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3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34화(234/353)
☆ 제234화 ☆
내 방으로 가니 언니들이 테이블에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모시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딱 맞춰 잘 오셨어요.”
아빠와 할아버지는 황궁에 가셨고 아레스와 익시온도 일정 때문에 외출해서 그냥 내 방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겠다고 했다.
안나가 내 뒤에 있는 제온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제온 도련님도 오셨군요. 도련님의 식사도 서둘러 준비하겠一.”
“그걸 왜 내 방에 준비해?”
나는 안나의 말을 툭 끊고의 자에 앉았다.
“배고프면 자기가 자기 방에서 알아서 따로 먹겠지. 애도 아니고.”
“……네.”
안나는 힐끔 제온의 눈치를 봤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안 나와 달리, 다른 언니들은 퍽 고소하다는 얼굴이었다.
흥!
나는 콧김을 뿜고는 스푼을 들었다.
그때, 제온이 내 손에서 스푼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클램 차우더를 떠서 후후, 불더니 내게 내밀었다.
나는 고집스레 고개를 돌렸다.
“아프잖아, 손목.”
“이제 다 나았어. 내가 먹을 거야.”
하지만 내밀어진 스푼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아직 아파.”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오히려 입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나는 제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걱정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자신을 무시하고 냉대하는 나에 대한 섭섭함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다 나았는데.’
이젠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제온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너무 미안해서 이러는 거겠지.
“내 막내가 손 쓸 일 없게 할 거야.”
“누가 제온의 막내라는 거야.”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못 이기는 척 입을 열었다.
클램 차우더는 너무 뜨겁지 않게, 딱 알맞게 식어 있었다.
고소한 풍미를 즐기며 꿀꺽 삼키자 제온이 새로 클램차우더를 떠서 후후, 불곤 내게 내밀었다.
또 못 이기는 척 입을 열자 제온이 미소 지었다.
‘왠지 좀 얄밉네.’
나는 새침하게 샐러드를 턱짓했다.
“샐러드 집어줘.”
제온이 포크로 샐러드를 찍는 순간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스파라거스.”
제온이 깔끔한 동작으로 다시 아스파라거스를 집었다.
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
“아니이! 스테이크.”
제온은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얌전히 스테이크를 썰었다.
아니, 싫은 기색 하나 없긴커녕 오히려一.
제온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왠지 더 배알이 꼴렸다.
“스테이크를 왜 이렇게 작게 썰었어? 좀 큼직해야 씹는 맛이 있지!”
나는 잔뜩 심술을 부리며 식사하는 내내 제온을 구박했다.
그런데 대체 뭐가 좋은지 제온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디저트로 더 먹고 싶은 건 없어? 내가 다 가져다줄게.”
아예 하녀 언니들을 물리고 내 수발을 전부 자기가 들 기세였다.
나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제온을 바라보았다.
식사가 다 끝났지만 제온은 계속 내 옆에 있을 눈치였다.
‘……배고플 텐데.’
내가 제온에게 틱틱거리며 느긋하게 식사하는 동안 그는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내 집무실 앞에서 기다리느라 뭘 먹긴커녕 한 번 앉아있지도 못했을 텐데.
“…….”
나도 전생에선 한국 사람이었던지라, 다른 것도 아니고 굶고 있는 제온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레몬 셔벗 하나 더 가져다줄까? 좋아하잖아.”
눈이 마주치자 제온이 물었다.
내 속도 모르고 또 나만 챙기는 모습을 보자 짜증이 났다.
‘진짜 바보 아니야.’
“안 먹어.”
벌떡 일어나자 제온이 또 졸졸졸졸 나를 따라왔다.
무시하고 별실 문을 열었다.
“마마!”
니케가 우다다 달려와서 내게 폭 안겼다.
“우리 니케, 잘 놀고 있었어?”
“웅! 니케 오늘도 착하게 잘 있었어!”
니케가 갸르릉대며 내 품에 얼굴을 부비더니 제온을 바라보았다.
슬금슬금 니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랑하는 눈빛.
꼭 커다란 사탕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 같았다.
‘허어…….’
니케가 하는 짓이 웃기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사탕을 자랑해봤자 어른한테는 안 통하는一.’
멈칫.
나는 황당해서 제온을 쳐다봤다.
제온이 정말 부러워 죽겠다는 눈으로 니케를 바라보고 있었다.
