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3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30화(230/353)
☆ 제230화 ☆
* * *
욱신.
제온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방울방울 굵은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여자애를 바라보자 심장이 지끈거리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왜?’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니고 상처 입은 것도 아니다.
설령 목숨이 위험한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제온은 이런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저 여자애가 울고 있으니一.
“…….”
들끓던 마기가 가라앉았다.
제온이 저도 모르게 루아티샤에게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이었다.
“너 이 새끼,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꺼져. 내 동생 울리는 개자식은 필요 없으니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익시온과 아레스의 모습에 제온은 멈칫했다.
그는 자신의 빈손을 내려다보았다.
‘……왜?’
어째서 저 여자애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을까.
누군가와 닿는 것은 끔찍한데.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제온은 잠시 루아티샤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저벅저벅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익시온과 아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해.”
요 며칠 웬일로 루아티샤에게 엉겨 붙지 않길래 좋아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제온 파에라톤의 태도를 보니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막냇동생을 독점할 시간이 늘어났다면서 그저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울지 마, 솜뭉치. 울면 더 못 생겨져.”
“내 동생에게는 내가 있잖아.”
“……응.”
루아티샤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안. 나 안 울려고 했는데.”
애써 헤헤 웃는 모습을 보고 아레스와 익시온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빨개진 코와 젖은 눈가.
“……아무리 생각해도 저딴 놈은 필요 없지만, 내 동생이 슬프다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게.”
“그래, 패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줄게.”
“그래도 형인데 패버리면 안 되지.”
K-유교걸은 용납할 수 없었다.
웃으면서 손을 들어 올리던 루아티샤가 갑자기 손목을 부여잡았다.
“아야!”
아까 제온이 쳐냈던 손목이 부어올라 있었다.
“……역시 그냥 지금 가서 죽이고 와야一.”
익시온은 몸을 돌리다가 흠칫했다.
파에라톤 공작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딸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마기가 폭발하길래 와봤더니.”
그가 긴 다리를 성큼성큼 움직여 딸아이에게로 바짝 다가왔다.
“아빠…….”
파에라톤 공작은 딸아이의 얼굴을 꼼꼼히 살펴봤다.
“울었군.”
그가 한쪽 장갑을 벗고 딸아이의 뺨을 감쌌다. 긴 손가락이 부드럽게 눈가를 쓸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내 딸 울린 새끼, 어딨지?”
살벌하고 위압적인 기세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당장이라도 피를 볼 것만 같은 느낌.
라운지에 있던 고용인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조아렸다.
‘그 새끼가 댁 아드님이신데요.’
루아티샤는 그렇게는 말하지 못하고 아빠의 팔을 잡았다.
말하는 순간, 아들이고 뭐고 큰일이 날 것 같았으니까.
* * *
‘휴, 힘들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장 제온에게 정신 교육과 물리 교육을 시켜주겠다며 길길이 날뛰던 아빠를 말리느라 힘이 쭉 빠졌다.
‘심지어 뒤늦게 온 할아버지까지 가세했고.’
“대체 왜 애를 잡으려고 하는 건가. 내 손주 상하게 하는 꼴은 못 본다. 못난 할아비였는데, 이제라도 내 손주 잘 지켜줘야지.”
그렇게 말하며 끼어들었을 때만 해도 분명 말리러 온 줄 알고 기뻐했는데.
‘내가 손목을 얻어맞고 울었다는 걸 알자마자一.’
“뭐야?! 그놈 어딨어! 울릴 게 없어서 어디 밤톨만한 지 동생을 울려!”
오히려 아빠에게 합세해서 길길이 날뛰느라 다섯 배로 힘들어졌다.
익시온과 아레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정도였다.
“어, 솜뭉치 말로는 사술에 당한 거 같대요. 그럼 어쩔 수 없……진 않지. 어떻게 솜뭉치를 못 알아봐?”
“맞아. 나였다면 사술에 걸려도 내 동생은 바로 알아봤을걸. 그치, 루루?”
“하여간에 그 새끼는 근성이 없어, 근성이! 근성으로 뇌를 쪼여서 사술 따위 극복했어야지!”
뭔 뇌를 쪼여!
근성이 여기서 왜 나와!
