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2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27화(227/353)
☆ 제227화 ☆
* * *
슈엘라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마차에 올랐다.
‘파에라톤 공녀가 바로 나를 초대하다니.’
아무래도 어제 제온과 자신이 함께 있었던 모습이 꽤 충격이었나 보다.
‘그리니까 다음날이 되자마자 이렇게 꽁지 빠지게 나를 부르는 거지.’
어제 그 충격받은 표정은 참으로 볼만했다.
파에라톤 공녀라 하면 황후나 황제가 뭐라 해도 또랑또랑 할 말 다 하던 사람 아니던가.
그런데 아무 말도 못 한 채 애타는 시선으로 제온만 바라보다니.
단언컨대 파에라톤 공녀의 그런 모습을 본 건 자신이 유일할 것이다.
‘흥, 그러게 나를 무시하지 말았어야지.’
자신은 분명 파에라톤 공녀와 사이좋게 지내려고 했다.
공녀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친절하게 내무까지 맡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던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자신을 거부한 건 루아티샤였다.
‘하아, 오늘도 제온 님이 나를 반겨 주시겠지?’
어제 제온이 자신을 바라보던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제온이 자신에게 반할 줄이야.
심지어 그렇게나 아끼던 막냇동생마저 밀어내면서.
‘성녀님은 정말 대단하셔.’
그날 황태후궁에서 나와 울고 있을 때, 리리엘과 만난 것은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었다.
“프루시안 영애는 정말로 제온 공자님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담고 있었어요. 이 세상에서 저보다 제온 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그래요. 그럼 제온 파에라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겠네요?”
“당연하죠!”
“그렇다면 제가 영애를 도와 드릴게요.”
그때까지만 해도 리리엘이 자신의 입지를 이용해 제온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온이 그런 데에 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슈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하고 있군요.”
“……그, 그게 제온 님은一.”
“제온 공자님은 영애를 좋아해요.”
“네?”
“다만 그걸 싫어하는 누군가가 방해하고 있을 뿐.”
슈엘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이 계속 믿고자 했으나 내심 스스로도 믿지 못하던 말이었다.
그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니 어쩜 그렇게 달콤하게 들리는지.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믿고 따르고 싶었다.
“제가 상대의 술수가 영애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도와드릴게요.”
“성녀님…….”
“의심하지 마세요. 온전히 모든 것을 제게 맡기세요.”
리리엘이 미소 지었다.
빛이 깃든 것처럼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였다.
“자, 눈을 감아요. 내가 당신을 축복해드릴게요.”
그 말대로였다.
자신은 축복받았다.
제온이 따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제 의심하지 않아.’
성녀님의 말은 다 옳으니까.
* * *
“일찍 오셨군요, 프루시안 영애.”
자신을 맞는 오르카를 보고 슈엘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중하게 말했지만 어조가 살짝 묘했다.
‘꼽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저 집사는 분명 파에라톤 공녀의 전담 집사였지.’
그렇다면 왜 자신에게 이렇게 구는지 이해도 된다.
불쾌감은 한순간에 우월감으로 바뀌었다.
슈엘라는 한결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파에라톤 공녀님께선?”
“아직 일정 중이십니다.”
“그래?”
“예.”
“…….”
“…….”
침묵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슈엘라는 당황한 얼굴로 오르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르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기 중이었다.
“……안내는 안 하는 건가?”
불청객이나 할 법한 말을 먼저 꺼내는 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일찍 오실 줄 몰랐습니다. 영애를 어디로 안내하라고 언질 받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파에라톤 공녀님께 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분통이 터져 언성을 높였는데도 오르카는 처음과 같은 태도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답했다.
“아가씨께서는 현재 내무 회의 중이십니다. 아가씨를 방해할 순 없습니다.”
“지금 나랑 장난해? 사람을 불러놓고 문 앞에서 계속 서 있으라는一.”
“아니면.”
오르카가 슈엘라의 말을 뚝 끊었다.
정중하게 내리깔고 있던 시선이 슈엘라를 향했다.
흠칫, 그 날카로운 시선에 슈엘라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파에라톤의 가신들과 장로들은 물론, 공자님들과 공작 각하께서 계신 자리에서 프루시안 영애가 당장 공녀님을 뵈어야 한다고 했으니 회의를 중단하라고 전할까요?”
“……!”
감히 그럴 수는 없었다.
제온과 결혼하면 루아티샤는 자신보다 서열이 낮아지니 상관없지만 파에라톤 공작과 장로들은 달랐다.
시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울 순 없었다.