득의양양해진 니케가 가슴을 부풀렸다.
“……막내야一.”
제온이 소심하게 내 어깨를 향해 살짝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저리 가! 마마를 아프게 한 못된 놈!”
니케가 나에게 바짝 안긴 채 제온을 향해 꼬리를 붕붕 휘둘렀다.
더 가까이 오면 패버리겠다는 듯 두툼한 앞발을 치켜들기까지 했다.
니케가 아무리 꼬리를 휘둘러도 물러날 제온이 아닌데, 어째서인지 제온은 시무룩하게 손을 내렸다.
“마마가 얼마나 아파했는데! 나쁜 놈은 니케가 절대 용서하지 않아!”
‘아파했다’는 말에 움찔하는 걸 보니 왜 물러서는지 알겠다.
나는 니케의 턱을 살살 긁어주었다.
“괜히 우리 예쁜 니케가 화낼 필요 없어. 엄마가 요즘 바빠서 심심했지? 자아, 엄마랑 놀자.”
니케를 안은 채 별실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으려 하자 제온이 시무룩하게 물었다.
“들어가면 안 돼?”
차마 문을 붙들지도 못하고 묻는 모습이 꽤 안쓰러웠지만.
“안 돼.”
나는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문을 밀었다.
“……가서 뭐라도 좀 먹든가.”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그 한마디를 하자 제온의 눈동자가 훅 커졌다.
나는 제온이 더 반응하기 전에 문을 쾅 닫았다.
* * *
니케와 잔뜩 놀아준 다음 나는 확인하지 않은 알림을 열어보았다.
[퀘스트 〈당당히 패륜하세요!〉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독자님을 향한 말도 안 되는 험담과 비방.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의연한 모습에 영애들이 감탄합니다!] [친교가 없던 영애 무리가 독자님께 친밀감을 느낍니다!] [제국 내 영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어중간한 사이다는 사이다가 아닙니다!〉
독자님,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하니 제온이 변한 이유가 끔찍한 사술 때문이었다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서면서.’
제약인지 뭔지 때문에 내게 말 못 한다고 해도, 이렇게 놀라는 척하는 걸 보니 가증스러웠다.
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퀘스트를 마저 읽었다.
설마 지금 저를 가증스럽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 사술은 특히 악랄하고 음험한 저주로 결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온이 스스로 뇌에 힘을 줘서 정신을 차리다니!
저는 독자님이 강제로 뇌를 조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패버린다거나 후려친다거나 갈긴다거나 까버린다거나 등등 방법은 많지 않습니까?
“…….”
이 새끼 진짜.
설마 당당히 패륜하라는 게 그 뜻이었냐!
아무리 그래도 우리 오빠인데 남의 입에서 이딴 말이 나오니 기분이 나빴다.
자꾸 풀 죽은 제온 얼굴도 떠오르고.
……물론 내가 제온 보고 ‘그냥 팰까? 고장 난 건 때리면 되돌아오던데’ 하는 생각을 안 한 건 또 아니었지만.
음.
암튼 이 사기꾼 놈이 나빠.
우리 오빠 까도 내가 깐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풀릴 사술이 아니었지만요.
솔직히 저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독자님이 모든 것을 밝혀내고 계약자가 사라진 뒤 해주될 줄 알았는데…….
그 사술에 저항하기 위해 제온은 영혼이 깎여나가는 고통을 맛보았을 겁니다.
자각하기도 전, 그의 무의식에서부터요.
“…….”
그러나 독자님.
아직 사술은 완전히 해주되지 않았습니다.
뭐?
지금 이 순간에도 호시탐탐 다시 제온을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지요.
제온은 계속 저항하고 있습니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그가 이렇게 버텨내고 있다는 것에 이번만큼은 저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독자님의 퀘스트에 완료 도장을 찍은 것도 거기에 가산점을 줬기 때문인 거고요.
왜?
가산점 안 받아도 슈엘라한테 사이다도 줬고, 제온도 제정신을 차렸잖아.
설마하니 양심 없이 사이다를 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턱없이 부족합니다!
로판 독자는 그런 어중간한 사이다를 사이다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독자님이 달았던 수많은 사이다 요구 댓글을 떠올려보십시오!
얼음 잔뜩, 탄산 가득!
