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3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31화(231/353)
☆ 제231화 ☆
‘그때 진짜 깜짝 놀랐는데.’
놀라서 장난이었다고 제온을 달래주니 한동안 내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랬던 우리 제온이…….’
지금과 너무 달라서 마음이 아팠다.
“역시 이게 좋지 않을까요?”
그때 그 난장판을 떠올린 건지 안나가 가족들이 준 파뤼르 세트를 추천했다.
“싫어. 이걸로 할래.”
시드가 준 파뤼르 세트를 고르자 안나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답했다.
“알겠습니다.”
언니들의 손길을 받으며 나는 퀘스트 창을 띄웠다.
– 진행 중인 퀘스트:
1. 〈꼭 짱이 되어야지!(3)〉
2. 〈당당히 패륜하세요!〉
“…….”
언제나 생각하긴 하지만 악마 놈은 진짜 꼭 자기 같은 퀘스트명만 짓는다.
첫 번째 퀘스트는 리리엘과의 경합에서 승리하라는 퀘스트라 지금은 딱히 상관없었다.
나는 두 번째 퀘스트 내용을 복기했다.
〈당당히 패륜하세요!〉
독자님
비상입니다, 비상!
목 막혀서 죽을 거 같아요!
저번에 황태후를 통해 혼담을 넣어서 왔을 때부터 은근히 선을 넘는다 싶었는데 가암히 로판 독자에게 뭐라고요?
이런 슈발라!
고구마를 받았으면 사이다로 보답하는 것이 인지상정!
저 찰거머리에게 로판 독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줍시다!
또한, 제온 파에라톤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거머리처럼 제온에게 찰싹 붙어있는 걸 보니 분명 무슨 술수를 쓴 게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아주 더럽고 치졸한 수를요.
친동생도 못 알아보고 있는 제온이 괘씸하긴 하지만, 이대로 슈발라 같은 사특한 자의 손에 떨어지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
제온 파에라톤의 뇌를 쪼여주십시오!
패서라도 제정신으로 돌려놓으세요!
지금부터 당분간 독자님의 K-유교걸 속성은 압수합니다.
당당히 패륜하세요!
p.s. 딱히 패륜도 아닐 겁니다. 원래 제온 파에라톤은 독자님께 혼나는 걸 좋아했으니.
– 조건:
1. 제온 파에라톤 구해주기
2. 슈블라슈엘라 프루시안 사이다 먹이기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상승
슈엘라 프루시안에게 사이다를 먹이는 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제온인데.’
배후를 만나면 사술을 풀 수 있을까?
‘오늘 슈엘라를 조져서 배후를 알아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SSS를 슈엘라에게 붙였지만 아직까지 의심 가는 사람과 만난 적은 없었다.
사람들과 만나도 파티나 티파티에 나가거나, 황태후의 궁에 몇 번 간 게 끝이었다.
절친한 친구도 없는 모양이었다.
‘슈엘라가 신중할 리는 없고, 배후 쪽이 머리가 좀 돌아가나 보네.’
내가 의심해서 감시를 붙일 걸 알고 아예 만나지 않는 거겠지.
슈엘라는 누군가와 협력할 사람도, 누군가가 수족으로 부릴 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머리를 써야 가능하니까.
오히려 뭐가 뭔지 모르는 채 이용당하고 있는 게 뻔하다.
‘안 봐도 훤해. 분명 도와준다느니 하는 감언이설에 홀랑 넘어갔겠지.’
그렇다면 슈엘라는 딱히 배후와의 만남을 꺼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배후를 의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슈엘라 같은 애가 흔들리면 어떻게 될까?’
바로 자신을 도와준 자에게 찾아가서 징징거릴 것이다.
배후 쪽에서 찾아오지 말라고 했던 말도 소용없겠지.
‘슈엘라가 막무가내에 징징거려서 짜증 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네크리스 후크가 채워졌다.
거울을 보니 화려한 차림을 한 파에라톤 공녀가 서 있었다.
“다들 고마워.”
나는 언니들에게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이제 사이다 먹여주러 갈 시간이었다.
* * *
“프루시안 영애, 어서 와요.”
티파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반기는 영애들의 모습에 슈엘라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반기지 않았는데.
몇 마디 환담을 나누던 영애들이 이윽고 본론을 꺼냈다.
“듣자 하니 프루시안 영애와 제온 공자님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에 있는 걸 봤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사실이에요?”
자신에게 집중하는 영애들의 얼굴을 보고 슈엘라는 우아하게 부채를 살랑였다.
