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2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20화(220/353)
☆ 제220화 ☆
* * *
“성녀 예하.”
“성녀 예하를 뵙습니다.”
리리엘의 등장과 함께 방 안에 있던 자들이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추었다.
리리엘은 그들이 보이는 극진한 신심에 아무 감흥도 없는지 그대로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예하, 예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하신 분입니다! 부디 제가 예하의 앞길을 닦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귀하신 몸을 움직여 직접 나서시다니요! 명하시기만 하시면 제가 당장 저 건방진 파에라톤 공녀의 목을 쳐오겠습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분개한 자들의 외침이 잇따랐다. 방안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나 리리엘이 미간을 꿈틀거리는 순간, 마치 세상에 소리를 제거한 것처럼 정적에 감싸였다.
그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절절한 시선으로 리리엘이 입술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잊었니? 아리엘과 뮤리엘이 어떻게 되었는지.”
“예하, 저는 그것들과 다릅니다! 감히 예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잊지 말렴. 내 일을 방해하는 그 못된 장난꾸러기에게는 파사의 힘이 있단다.”
리리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래, 그 더럽고 짜증 나고 불쾌한 힘의 명맥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프타네스.’
리리엘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힘이 부족해.’
강대했던 힘은 아프타네스와의 전쟁으로 거의 잃었다.
힘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향력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당장 불가능하다면一.’
자신을 경배하는 자들을 바라 보던 리리엘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그중 한 명에게 물었다.
“정말 내 힘이 되고 싶니?”
“물론입니다, 예하!”
“그래.”
고개를 끄덕인 리리엘이 다른 자들에게 말했다.
“신전에 접촉하도록 하렴. 내가 성녀라고 불리지만 신전에서 내린 칭호는 아니지 않니.”
“고작 교황 따위가 감히 예하께 칭호를 내릴 순 없습니다.”
리리엘은 두 번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그녀를 본 자들이 깊이 절하고 뒷걸음질 쳐 방을 나갔다.
방 안에는 리리엘과 그녀가 조금 전 지목한 사람만 남았다.
자신을 따로 부른 것이 기쁜 듯 그는 상기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리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자 그가 기꺼이 리리엘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리리엘은 자애롭게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네가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단다.”
리리엘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에서 내려와 이마와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아, 예하…….”
황홀해하는 그를 보며 리리엘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커헉……!”
보드라운 손이 사내의 목을 콱 움켜쥐었다.
연약해 보이는 손으로 움켜쥐어봤자 아무런 타격도 없을 것 같은데, 사내는 눈을 까뒤집으며 괴로워했다.
리리엘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인자하게 말했다.
“이것으로 너는 내 힘이 될 것이란다.”
“여, 여, 영광…….”
파지직!
새빨간 기운이 리리엘의 손에서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사내는 재가 되었다.
재는 언뜻 뿔 달린 뱀의 형상으로 뭉쳤다가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
곧 입자화된 사내가 리리엘에게로 흡수되었다.
“흐음, 부족한데. 그래도 다 죽어가던 아리엘보다는 낫구나.”
리리엘은 생긋 웃었다.
* * *
“마마아…….”
티리엘과 자스민을 전송하고 방에 돌아오자마자 니케가 낑낑거리며 다가왔다.
“미안, 미안. 우리 니케 많이 외로웠어요?”
“웅, 그치만 마마가 행복하니까 니케 꾹 참았어.”
니케가 내 품에 파고들며 얼굴을 부볐다.
누구 애길래 이렇게 귀엽지?
나는 니케를 확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 비밀인데, 엄마는 친구들보다 니케랑 있는 게 더 좋아.”
“정말?!”
니케의 얼굴이 활짝 폈다.
기분 좋은지 풍성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그럼 정말이지! 어젯밤엔 엄마가 같이 안 자서 미안해.”
“우음, 근데 이거 연습해야 한댔어.”
“응?”
“니케가 동생 가지고 싶다고 했더니, 혼자 자는 연습을 해야 한대.”
“뭐?”
내가 지금 뭘들은 거지?
“니케가 혼자 자야지 동생이 생길 수 있는 거래.”
“…….”
확인 사살과도 같은 대답에 머리가 띵했다.
감히 누가 우리 순진한 니케에게!
“누가? 누가 그랬어?!”
