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1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15화(215/353)
☆ 제215화 ☆
* * *
체시아 부인의 파티 후, 성녀에 대한 소문은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화제의 인
물인 리리엘을 파티에 초대했고, 리리엘은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글쎄, 리리엘 님께서一.”
“리리엘 님이 저번에 내게 말해주신一.”
“리리엘 님이 참석하시는 파티마다 무려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에스코트해주신다며?!”
“역시 성녀님은 달라도 뭐가 다르네요.”
웅성거리는 목소리 사이에는 무조건 리리엘의 이름이 끼어 있었다.
“뭐하냐?”
뚱한 질문에 고개를 드니 아니나 다를까 라파엘이 보였다.
“뭐가.”
“저대로 내버려 둘 거야?”
라파엘이 리리엘 쪽을 턱짓했다.
“내버려 두지 그럼?”
내 대답에 라파엘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리리엘은 잘못한 게 없어. 누굴 모함하거나 욕한 적도 없잖아? 성녀로서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을 뿐이야.”
“너, 다른 때에는 똑똑하게 굴더니 이번엔 왜 이래?”
“뭐가.”
라파엘이 내 옆에 털썩 앉더니 내 이마를 꾹 밀었다.
“미련퉁이.”
장난스러운 말이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평소의 장난기가 사라져 있었다.
진지하게 나를 담고 있는 노란색과 초록색이 오묘하게 섞인 올리브그린 빛 눈동자.
“나는 네가 어떻게 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잘 알아. 파에라톤의 위세를 등에 업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단순히 외모가 돋보여서 그런 것도 아니야.”
“…….”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항상 네 옆에서 지켜본 내가 제일 잘 알아.”
그에게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
그래, 라파엘은 항상 내 옆에 있었지.
“…….”
나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도로 다물었다.
그리고 라파엘의 어깨에 턱 팔을 걸쳤다.
“짜식, 누나가 명성을 잃을까 걱정되나 보구나.”
“누가 누나래!”
“오구오구, 누나 소리에 버럭 하는 거 보니 아직 멀었네.”
“야! 사람이 모처럼一.”
“알아.”
내 말에 라파엘이 반항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
“……걱정은 무슨. 내가 언제.”
휙 고개를 돌리는 라파엘의 뺨이 붉었다.
요 부끄럼쟁이.
‘뭐,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네.’
라파엘과 아웅다웅하고 있는데 호명관이 황제의 등장을 알렸다.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 * *
“다들 긴장을 풀게나. 오늘 이리 영애들과 영식들을 부른 것은 그대들의 자유로운 의견이 듣고 싶어서야.”
황제가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황제의 초대를 받은 이들은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들이거나 개인적인 명성이 높은 내 또래였다.
“최근 짐에게 고민이 있는데, 머리가 굳은 중신들의 목소리 말고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말이야. 젊고 재기발랄한 그대들은 어떤 의견일지 궁금하네.”
“어떤 고민이 있으신 걸까요?”
“치수 문제네.”
“치수……? 수리 시설을 말씀 하십니까?”
“그래, 제국은 넓다. 풍요로운 지방도 많지만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는 곳도 많지.”
황제와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굉장히 찝찝해졌다.
‘……이거 황비 전하께서 추진하셨던 일 아닌가?’
분명 몇 달 전에, 정확히는 시드와 황비님이 친모자 관계라는 것을 밝혔던 날에一.
“황제 폐하의 허락을 맡아 새로 추진하시는 수로 사업 계획. 저도 들었어요.”
“그걸 어떻게一.”
“황제 폐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당연히 제가 알 거라고 생각하시던데요?”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그리고 황비가 그런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황후의 세를 낮추기 위해.’
성공하면 단번에 제국민들이 황비의 업적을 칭송할 만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황후가 자신의 아들을 앞세워 황비를 핍박한다는 소문이 돈다면?
‘당연히 황후와 에스테반 황태자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겠지.’
아주 좋은 수라고 생각했고, 황제 역시 적극적으로 사업을 밀어줬는데, 왜一.
‘……설마 중신들이 반대한 건가.’
황후의 발이 묶여서 당연한 수순으로 에스테반 황태자의 위세가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드마저 돌아왔다.
‘당연히 에스테반이 차기 황제가 될 거라 믿고 줄을 댔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비가 치수 사업까지 성공시키면 퍽 난감하겠지.’
“기존의 수로 사업 원안은 너무나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몬스터를 방비하는 게 우선인 지금, 이런 비용은 댈 수 없다는 게 중론이지.”
아하.
걔네들이 돈 많이 든다고 꼬투리를 잡아서 반대했구나?