“어머, 그게 벌써 소문이 났나요?”
“그럼 진짜예요?”
“제온 공자님이 막냇동생 말고 누군가와 함께 외출한 적은 없잖아요.”
“부끄럽지만 제온 님과의 혼담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요. 곧 결혼할 사이니 동생보다는 저를 챙기는 게 당연하죠.”
“그래요? 저는 황태후 폐하 편으로 거절 서한이 갔다고 알고 있는데.”
그 말에 부채를 잡은 슈엘라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곧 파에라톤 쪽에서 제게 다시 혼담을 다시 넣을 거예요.”
“아, 그렇군요.”
애매한 영애들의 반응을 보고 슈엘라가 귀걸이가 잘 보이도록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는 체 해달라는 게 훤히 보이는 행동에 영애들이 물어봐 주었다.
“어머, 그 귀걸이는 못 보던 건데 너무 예쁘네요.”
“아, 이거요. 지난번에 함께 오페라 하우스에 갔을 때 제온 님께서 사주신 거예요.”
“와, 제온 공자님이 여성분께 선물이라니. 프루시안 영애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영애들의 놀란 눈을 보고 슈엘라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살랑였다.
그리고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제온 님이 이렇게 살뜰하고 다정하신 분이랍니다. 다른 공자님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요?”
“다들 공자님들이 벽을 세운다고 오해하시는데. 그게 다 파에라톤 공녀님이 오빠들을 독점하고 싶어서 술수를 쓴 거예요.”
“에이, 그건 아니죠.”
“설마…….”
“영애들도 공자님들이 얼마나 막냇동생에게 살뜰한지 잘 아시잖아요? 그렇게 다정한 분이 다른 여성들에게 무례한 이유가 뭐겠어요?”
영애들은 대답 없이 서로 시선만 교환했다.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믿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저도 파에라톤 저에 갔던 날, 파에라톤 공녀의 방해로 혼담이 엎어졌어요. 글쎄, 일부러 공자님들이 바쁘다고 거짓말을 치고…….”
슈엘라는 그날 있었던 아주 자세하고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조금 살을 붙이긴 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없다고 슈엘라는 생각했다.
“세상에…….”
“공녀님은 그런 분으로 안 보였는데요.”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자 슈엘라는 표정을 바꿨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왜, 어릴 때 타렌카 저에서 구박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었잖아요?”
“그건 소문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一.”
“제가 보기엔 사실 같던데. 그렇게 자랐으니 가족한테 심하게 집착하는 거 아닐까요?”
대다수 영애들은 대답을 꺼렸지만, 몇몇 영애들은 신나게 맞장구를 쳤다.
“듣고 보니 좀 일리 있는 거 같고.”
“아니면 엄마가 없어서 그런가? 남자 가족들한테 집착이라니. 징그러워요.”
“이래서 여자는 여자 가족이 있어야 하는데. 꼭 엄마 없는 티가 어디서든 난다니까요?”
“오빠랑 잘 지낸다고 앙심 품고 절 괴롭히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이제는 귀여운 나이도 아닌데 오빠들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거 보면 좀…… 보기 괴롭달까?”
킥킥거리는 슈엘라를 보고 참다못한 한 영애가 소리쳤다.
“프루시안 영애,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어머,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제 가족이 될 테니 제가 잘 품어야겠다는 뜻이었어요. 공녀님에게도 드디어 여자 가족이 생기는 거니까.”
슈엘라가 영애를 향해 얼굴을 굳히며 이어 말했다.
“그런데…… 지금 저한테 화를 내신 건가요?”
눈을 똑바로 뜨고 되묻는 말에 영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뭐라 할 수 없었다.
슈엘라는 제온 파에라톤과 혼인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 혼담이 성사된 건 아니지만, ‘그’ 제온과 함께 데이트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근거 아니겠는가.
차기 파에라톤 공작부인.
공작부인이 없는 파에라톤의 실질적인 안주인이 될 사람이었다.
‘이 자리에 미첼로인 영애나 아쉘타인 영애가 있었더라면…….’
“네? 대답해보세요, 영애. 나한테 화낸 거냐고요.”
슈엘라가 잡아먹을 기세로 닦달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화를 낸 건 아니겠죠. 프루시안 영애가 나를 모욕할 의도가 아니었던 것처럼.”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슈엘라는 황급하게 몸을 돌렸다.
이곳에 올 리가 없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봄의 꽃잎 같은 분홍 머리카락, 여름 바다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루아티샤 파에라톤이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다.
슈엘라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열렬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고, 공녀님!”
