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1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16화(216/353)
☆ 제216화 ☆
그렇게 말하며 시드가 눈매를 휘었다.
어째서인지 봄 햇살이 한여름의 햇볕보다도 더 뜨겁게 느껴졌다.
꼴깍.
침이 넘어갔다.
시드의 얼굴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을 감는 순간,
“……!”
시드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응?
눈을 뜨자 시드가 꽃잎을 쥔 채 미소 지었다.
“묻었어, 꽃잎.
“어? 어…….고, 고마워.”
화악一!
얼굴이 새빨갛게 익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나도 참. 뭘 생각한 거야.’
괜히 시선을 돌리는데 시드가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제 그 검은 머리 남자 생각하지 마.”
그거 너인데.
나는 가만히 시드를 바라보다가 괜히 손가락을 꿈지럭거렸다.
“……혹시 질투해?”
힐끔 바라보며 묻자 시드가 묘한 눈길로 나를 응시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가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인 채 속삭였다.
“질투 나.”
귓불에 닿는 부드럽고 뜨겁고 말캉한 감촉에 놀라 고개를 드는 순간, 시드는 이미 내게서 한걸음 물러난 채 소년처럼 웃고 있었다.
* * *
‘뭐였을까…….’
나는 괜히 귓가를 만지작거렸다.
입술을 물에 담근 채 숨을 내쉬자 뽀글뽀글 물거품이 올라왔다.
“아가씨, 무슨 고민 있으세요?”
나는 고개를 들어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 말고도 다른 하녀 언니들까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멍하시고. 목욕을 그렇게 오래 하신 건 아닌데.”
“물이 너무 뜨겁나요? 피부가 익은 거 같아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러다 현기증 나는 거 아니냐면서 난리 나겠다 싶어서 나는 그냥 욕조에서 일어났다.
내가 목욕 때문에 멍하다고 생각한 건지 낸시가 넘어질까 걱정하며 나를 잡아주었다.
뽀송뽀송한 배스 로브를 입고 나자 로라가 차가운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기분 좋은 손길.
나는 얼음을 와삭와삭 씹다가 힐끔 하녀 언니들을 바라보고 헛기침을 했다.
“……이건 말이지. 내 친구 이야기인데.”
“흐음, 친구 이야기요.”
“응, 친구 이야기야.”
나는 다시 한번 확실히 하고 입을 열었다.
“내 친구한테 어떤 남자애가 자기만 보고 웃었으면 좋겠대.”
“어머머머?”
“웃기는 남자네?”
“감히 우리 아가…… 크흠, 그 친구분의 웃음을 자기만 보려고 하다니.”
아니, 우리 시드 웃기는 남자 아니거든.
불퉁해져서 입을 다무니 안나가 살살 나를 달랬다.
“계속 이야기해보세요. 그래서요?”
“그러면서 얼굴을 들이대서, 내 친구는 그러니까一 키, 키스를 하는 줄 알았거든?”
“……!”
왜인지 언니들이 벼락 맞은 사람처럼 충격받은 얼굴로 파르르 떨었다.
“근데 그냥 꽃잎만 떼주고 말았어.”
“아, 아가씨!”
틸다가 거칠게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 어?”
“그 놈팡…… 아니, 그 남자는 진짜 별로네요!”
“그거 어장 관리예요, 어장 관리!”
어장……관리?
“그, 그치만 그런 다음에 다른 남자 생각하지 말라면서一.”
“그러니까 그게 어장 관리라구요!”
“스킬이에요, 스킬! 그런 식으로 자기 생각만하게 만드는 거!”
“친구분께 똑똑히 말씀해주세요! 그런 남자랑은 상종도 하지 말라고!”
“어? 으응…….”
“진짜 안 돼요. 알았죠? 절대 안 돼요!”
“응…….”
언니들의 박력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 말렸으니 일단 쉬세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아까부터 니케 님이 엄마 보고 싶다며 패악…… 아니, 울었어요.”
“정말?”
나는 얼른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마마!”
니케가 답삭 안겨 왔다.
품에 한가득 들어오는 털뭉치를 안고 있자 마음이 진정되는 되기는커녕 더 울적해졌다.
‘어장 관리…….’
쿠웅.
‘충격이야…….’
하지만 우리 시드는 어장 관리 같은 거 할 애가 아닌데.
“스킬이에요, 스킬! 그런 식으로 자기 생각만하게 만드는 거!”
