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2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21화(221/353)
☆ 제221화 ☆
* * *
고급 상점 지구의 중심인 샤를레아 광장.
그 광장과 연결된 퓌센 거리는 특히 고급 쥬얼리 샵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였다.
길을 가다 마주친 귀족들은 서로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
“어머, 지난 티파티에서 보고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악세서리를 사시려나 봐요?”
“새 드레스를 맞췄는데 영 어울리는 게 없어서요.”
“어머, 저돈데. 그럼 같이一. 아, 혹시 〈파시스〉로 가시게요?”
“네? 네. 항상 가던 곳이니까요.”
“아, 네……. 그럼 다음에 봬요.”
자매는 마주친 영애에게 인사한 후 그녀를 지나쳤다.
조금 멀어지고 난 후, 자매들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파시스〉는 한물가지 않았나? 실례될까 봐 말은 못 했지만.”
“이제는 〈이듐〉이지. 괜히 전통 강자가 아니라니까? 특유의 클래식한 게 너무 좋아.”
“나는 이번에 〈불레아〉에서 나온 귀걸이가 마음에 쏙 들던데.”
“아, 바이컬러 스톤을 쓴 거 말이지? 나도 파에라톤 공녀가 하고 있는 걸 보고 너무 예뻐서 찾아봤어.”
“그럼 우리 〈불레아〉부터 갈까?”
“그래, 뭐 어차피 〈불레아〉랑 〈이듐〉은 붙어 있으니까. 〈파시스〉만 저쪽에 있고.”
자매는 오붓하게 팔짱을 낀 채 들뜬 마음으로〈불레아〉로 향했다.
하지만.
“대단히 죄송합니다. 지금 프라이빗 룸은 다 차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안내하는 직원의 말에 들뜬 마음이 푸시식 식었다.
“다 차 있다고요? 얼마나 걸리죠?”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확한 대기 시간을 안내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뭐라 하려던 자매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과연 그 말대로 홀 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갖 귀족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프라이빗 룸이 아니라 오픈된 홀에서 응대하는 직원들도 빈손이 없어 보였다.
‘너무 기다리는 건 별로인一 어머, 저기 포셰트 영애 아닌가?’
프라이빗 룸에서 나오는 사람을 본 자매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포셰트 후작 영애 정도 되는 사람이 직접 여기까지…….’
‘본래라면 후작저로 〈불레아〉의 직원들이 찾아갔을 텐데.’
자매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자세히 보니 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명망 있는 귀족들이 많았다.
평소라면 오픈된 홀이 아니라 프라이빗 룸에서 느긋하게 쇼핑을 즐겼을 사람들.
“……그럼 차례를 기다리도록 하죠. 굳이 프라이빗 룸이 아니어도 좋아요.”
기다리는 건 싫으니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돌아서려던 마음이 싹 가셨다.
오히려 얼마나 기다리든 오늘 꼭 귀걸이를 사가야겠다는 마음뿐.
“이해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기하는 동안 나가 있어도 되죠?”
“물론입니다. 말론 가의 영애들께서 오시면 제가 다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불레아〉에 오는 것은 거의 처음임에도 바로 자신들을 알아보는 직원의 말에 자매들은 살짝 놀랐다.
꼭 알아봐 주길 바랐던 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역시 파에라톤 공녀의 안목은 남달라.’
‘괜히 전통 있고 격식 있는 게 아니네.’
자매들은 속닥거리며 〈불레아〉에서 나왔다.
“일단 〈이듐〉에 다녀오자.”
그러나 〈이듐〉의 상황 역시 다를 게 없었다.
굳이 차이점을 꼽으라면 트렌디한 〈불레아〉보다 클래식한 〈이듐〉이 더 나이 많은 귀부인들이 많다는 것뿐.
‘우와, 쉐로델 후작 부인 아니셔?’
‘직접 나와서 쇼핑하시다니……. 인사드려도 되나?’
그때, 힐끔힐끔거리는 자매들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말론 영애들.”
“어?”
아까 거리에서 마주쳤던 영애였다.
“〈파시스〉로 가셨던 거 아니었어요?”
“……갔는데 〈파시스〉 분위기가 이상하더라고요. 손님도 한 명도 없고. 직원들이 저한테 달라붙어서는 뭐라도 팔아치우려는 분위기랄까?”
“세상에…….”
“영애들의 반응도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 〈이듐〉에 왔더니…….”
“〈파시스〉가 거기까지 내려갔군요.”
“이제 아무도 안 가니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자매들의 말에 영애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파시스〉에 무슨 일이 있나요?”
“어머, 모르셨어요? 아, 모르셨으니 가셨구나.”
“가서 보셨으면 알겠지만, 요즘 〈파시스〉의 물건들은 예전과 같지 않아요.”
