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2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22화(222/353)
☆ 제222화 ☆
* * *
“어머머, 세상에…….”
“하아, 파에라톤 공작 각하……. 너무 멋지신 거 아닌가요?”
“막내 공녀가 없으면 파티에 참석도 잘 안 하시는 분이 저렇게 성장(盛裝)을 하시고 오시다니…….”
“제온 공자 좀 봐요. 와, 영애들이 왜 제온 공자만 보면 비명을 지르는지 알겠一.”
“꺄아아아!”
“……영애들만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니었군.”
“하아, 아레스 공자의 저 미소.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 독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바라보게 되는 마성의 미모!”
“익시온 공자는 또 저렇게 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비딱한 얼굴로 있네요. 늘상 저렇다가 막내 공녀를 볼 때만 장난스럽게 웃는데. 그거 생각하면 미치겠다니까요?”
“타렌카 후작님께서는 어떻고요. 그야말로 미노년의 이데아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남편이 10년은 더 젊은데 왜 더 늙은 거 같지?”
미남은 언제나 존재만으로 여자들을 기쁘게 하기 마련이다.
이브닝 파티에 모인 귀부인들은 주책을 부리며 들뜬 수다를 나눴다.
“……저쪽만 조명을 더 설치한 건가?”
“왜 저쪽에만 꽃을一 아, 내 앞에도 있구나.”
불만을 토해내던 바드류 남작이 머쓱하게 중얼거렸다.
분명 똑같은 장소에 있는데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이 있는 곳만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안 그래도 시선을 모으는 사람들이 저렇게 차려입으니…….”
그 말대로였다.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은 평소와 다르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치장한 상태였다.
보석의 빛을 받아 사람이 빛 나는 게 아니라 보석이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의 빛을 받아 빛나는 듯했다.
“그런데 왜 참석하신 걸까요? 여긴 파에라톤 공녀가 참석하지 않는 파티라 당연히 저분들도 안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와서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렇게 앉아만 계시니.”
누가 보면 화보 촬영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겠다.
어떤 의미로는 참으로 대단했다.
누구하고도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온갖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니.
바드류 남작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 * *
다음날, 퓌센 거리의 파시스 본점 프라이빗 룸.
바드류 남작은 탐탁지 않은 얼굴로 직원이 소개한 브로치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왜 있잖아. 이렇게 생긴 거…….”
바드류 남작이 손짓을 하면서 설명했지만 직원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남작님. 저희 파시스에서 보유하고 있는 브로치 디자인은 보여드린 것이 전부입니다. 만약 주문을 맡기신다면一.”
“아니, 내가 봤다니까?”
“죄송합니다. 정말로 이것밖에는一.”
“허, 분명 이거 말고 있을 텐데? 안 보여주는 건 날 무시하는 건가?”
바드류 남작이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이었다.
“아이고, 남작님!”
프라이빗 룸의 문이 벌컥 열리며 파시스의 대표, 란드웰이 두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크흠, 오랜만일세.”
“너희는 남작님께서 오셨으면 당장 내게 알리지, 왜 너희가 응대를 하고 있었어! 남작님, 이제부터는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란드웰의 꾸중에 직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원래는 바드류 남작은 급이 안 된다면서 프라이빗 룸에 들이지도 말라고 했잖아?’
파시스의 격에 걸맞는 손님만 프라이빗 름으로 들이라고 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저러는지.
“그래서 바드류 남작님, 오늘은 어떤 걸 구매하려고 하십니까.”
“내가 사교 시즌을 맞아서 오랜만에 제도에 올라오니 트렌드가 꽤 달라졌더라고.”
“아아, 그렇죠. 저희 파시스에는 남작님께서 만족하실만한 최상의 제품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아, 어떤 것이 마음에 드십니까?”
란드웰이 벨벳 상자에 가득한 브로치들을 공손히 가리켰다.
하지만.
“이게 전부인가?”
“……예?”
“아니, 이건 좀……. 그렇지 않나? 한물 갔다고 해야 하나. 내가 안목이 워낙 높고 예민한 편이라서 말이야.”
뭐?
란드웰이 이를 갈았다.
‘이 졸부 놈이…….’
바드류 남작은 원래 영지도 없는 데다가 능력도 없어 중앙에도 진출하지 못했던 자였다.
있는지도 모르는 귀족이었다가 선친이 샀던 땅에서 구리 광산이 발견되어 대박이 난 케이스.
평소 자신이 졸부라면서 무시했던 자한테 이런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 졸부 자식이 낸 돈도 돈이니까.’
“……정확히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말씀해주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에 바드류 남작이 눈을 굴리더니 헛기침을 했다.
“크흠, 왜, 파에라톤 공작이 하고 있던 거…….”
뒷말을 흐린 그가 조금 민망하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내가 뭘 말하는지 자네도 알겠지? 그런 건 다 체크하고 있을 거 아니야.”
