가 아니라, 황비와 황비의 자식인 시드리한에게 향한 게 어이없지만.’
아무리 눈 돌아갔다고 해도 황후는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다.
시드리한에 관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살인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범행을 저질렀고.
‘아, 다시 생각하니까 빡치네. 자기 남편이나 잡을 것이지, 왜 죄 없는 우리 시드를 잡아?’
순간적으로 혈압이 상승해서 표정 관리가 무너질 뻔했다.
다행히 자신의 이야기에 취한 황제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주절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레일라와의 아이는……. 그 아이를 잃은 것은 내게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어.”
아, 그러셨어요?
시드가 금제에 걸렸다는 것을 모르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만.
‘짜증 나.’
내가 자기 연민에 찬 고해를 듣기 위해 이곳에 온 줄 아는 건가?
“내가 단 한 가지 후회하는 일이 바로 그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지키시면 되겠네요.”
내 말에 황제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
“예, 폐하.”
“죽은 줄만 알았던 레일라와의 아이가 사실은 시드리한이라는 것은, 그리고 살아서 내 품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내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
“하지만 이 일은 묻어두자꾸나.”
“폐하!”
끼이익!
내가 일어나며 거칠게 밀려난 의자가 대리석 바닥에 긁히며 듣기 싫은 소음을 냈다.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대국적으로 판단해서 그게 가장 상책이다.”
하.
기가 막힌 숨이 터져 나왔다.
“다른 건 그래, 좋아요. 이 때문에 시드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삶을 살았어도…… 그건 넘어가자고요.”
누군가에게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짓이, 아비인 황제에게는 묻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니.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 아들이 바꿔치기 당해서 죽다 살아났는데.
정궁 황비 소생의 황자로서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슴 아프지도 않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황제의 귓가에 닿자마자 파도처럼 부서져 버릴 것이다.
나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최대 한 황제를 설득할 수 있는 말을 했다.
“하지만 황후는 무려 황제 폐하의 자식을 바꿔치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궁에서 내보냈어요. 그냥 내보낸 줄 아세요? 노예로 팔았다고요!”
“…….”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감히 황제를 기만하고 황자를 해한 극죄 아닌가요? 이를 벌하지 않고 어떻게 제국을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황제의 얼굴에 슬며시 짜증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죄인은 제국의 황후 폐하십니다. 처벌받지 않은 죄인은 후회할 줄 모른다고 하지요. 또 무슨 죄를 저지를 줄 알고요?”
황제의 입에서 묵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만약 짐이 이 일을 당시에 알았다면 당장 황후를 폐위시키고 질서를 바로 잡았을 것이다.”
“…….”
“하지만 너무 오래 지났어. 그리고 지금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 국정이 흔들린다.”
안 밝히면 안 흔들리고?
“에스테반이 황태자 위에 오르고 수많은 계파가 에스테반에게 접선했지. 그런데 황후를 폐위시킨다? 그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
“결국 밝혀져 봤자 이도 저도 안 되고 국력만 소모하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끝날 판이야.”
“저는 그래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루아티샤, 짐 역시 시드리한을 황태자로 세우고 싶었다. 그 애가 황비의 소생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도 그랬어. 너도 알지 않느냐? 6년 전, 짐이 그 아이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을.”
“…….”
“하지만 시드리한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지. 그리고 너무 오래 지나서 돌아왔어. 이미 늦었다.”
“폐하.”
“네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은 안다. 시드리한은 내게도 소중한 아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일라와의 자식이니 당연히 그렇지. 이 일을 묻어도 짐은 그 아이의 아비로서 최선을 다할 거다.”
최선?
이 일을 묻겠다고 말하면서 최선이라고?
‘아니요. 절대 그러지 않을걸요?’
아비이기 전에 황제로서 생각하는 것.
이건 어쩌면 군주로서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시드는?
그 애는 아들의 목숨보다 이득을 먼저 계산하는 자를 아비로 둬야 하는 건가.
‘아니,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차라리 낫겠지.’
이 자는 황제로서 국정을 생각해서 이 일을 묻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당장 혼란은 생기겠죠. 하지만 에스테반 황자가 후에 황위에 오른다면요?”
“크흠…….”
“폐하께서 6년 전에 갑자기 나타난 시드를 밀어주려고 하셨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죠. 그때는 황비님의 소생이라는 것도 모르셨는데.”
“…….”
“그만큼 기량이 차이 나기 때문이었어요.”
황제가 눈을 감았다.
“미래에는 고작 혼란만 가중시키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때는 외람되지만…… 교통을 정리할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
황제가 죽고 없을 텐데 누가 형제간의 갈등을 억제하겠는가.
“폐하께서 정말 국정을 생각하신다면, 제국을 생각하신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예요. 더 늦을수록 상황은 헤아릴 수 없을 거예요.”
“루아티샤.”
눈을 뜬 황제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짐의 가정사다.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하.
언제부터 황제의 가정사가 사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지?
이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이 열렸다.
“역시. 폐하께서 이 일을 그냥 넘어가고 싶어 하시는 건一.”
“가정사라고요? 그렇다면 제가 끼어들어도 되겠지요.”
그 말과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황비님이 안으로 들어오셨다.
“황비.”
“내 인생을 망친 건…… 그래, 참아줬어요. 황비가 되어서 나도 얻는 게 많았으니까요. 그냥 속이 타들어 가도 그렇게 납득했지요.”
