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2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29화(229/353)
☆ 제229화 ☆
“그, 그건 곧 할 거예요!”
“그럼 하고 나서 말하지 그래요? 원래 그렇게 말이 앞서는 타입이 아니라면.”
슈엘라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루아티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슈엘라가 내던진 서류를 집어 들었다.
“영애가 내무 관리를 맡게 해 달라고 내게 ‘부탁’하길래 잘 지내자는 뜻으로 들어줬는데. 이렇게밖에 못하시면 안 되겠네요.”
“뭐?”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데 제가 붙잡고 하나하나 가르칠 수 없는 노릇이고. 서로 힘들잖아요.”
어깨를 으쓱한 루아티샤가 슈엘라를 향해 해사하게 웃었다.
“이만 나가주시겠어요?”
치미는 모멸감에 슈엘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가씨께서 나가달라고 하십니다.”
“나가시지요.”
오르카를 비롯한 고용인들이 슈엘라에게 퇴출하라며 재촉했다.
‘날…… 이딴 취급 한다고? 이건 완전히 쫓아내는 거잖아.’
“아가씨, 너무 관대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이딴 걸 제출했으면 당장 해고라고 하셨을 텐데 친절하게 다시 해오란 말만 하고.”
“원래 기대를 해야 실망도 하는 거야. 그런데 이건…… 좀 너무했네.”
쿵.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루아티샤와 보좌가 떠드는 소리가 사라졌다.
콱 틀어쥔 주먹이 덜덜 떨렸다.
“아가씨…….”
함께 온 측근 하녀가 슈엘라의 어깨를 보듬었다.
슈엘라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아아아악! 아악!”
분을 못 이기고 소리를 지른 슈엘라가 닫힌 방문을 노려봤다.
“제온……. 제온 님에게 갈 거야! 제온 님한테 다 말할 거야!”
* * *
집무실 밖에서 들리는 꽥꽥거리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질머리하고는.”
“교양이라곤 하나도 없네요. 저런 영애는 처음 봅니다.”
그륀드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륀드, 진짜 잘 깐족거리더라.”
“에이, 별말씀을. 공녀님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하하. ……그거 욕이지?”
“칭찬이에요, 칭찬.”
그륀드가 눈을 찡긋했다.
‘하여간.’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입을 열었다.
“어때?”
그러자 집무실과 연결된 안쪽 회의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파에라톤 마법부 수장과 수석 술법사가 걸어 나왔다.
“마나의 기척은 전혀 없습니다. 흑마법은 아닙니다.”
“술법 수식이나 낙인도 없었습니다.”
“……그래?”
흑마법도, 술법도 아니다라.
‘어떤 소설을 소환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알겠어, 일단.”
“……뭔가 짚이시는 게 있습니까?”
“그래 보여?”
“네. 당황하지 않으시니까요.”
“그야 세상에는 흑마법이나 술법만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흑마법이나 술법이 아니면 이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아니지. 하나 남았잖아.”
내 말에 두 사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뭐가 남았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사기를 이용한 사술.”
“……!”
“하, 하지만 그건一.”
“가능해. 뮤리엘 샤본느 외에도 사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뮤리엘은 사기를 이용해 시드에게 금제를 걸고, 마계의 게이트까지 열었다.
시드가 나를 대신해 마계에 남고 난 뒤, 나는 미친 듯이 사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만약 뮤리엘처럼 사기를 다룰 수 있다면 마계의 게이트를 다시 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
사기는 인간이 다룰 수 없는 힘이나 마찬가지이니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있었어.”
“……저희 불찰입니다. 존재했다면 그때 반드시 찾아냈어야 했는데.”
“아니,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
뮤리엘도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으로 위장한 어떤 것이었을 뿐이지.
“차라리 흑마법이나 술법을 쓴 거였다면 나았을 텐데. 사기는…….”
너무나도 위험한 힘이다.
사기의 위험성을 잘 아는 두 사람의 얼굴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프리스를 불러와.”
내 말에 오르카가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스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산드라까지 함께.
“부르셨습니까, 공녀님.”
“알아봐 줄 게 있어. 슈엘라 프루시안이 최근 만나는 사람들 목록을 뽑아줘.”
내 말에 프리스가 불퉁하게 입술을 비죽였다.