안 봐도 뻔했다.
‘자기네들이 수로 사업을 홀랑 가져가려 했고, 당연히 황제는 그걸 원하지 않았겠지.’
그 순간, 황제와 내 눈이 마주쳤다.
황제가 아주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홀랑 가져가려는 놈들을 막으려고 황제가 ‘아직 어린 영애들과 영식들에게 안목과 경험을 키워준다’는 핑계를 댄 거다.
‘그래서 우리에게까지 내려온 거지.’
아니, 정확히는一.
‘내게.’
황비 전하가 빼앗긴 공적을 내게로 물려주기 위해!
눈을 깜빡이자 황제가 만족한 듯 고개를 돌렸다.
‘무조건 내가 맡아야 해.’
안 그럼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다.
그때, 클라우디아가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폐하. 지금 자료를 보니 이 정도 비용은 들 수밖에 없습니다. 본디 치수 사업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입니다. 이건 굉장히 합리적인 예산안이에요.”
“짐도 그렇게 생각한다.”
“예?”
“하지만 중신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법이지.”
클라우디아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지금 얼핏 “하여간 늙은이들이 자기 잇속만 챙기려고.” 같은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우리 고상한 클라우디아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그때 라파엘이 내 귀에 속삭였다.
“쟤도 어째 해가 가면 갈수록 너 닮아간다. 미첼로인 가도 어찌 될는지……. 이래서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한다는 건가.”
“닥쳐.”
나는 라파엘에게 조용히 경고한 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걸 해결할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몬스터 방비에 대해 염려하는 중신들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예산 문제는 예민하니까요. 제게 묘안이一.”
“공녀님의 말씀이 맞아요.”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내 말을 잘랐다.
고개를 돌리니 리리엘이 생긋 웃고 있었다.
“국고는 한정되어 있으니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리리엘 영애,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예산에 낭비는 일절 없고 꼭 필요한 것들뿐이에요.”
클라우디아의 반론에 리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제게는 줄일 곳이 꽤 많아 보이는데요, 미첼로인 영애.”
“네?”
“여기를 보면一.”
“그런 논의는 딱히 필요 없어요.”
나는 리리엘의 말을 잘랐다.
“국고는 한정되어 있다. 지금은 국방에 집중할 때니 치수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할 수 없다. 이게 문제인 거잖아요?”
“그렇지.”
“굳이 쓸 필요 있나요? 국고.”
“……!”
내 말에 장내가 잠시 조용해 졌다.
황제만이 나를 향해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포셰트 영애가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물었다.
“파에라톤이 자금을 대겠다는 뜻입니까?”
“설마요. 그건 영지를, 나라를 경영하는 자세가 아니죠.”
“그럼…….”
나는 입을 열었다.
“투자를 유치하면 되죠.”
그러나 이 말은 내게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내가 말하기 직전, 리리엘이 선수를 쳤다.
“……투자 유치라.”
“그렇습니다, 폐하. 최소한의 비용은 국가 예산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대금은 다른 곳에서 투자를 유치 받는 것입니다.”
“흠…….”
황제는 리리엘의 말에 대답을 보류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 파에라톤 공녀의 의견이라면 믿을 만하지. 투자 유치 방안도 있는가?”
“물론입니다.”
“과연.”
황제가 흡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먼저 의견을 낸 것은 성녀님인데 어째서 공녀님의 의견만 들으시는지요?”
대담하게도 한 영애가 황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옆에서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는 납득했다.
‘황후 쪽 사람들이군.’
황비에게서 이 사업을 뺏으려고 그 지랄을 했는데 내가 맡아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황제의 눈 밖에 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뭐라 할 수밖에 없었겠지.
“파에라톤 공녀님이 그간 해 온 일이 있으니 폐하께서 공녀님을 중용하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리리엘이 내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저 역시 평생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왔습니다.”
리리엘이 일어나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치수 사업은 많은 제국민들을 살릴 것입니다. 부디 이 일에 저 역시 손을 보탤 수 있게 해주십시오.”
고개 숙인 리리엘에게서 맑은 빛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성녀님…….”
“역시 대단하셔…….”
주변에서 중얼거리는 감탄이 들려왔다.
황제는 난감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성녀는 고개를 들라.”
“폐하.”
“투자 유치는 계획안도 무척 중요하지만, 그 전에 계획안을 들고 찾아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아있지.”
한마디로 인맥이 중요한데, 제도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된데 다가 상단이나 귀족들과의 연이 약한 네가 가능하겠냐는 뜻이었다.