항상 침착하던 황비의 시선이 불길을 내뿜을 것처럼 거칠게 타올랐다.
“그런데 내 아이마저 당신의 잘난 치적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뭐, 국정의 혼란? 좀 더 솔직해지시죠.”
“…….”
“이런 엄청난 일이 뒤늦게 밝혀지면 황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테고 당신은 뒤에서 조롱을 받겠죠. 그 조롱이 싫어서 이런 것 아니고?”
“그런 게 아니오!”
황제가 부정했지만 황비는 픽 비웃을 뿐이었다.
“난 내 아이에게 그 애가 누려야 했던 모든 것을 쥐여줄 생각이에요. 그리고.”
새파랗게 타오르는 시선이 황제를 노려봤다.
“감히 내 아이에게 금제를 거는 것으로 모자라 노예로 팔고. 내 아이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들을 살려두지 않을 거야.”
“황비, 마음 상한 것은 이해하오. 짐이 직접 비에게 따로 말할 생각이었는데…….”
탁!
황비가 거칠게 황제의 손을 뿌리쳤다.
“당신은 언제나 이랬어. 내 아이가 죽은 줄 알았을 때도, 황후와 결혼했을 때도.”
“…….”
“당신 도움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 그러니 방해나 하지 마.”
싸늘하게 몸을 돌린 황비가 그대로 방을 나섰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셔서 시원하긴 한데.’
듣고 있다가 빡친 내가 사고 칠까 봐 끼어드신 거 같은데.
‘내가 저 말을 했으면 돌이킬 수 없었을 테니까.’
어쨌든 황제가 이렇게 나온 이상 나 역시 이곳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내가 무릎을 굽혀 인사한 후 내실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잠깐.”
황제가 나를 불렀다.
“영상석은 두고 가거라.”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폐하.”
“……황비의 말이 옳다. 황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짐이 조롱당하는 것. 둘 다 국정 혼란과 더불어 내가 우려한 대상이었지.”
“…….”
“하나 내 자존심 하나 세우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조롱당하는 황제가 어떻게 중신들을 이끌 수 있지?”
“…….”
“루아티샤, 너는 나중보다는 지금이 가장 수습하기 쉬울 때니 지금 터트리라고 했지만, 짐이 생각하기엔 그게 아니다.”
“아예 터트리지 않으면 수습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래서 영상석을 두고 가라고 말씀하시는 거고요?”
“…….”
“폐하, 저희는 항상 거래를 해 왔어요. 그 덕에 저는 폐하께 ‘즐거운 소식만 물고 오는 사랑스러운 종달새’로 있을 수 있었던 거고요.”
황제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딱히 내 말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런데 제게 아무것도 주시지 않으면서 영상석을 달라고 하시면 조금 곤란하네요.”
“……무얼 원하는 거지?”
“제가 이 일을 터트리기 쉬운 상황을 만들어드릴게요.”
“무슨一.”
“제가 조용히 있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건 아시잖아요? 황비 전하께서 그러시지 않을 텐데. 설령 황비궁에 유폐시키더라도 멈추지 않을걸요?”
“…….”
“뭐어, 폐하께서 황비 전하를 폐위시켜 죽일 생각이라면 다르겠지만.”
“네가 감히!”
“그럴 생각은 없으신가 보군요.”
나는 영상석을 다시 품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폐하께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어차피 황비 전하를 막으실 수 없다면, 조금 더 터트리기 쉬운 판을 짜는 게 폐하께도 이득일 테니까. 국정 혼란, 최소화시켜드리겠다는 거잖아요?”
황제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허, 루아티샤, 너는 정말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믿는 뒷배가 있으니까요.”
“네 아비가 대단하기야 하지. 그래도 고작 열여섯에 이런 강단과 계산이라…….”
픽 웃은 황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요구를 들어줘서 짐에게 나빴던 적은 없었지. 그래, 이번에는 무얼 원하지?”
나는 씨익 웃으며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영상석을 황제 쪽으로 스윽 밀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무릎을 굽히고 방을 나오는데 나지막한 음성이 나를 불렀다.
“루아티샤.”
“…….”
“너는 내가 무정하다고 생각하겠지. 파에라톤 공작이 너를 아끼는 것을 보면…… 더욱이 그렇게 생각할 게야.”
“…….”
“하지만 나는 정말로 그 아이를 사랑한다.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고 내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은 아들이야.”
“폐하.”
나는 황제를 뒤돌아보았다.
“그 말은 절대, 절대로 시드에게 하지 마세요.”
“…….”
“행동이 따라오지 않는 말은 오히려 고통만 줄 뿐이니까요.”
나는 알아.
전생에서 그랬으니까.
너를 생각한 적이 있다고, 그리워한 적도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대문을 걸어 잠그고 나를 받아주지 않았어. 새 가족에게 내 존재를 들킬까 급급했지.’
오히려 그런 말을 듣지 않았으면 나았을 거라고 몇 번이나 가슴을 쳤다가, 또 그 말이 희망이 되어서.
그렇게 몇 번이나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
황제는 입술을 몇 번 달싹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나는 고개를 숙인 후 내실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밖에는 황비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루루.”
황비님은 나를 보자마자 눈썹을 세웠다. 그리고 나를 끌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혼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네가 황제 폐하와 허울 없이 말하는 사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큰일 날 뻔한 거 아니?”
“알아요.”
“알면서 왜 웃어?”
“좋아서요. 이렇게 혼내는 거 보니까.”
꼭 정말 엄마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