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3화(23/353)
☆ 제23화 ☆
“다정하고 오붓해 보여. 마치 가족처럼.”
활짝 열린 마차 문을 턱, 붙잡은 채 아빠가 나른하게 웃고 있었다.
“가, 가, 가, 각하…….”
가신 아저씨가 식은땀을 흘리며 와들와들 떨었다.
“웅? 가신 아찌, 왜 떨어. 그렇게 뺨 쓰담하구 싶었어? 아구, 내가 미안해. 그만 놀릴게.”
나는 가신 아찌의 손을 잡아서 내 뺨에 대주었다.
하지만 가신 아찌는 돌처럼 굳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자, 쓰담쓰담!”
답답해진 내가 가신 아저씨 손바닥에 뺨을 부볐다.
“이제 됐지! 난 약속 잘 지키는 착한 아이야!”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는데 가신 아저씨 표정이 영 좋질 않았다.
꼭 거품을 물 것처럼…….
그때, 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오, 약속이라…….”
뒤를 돌아보니 아빠가 가신 아저씨를 씹어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약속인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저기, 궁금한 게 약속 내용인 거 맞죠?
사람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뭐 이런 게 궁금한 거 아니죠?
의심이 갔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아빠가 가신 아저씨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으니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말릴 새도 없었다.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니 집사 아저씨가 나를 향해 웃었다.
“다녀오셨습니까, 막내 아가씨.”
아.
그래, 나에게는 돌아올 집이 있었다.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집.
“응, 다녀왔어!”
나는 활짝 웃었다.
* * *
파에라톤 공작은 심각한 얼굴로 어린 딸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정말 위험한 존재다.
타인의 신체를 제어하는 능력을 지녔는데, 문제는 아이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다는 거다.
지금도 초콜릿 케이크를 냠냠 먹는 걸 보고 있자니 손이 움찔거렸다.
저 퐁실퐁실한 머리칼을 마구마구 쓰다듬고 싶어서.
‘거기에 폭력성을 일깨우는 거 같기도 하고.’
먹느라 토실토실한 뺨이 흔들리는 걸 보면 갑자기 벽을 부수고 싶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상하군.’
파에라톤 공작이 턱을 쓸며 막내딸을 관찰했다.
‘왜 보고 있으니 배가 부르지?’
그는 티룸에 들어온 이래, 차나 다과에 입도 대지 않았다.
딸아이에게 심각한 교육을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배가 불렀다.
‘사람의 신체 반응까지 제어하는 건가. 정말 위험하군.’
〈마기〉가 없는 파에라톤은 처음이다.
‘선례가 없으니 대체 이 능력이 뭔지 모르겠군.’
어쨌거나 위험한 능력임은 확실하다.
짧은 고민을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루루.”
“응?”
아이가 초콜릿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또 손이 나가려 해서 파에라톤 공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웅!”
아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 또 엄청나게 폭력적인 충동이 일었는데.’
벽이 아니라 이 저택 전부를 부수고 싶었다.
‘내 딸의 웃음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군.’
자신이니 버틴 거지, 다른 사람이라면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세간살이를 다 부수고 다녔을 거다.
“그럼 확인해보지.”
이건 정말 중대한 문제다.
파에라톤 공작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
“다른 사람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안 돼요!”
“뺨을 찌르면?”
“싫어요!”
“까까 먹으러 가자?”
“지지야!”
“뺨에 뽀뽀는?”
“때찌때찌!”
“안아 올리려 하면?”
“유괴범이다!”
아이가 허공을 향해 솜뭉치 같은 주먹을 붕붕거렸다.
“역시 나를 닮아 똑똑하군.”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딱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말이 너무 약한데.’
동작 그만. 손모가지 날아가고 싶냐?
이런 말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안나가 ‘아이에게는 고운 말, 바른말만 써야한다’고 해서 저렇게 가르쳤지만 영 탐탁잖았다.
‘바로 손모가지 날리지 않고 친절하게 경고까지 해주는 건데. 그럼 고운 말 아닌가?’
파에라톤 공작은 진지하게 고민하며 딸아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지금 가르친 걸로는 상대가 딱히 충격을 받을 거 같지 않은一.
“안 돼요!”
움찔.