아레스는 뭘 또 자랑스레 웃고 있어! 사술 걸리지도 않았으면서!
“파에라톤의 이름이 아깝군. 나도 내 딸은 한눈에 알아봤을 거다.”
아빠가 우쭐하게 자랑하는 걸 보니 기가 막혔다.
그래도 말린 보람은 있어서 제온에게 경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문제는 그 경고 내용이一.
“한 번만 더 내 딸 눈에서 눈물 흐르게 하면 파에라톤 가보에서 제명하겠다.”
一라는 것이었지만.
제온은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달랐다.
가보에서 제명하겠다니, 그건 바꿔말하면一.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K-유교걸인 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온을 우리 족보에서 파버리다니!
절대 안 돼!
“자, 다 됐어요.”
아즐이 내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그가 정령의 물로 감싸준 덕분에 손목의 부기는 다 가라앉았다.
“고마워, 아즐.”
“별말씀을. 아가씨를 돕는 건 저의 기쁨인걸요. 하지만 이렇게 다치시는 건 슬퍼요.”
우리 물의 요정님은 상냥하시기도 하지.
아즐이 사르르 웃자 햇빛이 비친 호수처럼 물빛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반짝였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일은 어때?”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좀 쉬시는 게 어때요?”
“괜찮아.”
다른 사람 일도 아니고 우리 오빠 일인데 쉴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즐은 더 말리지 않고 내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주었다.
“저는 언제나 아가씨 곁에 있어요.”
“고마워! 엄청 든든해!”
씩 웃자 아즐이 작게 미소 지었다.
* * *
“제온!”
루아티샤는 환히 웃으며 제온에게로 달려갔다.
“제온, 우리 같이 전시실 갈까? 왜, 제온이 전에 조각상인 척해서 내가 제온 못 찾았잖아. 기억나?”
“꺼져.”
“기억 못 하는구나. 그럴 수 있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인 루아티샤가 이내 환히 웃었다.
“제온, 그거 알아? 너무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대. 웃기지 않아? 예쁘고 잘생겼다고 뭘 기억까지 잃어.”
제온은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루아티샤는 곁에서 계속 종알거렸다.
“아, 맞다. 제온, 그거 알아? 너무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대. 웃기지.”
“…….”
“아, 맞다. 제온, 그거 알아? 너무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면一.”
제온은 더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아티샤는 그런 제온의 뒤를 졸랑졸랑 따라가며 말을 붙였다.
“제온이 나를 기억 못 하는 것도 역시 내가 너무 예쁘고 잘생겨서 그런 거 아닐까?”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계속 대꾸가 없자 결국 그 웃는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제온 때문에 내 가슴에 항상 비가 와.”
울먹이던 루아티샤가 불현듯 자기 심장을 부여잡았다.
“심장마비.”
“…….”
멋쩍은 듯 히히 웃는 얼굴.
제온은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왜, 어째서.
그 의문이 그의 심장을 어지럽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루아티샤는 제온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며 재잘거렸다.
‘시끄러워.’
하지만 더 시끄러운 것은 술렁이는 자신의 마음이었다.
* * *
달이 높게 뜬 밤.
제온은 창을 통해 루아티샤의 침실에 숨어들었다.
잠들어 있는 여자애의 얼굴은 늘상 보던 것과 달랐다.
‘눈물.’
제온은 눈가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눈가에 닿기 직전,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침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창을 통해 들어온 창백한 달빛이 두 사람을 채색했다.
제온은 한참 동안 루아티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어째서 자신은 이 여자애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 여자애가 종알거리면서 맴돌아도 아무런 저지도 하지 않은 걸까.
이 여자애는 왜 그렇게나 상처받으면서 자신의 곁을 맴도는 걸까.
환히 웃고 있지만 그 사이 사이로 피를 철철 흘리는 게 다 보였다.
‘상처?’
흠칫, 제온이 몸을 굳혔다.
‘내가 왜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있지?’
이 여자애가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감정을 느끼든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원래라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여자애만一.
‘거슬려.’
이 여자애가 자신의 곁을 맴돈 이후부터 알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엉킨 실타래처럼 생각이 헝클어졌다.
이 순간에도 잠든 여자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자신이 이상했다.
