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화(24/353)
☆ 제24화 ☆
굉음과 함께 천장과 벽이 무너져 내렸다. 한때 벽과 천장이었던 가루가 사방에 흩날렸다.
“어헉, 큭…….”
그 충격에 휩쓸린 후작이 바닥을 굴렀다. 속이 진탕이 된 것 같다.
치밀어 오르는 비릿함에 입을 열자 웩, 하고 핏덩이가 나왔다.
뚜벅, 뚜벅一.
조용한 가운데 느릿한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한순간에 건물의 인테리어를 바꾸었건만 파에라톤 공작은 지친 기색조차 없었다.
탁.
후작의 바로 앞에서 멈춰선 공작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새까만 마기가 후작의 몸을 감아 위로 끌어 올렸다.
“윽, 크헉…….”
새빨간 공작의 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후작은 신음하던 것도 잊었다.
흉포하고 불길한 검은 기운이 검 끝보다도 더 예리하게 벼려진 채 그의 코앞에 들이밀어져 있었다.
“내 딸이, 뭐?”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죄, 죄, 죄, 죄송……. 사, 살려…….”
푸욱一!
벼려진 마기가 한순간에 목표를 꿰뚫고 회수된다.
투둑, 툭.
파에라톤 공작의 눈동자만큼이나 새빨간 피가 어둠 속에서 낙하한다.
“허억, 헉, 헉…….”
타렌카 후작은 떨리는 손으로 제 목을 만졌다.
아직 붙어있다.
아직 살아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
피와 땀과 다른 액체로 온몸이 진득했다.
불쾌한 게 당연하지만, 타렌카 후작은 지극한 안도감을 맛보고 있었다.
살아남았다.
살아있다.
파에라톤 공작은 회수된 마기 틈으로 반짝 빛나는 단단한 물건을 손에 쥐었다.
후작이 목에 걸고 있던, 타렌카의 가주를 증명하는 인장 반지였다.
“선대 타렌카 후작의 전언이다.”
그가 벌레 보듯 타렌카 후작, 아니, 이제 평민이 된 남자, 니콜라스를 내려다보았다.
“네 놈에게는 후작 위는커녕 타렌카의 이름조차 아깝다더군.”
그 말에 니콜라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후, 후작 위를 박탈당했다고……?”
“타렌카의 이름까지.”
니콜라스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말도 안 된다.
그럴 리는 없다.
이제 귀족조차 아니라니?
그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파에라톤 공작은 그 이상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볼일을 마친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멀어질 뿐.
어둠 속에 홀로 남은 니콜라스가 떨리는 손으로 제 목을 더듬었다.
항상 자리하던 타렌카 가주의 인장 반지가 없었다.
정말로?
진짜로?
이렇게?
꾸욱.
목을 누르자 핏물과 땀이 뒤섞여 질척거렸다.
“허억, 헉…….”
패닉 상태에 빠져 숨을 고르던 그가 바닥을 짚었다.
바닥이 축축했다.
그제야 니콜라스는 오줌을 지린 채 그 위에 엎드려 있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했다.
이건 아니다.
이건 내가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라고
“으아아아아아一!!”
피맺힌 절규가 속에서 터져 나왔다.
끝났다.
모든 것이.
Chapter 6. 앞으로는 조금만 귀여울게
나는 신나게 인형을 찌부시키다가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야! 해야 할 게 있다구!’
나는 착착 인형을 곱게 펴주었다.
아, 근데 이거 너무 촉감 좋아…….
말랑말랑? 쭈욱 쭉! 말랑말랑?
‘이게 아냐!’
나는 햄찌의 뺨을 놓아주었다.
엄청나게 유혹적인 찰떡 촉감이라 까딱 잘못하다간 겨우 붙잡은 이성을 또 잃어버릴 것 같았다.
‘어째 패널티가 점점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단 말야…….’
랜덤이라고 했는데 확률이 나 몰래 조정된 것만 같은 느낌은 킹리적 갓심이겠지?
‘암튼 제정신일 때 퀘스트나 보자.’
[확인하지 않은 알림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응.’
[추가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지금 추가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당연하지!’
[추가 보상 계산 중…계산 완료.] [추가 보상 〈행운의 물약〉이 지급됩니다.] [연계 퀘스트 〈내 재산은 멈추지 않아!(1)〉가 도착했습니다.]〈내 재산은 멈추지 않아!(1)〉
독자님, 대단하십니다! 굉장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당당하게 타렌카 후작의 재산을 갈취하던 모습!
설마 상대의 뼈만 남을 정도로 뜯어낼 줄은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독자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사업가!
칭찬의 박수, 짝 짝 짝!
……칭찬 맞아?
왠지 욕 같은데.
박수받고 이렇게 기분 더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순 없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것과 반대로, 구르는 재산에는 이끼가 낍니다!
