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0화(240/353)
☆ 제240화 ☆
장난감 취급이 좋은 거야?
‘생각해보면 시드는 예전부터 주인님, 주인님하며 내게 어필을……. ’
그런 취향이었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시드를 바라보다가 아차, 했다.
“듣자 듣자 하니 너무 하시네! 내가 사람을 막 장난감 취급할 정도로 성격이 더럽진 않거든요?”
에스테반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억울하다는 눈으로 시드를 바라보았지만…….
‘왜, 왜 너까지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나는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야 천사처럼 착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시선은 여전했다.
“……조금 성격이 더러운 면모도 있긴 하지만.”
에스테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긴 아는구나.”
“당연히 잘 알지. 자기 객관화를 얼마나 잘하는데.”
시드, 설마 그거 내 편 들어 준다고 하는 말이야?
너무하네, 진짜!
“네에, 사람을 장난감 취급하는 막돼먹은 제 의견은요. 둘 다 갖고 싶지 않으니 이만 꺼져주세요. 안 그러면 둘 다 떨이 상품으로 내놓을 거야!”
나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씩씩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 * *
그리고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정원에 아름답게 장식된 이층 파고라 위.
리리엘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심통을 내며 걸어가는 루아티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너무 황당하네요. 황자님들은 제멋대로에 저렇게 화만 내는 공녀가 어디가 좋다고 저런담?”
“그보다는 우리 성녀 예하야말로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만한데.”
“맞아요. 저는 전부터 예하야말로 차기 황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황후께서도 예하를 아끼신다지요?”
리리엘은 영애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작아져 가는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결 좋은 분홍빛 머리카락이 몽실몽실한 구름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확실히 둘밖에 없는 황자들의 사랑을 전부 받는다는 것은 이슈가 되는 일이야.’
단순히 인기가 많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모여든 영애들이 이렇게 재잘거리는 것 아니겠는가.
리리엘의 시선이 루아티샤에게서 떠나 시드리한에게 향했다.
‘……손쉬울 줄 알았는데.’
일부러 시드리한이 가장 어렵고 상처받았을 때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를 보듬어주고 치료해주고 보살펴주었다.
한데 대체 루아티샤가 어떤 마술을 쓴 건지, 시드리한의 시선은 루아티샤를 떠날 줄을 몰랐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에스테반 황자마저 저런 냉대를 받으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
리리엘이 뺨을 툭툭 두드렸다.
두 남자가 서둘러 루아티샤의 뒤를 따라가는 게 보였다.
“어머?”
“에스테반 황자님께서……!”
갑자기 넘어지는 에스테반 황자를 보고 영애들이 놀라 입을 가렸다.
리리엘은 피식 웃었다.
‘유치한 수를 쓰는군.’
다른 영애들은 못 봤지만, 리리엘은 에스테반 황자의 발밑에 순간적으로 얄팍한 얼음판이 생겨나는 걸 봤다.
‘어차피 루아티샤는 에스테반에게 관심도 없는데도 왜 굳이 저렇게까지 경계하는 거지?’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들켰다면 시드리한에게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래도 참을 수 없는 건가.’
루아티샤에게 접근하는 모든 사람을.
루아티샤의 앞에서는 말 잘 듣는 대형견처럼 온순한 척하고 있지만, 시드리한은 위험한 남자였다.
‘흐응, 그럴수록 끊어내고 싶어지는데.’
리리엘은 씨익 웃었다.
‘특히 저 못된 장난꾸러기한테도 네가 소중한 거 같으니 말이야.’
리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비아트랑제가 열리죠?”
“아, 맞아요. 예하께서는 제도에 오신 적이 없어서 처음 보시겠네요.”
리리엘이 미소 지었다.
“네, 그래서 그런지 아주 기대가 되네요.”
* * *
“괜찮다니까. 저리 가. 호위 장난감은 필요 없어.”
내 불퉁한 말에도 시드는 오히려 내 곁으로 더 바짝 다가왔다.
“나더러 뜻대로 안 돼서 더 갖고 싶은 장난감이라는데 반대로 행동해야지.”
“너까지 진짜 그럴래?”
양손을 허리에 얹고 짐짓 화를 내는 체하자 시드가 내 코를 톡 쳤다.
“다른 사람 앞에서 여기 주름 잡지 마.”
“왜?”
표정이 너무 이상한가?
“귀여우니까.”
“…….”