“마마, 화났어? 니케가 잘못한 거야?”
니케가 울먹이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니케를 토닥였다.
“괜찮아. 엄마 화 안 났어.”
“히잉, 그치만 엄마 지금 삐죽삐죽해.”
아, 맞다.
니케는 내 감정에 예민하지.
“아니야, 하나도 안 삐죽해. 그냥 다른 일이 생각나서 그런 거야. 엄마가 어떻게 우리 니케에게 화를 내.”
살살 어르고 달래며 쪽쪽 뽀뽀까지 한 뒤에야 니케는 배부른 표정을 지으며 발라당 누웠다.
순간 “저거 일부러 그러는 거야.” 하고 니케를 노려보던 익시온의 말이 떠올랐다.
‘아니지. 우리 니케가 얼마나 순진하고 착한데.’
왜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났담?
나는 얼른 털어버리고 니케의 배를 간질였다.
“그래서 누가 우리 니케에게 그런 말을 했어?”
“우음, 그거? 악트셰라켄이 그랬눈데.”
“악트, 으득, 셰라켄이란 말이지…….”
“마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웃으며 현란한 손길로 니케를 만족시켜줬다.
그러고는 밀린 알림을 확인했다.
[확인하지 않은 알림을 표시합니다.] [퀘스트 〈꼭 짱이 되어야지!(1)〉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3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망상하는 귀부인 무리가 독자님의 연애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응?
내 연애요?
[망상하는 귀부인 무리의 한마디: 아줌마 망상 잘하지?]“…….”
[주식 상장 위원회 영애 무리가 독자님의 연애 행방을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합니다.] [주식 상장 위원회 영애의 한마디: 내 주식이야말로 상한가를 찍을 것이다!]“…….”
심도 있는 토론?
어디가?
‘우리나라 이대로 괜찮은 건가?’
아니,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정치 역학적 문제가 얽혀 있으니까.
파에라톤 공작가와 황위를 다투는 두 황자라니, 그냥 연애 문제가 아니잖아?
거기다 원래 이런 스캔들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이슈였다.
어느 정도의 관심은 당연한 거지.
[올해 사교계를 여는 황궁 첫 연회에서 최고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국 내 영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게 최고의 화제가 되는 건 좀 그런 거 같아.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꼭 짱이 되어야지!(2)〉
독자님!
제가 기대했던 방향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결과가 좋네요!
언제 우리 독자님이 이렇게 컸나 싶어서 저는 참 뿌듯했답니다!
하기야 로판 독자는 레이디로서 품위를 지켜야 하는 법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품위 있으신 분이 왜 저만 보면 패버리려고 하시는 걸까요?
왜겠냐.
근데 진짜로 리리엘을 패버리길 기대했던 거였어?
그때 랄라엘인지 릴리엘인지가 지었던 표정을 독자님께서 보셨어야 했는데요!
꺄르르르륵!
이 녀석이 웃는 걸 보니까 왜 심술이 나지?
일전에 티리엘이 리리엘을 랄라엘이라고 부르는 게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건방진 보석상 나부랭이가 독자님 뒤에서 호박씨를 까고 릴리엘인지 릴라엘인지한테 찰싹 붙지 않았습니까!
여태까지 매년 첫 황궁 연회마다 일부러 홍보해주었는데 그 은혜도 모르고!
만약 독자님이 흐름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신문과 가십지가 어떤 기사로 도배가 되었을지 뻔합니다!
파시스가 아니라 파시♪이야!
파♬발에게 알려줍시다!
사교계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로판 독자로서의 위엄을 만천하에 떨쳐 주세요!
– 조건: 파시스 본점 정리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상승, 연계 퀘스트〈???〉 진행
얘도 진짜 은원을 잊지 않는다.
아니,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절대 잊지 않는 타입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3000캐시 뽑기권은 받아야지.’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원수를 잊지 않는 건 독자님도 똑같잖아요!] [17년 전의 사소한 일 가지고 아직도 날 구박하구!]‘그 사소한 일이 설마 나한테 사기 친 걸 말하는 건 아니겠지?’
[흥입니다! 칫입니다! 뿡입니다!]‘퀘스트에 오타나 내지 마. 릴라엘이 아니라 랄라엘이야.
[오타 아니예요. 릴라엘 맞아요!]‘릴라엘?’
