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2화(242/353)
☆ 제242화 ☆
* * *
“대체 파에라톤 공녀는 무슨 생각인 거죠?”
“독점하고 있는 검은 황금의 가격을 올리다니!”
갑작스러운 유가 상승에 귀족들은 불만을 토해냈다.
이번 가격 상승으로 직격타를 입은 사람들이 단연 귀족들이나 부르주아 계층이라 더 그랬다.
일반 시민들 중에는 마도구를 많이 쓰는 가정이 드물었고, 쓰더라도 검은 황금보다 효율이 안 좋은 마나석을 쓰고 있었던 지라 그들에겐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신문 보도에서 연일 귀족들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내며 가격 상승에 대해 성토해도 시민들은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들이 적게나마 마도구를 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 바로 루아티샤였다.
예전에는 마나석이 비싸서 마도구를 사용할 엄두도 못 냈지만, 검은 황금의 등장으로 귀족을 비롯해 부유한 자들의 마나석 수요가 줄어들었다.
덕분에 마나석 가격은 낮아졌고 자연스레 시민들도 마도구를 하나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도구의 사용은 그야말로 실생활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검은 황금의 반사이익을 실감한 시민들은 안수르 상단에 호감이 컸다.
그런데 그 상단주가 파에라톤 공녀님이었다니!
“성녀님이 등장하셨다고 하지만 우리네들한테 여태 가장 도움 주시는 건 역시 파에라톤 공녀님이시지.”
“그런데 귀족들이 다시 마나석을 구매하면 어쩌지? 그럼 마나석 가격이 또 오를 텐데.”
“그런 걱정 말게나. 귀족님들이 쓰는 물건들은 마나석으로는 안 된대.”
“그래? 하하, 귀족님들이 모처럼 골탕 먹는 모습을 보겠구만.”
귀족들이 사용하는 사치품들은 성능이 좋을수록, 화려할수록 더 많은 마나를 필요로 했다. 이제 와서 효율이 낮은 마나석으로 대체할 수도 없었다.
“검은 황금이 없으면 정원에 불도 못 켠대요! 끔찍하지 않아요? 그렇게 가격을 갑자기 올리면 어떡하라고.”
카멜리아 포셰트는 옆에서 성토하는 영애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루아티샤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아무래도 할아버지께서는 루아티샤의 생각을 읽으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도통 모르겠다.
‘다들 루아티샤를 향해 원성과 원망을 쏟아내고 있어.’
카멜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파에라톤인 데다가 안수르 상단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거만해진 거죠.”
“맞아요. 좀 너무했죠. ……그런데.”
말을 살짝 끊은 영애가 새초롬한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검은 황금을 구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던데. 요즘 가문의 가세가 많이 기우셨나 봐요?”
“네?! 그,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어머, 그러셨구나. 저는 또. 혹시 힘든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저희는 검은 황금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해서. 우리 친분도 있는데 여차하면 융통해드릴 수도 있어요.”
영애가 부채를 살랑살랑 부치며 생긋 웃었다.
가격 인상은 누군가에게는 우월감을 심어주기 마련이다.
“포셰트 영애도 딱히 불만은 없으시죠?”
갑자기 자신에게 쏠린 질문에 카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 그렇지. 할아버지께서도 딱히 싫어하시지 않던데. 오히려一.”
재밌다는 듯 웃으셨다.
“그렇죠. 검은 황금의 가격의 두 배, 아니 세 배로 오른들 포셰트 후작가가 끄떡이나 할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영애가 은근하게 동질감을 어필했지만, 카멜리아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 사이에서 분위기가 두 갈래로 갈려 미묘하게 흘렀다.
그때였다.
“무슨 이야기 중이세요?”
“서, 성녀 예하.”
영애들이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직 카멜리아만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포, 포셰트 영애. 성녀 예하께 예를 표하셔야죠.”
“아직 즉위식도 치르지 않았잖아?”
“그래도…….”
“포셰트 영애의 말이 맞아요. 그리고 제가 즉위하더라도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굳이 어렵게 예를 차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한 친구’라는 말에 영애들이 기쁜 듯 미소 지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요?”
“그게, 검은 황금 가격이요. 이렇게 갑자기 두 배로 인상하다니 파에라톤 공녀가 너무한 거 아닌가요?”
“가격을 올리는 건 루루의 마음이에요. 그걸 강요할 순 없죠.”
그 말에 냉큼 일러바치던 영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리리엘이 미소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네요. 돈은 물론 중요하죠. 그래도 자신의 이익을 과도하게 챙기느라 남을 고통 주는 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말이 그 뜻이에요! 그런데 그걸 모르고 비싸봤자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영애가 힐끗 다른 영애를 보며 말했다.
아까 ‘여력이 충분해서 상관없다’던 영애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지만, 리리엘 앞에서 더 뭐라 하진 않았다.
소란스러운 가운데 카멜리아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반응이 안 좋은데 대체 루아티샤가 무슨 생각인지 너무 신경 쓰이고, 궁금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루아티샤는 자신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을 만들다니.
“그나저나 들으셨어요? 파에라톤 공녀가 집에 콕 박힌 채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 다들 집으로 찾아갔는데 제온 공자님이 갑자기 나오더니 살기를 내뿜었다잖아요.”