“네?”
영애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게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서 나온 건 맞지만 물건에는 특별히 전과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그 증거로 요즘 파에라톤 공녀께서도 〈불레아〉와 〈이듐〉의 장신구만 착용한다 하시더라고요. 이번에 머리 장식도 엄청 예뻤는데.”
“글쎄, 〈불레아〉와 〈이듐〉에서 공녀에게 쥬얼리를 선물하겠다고 했는데 공녀가 거절했대요.”
“이런 예술품은 그에 걸맞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어머…….”
영애가 몰랐다는 듯 입가를 가렸다.
“공녀님뿐만 아니에요. 황비 전하는 물론 셰루인 부인과 이스카밀 공작부인까지…….”
지금은 금족령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황후 대신 황비가 황가 공식 행사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 공식 행사에 황비가 착용한 쥬얼리는 단연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명망 높고 심미안이 있는 레이디들이 전부 〈이듐〉과 〈불레아〉를 애용하고 있잖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 〈파시스〉에서 구매했는데.”
“이 포문을 연 사람이 파에라톤 공녀이시잖아요. 과연 공녀의 안목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파시스〉가 이번 해에는 공녀님께 선물을 하지 않고 성녀님에게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파시스〉도 정말 보는 눈이 떨어졌나 봐요. 이게 그 결과죠.”
“그런데 거기에 내막이 있다는 소문도 있어요.”
“내막이요?”
“왜, 공녀께서 〈이듐〉과 〈불레아〉의 선물은 오히려 구매하셨잖아요? 그래서 〈파시스〉가 처음에 공녀께 선물을 드렸는데 눈에 차지 않아서 거절한 게 아니냐는…….”
“오……. 일리 있네요?”
“그렇죠? 너무 구려서 공녀께서 선물을 까버린 게 더 말이 되죠. 구리니까 사람들이 안 가는 거고.”
그 말에 영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어요. 성녀님이 착용했다고 해서 조금 혹했는데.”
“에이, 사교계 초짜인 성녀와 공녀님을 비교할 수나 있나요?”
“결과적으로 파시스는 망하고 이듐과 불레아는 이렇게 인기 많으니 누가 안목이 높은지는 분명하네요.”
“저도 여기서 구매해야지.”
“우리 대기 순번에 함께 쇼핑해요.”
“지금이 아니면 이번 사교 시즌 동안은 아예 못 구할지도 모르니까.”
“어머, 고마워요.”
자매들의 배려에 영애가 활짝 웃었다.
“그래서, 〈파시스〉는 어땠다고요? 자세히 말해줘요.”
“글쎄, 제가 들어갔더니…….”
소녀들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 * *
같은 시각, 〈파시스〉의 대표실.
“이건 말도 안 돼!”
오늘도 파시스의 대표, 란드웰은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었다.
그는 보고 있던 매출표를 거칠게 던졌다.
“어떻게 한 달 사이에 매출이 이렇게까지 급락할 수 있어! 이러다가는 본점을 정리해야 할 판이야!”
하이쥬얼리는 최고가의 사치품으로, 개당 매출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그만큼 재료나 브랜드 퀄리티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나다.
하이쥬얼리에 걸맞는 최상급 보석을 구매하고, 전문가가 정밀 컷팅을 하고, 장신구를 디자인해서 금세공한 뒤 보석을 물리기까지.
재료 비용도 막심하지만 전문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거기에 샤를레아 광장 지구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퓌센 거리의 단독 건물에 입주하고, 손님 수와 상관없이 응대하는 직원들을 여럿 갖춰놓아야 한다.
그래야 콧대 높은 거물들이 ‘기본은 하는군’하고 생각하니까.
“젠장, 이미 적자야! 이 추세면 다음 달에는 적자가 더 커질 거고!”
“그러게,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올해도 파에라톤 공녀님께 드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야! 넌 자꾸 초 칠래?”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속 터지는 소리에 란드웰은 이를 갈았다.
“정말로 타렌카 후작이 뒷공작을 벌인 게 아니야?”
“몇 번이나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우리는 손님이 안 오는 거뿐이에요. 물건이 구리다면서.”
“장난해?!”
저 물건들이 얼마짜리인데 구리다고 한단 말인가!
“금과 보석 결제 대금일도 다가오고 있어. 올해도 잘될 줄 알고 예년의 배로 구매했는데…….”
“전 그것도 반대했습니다.”
“야!”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저놈은 대표가 화를 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커피나 홀짝이고 있다.
란드웰은 소파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으, 고작해야 파에라톤 공녀가 다른 곳의 장신구를 착용한 것뿐이잖아. 근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냐고…….”