“…….”
어장 관리가 아니더라도, 그 스킬은 어디서 어떻게 익힌 거지?
딴 여자랑 놀아난 거야, 뭐야!
* * *
“감히 어떤 놈팡이가 우리 순진한 아가씨를……!”
“남자가 여우네, 여우.”
“고단수야, 아주.”
루아티샤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하녀들이 파르르 떨며 성토했다.
“그런 식으로 꼬시면 연애면 역력이 없는 우리 아가씨는 넘어갈 수밖에 없지.”
“그건 안 돼! 끼 부리는 걸 보니 분명 연애 많이 해본 놈이야!”
“우리 아가씨께 그런 놈은 어울리지 않아!”
“굳~이 따지자면, 이것도 우리 아가씨가 아깝긴 한데, 그나~마 시드리한 황자님 정도가 겨우 어울릴 정도지.”
“황자님은 몸도 좋고 잘생겼고 능력도 좋으니까.”
“거기다가 울 아가씨를 대신해 가시밭길로 가는 그 마음!”
“그 지고지순한 순정을 생각하면 시드리한 황자님만 허락 해드릴 수 있어.”
“어렸을 때부터 보통 연이 아니었잖아? 아, 멋있다.”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하녀들을 보고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 놈팡이 앞에서 아가씨가 생각했던 남자가 시드리한 황자님이겠지. 앞으로 아가씨께 철벽 치는 법을 전수하도록 하자.”
“네!”
* * *
같은 시각, 에체시스 용병단 아지트.
에첸은 반쯤 기대앉은 채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말랑말랑하던 귓불의 감촉.
바짝 다가가자 은은히 나던 향기.
놀라서 자신을 바라보던 커다란 눈동자.
꽃처럼 붉어진 얼굴.
“……장.”
“단장!”
눈앞을 가득 메웠던 루아티샤의 얼굴이 한순간에 흩어지며 산적 같은 바렌의 얼굴이 불쑥 나왔다.
“……치워.”
“너, 너무한 거 아니오? 그렇게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방금 그 목소리 진심으로 짜증 난 목소리였어!”
에첸은 상처받았다는 바렌을 바라보다가 그냥 고개를 돌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셨습니까? 몇 번을 불러도 모르시던데.”
네미스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에첸이 입을 열었다.
“……수르아 말인데. 오늘도 그놈을 생각하며 웃고 있었어.”
“대응책은?”
“알려준 대로 했어. ……괜찮았던 거 같긴 한데.”
에첸이 다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어째 수르아 씨보다 단장님이 역으로 꼬셔진 거 같은데.’
네미스는 그런 생각을 고이 접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여성분의 마음은 강제로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여성분이 흔들릴 때일수록 잘 꼬셔야지요.”
“잘 꼬신다…….”
“노력하는 남자가 여성분의 마음을 쟁취하기 마련입니다.”
“알았어.”
에첸은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다가오나 싶으면 멀어지고, 멀어지나 싶으면 훅 다가오고. 강약 조절이 중요합니다. 자기감정만 밀어붙여서 여성분을 질리게 하는 남자는 재미없어요.”
네미스가 강의를 시작했다.
바렌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흑발남, 단장을 말하는 거 같은데.’
실종되었던 단장이 수르아와 함께 돌아왔던 날.
네미스와 바렌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바로 그들의 단장인 에첸이 무려 시드리한 황자였다는 것!
‘거기에 수르아는 파에라톤 공녀님이셨고.’
바렌이 보기에 수르아는 그냥 동일 인물을 좋아하는 거였다.
‘저렇게 머리 쓸 필요 없이 그냥 확 밀어붙이면 될 것 같은데.’
쩝.
바렌은 입맛을 다셨다.
‘뭐, 이것도 재밌긴 하니까.’
저 에첸 단장이 저렇게 초조해하며 안달하는 모습을 또 언제 보겠는가.
집중해서 남의 말을 듣는 것도 그렇고.
어쩐지 에첸과의 거리도 꽤 가까워진 듯했다.
“바렌, 네 의견은 어떻지?”
“단장님, 저놈 말은 들을 필요 없습니다. 저놈은 누굴 사귀어도 일주일을 못 갑니다. 일주일만에 까여요.”
“무, 무슨! 까이는 거 아니거든! 그냥, 그냥 다들 일이 바빠져서 연애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네미스와 에첸이 애잔한 눈길로 바렌을 바라보았다.