굴려라, 재산 재산!
멈추지 말고 재산을 굴려 산더미처럼 불리십시오!
아니, 난 충분한데.
내 꿈은 건물주였어.
난 지금 무려 건물주에, 광산 주에, 마장주에, 땅 주인이야!
엣헴!
설마 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건 아니겠죠?
양심은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독자님은 K-로판 독자입니다.
K-로판 독자는 여주도, 남주도 일하길 바랍니다.
독자님도 ‘일 안 하는 황제는 아무리 여주, 남주라 해도 용서할 수 없다!’하고 부르짖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임금을 갈아 넣던 조선 행정 시스템의 계승자!
K-로판 독자입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가슴을 당당히 펴고 일하러 가십시오!
“…….”
나는 잠자코 햄찌 인형을 들었다.
그리고 말랑말랑 찹쌀 같은 볼따구를 쭈욱 쭉 늘렸다.
“아이, 재밌다! 나 네 살이야, 응애!”
그러나 퀘스트창이 나와 햄찌 사이를 가로막아 섰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퀘스트창을 피해 눈을 감았지만 소용없었다.
눈 감았는데도 보이다니!
– 조건: 마나석 사업으로 돈방석에 앉자!
– 보상: 10000캐시
응?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이번에는 ‘퀘스트 실패 패널티’라든가, ‘퀘스트 거절 패널티’ 같은 짜증나는 사족이 안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놀란 건 아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퀘스트 창을 바라봤다.
‘10000캐시?!’
다시 봐도 10000캐시였다!
‘……일은 하기 싫지만.’
그렇지만.
그간 수많은 로판 여주와 남주들에게 나라·영지는 잘 관리하며 연애하는 거냐고 묻지 않았던가.
그런 주제에 나만 띵까띵까 놀 순 없다.
‘그래, 일하는 것은 사람을 성장시키기 마련이지. 어렸을 때부터 조기 사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게 좋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절대 보상이 탐나서 그런 건 아니다.
절대로.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반드시 탄다, 10000캐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많은 캐시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받은 퀘스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진행 퀘스트 같은 거 볼 수 없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창이 떴다.
[로딩 중입니다…]루아티샤 L 파에라톤 – 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특성 〈러시 앤 캐시〉
특성 등급 F
소환 중인 소설 –
추출 중인 능력 1/5
적용 중인 능력 〈어장 관리가 아냐! 내겐 네 감정이 보이는 것뿐이라구!〉 2/5
패널티 〈김빠진 사이다〉
진행 중인 퀘스트 1. 〈착한 독자의 길(1)〉, 2. 〈내 재산은 멈추지 않아!(1)〉
완료한 퀘스트 더보기 ▼
보유 캐시 6100캐시
보유 아이템 3000캐시 뽑기권 〈행운의 물약〉
“이런 게 있으면 진작에 보여주지!”
내가 네 살 응애 머리로 캐시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기억하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물론 내 불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에효, 한숨 쉰 나는 원래 목적이던 퀘스트부터 확인했다.
‘착한 독자의 길. 그래, 이 퀘스트였어. 이거 능력 써보라는 거 아니었나?’
근데 왜 완료가 안 됐지?
퀘스트 이름을 꾹 누르자 세부 설명이 떴다.
나는 조건 항목을 찾아 읽었다.
– 조건: 캐시를 사용해 소설을 소환하고 능력을 추출해 사용하자.
“설마…… 캐시가 아니라 대여권으로 소환해서 완료 안 된 거야?”
소설 한 번 소환하기까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추출해서 능력 써봤으면 됐지!
[아프타네스는 공명정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고홍명저헝대애~?”
기가 막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기꾼 악마 놈이 저런 말을 하다니!
[계약서 잘 읽는 건 본인의 몫입니다.]뒷골이 당겨왔다.
“근데 너 이런 식으로 대답할 수 있는 거였어?”
날 지켜보면서 메시지 찍찍 날리는 거지?!
씩씩거리며 허공을 향해 따지는데 갑자기 대답이 없었다.
“야! 왜 아무 말 없어? 대답해! 야!”
조용.
여전히 아무 알림도 뜨지 않는다.
열 받은 내가 뭐라 더 따지려는 순간이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아가씨, 잘 놀고 계셨어요?”
“응!”
사기꾼 악마 놈이랑 아주아주 재밌게 놀고 있었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쟬 만나면 꼭 머리를 땅에 심어줘야겠다고 결심했지 뭐야?
“짐을 거의 다 챙겨서요. 혹시 따로 가져가고 싶은 게 있으신가 여쭤보려구요.”
아! 당연히 있다!
“이거!”
나는 햄찌를 착 들어 올렸다.
“햄찌랑 같이 갈 거야!”
“어머, 이 인형이랑요?”