시원하다 못해 따갑다, 따갑다! 할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사이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슈엘라를 놓아줄 생각은 아니시겠죠?
그리고 독자님도 밝혀내셨듯 슈엘라는 체스 말일 뿐, 그 배후는 따로 있습니다.
어서 이 사특한 사술에 관해 방방곡곡 알려주세요!
제게는 아직 마셔야 할 사이다가 남아 있습니다!
– 조건: 슈엘라의 사술 밝히기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증가
전모를 밝히는 건 어차피 준비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진행 중인 퀘스트:
1. 〈꼭 짱이 되어야지!(3)〉
2. 〈어중간한 사이다는 사이다가 아닙니다!〉
‘둘 다 전부 내일 처리하면 되겠어.’
나는 〈꼭 짱이 되어야지!(3)〉를 띄웠다.
〈꼭 짱이 되어야지!(3)〉
독자님.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겨엉하압~?
대체 누가 누구랑?
성녀 나부랭이 vs. 로판 독자.
당연히 로판 독자의 압승 아닙니까?
그런데 경합이라니 이건 불쾌하다 못해 어처구니 없어서 헛웃음만 나옵니다.
짓밟아주십시오!
패버리십시오!
다 족치십시오!
성녀 나부랭이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로판 독자에겐 패배라는 고구마 따윈 없습니다!
본디 로판 독자의 본분은 사이다와 승자독식!
어서 모든 것을 손에 넣어 사이다를 주십시오!
– 조건: 치수 사업 공개 경합에서 승리하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증가
경합에서 이기려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전엔 아무 생각 없이 퀘스트를 수락했는데.
리리엘이 사술의 배후라는 것을 알고 다시 퀘스트를 찬찬히 읽으니 뭔가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그 악마 놈은 경합에서 이기는 것보다一
‘리리엘을 이기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
리리엘이 사기를 쓴다면 진짜 성녀일 리 없다.
그러니 악마 놈이 경계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
이 퀘스트가 또 다른 곳으로 나를 인도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악마가 말했던 ‘다가올 미래의 비극’에 대한 실마리.
아니, 어쩌면 실마리가 아니라 그 비극의 화살은 벌써 활시위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과한 생각이라면 좋겠는데.
‘일단 준비를 해놓는 게 나쁘진 않겠지.’
지금 캐시 사정이 좀 어려워서 힘들지만, 소환 능력만이 전부가 아니니까.
나는 도롱도롱 코를 골며 자는 니케 옆에 풀썩 누웠다.
니케가 잠결에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시드.’
요즘 계속 제온에게 붙어 다니느라 통 얼굴을 못 봤다.
나는 니케의 등을 두드리며 소파 테이블 위의 화병을 바라보았다.
화병에는 오늘 아침 시드가 보내준 꽃다발이 한가득 꽂혀 있었다.
‘……이제 금제는 괜찮다고 했지.’
대체 마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괜히 힘들었던 일을 떠올리게 할까 봐 묻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리엘과는 대체 무슨 사이지? 언제 만난 걸까.’
‘시드?’하고 부르며 살갑게 다가가던 리리엘의 모습이 떠올랐다.
‘신경 쓰여.’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자 니케가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우움……?”
“에고, 우리 니케 깼어? 더자.”
나는 니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퀘스트의 이면에 무엇이 있든, 시드와 리리엘이 무슨 사이이든.
어쨌거나 우선은 내일 퀘스트를 전부 완료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 * *
“내 동생이 단단히 화가 났나 보네.”
“꼴 좋다. 솜뭉치 울리더니.”
그 말에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제온이 고개를 들었다.
아레스와 익시온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웃는데 또 닮아 보이는 게 신기했다.
“의외네? 정신 차리고 나면 죽으러 갈 줄 알았는데. 솜뭉치 눈에서 눈물 나게 한데다가 다치게까지 했다고 후회하면서.”
“안 그래.”
제온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죽겠다고 하면 내 막내가 화를 못 내니까.”
그 다정한 아이는 제대로 화도 못 내고 투정도 안 부리고 죽지 말라고 할 것이다.
“미안하다고 볼 낯이 없다고 피하는 것도 안 할 거야.”
그건 오히려 막내한테 달래 달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한테 화내고 투정 부리도록 항상 곁에 있을 거야.”
그 말에 아레스와 익시온이 제온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