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1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11화(211/353)
☆ 제211화 ☆
“……남부의 성녀?”
“예.”
“마침 듣기로는 파에라톤 공녀의 또래라고 하더군요. 딱 좋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간 소문만 무성하다 가라앉길 몇 번이나 반복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시녀장이 황후에게 몇 가지를 속닥거렸다.
황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불러들이는 것만으로 본후가 손해 볼 것도 없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보시고 별로면 그냥 적당히 치하만 하고 내치시면 되지 않습니까.”
황후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명을 내렸다.
“성녀를 황궁으로 불러들여라.”
* * *
“황후가 성녀를 부른다고?”
“그렇습니다.”
옐로체가 내게 서류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의원에서 나온 정보입니다. 데브윈 대부인이 다른 부인들에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데브윈 대부인의 며느리는 황후의 시녀잖아?”
“그렇습니다. 아주 확실한 정보죠.”
나는 픽 웃었다.
한의원은 내 예상대로 동네(?)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 동네 노인들이 하나같이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덕분에 나는 아주 쏠쏠하게 오만가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성녀는 어때? 몇 년째 소문이 훅 났다가 가라앉길 반복하고 있잖아.”
처음에는 소설에서만 봤던 성녀를 실제로 볼 수 있겠다며 엄청 기대했는데 몇 년째 실망 중이었다.
“뒷장에 성녀에 대한 정보도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서류를 넘겨 보았다.
“흐음, 딱히 이렇다고 할 소득은 없네.”
그냥 내가 아는 딱 그 정도였다.
소문은 계속 들리는데 어느 순간 가라앉지 않느냐.
진짜 성녀라면 소문이 그리 쉽게 가라앉겠느냐, 하는.
“이런 일은 귀족들 사이의 이야기보다는 일반 사람들 사이의 소문이 더 나으니까 코촌 치킨 쪽의 정보를 취합해줘.”
다행히 나에게는 코촌 치킨도 있다.
제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진출한 프랜차이즈.
‘와, 내가 프랜차이즈 사장이라니.’
성공했다, 이번 인생!
“여기 있습니다.”
피안크가 무뚝뚝한 태도로 내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오, 내가 필요로 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거야?”
“네.”
고개를 끄덕이는 피안크를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역시 내 보좌들이야. 손발이 잘 맞아.”
옐로체와 피안크를 보며 말하자 그륀드가 투덜거렸다.
“저도 아가씨 보좌인데.”
“그래그래, 그륀드도 잘했어.”
“저는 아직 아무 보고도 안 했는데요?”
“그린이잖아. 존재만으로 충분해.”
“예?”
그륀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나는 아차했다.
“아니, 우리 그륀드는 항상 분위기 메이킹을 잘하잖아!”
“그렇죠?”
그륀드가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레드, 옐로, 그린, 핑크, 블루.
‘단 한 명이라도 빠지면 곤란해!’
나의 헬멧 쫄쫄이들!
내 보좌들은 보좌단이 아니라 보좌 전대였다.
‘……근데 블랙이 없는 건 역시 아쉽단 말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안크가 준 보고서를 넘겼다.
보고서에는 성녀에 관한 무수한 소문이 카테고리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와, 하나 같이 말도 안 되는 업적이네.”
“원래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이죠. 특히 맥주와 함께 하는 소문은.”
내 어깨너머로 보고서를 살핀 그륀드가 말을 보탰다.
“하긴, 거기다가 무려 성녀잖아. 별 볼 일 없는 것보다는 대단하다는 걸 좋아하겠지.”
“아하, 불확실한 것에 대한 말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하게 된다는 말씀이군요. 확실히 그렇죠.”
“그리고 과장을 해야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격할 거고.”
“확실히 반응이 격해야 이야기꾼으로서 뿌듯하죠.”
“문제는 황후가 그 점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필시 아가씨를 노린 거겠죠.”
세 사람의 눈동자가 동시에 날카롭게 빛났다.
나는 긴장하는 세 사람을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응, 그렇지. 근데 황후한테 협력할지 안 할지는 결국 성녀의 마음에 달린 거잖아?”
나는 서류를 탁 내려놓았다.
“성녀가 아주 바보가 아니라면 당장 알아챌 거야. 황후가 정치 알력 다툼에 자기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
“정치 알력 다툼에 끼면 성녀의 모든 선행이 의도적인 게 되고 정치 선전 도구가 돼. 그리고 사람을 돕는 데에도 제약이 따르겠지.”
적대 세력의 영지에서 선행을 펼치는 걸 황후가 두고 보겠는가?
“그러니 사람들을 위하며 봉사하는 성녀라면 황후의 제안을 거절할 거야.”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피안크가 무뚝뚝하게 답했다.
“진짜 성녀라면 그럴 겁니다.”