물론 뭘 말하는지 알고 있다.
‘……이듐의 브로치!’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이 이듐과 불레아의 장신구를 착용해서 난리가 났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남자들은 물론 아내들, 연인들까지 비슷한 걸 원해서 문전성시라고 들었다.
“……뭔지 압니다. 하지만 보시면 알겠지만 이 브로치가 훨씬 더一.”
“지금 날 무시하나?”
바드류 남작이 벌떡 일어났다.
“아까부터 내가 찾는 건 안 보여주고 이딴 허접스러운 것만 내오고!”
“허, 허접?”
“그래, 허접! 요즘 누가 이런 걸 한다고! 저번 이브닝 파티에서 나만 이딴 걸 하고 갔더만!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원래라면 프라이빗 룸에 들이지도 않았을 잡것이……!’
란드웰은 눈앞이 시뻘게졌다.
하지만 그는 꾹 참고 두 손을 비볐다.
“무시라니요. 감히 어떻게……. 그러지 마시고一.”
“남작님.”
그때 방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파에라톤 공작님께서 착용한 신 브로치는 파시스 제품이 아니랍니다. 파에라톤 공자님들과 타렌카 후작님이 착용하신 것들도요.”
“뭐?”
“올해부터 구입처를 바꿨다고 합니다. 제도에서는 파다한 소문이었다고…….”
“에이,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괜히 내 출중한 눈만 베렸네, 쯧.”
혀를 찬 바드류 남작이 란드웰의 어깨를 밀치며 프라이빗 룸을 나갔다.
“나, 남작님! 남작님! 잠시만요, 남작님!”
란드웰이 혼비백산한 얼굴로 바드류 남작에게 따라붙었다.
“하, 이렇게 사달라고 구걸할 시간에 노력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지 그래?”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 뿐이었다.
‘……어쩌다 이 내가 이렇게까지 추락한 거지?’
비참하고 참담했다.
* * *
“다녀오셨어요?”
내 인사에 저택 안으로 들어서던 가족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우리 손녀따님께서 이리 마중을 나와주시니 이 할애비가 매일매일 회춘하는 것 같구나. 내 기쁨이자 행복이야.”
“잘 다녀왔지. 내가 돌아올 곳은 내 동생의 곁이니까.”
“쓰다듬어줘.”
“혼자 집 잘 보고 있었냐?”
“익시온도 참. 내가 애야?”
제온을 쓰다듬어주며 툴툴 거리자 익시온이 내 뺨을 푹 찔렀다.
“그럼 네가 애지, 어른이냐?”
뭐래.
“루루, 밥은?”
아빠가 내 머리를 꾹 누르며 물었다.
“아직이요.”
“그래.”
아빠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셨다.
‘나랑 같이 식사하고 싶어서 서둘러 돌아오셨구나.’
히히, 웃음이 나왔다.
“갈아입고 오마.”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삼 가족들의 모습을 살폈다.
‘요즘 다들 꾸미는 거에 맛 들렸나?’
훌륭한 기럭지와 탄탄한 근육, 완벽한 얼굴 덕에 꾸미지 않고 셔츠에 바지만 입고 있어도 빛났지만, 이렇게 화려하게 성장(盛裝)하니 저택 안에 태양이 여러 개 뜬 것 같았다.
‘왜 갑자기? 혹시 오빠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좀 더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은 남녀 가릴 것 없으니까.
‘흐음? 근데 아빠랑 할아버지까지?’
“왜 그렇게 봐?”
“그냥, 요즘 파티도 많이 참석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는 거 같아서.”
“이상해?”
“왜, 안 어울려?”
제온이 눈치 보는 강아지처럼 추욱 쳐져서 묻고, 익시온은 아닌 척하면서도 엄청나게 신경 쓰는 게 티 나는 얼굴로 물었다.
다른 가족들도 은근히 내가 뭐라고 하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스스로의 미모를 모르는 건가?
우리 가족들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써도 예술품으로 승화시킬 미남들이었다.
“너무 멋져!”
그 한마디 했을 뿐인데, 아빠가 갑자기 나를 꽉 안더니 내 손을 잡고 식당으로 가기 시작했다.
“아빠? 갈아입고 오신다면서요?”
“……밥부터 먹고.”
“……?”
배가 많이 고프신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가족들과 즐겁게 식사했다.
“솜뭉치, 산책하자.”
“응, 좋은데……. 옷 안 갈아 입어? 안 불편해?”
“난 이게 편해.”
“……?”
저게 편하다고?
나는 여전히 성장한 가족들과 함께 산책했다.
“이제 자야지.”
“그래, 잘 자렴.”
“……아빠, 그 옷 입고 주무시게요? 할아버지랑 오빠들도?”
내 질문에 가족들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답했다.
“이게 편해서.”
그럴 리가 없잖아!
* * *
이듐과 불레아의 대표는 모두 핼쑥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대표님도…….”
