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2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24화(224/353)
☆ 제224화 ☆
“그나저나 황제 폐하도 참 대단하십니다. 성녀가 엄청난 투자자를 물어왔다고 아가씨께 연락할 줄이야.”
“원래 계산적인 사람이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
며칠 전 황제는 나를 따로 불러 리리엘이 엄청난 투자자를 물어왔다고 말했다.
의도는 확실했다.
얘가 물어온 투자자를 보니까 얘한테 맡기고 싶은데, 그러면 정치적 문제가 생긴다.
이걸 얘한테 맡기면 황후와 결탁한 중신들이 더 배 째라고 나오지 않겠냐?
그러니까 네가 맡을 수 있도록 판을 다시 짜봐라.
그 말을 듣고 내가 황제에게 요구한 건 하나였다.
“시간을 좀 더 주세요.”
“짐도 최대한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오늘도 중신들이 기한은 진작 넘겼는데 왜 발표를 안 하냐고 따지고 갔다.”
“경합을 공개 경합으로 바꾸겠다고 하세요. 그 준비를 위해 시일이 길어진다고 하면 그쪽도 쌍수 들고 환영하겠지요.”
“그거야 그렇겠지만, 공개 경합으로 가면 짐이 너를 대놓고 밀어줄 수 없어. 알고 있지?”
“밀어주실 필요 없어요.”
“……루아티샤, 너는 짐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지. 하지만 이건 알고 있겠지? 파에라톤이 투자한다고 하면 안 돼.”
“제가 그날 제 입으로 그랬잖아요. 나라를 경영하는 건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지. ……정말 공개 경합으로 바꿔도 자신 있는 거지?”
“자꾸 물으시는 걸 보니 불안하신가 보네요.”
“그럴 수밖에 없다. 리리엘이 누구의 투자를 받겠다고 했는지 짐이 말해주지 않았느냐.”
“저야 참 감사한 일이지만, 폐하. 조금은 공정하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끄응, 편의를 봐주고서도 이런 소리를 듣다니. 짐에게 이러는 건 네가 유일하다.”
“제 편의도 제 편의지만 폐하께서 원하시는 결과가 있으셔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어째 한마디를 지질 않는구나. 다른 영애들은一.”
“그래서 절 가까이 두시는 거면서.”
“하,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시간을 주면 확실히 다른 투자처를 가져올 수 있는 건가? 지금 네 계획에 있는 투자 처는一 솔직히 리리엘에 비해 처져.”
“걱정 마세요.”
“알았다. 네게 걸어보마.”
용건은 끝이었다.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황제는 나를 불러 세웠다.
“루아티샤.”
“네, 폐하.”
“그, 시드리한과는…… 크흠, 무슨 사이냐.”
“네?”
“아니, 그게. 그냥 정치적 동맹인지 아니면 그, 사, 사귄다든지…….”
“…….”
“짐은 그냥 그런 소문이 조금 있길래.”
답지 않게 시선까지 피하면서 웅얼거리는 황제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중요한 말은 아닌 듯하니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폐하.”
“루루!”
등 뒤로 황제의 부름이 들렸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황제는 시드의 사생활에 관여할 자격이 없는걸.
흥!
어쨌거나 내 뜻대로 시간은 미뤄졌다.
“성녀가 거의 확보했다는 투자처는 다들 들었지?”
“물론입니다.”
“내가 이기는 것도 이기는 거지만, 가장 중요한 건 치수 사업을 성공시켜 민생을 안정시키는 거야.”
“예.”
“만약 리리엘이 나보다 더 나은 투자처를 확보했다면 리리엘이 이기는 게 맞아.”
나는 고개를 돌려 아즐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네, 공녀님.”
우리 물의 요정님이 요정처럼 미소 지었다.
* * *
같은 시각.
황후와 이야기를 마친 리리엘은 황후궁에서 나왔다.
그녀의 곁으로 대기하고 있던 수행원들이 따라붙었다.
“예하, 황제가 공개 경합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들었어. 황후의 시녀가 알려 주더군.”
그 말에 수행원들이 비열한 미소를 머금었다.