“자꾸 저희를 아가씨 사설 정보 조직처럼 부리시는데 저희는 후작님이 아가씨를 보호하라고 만든 조직이거든요? 외출하실 때 자꾸 따라오지 말라면서 으름장 놔서 아무것도 못 한 바람에 가뜩이나 후작님께 저희만 맨날 욕먹고 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 뒷조사까지 명하시면 그 인력은一.”
퍼억!
“악!”
프리스의 정강이를 걷어찬 산드라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냐. 산드라가 무슨 잘못이야. 애초에 조직도 다른데.”
최근 내가 시드를 만날 때마다 WBD와 SSS를(협박해서) 떼어 놓다 보니 프리스도 쌓인 게 많았나 보다.
‘불쌍하게도.’
나는 눈물을 매달고 낑낑거리는 프리스에게 물었다.
“너희 조직명이 뭐지?”
“SSS요.”
“그거 말고 진명.”
“……내돈내손 네목내손 쁘티큐티프리티 울막내손녀딸램공주 TMI 부요.”
“그래, 네목내손의 뜻은?”
“네 목숨은 내 손녀 거.”
“잘 아네.”
나는 생긋 웃었다.
“까라면 까.”
프리스의 눈가에 매달려 있던 눈물이 기어코 주루룩 흘러내렸다.
* * *
제온 파에라톤은 방 안에 있는 인형을 노려보았다.
그의 방에 어울리지 않는 햄스터 인형이 뀨 하고 토실토실한 뺨을 뽐내고 있었다.
‘뭐지.’
당장 가져다 버리면 될 텐데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텅 빈 느낌.
이상했다.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었기에 비었다는 자각도 없었는데.
왜 지금은 비었다는 느낌이 나는 걸까?
‘무언가를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걸 잊어버린 것만 같은一.’
그 순간, 제온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문밖이 소란스러웠다.
제온의 미간이 살짝 파였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예민한 제온의 감각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잡혔다.
이상했다.
한때는 이 예민했던 감각이 가라앉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군.’
그러나 무작정 그렇게 생각하기엔 지금 그가 느끼는 감각도 결코 예전처럼 극심하지 않았다.
소란은 점점 커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벌컥 열렸다.
제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죽일까‘?’
一죽이면 안 돼!
‘……?’
머릿속에서 울리는 앳된 목소리에 제온은 흠칫했다.
참 이상하게도 반항심 따윈 들지 않고 오히려 그 말대로 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다시 귀를 기울였지만, 이미 흩어진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뭘까.’
고개를 들자 눈물 젖은 눈으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여자가 보였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의문이 사라졌다.
‘아, 이 아이였구나.’
내가 잊고 있었던 것.
소중하고 소중해서 내 목숨보다 귀중한 것.
왜 잊었을까?
“제, 제온 님! 글쎄, 제 말 좀 들어보세一.”
“쓰다듬어줘.”
제온의 말에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려 했던 슈엘라가 멈칫했다.
곧 그녀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알았어요, 제온 님.”
슈엘라가 손을 들자 제온이 쓰다듬기 좋도록 그녀에게 바짝 붙어 고개를 숙였다.
두근, 두근.
뛰는 가슴에 슈엘라는 벅차올랐다.
결 좋은 흑발이 그녀의 손에서 부드럽게 흐트러졌다.
서늘한 향기.
아름다운 얼굴.
‘이젠 내 것이야.’
“제온 님이 이렇게 어리광쟁이일 줄이야.”
쿡쿡, 슈엘라가 웃으며 계속해서 제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물론 이 모습도 너무너무 좋아요.”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제온은 눈을 감았다.
항상 이 아이가 이렇게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았다.
편안하고, 안온하고, 안락해서…….
그건 자신이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라서.
흠칫.
제온이 고개를 들었다.
‘이게 아니야.’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 전에는 좀 더一.
그 순간, 분홍빛 머리카락이 시야에 스쳤다.
제온은 저도 모르게 그 머리카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온 님?”
슈엘라가 놀란 얼굴로 제온을 올려다봤다.
제온은 자신이 붙잡은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초록빛 머리카락.
“…….”
그래, 이 아이는 원래 초록빛 머리카락이었다.
‘……아까 그건 뭐였지.’
왜 분홍빛 머리카락으로 보인 걸까.