란드웰은 소파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성녀는 뭐 하는 거야? 황후가 아낀다더니, 우리 장신구를 소개할 인맥도 없는 거야? 빛 좋은 개살구로군.”
란드웰을 향해 뭐라 입을 열려던 보좌는 도로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저런 생각 중인데 설명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파에라톤이 제국에서 가지는 의미는 엄청나다.
베일에 싸인, 두렵고도 신비로운 가문.
그런데 그 파에라톤이 무려 사교계에 전면적으로 뛰어드는 유례없는 시기가 왔다.
당연히 파에라톤 공녀가 걸친 모든 것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공자들과 공작조차 막냇동생을 따라 사교계에 얼굴을 비추니 오죽하겠는가?
‘심지어 파에라톤 공녀는 다른 파에라톤과 달리 사교적이라고.’
귀부인들은 파에라톤 공녀를 아끼고, 영애들은 파에라톤 공녀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
델바트렌, 이스카밀, 쉐로델, 미첼로인…….
정치 사교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가문들이 파에라톤 공녀의 뒤에 호박씨 깐〈파시스〉를 곱게 볼까?
파에라톤 공녀는 따로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파에라톤 공녀에게는 연락해 봤어?”
“……그건 진짜 하지 않는 게 좋을걸요. 공녀님, 사람 좋아 보이지만 화나시면 엄청 무서워요.”
“무슨 소리야. 언제 화를 내는 걸 봤다고. 거기다 아직 어리잖아. 사춘기 어린애들은 좋은 거 주면서 살살 달래면 금방 화 풀어.”
“…….”
“왜 그렇게 봐? 어서 빨리 파에라톤 공녀에게 연락해 봐.”
보좌는 란드웰의 채근에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쓰며 생각했다.
‘……이직 받아줄까?’
직장인은 언제나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살아가는 법이지만, 지금이 바로 그걸 꺼낼 적기 같았다.
* * *
일주일 뒤, 파시스 본점 접객실.
거절 편지는커녕 그냥 씹어버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루아티샤는 초대에 응했다.
“그것 봐! 역시 원하는 게 있는 거라니까? 솔직히 보석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공짜로 주면서 립서비스만 잘해주면 돼!”
답신을 받았을 때 란드웰이 신이 나서 그렇게 말했지만 보좌는 찜찜했다.
란드웰은 루아티샤에게 온갖 찬사를 늘어놓으며 두 손을 비볐다.
“……해서 공녀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자아, 이걸 보세요. 아름답죠? 다 공녀님의 것입니다.”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에서 반사되는 빛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공녀님께서 저희가 성녀에게 선물해 심기가 불편한 건 알겠습니다.”
“…….”
“하지만 절대 저희는 공녀님과 성녀를 비교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태양과 램프의 불빛이 어찌 비교가 되겠습니까? 이걸 받고 화 푸시고一.”
“화 안 났어.”
“예?”
“화도 낼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내자는 주의라서.”
란드웰이 입을 벌렸다.
‘이, 이게 아닌데?’
“〈파시스〉가 어떻게 하든 말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내가 여기에 온 건 관심 있는 게 있어서야.”
“예? 무, 뭔지 말씀해주시면 바로 공짜로 선물을…….”
“글쎄, 그건 댁이 선물할 수 없는 거라서.”
루아티샤의 시선이 란드웰의 뒤에 시립해 있는 보좌에게로 향했다.
“모리스.”
“예, 예?”
보좌, 모리스는 깜짝 놀라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제 이름을 아셨습니까?”
“바지사장보다는 일 잘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게 당연하잖아?”
모리스는 멍하니 입을 열었다.
“혹시 치킨 좋아해?”
“예?”
“나 지금 이직 제안하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이 굳이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을 이유는 없어 보여서.”
모리스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먼저 말이 나갔다.
“조, 좋아합니다! 아니, 완전 사랑합니다!”
루아티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모리스가 시뻘건 얼굴로 덧붙였다.
“치, 치킨을요…….”
“알아. 당신, 재밌는 사람이네.”
피식 웃은 루아티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갖고 싶은 건 가졌으니 이만 가지.”
“자, 잠깐만요. 공녀님!”
란드웰이 문을 막아서며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공녀님이 이렇게 나가면 저희는 그냥 망해요!”
“…….”
“제발, 그간의 정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루아티샤와 리리엘이 비교당하도록 리리엘에게 선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란드웰은 뻔뻔했다.
“저거 가져가세요, 네? 공짜로 드린다니까요? 저게 얼마짜린데!”
란드웰이 목걸이를 쥐고 루아티샤의 앞에 들이밀었다.
“이거 걸고 나가세요. 곧 파티 또 있잖아요? 거기서 이걸 루아티샤는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완벽한 무시.
란드웰은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