“시간을 끌기 위해 공개 경합으로 바꾸겠다는 핑계를 댄 것 같은데, 오히려 제 무덤을 판 꼴 아닙니까?”
“아무리 시간을 들여봤자 우리보다 더 좋은 투자처를 찾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요.”
“공개적으로 망신당할 기회만 생기는 게 아닌지?”
“그렇게 되면 파에라톤 공녀의 영향력도 확실히 낮아지겠지요.”
“그 영향력은 고스란히 원래의 주인인 예하께로 올 거고요.”
리리엘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려면 이번 경합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단다.”
리리엘은 지난번 황궁 연회를 기억했다.
루아티샤의 행동 한 번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돌변했다.
‘인정하지. 내가 쉽게 봤어.’
인간 따위와 같은 급으로 섞여서 어울려야 한다는 거부감에 미온적으로 행동한 것도 있었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가만히 기다리시기만 한다면一.”
“아니.”
리리엘이 수행원의 말을 끊었다.
“내 영향력을 뺏어갔듯 루루는 원래 남의 것을 탐내는 못된 장난꾸러기잖아? 이번에도 내 투자처를 뺏으려고 할 수 있어.”
그녀의 시선이 정원의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쁜 짓은 하지 않도록 내가 도와줘야지.”
그곳에는 슈엘라가 가련하게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앉아있었다.
* * *
슈엘라는 눈물을 닦으며 웅얼거렸다.
“너무해…….”
분명 제온 님은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날 둘만 있었을 때, 분명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그런데 못된 파에라톤 공녀가 방해해서 제온 님과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정식으로 혼담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그 계집애의 술수가 분명했다!
억울함에 대고모이신 황태후를 찾아갔는데 오히려 호통만 당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내 그리 처신을 잘하라고 강조했건만, 어떻게 했길래 한 번 만나고 혼담을 거절당해? 파에라톤에서도 내 체면을 봐서 네게 시간을 내준 건데.”
“아니에요, 폐하. 제온 님께서는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제온 님도 저를 좋아한다고요.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걸요.”
“제온 파에라톤이? 하!”
황태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슈엘라, 너는 파에라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제온 파에라톤이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하다니.”
“그, 그게 무슨…….”
“오히려 정략적으로 접근했으면 가능성이 있었겠지. 혼인했을 때의 이점을 늘어놓았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수도 있어. 그런데 마음에 들어? 좋아해?”
“…….”
“내 그렇게 강조했거늘. 이 혼사의 성공 여부가 본후에게도 얼마나 중한지! 그런데 그리 어리게 굴어!”
“폐, 폐하…….”
그래도 피붙이는 피붙이라서 저렇게 눈물짓는 슈엘라를 보니 딱하기도 했다.
황태후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하기야, 이번 세대의 파에라톤 공자들은 그나마 유한 편이니 네가 착각할 만도 하지. 파에라톤 공녀 덕인가.”
파에라톤 공녀라는 말에 슈엘라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파에라톤 공녀 덕이 아니에요! 파에라톤 공녀가 오빠들을 독점하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다른 영애들과의 교제를 막고 있어요!”
“…….”
“제가 그날 갔을 때도 일부러 익시온 공자님과 아레스 공자님께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못 만나게 했다고요! 그러다가 나중에 두 공자님들과 마주쳤는데一.”
“슈엘라 프루시안!”
노기가 가득찬 황태후의 음성이 와다다 내뱉던 슈엘라의 말을 툭 끊었다.
“설마, 너……. 그날 파에라톤 공녀와 안 좋게 마무리하고 돌아온 거니?”
“네?”
“아니지? 아닐 거야.”
황태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제온 파에라톤에게 밉보이는 게 낫지, 파에라톤 공녀는…….”
“저도 처음에는 파에라톤 공녀에게 잘 보이려고 했어요. 공녀의 부담도 덜어주려고 여러 제안도 했고요. 그런데 파에라톤 공녀가一.”
“지금 뭘 잘했다고 억울하다며 일러바쳐!”
황태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직접 널 불러 신신당부했건만, 본후의 말귀를 못 알아들었구나. 오히려 너 때문에 혼담을 밀어 넣은 본후의 입장만 난감해졌어!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
“화, 황태후 폐하……!”