파에라톤 공작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싫어요!”
이어지는 말에 파에라톤 공작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루아티샤가 손을 들어 올려 파에라톤 공작을 척, 가리켰다.
“유괴범!”
“……!”
파에라톤 공작의 눈이 극심한 충격으로 흔들렸다.
전장의 살인귀.
칠흑의 살육마.
그 어떤 끔찍한 상황에서도 동요 한 번 하지 않았던 그가 딸아이의 말에 호흡을 멈췄다.
약하긴 무슨.
효과가 너무 세서 문제다.
“루, 루루…….”
파에라톤 공작이 재차 막둥이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돌아오는 건 단호한 거절뿐이었다.
“지지야! 때찌때찌!”
루아티샤가 공작의 손을 찰싹찰싹 때렸다.
그게 파에라톤 공작에게 아플 리 없다.
그러나 공작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난생처음으로 가슴에 못이 박힌다는 감각이 뭔지 깨달았다.
아주 피가 철철 흘렀다.
그것도 모르는 딸아이는 아주 상쾌하게 활짝 웃었다.
나 잘했냐는 듯이.
* * *
클라티에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본디 단 한 번도 상한 적 없이 핑크빛 윤기가 감돌았던 손톱이었지만, 지금은 쥐가 파먹은 것처럼 엉망이었다.
하지만 클라티에는 거기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어둑한 방안을 둘러보았다.
동화 속 요정의 방처럼 꾸며져 있던 방은 너저분하게 변했다.
화병의 꽃은 시든 데다가 구석에는 먼지가 껴 있었다.
‘뭐야, 저 인형은 벌써 질렸다구. 왜 내 방에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원래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인형을 샀는데 그것도 오래됐다.
고용인들은 대거 해고되었고 남은 소수의 고용인들마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찾아오며 아빠에게 고함을 질렀다.
엄마는 계속 아빠랑 싸우다가 결국 잠시 친정에 가 있겠다며 집을 나갔다.
제게도 함께 가겠냐고 물었지만 클라티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야, 엄마는 자작가 출신이잖아.’
이 후작저를 나가서 자작저에서 지내라고?
‘그 반편이는 사생아 주제에 무려 파에라톤 공작저에서 생활하는데!’
절대 그럴 순 없다.
‘이게 다 걔 때문이야!’
그 애가 다녀간 날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다.
클라티에는 타렌카 후작저에 왔던 루아티샤의 모습을 떠올렸다.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보송보송한 은빛 머프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을 걷던 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엇 하나 고급스럽고 귀하지 않은 게 없었다.
‘아직도 파에라톤 공녀 행세를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그런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아이는 당찬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어떻게 감히 그러는가.
원래 그 복도에서 납작 엎드려 바닥을 솔질하던 주제에.
그게 그 아이의 본모습이었다
한데 지금은 표정도, 자세도, 걷는 것도 기억과 전혀 달랐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저리 뻔뻔하게 굴면서 무슨 염치로 여길 찾아 온 거지?’
생각하던 클라티에는 깨달았다.
‘나한테 사과하러 온 거구나.’
흥, 내가 받아주나 봐.
아빠가 쟬 내쫓아줄 거야.
하지만 상황은 클라티에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그 멍청이는 제게 사과하러 오지도 않았고, 심지어 아빠는 온실에서 그 애를 맞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 의문은 델바트렌 공작과 이스카밀 공작, 쉐로델 후작을 보고 절정에 치달았다.
그 애는 사생아 주제에 뻔뻔하게도 그 대귀족들과 서슴없이 어울렸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애에게 다정히 대해주는 세 사람이었다.
특히 델바트렌 공작은 원래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자였다.
클라티에는 항상 사랑받고 예쁨을 받았던 만큼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에 스스럼없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느낀 벽이 바로 델바트렌 공작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까까 줄까? 할부지 집에 맛난 까까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다른 귀족들도 그렇다.
어떻게 한 번 본 애를 저렇게 예뻐하는 거지?
‘원래 쟤는 모두에게 미움만 받는 애였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쟨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다 거짓말인데!’
내가 알려줘야 해!
그런 생각으로 세 사람의 앞에 나갔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마음씨 좋은 아스카밀 공작마저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외면했다.