대체 왜 이 여자애를 보러 온 것일까.
다만 이 여자애가 없는 밤이 너무 조용해서一.
‘죽일까?’
조그맣게 열린 입술에서 색색이는 숨결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제온은 루아티샤의 목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댔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따스하고 더 보드라운 감촉에 제온은 순간 흠칫했다.
콩콩 뛰는 여린 박동.
이대로 힘을 주기만 하면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어지럽히는 것이 사라진다.
하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제온은 한참을 가만히 그 여린 박동을 느끼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둠에 잠긴 침실 안, 자그마한 털뭉치가 몸을 웅크린 채 미동도 안 하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월광에 반사되어 빛나는 두 눈.
조금이라도 제온이 움직이면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은 기세였다.
‘……죽을까?’
성장도 못 한 환수에게 당할 리는 없었지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죽음을 바라며 살았다.
‘아니.’
그건 다 옛일이었다.
그를 숨 쉬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다.
一제온!
햇살처럼 환한 미소.
부드러운 머리카락, 다정한 온기.
그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一.
“제온……?”
흠칫.
제온의 시선이 루아티샤를 향했다.
루아티샤는 가물가물한 눈으로 제온을 바라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이제는 꿈에서까지 나를 그런 눈으로 보네.”
웃는 얼굴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나 아파, 제온.”
“…….”
“나 너무 아파.”
일그러진 얼굴.
울먹이며 떨리는 음성.
그 모든 것이一.
제온의 목 안에서 채 나오지 못한 신음이 흩어졌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다시 우리 오빠로 돌아와, 응?”
흐무러진 파라이바빛 눈동자에서 기어코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온의 손끝이 움찔했다.
루아티샤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제온은 한참을 그 얼굴만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자신의 옷자락을 꽉 붙잡은 손이 보였다.
그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여린 손.
다시 잠들었으면서도 이 손은 풀어질 줄 몰랐다.
제온은 그 손을 떼어내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숨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죽고 싶었다.
* * *
“끄응.”
나는 얼음주머니를 눈가에 대며 신음을 흘렸다.
너무 차가워.
“굳이 가셔야겠어요? 그냥 쉬시는 게 어떠세요?”
“갈 거야.”
고집스러운 내 대답에 낸시는 속상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이왕 가시는 거 완전 다 발라버려요!”
“얘는, 아가씨께 그런 험한 말을……. 아가씨, 다 족쳐버리세요!”
“……둘 다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언니들이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왜 말투가 이렇게 변한 거지.
‘아, 설마 나 때문인가?’
나는 끙차,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신구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이 두 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안나가 내게 파뤼르 세트 두 개를 보여주었다.
“윽…….”
하나는 얼마 전 시드가 선물해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들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가족들이 선물한 건 불레아와 이듐의 대표가 직접 찾아와서 퀭한 얼굴로 주고 갔었지.’
피골이 상접한 게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적당히 좀 주문받지, 뭘 그렇게 힘들게 산담?’ 하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이 다녀가자마자 가족들이 우루루 몰려와 내게 물었다.
“이거랑 그놈이 선물한 것 중 어느 게 더 마음에 들어?”
“역시 우리가 준 거지?”
“딱 봐도 이게 더 낫구만. 내 손녀의 안목은 워낙 높아서 저딴 건 성에도 안 찰걸.”
“루루.”
“쓰다듬어줘.”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가족들을 보고 깨달았다.
불레아와 이듐의 대표가 돈 욕심에 과하게 주문받은 게 아니라는걸.
모든 원흉은 우리 가족이었다.
솔직히 둘 다 무척 아름다웠고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가족들을 놀리고 싶은 마음에 그만…….
“으음, 나는 이게 더 마음에 드는데.”
시드가 선물한 파뤼르를 선택하자마자 난리가 났다.
“……죽인다.”
“잠깐 산책 좀 하고 올게. 아, 걱정 마. 그놈을 죽이고 온다는 건 절대 아니야.”
“당장 이듐과 불레아의 대표를 불러들여!”
그 난리통 가운데 제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왜 그러지 하고 다가갔더니.
“제온, 울어?”
무표정한 얼굴에서 투명한 눈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