슈엘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곳에서 꿔다 놓은 밀자루처럼 서 있을 수도 없는 법이다.
“그럼 제온 님께 내가 왔다고 말씀드리도록.”
그렇게 말하고 나자 슈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제온 님은 나를 워낙 아끼시니까 내가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직접 마중 나오실 거야.”
그때 이 건방진 집사도 혼내 줘야겠다.
하지만 오르카는 한결같은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제온 도련님께서는 방에 출입을 금하셨습니다. 도련님께서 나오시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왔다고 하면 제온 님이 당장 날 반기실 거라니까?”
“죄송합니다. 제온 도련님께서는 프루시안 영애에 대해 따로 언질이 없으셨습니다.”
슈엘라는 입을 떡 벌렸다.
지금 자신이 루아티샤도 아니고, 고작해야 집사에게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당장 제온 님께 말해.”
“프루시안 영애, 저는 파에라톤 공작가 소속입니다. 영애의 부탁을 제온 도련님의 명령보다 우선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물론, 영애께서 황족이시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一.”
오르카가 시선을 들어 슈엘라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럴 주제가 돼?’
一라는 말이 담긴 시선이었다.
슈엘라의 뺨이 수치심에 확 붉어졌다.
‘이 건방진……!’
원래대로라면 현 황제가 아니라 황태후의 아들이 황제가 됐을 거였고, 자신은 그럼 황제의 5촌 조카가 되었을 것이다.
‘파에라톤 공녀로 모자라서 그 공녀의 수족조차 나를 무시해?!’
두고 봐.
‘내가 제온 님과 결혼해서 파에라톤의 안주인이 되면 당장 이 건방진 집사부터 공작가에서 내쫓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 아가씨께 여기서 서서 기다리라는 겁니까? 적어도 티룸이나 응접실로는 안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보다 못한 슈엘라의 하녀가 나섰다.
오르카는 허리를 쭉 펴고 하녀를 내려다봤다.
“고용인의 기본도 안 되어 있는 건가?”
“뭐, 뭐라고요?”
“그건 내 재량이 아니다.”
“…….”
“어느 방에서 손님을 맞을지는 중요한 문제다. 친밀도와 중 요도를 나타내는 지표지. 그런데 주인의 명령도 없이 내 마음대로 정해서 안내하라는 소리인가?”
슈엘라의 하녀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르카는 싱긋 웃으며 슈엘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듣기로 프루시안 영애께서는 황태후 폐하의 예쁨을 받을 정도로 영민하시다지요. 아무래도 하녀를 교체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드높은 영애의 명성에 누가 될까 걱정됩니다.”
슈엘라가 이를 빠득 갈았다.
자신을 칭찬하는 척하지만 이건一.
‘보는 눈 하고는. 이런 기본도 안 되는 하녀를 측근이라고 달고 다니냐?’
一라는 뜻이었으니까.
그 주인에 그 집사였다.
* * *
같은 시각, 파에라톤 공작저 대회의실.
“그럼 이것으로 회의는 마치도록一.”
“음, 저 논의하고 싶은 게 하나 남아있는데.”
나는 배시시 웃으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하던 아빠가 작게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뭐지?”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회의 내내 사무적으로 굴던 내가 이렇게 웃으며 말을 거니 반가운 모양이다.
미안해요, 아빠.
그치만 나는 폭탄을 던져야겠어.
“제 결혼에 관해서요.”
“……!”
“뭐,라고……?”
트드득!
어디선가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이제 저도 슬슬 약혼자를 정해도 되는 나이一.”
콰앙!
“약, 혼자?”
회의장이 초토화되었다.
새까만 마기가 천장을 뒤덮자 가신들이 호달달 떨었다.
왜 그런 절대 꺼내서는 안 될 말을 꺼냈냐는 원망 어린 눈빛이 나를 향했다.
아니, 내 결혼이 왜 절대 꺼내지도 못할 이야기람?
안 그래도 전생에서 모쏠로 죽었는데.
그래도 불쌍한 가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아빠를 불렀다.
“아빠, 부수는 게 아니라 회의 해야죠. 토론으로 제 약혼자 후보를 정해 봐요.”
“그래, 회의. 회의 좋지.”
아빠가 미소 지었다.
가신들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지만.
“귀족 인명부를 가져와라!”
아니, 인명부?
“예, 예 각하.”
하인을 시키면 될 것을 에르켈 자작이 직접 뛰어갔다.
그 뒷모습에서 잠시라도 이 회의장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 느껴졌다.