“부끄럽습니다만, 많은 일을 하며 제국의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을 돕는 것은 오직 제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도와주신 분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좋다.”
긴 침묵 끝에 결국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파에라톤 공녀와 성녀 리리엘, 두 사람이 투자 유치 방안과 그 실효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하지.”
“……!”
“기한은 한 달이다. 한 달 후, 최종 결정해서 선택받은 자에게 전권을 주겠다.”
전권.
그 말에 영애들과 영식들이 웅성거렸다.
‘황제도 베팅을 세게 했군.’
하긴, 빡칠 만하지.
치수는 황제의 치세에도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가만히 놔두면 황비가 알아서 잘했을 텐데, 황후 쪽 귀족들이 그걸 굳이 뺏어서 자기네들이 먹으려고 했고, 황제는 그걸 막으려고 ‘경험 삼아 애들한테 함 시켜 보자.’라고 한 상황이다.
사실 황제로서도 이런 중요한 문제에 전권을 내릴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아이들 틈에 벌써 황후 쪽 어른들의 입김이 닿아있으니…….’
황제와 내 눈이 마주쳤다.
믿는다.
그의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황제의 배팅은 내 승리를 전제로 한 거야.’
만약 내가 리리엘에게 지면 전권은 리리엘에게로 가니까.
반대로 말하자면一.
‘내가 이긴 순간, 황후와 에스테반 쪽 사람들은 이 일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 * *
“황제 폐하께서는 너무 파에라톤 공녀만 편애하시는 것 아닌가요?”
“오늘 먼저 의견을 낸 사람은 성녀 님이시잖아요.”
“그냥 성녀님께 맡기면 될 걸 굳이 파에라톤 공녀를 끼워 넣다니.”
“그만 하세요. 공녀님은 그간 수많은 공훈을 세우셨습니다.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뿐 입니다.”
“성녀님은요? 성녀님도 수많은 선행을 실천하셨잖아요.”
“이렇게 끝까지 파에라톤 공녀를 변호해주시고……. 전 정말 탄복했어요. 만약 저였으면 그때 폐하께 간청드리기보단 따졌을 거예요.”
“사람들을 돕는 게 우선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지극히 현 실적이어야 합니다.”
“와, 역시…….”
복도 저편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나는 라파엘의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놓았다.
“푸하! 아니, 왜 막아!”
“네가 튀어 나갈까 봐.”
“뭐래, 그런 짓 안 하거든.”
“그러셨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탁탁 털었다.
곁에 있던 클라우디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이가 없네. 분명 리리엘은 투자 유치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어.”
“…….”
“그렇잖아. 처음에 내 말에 반박할 때 분명 ‘비용을 줄일 곳이 꽤 많다’라고 했어.”
“맞아. 처음부터 투자를 유치할 생각이었으면 왜 그런 말을 했겠어?”
“우리 공녀님의 말을 듣다가 딱 생각나서 가로챈 거지.”
아쉘타인 쌍둥이들이 클라우디아의 말을 거들었다.
“남의 의견을 가로채놓고, 마치 자기가 원조인 양.”
“심지어 루아티샤가 숟가락 얹었다는 분위기가 됐잖아.”
“따지고 보면 자기 탓인데 대인배인 척 루루를 감싸고.”
한참 툴툴거리는 친구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자스민이랑 티리엘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 황제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한정적이었다.
감정에 솔직한 두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우리끼리 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뭐야, 왜 웃어?”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짜증 나 죽겠는데.”
“기분 좋으면 머리카락 하나만 주면 안 될까?”
음, 마지막 말은 무시하자.
“그냥. 다들 이렇게 자기 일처럼 날 생각해주는 거 보니까 기분 좋아서.”
“뭐, 뭐래. 난 절대 그런 거 아니거든?”
“나는 본래 비합리적인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네, 근데 왜 갑자기 존댓말이세요, 미첼로인 영애?
꼭 당황한 것처럼.
“우리는 공녀님이 좋아.”
“우리는 공녀님 편이야.”
쌍둥이들이 내 양 옆구리에 찰싹 붙었다.
음.
“내 머리카락에서 손 떼. 내 손톱에서 손 떼고.”
쳇.”
* * *
떠오른 알림창을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누구 생각해?”
그 말에 고개를 드니 시드의 얼굴이 보였다.
“누, 누구긴…….”
“아까부터 계속 딴 곳을 쳐다보면서 웃잖아.”
그의 얼굴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가늘고 긴 눈매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왜, 왜 이렇게 섹시하게 생긴 거지?’
사람이 이렇게 섹시할 필요가 있나?
“내 주인님, 나만 보고 웃었으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