“아닐 수 있다는 거네?”
피안크는 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충분히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설령 성녀가 황후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륀느가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왜?”
“그냥요.”
으응? 그게 답이야?
어이없어하는데 옐로체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도…….”
“저 역시.”
아니, 피안크까지?
‘뭐 내가 놓친 거라도 있나?’
다시 한번 서류를 살피려는데 집무실과 연결된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저도 마음에 안 듭니다!”
“크흠,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튀어나오는 디에르 백작 뒤로 칸도르 백작이 따라 나왔다.
“다 듣고 있었어?”
“회의실에서는 이쪽 대화가 들리니까요.”
“하라는 회의는 안 하고.”
내가 핀잔을 줘도 디에르 자작은 막힘 없었다.
“여하튼 저는 진짜 싫습니다! 어떻게 성녀 따위가! 감히! 우리 아가씨랑!”
“아니
“황후의 안목이 부족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정말 눈이 삐었나! 어떻게 성녀가 우리 아가씨의 상대가 된다고 이런 짓을 꾸미는지!”
“음, 근데 따지고 보면 성녀가 나보다 더 대단한 존재 아니야?”
이 보고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진 모르겠지만.
“대단하긴! 우리 아가씨보다 머리카락이 더 핑크래요? 우리 아가씨보다 눈 색이 더 파랗대요? 제깟 게 뭐라고!”
응?
뭔가 말이 이상한 거 같은데?
“근데 황후의 문제지 성녀는 아무 잘못도一.”
“잘못했어요!”
디에르 자작이 열변을 토했다.
“감히 우리 아가씨의 상대가 될 거라고 황후가 착각하게 했잖아요.”
음, 개소리군.
무시하자.
나는 달라붙으려는 디에르 자작을 밀어내며 칸도르 백작에게 말했다.
“칸도르 백작, 마침 잘 왔어.”
“찾으셨습니까?”
“응, 백작의 이름이……. 뭐였지?”
내 말에 대한 반응은 칸도르 백작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튀어나왔다.
“그, 그걸 모르셨나요?”
“……충격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함께 일한 지가 몇 년인데. 아가씨…….”
“제 이름은요? 제 이름은?”
“디에르 자작은 알아. 레디안이잖아.”
레드라서 합격 목걸이를 준 건데 모를 리가 없지.
“되었다. 워낙 바쁘신 분이니 사소한 건 모를 수도 있지.”
칸도르 백작의 말에 소란을 떨던 보좌 전대들이 입을 다물었다.
“저기, 칸도르 백작……. 혹시 마음 상한 건 아니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아무런 유감도 없는 태도에 나는 안심했다.
“제 이름은 던켈입니다.”
“……!”
던켈이면 검다는 뜻이 있잖아?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합격!”
“예?”
합격이야, 합격!
이렇게 가까운 데에 블랙이 있었다니!
이것으로 레드, 옐로, 그린, 핑크, 블루, 블랙 완벽하다!
‘그러고 보니 블루인 아즐과 블랙인 던켈만 이름에 약간 변주가 있네.’
부자지간이라 그런가?
어쨌든 이것으로 나의 보좌 전대는 완벽해졌다.
* * *
그날 밤.
아즐은 아버지인 칸도르 백작의 앞에서 어깨를 웅크리고 있었다.
“그거 아느냐?”
“…….”
“공녀님께서 어렸을 적 나를 칸도르 할아부지, 하고 부르신 적이 있다.”
“예에…….”
“다른 사람은 그렇게 부르지 않았어. 원로원은 다 내 또래들인데도 오직 나에게만 칸도르 할부지이, 하고.”
“예에…….”
“그리고 내게 이런 그림도 그려주셨지. 원로들 중에서도, 아니, 장로들까지 합쳐서 아가씨께 직접 그림을 받은 자는 없다. 다들 암거래를 통해 그림을 얻었지. 언제는 파에라톤 성에 온 상인이 그 암거래를 보고 밀수품을 거래하는 줄 오해한 적도 있다.”
“예에…….”
“그런 그림을 오직 내게만, 몇 장이고 그려주셨어. 이거 보거라. 잘 그리셨지?”
“예에…….”
“그거 아느냐? 공녀님께서 어렸을 적 나를 칸도르 할아부지라고 부르셨一.”
쿠웅!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는 아버지를 보며 아즐은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열 번도 넘게 같은 말만 반복하시더니 기어코 쓰러지셨다.
‘생전 술도 마시지 않던 분이……. 아닌 척하지만 아가씨께서 이름도 모르셨던 게 그렇게 충격이셨나.’
아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부르셨습니까, 황태후 폐하.”
황태후는 치맛자락을 넓게 펼치며 인사하는 자신의 조카손녀를 보고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어서 오거라. 어쩌면 이렇게 곱게 자랐누.”