우욱.
“뭐래, 진짜. 소름 돋았어.”
내가 정색하자 시드가 웃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장난감 환불해야겠어. 완전 불량이잖아?”
나는 시드와 아웅다웅하며 정원을 걸었다.
바람이 선선하고 햇볕은 따뜻하고 풀냄새가 싱그럽다.
‘이상하다. 에스테반이랑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데 왜 재밌지?’
누가 들으면 ‘저런 대화가 재밌다고?’ 하면서 어이없어할 만한 이야기인데.
얼굴? 역시 얼굴인가?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다른 건 다 볼 필요 없고 무조건 잘생긴 남자랑 결혼해야 한대.”
“결혼하고 나서 속 썩이는 경우는 어쨌든 생기는데 남편이 잘생기면 나던 화도 가라앉는다고. 평소에도 행복하니 자동 복지랄까.”
전생에서 친구가 대단한 배우자 선정법이라도 알려주는 것처럼 떠들었던 게 생각났다.
‘별 소리를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꽤 신빙성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나저나 에스테반은 안 따라왔네. 웬일이지?’
내가 뒤를 힐끔거리자 시드리한이 내 시야를 막았다.
“신경 쓰여?”
그렇게 묻는 시드리한의 눈매가 살짝 묘했다.
“글세~?”
“루루.”
“그러는 너는?”
나는 시드의 가슴을 쿡 찔렀다.
“리리엘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괜히 조금 찔려서 나는 최대한 목소리에 신경 쓰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모르는 여자야.”
“모르는 여자?”
“응.”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드를 바라보았다.
“리리엘은 널 잘 아는 거 같던데.”
“날 스토킹했나 보지.”
“뭐?”
“걔가 날 알든 말든 나한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야. 아니, 상관있을 수도 있지.”
스르륵, 시드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렸다.
나는 흠칫 몸을 굳혔다.
그의 손가락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뜨거워서一.
단단히 내 손을 얽어 잡은 그가 느릿하게 내 손을 들어 올렸다.
붉은빛과 푸른 빛이 오묘하게 섞인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꿰뚫듯 응시했다.
“내 주인님을 짜증 나게 한다면.”
“…….”
시드가 내 손바닥에 자신의 입술을 묻었다.
“이렇게 묻는 거.”
그가 말을 할때마다 움직이는 입술에, 새어 나온 숨결에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나를 좋아해서야?”
시드의 물음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기가 막혔다.
애초에 내가 쉽게 리리엘을 족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이렇게 생고생하고 있는 게 다 누구 때문인데.
‘너 때문이라고, 너!’
이 바보야.
‘너 구하려고 소설 미친 듯이 소환해서 지금 0캐시라고! 나 완전 캐시 거지야!’
100캐시는 무슨, 50캐시도 없다.
시드가 마계에 있는 동안 나는 망할 악마 놈의 퀘스트를 전부 완료했다.
먹이를 노리는 들개처럼 퀘스트를 노려서 악마 놈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없어요! 없다구요!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가 일곱 개인데 뭔 퀘스트를 또 달래!]“일단 가서 족칠까? 아까 보니 웬 영애에게 집적대는 유부남이 보이던데. 저 새끼 패면 이거 사이다지? 그럼 캐시 줄래?”
[없어! 안 줘! 돌아가! 이 깡패야!]어쨌든 그 덕분에 나는 빠르게 제도 사교계를 장악할 수 있었지만.
‘내가 말이야! 응?’
캐시가 모일 때마다 영혼까지 싹싹 다 털어서 소설을 소환했다.
그런데도 게이트를 열 수 없어서 또 캐시 모으고, 소환하고, 모으고, 소환하고.
그 반복.
추출할 수 있는 능력 개수랑 보관할 수 있는 능력 개수도 한정적이라서, 쓰지도 않은 능력을 다 버려야 했다.
‘내 소중한 캐시가 전부 허공으로 날아갔다구!’
전생에서도 캐시 아까워서 클릭 실수조차 절대 하지 않던 내가……!
‘지금 15금 소설을 소환하지도 못하고 있어! 캐시가 없어서!’
억울하다.
‘만 15세가 된 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 내가 얼마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아직도 열여섯 살 생일날 열두 시 땡 치자마자 만 15세가 됐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볼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도 못 보는 이 마음을 알아? 이 고통을 아냐고!’