슈엘라가 울며불며 황태후의 치맛자락에 매달렸다.
“대고모님, 한 번만 더 저를 도와주세요. 제가 반드시 대고모님의 손에 파에라톤 공작가를 쥐여드릴게요, 네?”
“다시 만남을 주선하라고? 대체 어디까지 본후의 체면을 깎아 먹을 셈이냐! 나가라는 말이 들리지 않았느냐?”
그렇게 황태후궁에서 쫓겨나듯 나온 것을 떠올리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때였다.
“어머나, 괜찮으세요?”
귓가에 닿는 자애로운 음성에 슈엘라는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밝은 빛이 그녀의 눈에 쏟아져 내렸다.
부드러운 미소, 맑고 깨끗한 눈동자.
태양을 머리에 인 모습이 마치 성스러운 벽화의 일부 같은 소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녀님…….”
슈엘라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성녀라고 불리는 사람이기에 성녀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성녀 같았다.
‘성녀’라는 단어가 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리리엘이 미소를 짓곤 슈엘라의 옆에 앉았다. 그리곤 다정하게도 손수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이런 곳에서 아까운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아름다운 분이.”
“저, 저는, 그게…….”
우물쭈물하는 슈엘라를 본 리리엘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옆에 있어 드릴게요.”
“…….”
“하지만 쏟아내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제게 쏟아내셔도 좋아요. 누군가를 돕는 건 저의 기쁨이니까요.”
슈엘라는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황금빛 눈동자.
리리엘을 멍하니 바라보던 슈엘라의 입술이 열렸다.
“그게, 파에라톤 공녀가, 흑…….”
* * *
“그러니까 제온 공자님은 영애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파에라톤 공녀가 극성적으로 방해한다는 말씀이지요?”
“맞아요. 정말, 흑, 이런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는 건 로맨스 소설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뭐지, 이 등신은.’
리리엘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황태후가 자신의 조카손녀를 위해 파에라톤에 혼담을 넣었다가 거절당했다는 건 리리엘도 잘 아는 이야기였다.
잘 알기에 슈엘라에게 접근한 것이고.
“저런……. 그러고 보니 저도 파에라톤 공자님들이 막냇동생을 끔찍이 생각한다는 말을 듣긴 했어요.”
“그게 다 파에라톤 공녀가 오빠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훼방을 놓아서 그런 거예요!”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네요.”
“네?”
리리엘이 미소 지었다.
“영애를 생각하는 제온 공자님의 마음이 너무 깊어서 막냇동생의 반대마저 뿌리칠 수 있으면 되잖아요?”
“그, 그건一.”
솔직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쿵저러쿵 루아티샤 탓을 하고 있지만, 슈엘라는 내심 그러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 힘들 뿐.
그때, 리리엘이 슈엘라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슈엘라가 깜짝 놀라 리리엘을 바라보았다.
“제가 영애를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와준다고?
대체 어떻게?
하지만 리리엘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를 믿으시나요?”
자애롭고 다정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슈엘라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지금 엄청난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3000캐시 뽑기권 두 장.
‘으음, 잘해서 둘 다 3000캐시 나오는 대박이 터져도 뭘 완결까지 소환하기 부족한데.’
그냥 지금 뽑기 돌려버려?
아니면 새로 뜬 퀘스트를 완료한 다음에 한꺼번에 뽑기 돌릴까?
‘아, 그 전에 추가 보상부터 확인해 보고一.’
그 순간, 내 뺨에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가 닿았다.
쪽.
젖은 마찰음을 내고 떨어져 나가는一.
“으, 으아아?”
뺨을 감싸 쥔 나를 보고 시드리한이 미소 지었다.
“무슨 생각에 그렇게 빠져 있길래 사람이 왔는데도 몰라?”
“너, 너, 너어!”
“응, 나 왔어.”
시드리한이 눈매를 가늘게 휘며 웃었다.
사람 심장 두근거리게 하는 미소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바, 방금 나한테!”
“응, 뽀뽀했어.”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당당하게 나오니 내 쪽에서 할 말이 없었다.
“전에 주인님도 했잖아.”
바짝 내게 다가온 시드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 입술에, 멱살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