“그나마 약빨로 버티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공진단 없었으면 어떻게 버텼을지…….”
두 사람이 허허, 웃었다.
전에 없는 호황을 맞는 건 잘된 일인데 정말 딱 죽기 직전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이 들어 왔다.
두 대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에라톤 공작은 자리에 나른하게 앉은 채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냈다.
“물건은?”
“여기 있습니다.”
“흠, 괜찮군. 내 딸의 사랑스러움에는 아직 따라오지 못하지만.”
“홀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도 괜찮아 보이던데 그것들도 추가로 구매하도록 하지. 내 손녀딸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또, 또요?”
당황한 불레아 대표의 질문에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불만이라도?”
“아, 아닙니다. 감사한 일이죠. 파에라톤 공녀님이 저희 작품의 주인이 되신다니, 영광입니다.”
불레아 대표가 고개를 팍 숙였다.
‘여태까지 사간 것만 해도 1년간 매일 다른 걸 착용하고도 남을 텐데…….’
‘파에라톤 공녀님의 목이 다섯 개, 손가락이 오십 개 이래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감히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대단히 죄송합니다, 후작님. 사실 그중 한 점은 이미 팔린지라…….”
“뭐라고?”
번뜩.
다섯 남자의 시선에 불레아 대표는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본점이 아니라 이듐 본점에서 접객하자고 할걸……. 너무 무서워.’
“어떤 게 팔린 거지?”
아레스의 질문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서둘러 전시되어 있던 파뤼르 세트를 가져왔다.
“이게 가장 예쁘던데.”
익시온이 툭 내뱉는 말에 불레아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훌륭하신 안목입니다. 전시되어 있던 작품 모두 저희의 자신작이지만, 그중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 이것이지요.”
당연히 가격도 가장 비쌌다.
“그런데 팔렸다고?”
“그렇습니다.”
“……누가?”
“그, 그게…….”
불레아 대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착용한 사람을 보면 알게 될 일이네. 지금 말해주는 게 서로 좋지 않겠는가?”
타렌카 후작이 미소 지으며 하는 말에 불레아 대표는 결국 털어놓았다.
‘어차피 공녀님께 선물할 용도로 사신 것 같으니 누군지 아시면 화를 누그러트리시겠지.’
“시드리한 황자님이십니다.”
“뭐, 라고?”
“시드리한 황자……?”
우직끈!
“히, 히익……!”
대리석 팔걸이가 그대로 부서 지는 것을 본 두 대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성녀에게 준다고 오해한 걸까?
“고, 고, 고정하십시오. 어차피 황자님께서 공녀님께 선물할 것 같으一.”
파사삭!
“히익!”
“……들어.”
“예, 예?”
“무조건 이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세련되고 화려하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여운 걸 만들어. 내 딸에게 어울리도록!”
“시드리한 황자가 언제 이 파뤼르를 수령해 가기로 했지?”
“이, 일주일 뒤입니다만.”
“5일!”
“예?”
“5일을 주겠다! 닷새 후까지 이것보다 내 딸에게 더 어울리는 파뤼르 세트를 만들도록.”
“그, 그게, 정말 죄송합니다, 각하. 하지만 저희도 주문이 밀려있고 매일 야근해도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서……. 닷새는커녕 한 달을 주셔도 무리입니다.”
파에라톤 공작과 공자들, 타렌카 후작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였다.
거절하고 싶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진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파에라톤 공작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가만히 대표를 응시하다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러자 뒤에 시립해 있던 딱딱한 표정의 풋맨들이 척척 걸어 나왔다.
‘으, 으아……. 여보, 아들아, 못난 가장은 이렇게 세상과 안녕을…….’
콰앙!
풋맨들이 일제히 커다란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절도 있는 태도로 동시에 열었다.
파아아앗!
가방 안에 조명이 있을 리도 없는데 빛이 나는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현금다발의 위엄!
“이, 이건…….”
“선수금이다.”
그 말에 불레아 대표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턱을 닫았다.
“크흠, 이듐과 협업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대표님.”
“하하, 불레아와의 협업은 저도 항상 기대하던 일이었습니다, 대표님.”
경쟁 업체의 대표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진심을 담아 웃었다.
그럴 만한 금액이었다.
“아까는 야근을 해도 지금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맡고 나서 기한을 못 맞추면 곤란해.”
“하하, 괜찮습니다. 그런 걱정 마십시오.”
“잠은 죽어서 자면 되니까요. 하하하!”
충성 충성.
두 대표가 활짝 웃었다.
“그거 잘됐군.”
타렌카 후작이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그럼 우리가 착용할 만한 장신구도 만들도록. 내 손녀딸의 취향을 완벽히 파악해서.”
“…….”
이듐과 불레아의 대표의 휘어진 눈에서 땀이 흘렀다.
진짜로 죽어서 잠을 자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