“이런 곳에 공녀님께서 오시다니.”
“초대장이 왔길래. 제가 불청객인 건 아니죠?”
루아티샤가 부채 끝을 입술에 붙이며 생긋 웃었다.
“무, 무슨 말씀을! 영광입니다!”
호스트인 영애가 자리에서 뛰쳐나와 루아티샤의 손을 붙잡았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한 번도 오신 적 없어서 안 오실 줄 알고, 그래도 초대장은 계속 보냈지만, 안 오실 거라고……. 아니, 그게, 여태 안 오신 걸 섭섭하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저는一.”
“알아요.”
루아티샤가 횡설수설하는 영애의 손을 겹쳐 잡았다.
영애가 뺨을 붉게 물들였다.
“가, 감사합니다, 공녀님.”
그럴 만도 했다.
루아티샤는 이런 티파티에 참석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티파티가 딱히 명성이 바닥인 것은 아니었지만, 루아티샤는 사교계의 명망 있고 이름 높은 귀부인들과 영애들이 주최하는 티파티만 가도 일정이 꽉 찰 정도였다.
하물며 호스트인 영애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와주시다니…….’
오늘 루아티샤가 티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교계에서 호스트인 영애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었다.
다만 상황이 안 좋았다.
‘하필이면 슈엘라 프루시안이 망언을 해서……!’
평소에도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오늘은 더 심했다.
‘……말렸어야 했는데.’
파에라톤의 안주인이 될 게 무서워 제대로 말리지도 못했다.
“어서 오세요, 공녀님.”
“여기 앉으세요.”
영애들이 우르르 일어나 루아티샤를 대접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루아티샤를 보고 슈엘라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아까 영애들이 평소보다 살갑게 반긴다면서 만족했는데, 지금 루아티샤에게 하는 꼴을 보니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 만족한 내가 뭐가 되냐고!’
“고마워요, 영애들도 앉아요.”
“동석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는데. 내가 낯을 가려서 그런가 봐요.”
하도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커튼까지 치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요? 얼핏 들으니 프루시안 영애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 같던데.”
“아, 그게…….”
영애들이 곤란한 듯 시선을 교환했다.
“별 얘기 아니었어요.”
“그래요?”
“네, 그것보다 공녀님. 이번에 수로 사업을 놓고 성녀님과 경합하잖아요. 공개 경합이라고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영애들이 한참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슈엘라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놈의 공녀님.’
입을 여는 사람마다 공녀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것으로 아주 확실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슈엘라 프루시안이 제온 파에라톤과 결혼할 사이라고 해도 루아티샤 파에라톤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영애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아까 자신과 맞장구치며 루아티샤를 욕했던 영애마저 필사적으로 눈치를 보며 루아티샤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젠장!’
슈엘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서슬에 놀라 쳐다본 영애들이 있었지만, 이내 다시 시선을 루아티샤에게로 돌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정원에서 나올 때까지도 그 누구도 슈엘라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내가 이대로 돌아갈 줄 알고?’
레이디스 룸에서 거울을 본 슈엘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차피 제온 님이 오늘 나를 데리러 오시기로 했어.’
시계를 확인하니 곧 올 시간이었다.
‘제온 님이 오셔서 루아티샤를 무시하고 나를 살뜰히 챙겨주시면 달라지겠지.’
저 망할 박쥐 같은 것들.
흥, 하고 코웃음 친 슈엘라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레이디스 룸에서 나왔다.
정원으로 접어드니 영애들이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프루시안 영애가 질투심이 강한가 봐요.”
“맞아요! 아무래도 공녀님이 공자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다 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가족한테 질투를 하는지…….”
“혼전부터 이렇게 속 좁으면 대체 어떻게 하려고.”
“티파티에 와서 공녀님 흉부터 보는 꼴이라니. 정말 기가 막혔다니까요?”
루아티샤를 둘러싸고 영애들이 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저것들이……! 감히 나를 욕 해?’
슈엘라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때였다.
슈엘라의 눈에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커다란 키, 떡 벌어진 어깨.
얼굴을 보지 않아도 실루엣만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제온 님, 와주셨구나.’
슈엘라는 승리감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정원수를 지나며 제온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제온은 그 자리에서 못 박힌 듯 서서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엘라의 시선이 제온을 따라 이동했다.
그곳에는 루아티샤가 환히 웃고 있었다.
슈엘라가 다시 제온을 바라볼 때까지, 그는 여전히 루아티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어째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이제 당신이 그런 눈으로 쳐다봐야 하는 사람은 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