흑흑, 나도 15금 보고 싶다고. 나도 볼 줄 안다고.
내가 그간 벌어들인 캐시가 얼마였던가.
그 캐시를 다 합치면 15금 소설로 탑을 쌓고도 남았다!
그걸 다 날리다니.
이건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로판 독자라면 알 것이다.
이건 찐사랑이다, 진짜!
“몰라!”
나는 몸을 팩 돌렸다.
그리고 슬쩍 중얼거렸다.
“지금은 검은 머리카락의 그 남자가 더 마음에 드는 거 같기도 하고?”
“……!”
시드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벌어졌다.
흥, 쌤통이다.
“그러니까 누가 마음대로 나한테서 멀어지래?”
멋대로 나를 구하고, 멋대로 사라지고, 멋대로 희생하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마.”
“루루…….”
“다음에 또 그러면 이번엔 은발남이랑 놀아날 거야.”
“…….”
농담인 게 분명한데도 시드의 눈동자가 묘하게 어두워졌다.
그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내 손을 꽉 쥐었다.
그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거 혹시 저?] [저도 나름대로 보는 눈이 있어요. 선택권이 있다구요.]글자임에도 종알종알거리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대번에 정색했다.
‘내가 다시 태어나도 너는 절대 아니야.’
[너무해! 내가 어때서! 나도 잘 생겼다구요!]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나는 퉁퉁거리는 메시지창을 밀어냈다.
* * *
집에 도착한 나는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아가씨.”
아즐이 미소 지으며 나를 맞았다.
“고생했어, 아즐. 사람들 반응은 어때?”
“아가씨의 예상대로입니다.”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즐은 지금 귀족들과 기업가 그리고 각계의 명사들과 만나며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아직도 아즐이 칸도르 백작의 아들이라는 걸 몰라?”
“네. 전혀 모르던걸요.”
“지금은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아버지와 저는 닮지 않았으니까요.”
아즐이 멋쩍게 웃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날카로운 인상의 칸도르 백작.
외탁이라 청초하고 정결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아즐.
확실히 하나도 닮지 않았다.
거기다가 공식적으로 칸도르 백작은 미혼이다.
또, 겉모습으로는 아즐이 아들뻘도 아니니 쉽게 혼외자라고도 연결 짓지 못할 법도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비슷한데.”
내가 빤히 바라보며 말하자 아즐이 민망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제 눈에도 닮지 않았는걸요.”
“겉모습은 그렇지.”
나는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똑같아. 겉으로 보기에 아즐은 부드럽게 행동하고, 칸도르 백작은 딱딱하게 행동해서 다른 거 같지만一.”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툭툭 두드렸다.
아즐이 올린 보고서였다.
“결과는 완전히 똑같은걸.”
“……!”
“내가 아즐을 믿고 맡기는 이유지.”
씨익 웃자 아즐의 눈매가 일렁였다.
“아가一.”
“아가씨, 저는요?!”
거세게 열린 문이 벽과 쿵! 부딪쳤다.
디에르 자작이 전투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가씨의 첫 번째 종으로서! 아가씨께서 가장 신임하는 건 이 레디안 디에르죠?”
“일은?”
“당연히 처리했습니다. 아가씨께서 원하는 대로.”
디에르 자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툭 기댔다.
“앞으로 난리가 나겠네.”
“검은 황금의 가격이 인상되면 여기저기서 원성이 들끓겠지요.”
나는 씨익 웃었다.
“안수르가 내 것이라는 게 알려졌으니 그 원성이 나를 향하겠지?”
“처음에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디에르 자작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음흉하게 웃을 뿐.
“이미 판은 짜놨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디에르 자작. 그런데…….”
뒷말을 끌자 디에르 자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웃진 말자. 좀 악당 같아 보여.”
“아, 아가씨와 비슷하게 웃은 건데요!”
“아니지. 나는 그렇게 악당처럼 안 웃어.”
“아가씨가 방금 얼마나 음흉하게 웃었는데! 저는 그런 아가씨도 좋지만요!”
“무슨 소리! 우리 아빠가 내 웃음은 봄비 같다고 했어. 그치, 아즐? 디에르 자작이랑 내 웃음이 어디가 같아?”
아즐이 난감한 얼굴로 나와 디에르 자작을 번갈아 봤다.
그때였다.
“아가씨, 손님이 왔습니다.”
오르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오르카의 뒤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내 눈이 크게 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