“내가 내 딸에게 어울리는 놈을 직접 골라주지.”
빠드득.
아빠는 분명 웃고 계신데 왜 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
뚝, 뚜둑, 뚝.
아까부터 계속 들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익시온이 원목 테이블을 조금씩 뚝뚝 분지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모가지처럼.
그 곁으로 아레스가 봄볕처럼 환하게 미소 짓는 게 보였다.
‘음…….’
너무 커다란 폭탄을 터트린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휘낭시에를 집어 먹었다.
지금 이 순간 로비에서 벌서듯 서 있을 슈엘라를 떠올리니 오늘따라 휘낭시에가 더 부드럽고 달콤했다.
‘이 문제로 앞으로 한두 시간은 더 끌겠지?’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이 새끼는 안 돼. 못생겼다.”
“네.”
“이 새끼도 안 돼. 못생겼어.”
“……눼.”
“대답이 왜 그러지? 설마 못 생기지 않았다는 건가?”
“아, 아니……. 세카르 영식과 공녀님의 약혼을 찬성하는 건 절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생긴 게 못생긴 건 아니잖습一.”
콰앙!
“내 딸의 눈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네 놈과 똑같은 눈높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빠가 마치 내가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분노했다.
“내 동생은 눈이 하늘에 달린 애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어떤 것보다 잘생긴 걸 따지는 애였지.”
아니, 저기요.
그렇게 미인계 쓰듯 웃으며 그딴 말 하지 말아줄래, 아레스?
“잘생긴 것, 맛있는 것, 그리고 돈. 이 세 가지를 기가 막히게 따지는 애였지.”
……익시온까지.
“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하늘 높이 달린 아가씨의 눈도 몰라뵙고!”
아니, 가신 아저씨는 또 왜 그렇게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사과하는 거야.
“그리고 내 딸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고 했다.”
“내 미소를 보고는 햇살 같다고 했지.”
“흥,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나한테는 벽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하다고 했다. 완벽하게 잘생겼다는 뜻이지.”
“그건 인간 수준에서 아닌가? 나한테는 제국과 천국 혼혈이라고 했어. 탈인간급 잘생김이라는 거지.”
“내 딸은 내게 말이 안 나오니 경마장에 가지 말라고 했다. 동물조차 감동할 정도로 잘생겼다는 거니 역시 내 딸은 나를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거다.”
대체 그게 몇 년 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지?!
파자직!
세 부자 사이에서 전기가 튀었다.
문제는 아빠랑 오빠들이 탈인간급 무력의 소유자라는 것이었다.
세 남자의 기 싸움에 가신들이 라마즈 호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음, 말려야 하나.
그때, 서로를 노려보던 가족들이 일제히 나를 돌아보았다.
“루루.”
“내 동생.”
“솜뭉치.”
우리 중 누가 제일 잘 생겼냐!
무언의 압박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대답하지?!’
살아오면서 내가 들었던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다.
누구 한 명 고르는 순간 전쟁 나는 거다.
가족들의 뒤로 가신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씨, 제발…….’
‘저 아직 신혼이에요.’
‘살려주세요.’
그 간절한 소망을 읽고 나는 결심을 굳혔다.
이럴 때 답은 하나다.
“너무한 거 아냐?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내 힐난에 아빠와 오빠들의 얼굴이 굳었다.
“내, 내가 뭘?”
“하아, 죄를 저질러놓고도 모르다니. 안 되겠어. 셋 다 고소해야지.”
“……고소?”
“내 마음을 훔쳐 갔잖아. 절도죄로 고소할 거야.”
필살!
주접으로 논점 흐리기!
아빠와 아레스, 익시온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들었나?”
“들었습니다!”
“내가 내 딸의 마음을 훔쳤다는군.”
“그럼 내 동생의 마음은 내 거라는 거지?”
“나도 모르는 새 솜뭉치의 마음을 훔쳐버리다니. 나는 타고 난 대도로군.”
“정말 대단하십니다!”
“부럽습니다! 어쩜 이렇게 사랑받으실 수 있는지!”
“아가씨께선 오직 가족들뿐인가 봅니다! 당연히 다른 영식들은 오징어로 보였겠지요!”
가신들이 온 마음 온 힘을 다해 아빠와 오빠들에게 반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소름이 오소소 돋아있었다.
하지만 나만 하겠는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다 못해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오그라든 상태였다.
가신들이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기억할게요! 기억할게요! 아가씨의 숭고한 희생!
나는 오그라든 손가락을 펴며 지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가신 아저씨들이 알아주면 됐어.
흑, 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