그저 착각이라고 넘기기에는 석연찮았다.
애틋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까운, 소중하고 소중한一.
“아이 차암, 제온 님도.”
슈엘라가 꺄르르 웃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는 제온의 손 위에 손을 겹쳤다.
“부끄러워요.”
후후, 슈엘라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제온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런 식으로 매만져주다니.
꿈만 같았다.
“저기, 제온 님. 저 오늘 너무너무 속상했어요.”
“……속상?”
이 아이를 속상하게 만든 것이 있다고?
그게 뭐든 자신이 깨끗하게 청소할 것이다.
“제가 제온 님과 이렇게 함께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나 봐요. 그래서 저를 막 구박하고 트집 잡고 벌세우고.”
“……벌?”
감히, 이 아이를?
“저 오늘 문 앞에서 세 시간도 넘게 서 있었어요. 아직도 다리가 퉁퉁 부어 있어요. 제온 님이 혼내주실 거죠? 네?”
슈엘라가 제온에게 매달려 투정을 부렸다.
“말했잖아.”
제온이 슈엘라의 머리를 꾹 눌렀다.
“너를 괴롭히는 모든 것을 다 없애주겠다고.”
“……네?”
‘그랬던 적이 있던가?’
슈엘라는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저는 제온 님만 믿고 있을게요!”
* * *
“그 자식 없으니까 더 좋지 않아?”
“이왕이면 네 녀석도 없으면 참 좋을 텐데.”
아레스와 익시온이 각각 내 양옆에 자리 잡은 채 투닥거렸다.
“둘 다 일 안 해?”
“그런 건 다 했지.”
“안 하고 찾아오면 네가 화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레스와 익시온의 대답에 나는 푹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일 남았는데.”
“도와줄까?”
아레스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아주 유혹적인 소리를 했다.
그 유혹에 넘어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익시온이 뒤쪽을 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사자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 녀석 왔네?”
움찔.
나도 모르게 몸이 긴장했다.
제온이 왔구나.
‘……무서워.’
오늘도 나를 그렇게 쳐다볼까 봐.
‘아니야. 아닐 수도 있잖아.’
나는 방긋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제온! 나온 거야?”
하지만 제온의 시선은 여전했다.
살기 어린 붉은 눈동자.
완벽한 타인을 바라보는, 아니, 몰래 기어들어 온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
“제온…….”
“너.”
뚜벅, 뚜벅.
제온이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를 내려다보는 얼굴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야?’
나, 제온의 막냇동생이잖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웃었다.
“제온, 오늘 날이 정말 좋아! 같이 산책 갈래? 우리 피크닉 도시락 싸달라고 해서 같이 맛있는 거一.”
제온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탁!
얻어맞은 손등에서 불이 올랐다.
“너 이 새끼, 미쳤냐!”
“제온 파에라톤, 드디어 몸에 바람구멍을 내고 싶은가 봐? 어딜 쑤셔줄까? 머리?”
익시온과 아레스가 제온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제온의 시선이 그 둘을 향했다.
“너희가 그 아이를 괴롭혔어?”
“뭐?”
“죽인다.”
콰아악!
제온에게서 흉포한 마기가 솟아올랐다.
빛 한 점 깃들지 않는 새까만 마기가 공간을 잠식했다.
내가 여태까지 봐온 제온의 마기와 차원이 달랐다.
“와, 이 새끼 진짜 돌았나 보네? 솜뭉치 앞에서 이딴 걸 꺼내 들어?”
익시온과 아레스에게서도 시꺼먼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세 사람 다 내가 본 적도 없는 마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터져 나온 흉악한 기운이 방 안을 침식했다.
‘숨 막혀.’
“……러지 마.”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세 사람의 대치는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기가 더 짙어질 뿐.
“그러지 마!”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나 진짜 너무 무섭단 말이야!”
익시온과 아레스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미, 미안.”
“많이 무서웠어, 내 동생?”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우리가 널 다치게 할 리 없잖아.”
“날 공격한다든가, 아니면 서로 해칠지도 몰라서 무서운 게 아니야.”
오로지 제온만 바라볼 뿐.
“제온이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우리 오빠가 아닌 것처럼 바라보는 게 너무 무섭단 말야!”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제온은 고장 난 인형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