‘이게 다 그 가짜 때문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아빠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아빠는 바쁘다며 말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그 못된 것이 이렇게 만들었어. 이때까지 키워줬는데 은혜도 모르고!’
클라티에는 훌쩍이며 제 드레스를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애가 입고 있던 것에 비하면 부족했다.
“아빠가 새 드레스 사준다고 했었는데.”
생일 파티 날 입었던 드레스가 완전히 망가져서 슬퍼하고 있으니 새로 사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드레스도 걔 때문에 그 망가졌잖아.’
클라티에는 입술을 꽉 깨물고 벌떡 일어났다.
“두고 봐! 나도 머프랑 귀마개랑 드레스도 다 새로 살 거야. 내가 더 어울릴걸?”
흥, 하고 콧방귀를 뀐 클라티에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타렌카 후작의 방을 향해서였다.
‘응?’
복도로 나온 클라티에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공기가 달랐다.
사람이 없는 거야 고용인들을 해고했으니 당연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어쩐지 공기가 메말라 버석거린다.
클라티에는 잠시 주춤하다가 결심한 듯 걸음을 옮겼다.
빨리 새 드레스를 갖고 싶었다.
후작의 집무실이 있는 회랑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아……!”
클라티에는 침입자와 맞닥트렸다.
감히 허락도 없이 후작저에 발을 디딘 무도한 무리였다.
하지만.
검은색 일색으로 무장한 그들은 밤의 어둠에 녹아든 맹수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클라티에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달빛을 받고 선두에 선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인간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고 오만한 얼굴.
잔혹하고 악랄한 성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새빨간 눈동자.
“고, 고, 고모부…….”
스르륵, 파에라톤 공작의 눈이 천천히 움직여 클라티에를 담 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정면을 향했다.
“아, 아흑…….”
파에라톤 공작이 후작의 방으로 사라진 후에야, 클라티에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어쩌면 사람의 눈이 그렇게 차가울 수 있을까.
꼭 땅바닥을 기는 버러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 사치인 쓰레기.
클라티에는 창백하게 질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그 어떤 말보다 그 짧은 시선이 더 폭력적이었다.
도저히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클라티에의 모습은 그녀가 그렇게나 깔보고 무시하던 사촌보다 초라했다.
* * *
“파, 파에라톤 공작!”
타렌카 후작이 기겁해서 침입자를 향해 외쳤다.
후작저에 침입했으면서 얼굴 하나 가리지 않은 모습이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두려웠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이제라도 돌아가면 이 일을 문제 삼진 않겠습니다!”
일부러 강하게 외쳐도 파에라톤 공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변에서 검고 탁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빛을 좀먹으며 몸피를 불리는 불길한 기운.
〈마기〉.
타렌카 후작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아, 아,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 이렇게 쳐들어와서 나를 해할 순 없습니다!”
파에라톤 공작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나른히 걸쳐졌다.
“과연 그럴까?”
“타, 타렌카 후작은 공신 가문입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시오! 황제 폐하와 다른 귀족들이 알면……!”
“알아서, 뭐.”
“서, 선대 후작이신 아버지께서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그분의 자식입니다! 이 일을 알면 가만 있지 않으실 겁니다!”
“네 놈이 걱정할 일은 아니야.’’파에라톤 공작의 주변을 맴돌던 마기가 후욱 부풀었다.
“죽고 난 뒤의 일일 테니까.”
순식간에 뻗어져 다가오는 마기를 본 타렌카 후작이 급히 입을 열었다.
“매형!”
쿠웅!
소리 없이 움직이던 검은 기운이 벽을 찢어발겼다.
타렌카 후작의 뺨에 붉은 피가 맺혔다. 마기가 살짝 스친 탓이었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극심한 공포는 오히려 두려움을 잊게 만든다고 하던가.
“예, 그래요! 파에라톤 공녀를 핍박한 건 제 잘못입니다. 공작가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니까요!”
후작이 발끈해서 외쳤다.
“하지만 어차피 무늬만 공녀 아닙니까!”
“……무늬?”
“그 애는 공작님의 친자식이 아니지 않습니까! 누님이 다른 사내와 통정하여 낳一.”
콰아아앙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