“부끄럽습니다, 폐하.”
두 볼을 붉히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너도 결혼할 때가 다 되었구나.”
“네, 어느새 그렇게 되었어요.”
“해서 본후가 친히 혼처를 알아봐 줄까 한단다.”
“어머, 황태후 폐하께서요?”
이미 왜 자신이 불렀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앙큼을 떠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너무 둔하거나 너무 솔직하면 오히려 못 미더운 법.
“그래. 넌 본후의 조카손녀가 아니더냐. 친손녀가 없는 내게는 네가 친손녀나 다름없지.”
“황송합니다.”
“슈엘라.”
황태후가 진지한 음성으로 조카손녀를 불렀다.
“친손녀나 마찬가지인 네게 숨길 것은 없겠지. 너도 나의 입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슈엘라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래, 네가 대답을 못할 정도로 좋지 않지. 내 친아들은 황위 다툼에서 패했고, 황태비의 소생이 황제가 되었어.”
“…….”
“황태비가 일찍 죽은 덕에 황실의 유일한 웃어른으로서 어느 정도 입지는 있지만 그뿐. 그간 나는 숨죽인 채 살았다.”
정적이 황제와 황후가 된 상황이다. 황태후로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딱 한 번 그녀가 무언가를 해 보려 했던 때가 6년 전, 시드리한이 나타났을 때였다.
그러나 시드리한이 사라지며 황태후는 전보다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본디 현 황제 자리는 내 아들의 것이었어. 황후의 친정인 마르벨 후작가가 배신하지만 않았더라도……!”
황태후의 눈길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한, 마르벨의 피가 흐르는 에스테반이 황위에 오르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한다!”
다 늙은 노인에게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온 건지, 그녀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방안을 울렸다.
“만약 마르벨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슈엘라, 네 위치도 지금 같지 않았겠지. 황제의 오촌 조카로서 대접을 받았을 터.”
“…….”
슈엘라의 눈빛에 탐욕이 돌았다.
황태후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시드리한이 돌아온 건 하늘이 내게 다시 준 기회다. 다행히 시드리한에게는 배경이 되어줄 모비가 없어.”
“하지만 황비님과 가깝게 지낸다는 말은 들었어요.”
“파에라톤 공녀가 징검다리가 되어 황비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어쨌든 친모자 관계는 아니지.”
“그러면一.”
“그래, 우리가 거기에 손을 얹을 수 있다는 거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폐하께서 시드리한 황자님과 몇 번 만남을 가졌지만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고一 앗, 죄송합니다.”
“그걸 알고 있었다니 눈치가 빠르구나. 정보에도 밝고.”
“……죄송합니다.”
“되었다. 네 말대로다. 시드리한은 경계심이 많은 놈이야. 남을 믿지도 않고, 딱히 의지하려고 하지도 않지.”
황태후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단번에 시드리한과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게 뭔가요?”
“바로 파에라톤 공녀를 통하는 거다.”
“……?”
“시드리한은 어째서인지 파에라톤 공녀를 통하면 접근을 허락해.”
황태후의 말에 슈엘라의 눈동자에 깨달음이 스쳤다.
“그렇다면 황태후 폐하께서는 지금 제 혼담을一.”
“파에라톤에 네 혼담을 넣을까 한다.”
그 말에 슈엘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설마하니 제온 파에라톤 공자님이요?!”
“그래. 본후가 파에라톤 공작 가와 사돈지간이 되면 시드리한이 어찌 본후를 외면하겠는가. 파에라톤과 사돈을 맺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이득이고.”
“꺅!”
슈엘라는 참지 못하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황태후 폐하께서 교지를 내리시면 파에라톤 공작가도 완전히 무시할 순 없겠죠! 다른 가문에서 무수히 혼담을 넣어도 묵묵부답이라던데!”
“네가 잘해야 한다. 파에라톤은 황족의 혼담이라 해도 거절할 수 있는 곳이다. 네가 제온 파에라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해.”
“물론이죠!”
황태후에게 쪼르르 다가간 슈엘라가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저 정말 잘할게요, 폐하.”
* * *
나는 수북하게 쌓인 편지를 바라보았다.
“또야?”
이 모든 게 전부 제온한테 온 혼담이었다.
‘하기야 결혼할 때도 됐지.’
오히려 이곳 기준으로는 늦은 편 아닌가?
제온은 수북하게 쌓인 혼담과 자신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제온 결혼해?”
내 질문에 제온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볼이 살짝 상기되었다.
“언제로 할까?”
“응?”
“뭐가 좋아? 막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
뭔 소리야.
“왜 내가 원하는 대로 해. 결혼식은 제온의 신부님이 원하는 대로 해야지.”
“그러니까.”
응?
“내 막내랑 나랑 결혼하자는 거 아니야?”
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