“까인 거 아니라고오!”
* * *
“그 소식 들었죠? 리리엘 성녀님과 파에라톤 공녀님의 대결.”
“뭐, 대결씩이나.”
“하지만 그렇잖아요. 여태 이런 일이 생기면 파에라톤 공녀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는데, 처음으로 경합을 하게 된 거잖아요?”
“성녀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봐요. 나는 아직 못 믿겠던데. 병든 사람을 기도 한 번에 고치다니. 진짜 그랬으면 예전부터 난리였어야죠. 몇 년째 진짜 네, 마네 하다가 이제 와서 이러니…….”
“진짜인 거 같던데요? 성녀님이 투자 유치를 위해 접선한 사람들이 엄청나대요.”
“그리고 이번에 성녀님이 주최한 자선 파티가 역대급 성금을 모았다면서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음, 그런데 그건 공녀님도 마찬가지잖아요? 공녀님의 자선 파티에서 모인 성금이 더 많을걸요?”
“거기다 공녀님이 따로 발품 팔 필요도 없이 파에라톤 공작 가로 자신이 투자하겠다면서 먼저 찾아간 사람들도 많다던데.”
“아, 뭐. 그거야 그렇겠죠. 그 치만 파에라톤 공녀님이야 원래 잘하시고, 딱히 놀랄 일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래요. 새로울 거 없죠. 워낙 뭐든 잘하시니까.”
“그래도 이건 기대되네요. 매년 이맘때 사교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 〈피시스〉에서 공녀님께 파뤼르를 선물하잖아요.”
“하아, 〈피시스〉의 작품은 황홀하지요. 나도 받아봤으면…….”
“공녀님께서 오늘 하시고 올 까요?”
“그거야 보면 알겠죠. 그나저나 성녀님이一.”
“아, 맞아요. 저도 들었어요. 그때 성녀님이…….”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 * *
나는 어수선한 하녀 언니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어?”
“네? 아니, 그게……. 〈파시스〉에서 아무것도 도착하지 않아서요.”
“그래?”
〈파시스〉는 제국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보석 가게였다.
매년 사교 시즌을 여는 첫 황궁 파티에서 나는 항상 〈파시스〉에서 선물한 파뤼르를 착용했다.
“보통 적어도 한 달 전에는 도착하는데 어떻게 당일까지 소식이 없는지…….”
나는 언니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힐끔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같은 메시지.
“기다리지 마. 오지 않을 거야.”
“네?”
“원래라면 한 달 전에 대표가 직접 찾아와서 선물하고 가잖아? 지금까지 안 왔으면 안 주겠다는 거지.”
“아니, 그럼 〈파시스〉에도 손해 아니에요? 아가씨가 착용 안 하면…….”
“더 효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겼나 보지.”
내 말에 언니들이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너무 황당하네요. 〈파시스〉가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부동의 1위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게 다 아가씨 덕분이잖아요!”
“아가씨가 매년 〈파시스〉의 장신구를 착용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따라 사서 그런 건데!”
원래 마케팅은 그때그때 가장 효과 좋은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
“나한테 보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번 생일 때 아빠가 사 주신 것들 중에서 고르자.”
“네에…….”
“〈파시스〉에서 만든 건 빼고 고를 거예요!”
분한 듯 외치는 낸시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
* * *
황궁 파티는 무난하게 흘렀다.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해 주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되었다.
‘으, 지친다.’
소파에 앉아 쉬는데 내 앞으로 빼꼼 나오는 얼굴이 있었다.
“흐흥一.”
자스민과 티리엘이었다.
“있지, 루루.”
“우리 궁금한 게 있는데.”
히죽히죽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장난기가 넘쳤다.
“뭔데 그래?”
“혹시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조, 조, 좋아하는 사람?”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티리엘과 자스민이 서로를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역시 맞지?”
“아, 아니야!”
“루루가 이렇게 반응하는 거 처음 봐.”
“남자한테 도통 관심 없는 척하더니.”
“혹시 말이야. 그 사람一.”
“시드리한 황자님이셔?”
“어?”
대체 어떻게 알았지?!
“역시.”
“둘이 사귀어?”
“어…….”
“응? 응? 우리한테는 말해줄 수 있잖아.”
남의 연애를 사랑하는 티리엘과 자스민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이걸 어떻게 대답하지?
그때였다.
“아닐걸요?”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