안나가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석과 비단으로 만든 수많은 인형 중에서 왜 별 장식 없는 솜인형을 골랐는지 궁금한 얼굴 이었다.
“웅, 안나랑 낸시랑 로라랑 틸다가 나한테 선물해준 거잖아! 엄청엄청 소중해!”
“아가씨……!”
초롱초롱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언니들이 와락 내게 달려들었다.
뺨을 부비부비 당하고 꽉 끌어안기고 아주 난리가 났다.
이게 귀찮을 법도 한데.
“히히.”
나는 웃음이 나왔다.
아빠는 나한테 ‘안돼! 때찌때찌! 유괴범!’ 하라고 했지만, 알 게 뭔가.
나는 언니들이 날 이렇게 귀여워 해주는 게 좋은걸!
전생까지 통틀어 여태 이렇게 사랑받은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귀염받는 거 정말 좋다.
짜릿해.
늘 새로워.
귀여운 게 최고야!
언니들이랑 한참을 꺄르르 치대다가 겨우 진정했다.
“그럼 이것만 챙기면 돼요?”
“응!”
일주일 후, 우리는 제도를 떠나 파에라톤 공작령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걸 위해 며칠 전부터 짐 싸느라 다들 분주했다.
“근데 왜 영지로 가는 거야? 보통 제도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아?”
아빠는 제도에서의 볼 일이 다 끝났으니 당장 영지로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영웅이 개선식을 빠질 순 없었다.
그래서 닷새 후 있을 개선식만 참석하고 영지로 출발할 거다.
“각하께서는 음, 사람들이 많은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셔서요.”
“그렇구나. 타렌카 후작은 절대 영지에 가지 않아서 다들 그러는 줄 알았어.”
영지를 다스리는 사람이 그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타렌카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니까요. 딱히 영지에 갈 필요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았겠죠.”
안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영주가 영지를 돌보지 않을 특수한 상황이 대체 뭘까?
“아, 그러고 보니 들으셨어요? 타렌카 후작이요.”
낸시가 소리를 낮춰 속닥거렸다.
“작위를 뺏기고 평민이 됐대요!”
헉?
진짜로 놀랐다.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해? 아무리 그래도 후작가의 가주인데 ……. 후작의 가신이 반란이라도 일으킨 거야?”
무섭다. K-로판의 세계!
“아, 원래 타렌카 후작은 가주라기보단 가주 대행 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선대 후작께서 칩거하시며 임시로 물려주신 거라……. 후작이 접근하지 못하는 재산이나 기밀이 많았대요.”
“그래서 더 인정받으려고 여기저기 사업을 벌였다고 하던데, 결국엔 사기라니.”
언니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랬구나.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후작이 작위를 박탈당하고 평민이 되었다니.
‘쌤통이다, 메롱!’
“그럼 후작 부인이랑 클라티에는 어떻게 돼?”
“후작 부인은 이혼 소송 중이에요. 딸인 영애를 데려가려고는 하는데…….”
“클라티에가 원하지 않는구나.”
“자작 영애 따윈 절대 될 수 없대요.”
우와아.
걔도 참 대단해.
“그럼 어떻게 하려고? 엄마를 안 따라가도 아빠가 작위를 잃었는데…….”
“조부인 선대 후작님께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중인가 봐요.”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별 이야기가 다 도네.”
“후후, 고용인들의 커넥션은 무궁무진하답니다!”
낸시가 자랑스레 말했다.
“아, 하지만 아가씨나 파에라톤 공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퍼트리지 않으니까요! 절대로!”
오오, 충성심 높은 하녀!
로판의 필수 캐릭터인데!
“아가씨를 우리가 독점해야 하니까.”
아, 그런 이유였어?
낸시가 내 뺨을 쪼물락거리는 걸 그냥 내버려 두며 물었다.
“공작령은 어떤 곳이야?”
“아주 추운 곳이에요. 북부에 있으니까.”
“북부?!”
“네, 겨울이라 많이 추울 거예요.”
헐, 북부라니!
그럼 우리 아빠一.
‘북부 대공이야?!’
대박, 대박.
로판 남주의 정석!
나는 차가운 북부의 대공. 그러나 내 여자…… 아니, 내 딸에겐 따뜻하겠지.
‘크으……!’
“참, 영지에 가면 도련님들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오빠들?”
그러고 보니 그 악마 놈이 잘생긴 오빠를 약속했지!
……그간 고생했던 거 생각하면 믿어도 되나 싶지만.
‘잘생긴 울 아빠를 생각해서 속는 척 믿어볼까?’
자라나는 북부 대공 새싹들!
나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물었다.
“오빠들은 어떤 사람이야?”
“아…….”
“음…….”
“어…….”
아니, 언니들. 반응이 왜 그래?
나 불안해지게.
왜 내 시선을 피하는 거야?
아니지? 응?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