“…….”
얘도 진짜 참.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파시스라……. 꽤 인연이 길었지. 사장 보좌인 녀석은 나름대로 사람이 좋아 보였는데.’
하지만.
‘릴라엘을 엿 먹여야 하니까!’
아직도 “시드?”하고 부르며 샐쭉 웃던 리리엘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리리엘에게 배팅하자마자 파시스가 망하면 참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거다.
나는 씨익 웃었다.
* * *
“오랜만입니다, 파에라톤 공녀님. 저번에 신년 인사를 드린 후 처음이군요. 저희〈이듐〉은 언제나 공녀님을 위해 최상의 파라이바를 공수해 놓고 있습니다.”
“저희 〈불레아〉는 이번 경매에서 12캐럿 핑크 다이아몬드를 낙찰받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12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똑같이 파라이바라고 분류되어도 그린이 더 도는 것, 블루가 도는 것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이지요. 저희〈이듐〉에서 준비한 파라이바는 공녀님의 그 아름다운 눈동자와 딱 맞는 완벽한 파라이바입니다.”
“저희 〈불레아〉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크기의 핑크 다이아몬드의 주인은 당연히 공녀님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직 공녀님을 위해 낙찰받았습니다.”
〈이듐〉 대표와 〈불레아〉 대표는 모두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서 튀는 불꽃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괜히 같이 만나자고 했나.’
지난번 황궁 연회 후, 〈이듐〉과 〈불레아〉에서는 미친 듯이 내게 선물과 함께 서신을 보냈다.
내가 그날 끼고 있었던 장신구가 두 회사의 것이었으니 그 들로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내 기사가 쏟아지면서 양측의 판매량도 떡상했다고 하고.’
역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게 최고다.
하지만 각각 할애할 시간이 없어서 함께 만나자고 했더니 완전히 경쟁하면서 랩을 쏟아내고 있다.
“흐음, 둘 다 굉장히 예쁘네. 마음에 들어.”
“저희 〈이듐〉은 공녀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세공해서 악세사리로 만들 것입니다! 오직 공녀님 맞춤으로!”
“저희 〈불레아〉는 이미 공녀님께 어울릴 법한 목걸이로 만들려고 디자인까지 들어갔습니다. 폐기된 디자인만 지금 수백 장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공녀님께 어울리는 결과물이 나오기만 한다면 이런 노력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혀에 기름을 발랐나.
“그래서 양측 모두 그걸 내게 선물하겠다고?”
“물론입니다, 공녀님.”
“받아주시기만 한다면 영광입니다.”
나는 잠시 두 사람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예?!”
“고, 공녀님, 다시 한번 생각을…….”
“선물은 됐고, 내가 사도록 할게.”
내 말에 두 사람이 입을 떡 벌렸다.
“나석만으로도 수억을 호가할 거 같은데, 공짜로 받긴 좀 그렇고. 그냥 사겠다고.”
“하, 하지만…….”
돈을 주겠다는데도 두 사람은 쉽사리 기뻐하지 못했다.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단 내게 이걸 선물해 앞으로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그도 그럴 것이〈이듐〉과 〈불레아〉 모두 자신들보다 명성이 떨어지던 〈파시스〉가 어떻게 승승장구해 명실공히 최상의 브랜드로 우뚝 섰는지 봤다.
“파시스가 매년 내게 선물하는 것은 그냥 공짜로 받을만 했어.”
나는 생긋 웃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 마음에 들어. 나는 마음에 드는 것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는 가격을 지불하자는 주의거든.”
“……!”
내 말을 알아들은 두 사람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가, 감사합니다, 공녀님.”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절대 공녀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최고의 목걸이를 만들어一.”
“공녀님의 눈동자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파뤼르로 재탄생 시키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밀칠 기세로 경쟁적으로 말했다.
나는 직원들과 함께 우르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소파에 기댔다.
‘그래, 어서 가.’
가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녀.
파에라톤 공녀가 〈이듐〉과 〈불레아〉의 가치를 알아봐서 선물로 받길 거부하고 값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그 말은 곧一.
‘〈파시스〉는 마음에 차지 않아서 그냥 받은 거라는 뜻이지.’
나는 꺄르르 웃었다.
3000캐시 뽑기권 딱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