“원래도 제온 공자님은 무서운 분이지만, 그날은 뭐에 화가 났는지 정말 장난 아니었대요.”
“근데 그럼 파에라톤 공녀는 성녀 즉위식에도 안 오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안 오죠. 설마 오겠어요? 여태까지 공녀가 온갖 주목을 받았는데 그날은 성녀 예하께 모든 관심이 집중될 거 아녜요.”
그 말에 리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루루는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에 황궁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부터 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줬는걸요. 그러니 제 즉위식에 꼭 와줄 거예요.”
‘뭐?’
그 말에 잠자코 있던 카멜리아가 고개를 들어 리리엘을 바라보았다.
“역시 성녀 예하세요. 이러나저러나 파에라톤 공녀가 첫눈에 인정하는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그러고 보니 공녀가 인정한 사람 중에 포섭되지 않은 사람은 성녀 예하가 유일하지 않나요?”
“어쩌면 파에라톤 공녀에게 드디어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생겼네요.”
“라이벌은 무슨. 사기를 정화하시는 우리 성녀 예하와 파에라톤 공녀가 비교나 되나요?”
“다들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저와 루루는 그냥 서로 인정하는 관계일 뿐인데. 저번 경합이 있었긴 하지만, 우리는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에요. 저는 공녀님과 함께할 날을 꿈꾸고 있는걸요.”
웃는 리리엘을 보고 포셰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쁜 기지배.’
루아티샤는 항상 그렇다.
항상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다른 사람만 눈여겨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원하던 드레스도 루아티샤에게 뺏기고, 새벽 축제에서도 완패당했다.
커가면서 제도에서 작고 크게 부딪쳤지만, 카멜리아도 알았다.
루아티샤는 딱히 자신을 안중에 둔 적 없다는걸.
‘이번에는 내가 이겨야겠어.’
그러면 루아티샤도 자신을 달리 볼 것이다.
카멜리아가 홱 일어났다.
“포셰트 영애?”
리리엘이 깜짝 놀라 불렀지만, 카멜리아는 그녀를 노려봤다.
‘성녀가 뭐가 대단하다고.’
흥, 하고 코웃음을 친 카멜리아가 그대로 쌩하니 홀을 나갔다.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포셰트 영애는 조금 멋대로 행동하니까요. 파에라톤 공녀와 다른 의미로 제멋대로죠.”
“오늘 포셰트 영애를 부르라고 해서 의외였어요.”
“포셰트 후작가가 명문 세도가라고는 하지만, 포셰트 영애는 좀…….”
“그래요?”
리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 지었다.
“나는 포셰트 영애가 마음에 들던데.”
황금빛 눈동자에 씩씩거리면서 나가는 카멜리아의 뒷모습이 비쳤다.
‘뒷일은 생각 없이 저돌적으로 행동해서 루루를 곤란하게 할만한 사람은 흔치 않거든.’
리리엘은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정말 루루가 내 즉위식에 올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와서 자신과 비교되어서 초라 해지든.
아예 오지도 않아서 도량이 얕고 질투심이 많다고 비교당해 욕을 듣든.
‘어차피 결과는 하나니까.’
* * *
성녀 즉위식 당일.
중앙 대신전의 파르마나스 홀이 개방되었다.
몇백 년 만에 탄생한 성녀의 즉위식을 위해서였다.
대신전의 앞에 모여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으로 된 산과 바다를 보는 듯했다.
신앙심이 신실하지 않더라도, 이런 역사적인 이벤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비록 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즉위식을 마치고 나오는 성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들 혈안이었다.
‘정말 대단하네. 황제의 대관식에 버금갈 정도야.’
‘지난번 에스테반 황태자의 즉위식보다도 사람이 더 몰린 것 같은데?’
홀 안에 있는 귀족들은 바깥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성녀가 파르마나스 홀 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리리엘은 성녀의 예복을 입은 채 교황의 앞으로 나아갔다.
홀 안에 있는 신관들과 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을 흘렸다.
은빛 머리카락은 그 어떤 부정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은사와 금사로 수 놓은, 흠 하나 없는 새하얀 예복과 어우러진 리리엘은 그야말로 고결 그 자체였다.
성녀 즉위식의 절차는 예법에 따라 아주 까다로운 데다가 느리게 진행되었다.
걸음걸이 하나에 신의 뜻이 담겨있고, 물잔 한 그릇에 신의 눈물이 맺혀 있었으니.
지루할 법하건만 사람들은 리리엘의 모습에 압도되어 숨을 죽였다.
리리엘은 교황이 자신의 이마에 어린 양의 피를 바르는 것을 내버려 두며 슬쩍 주변을 살폈다.
‘오지 않았네.’
그 어디에도 루아티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루아티샤뿐만이 아니라, 파에라톤 공작가의 사람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파에라톤 공작가는 배분에 따라 분명 황제의 가까이에 자리했을 텐데 여기서 안 보이는 건 정말 안 온 거다.
‘……일그러지는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이제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힘이 차오르고 있어.’
자신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윽고 기나긴 절차가 끝났다.
리리엘은 미소 지으면서 홀에 깔린 붉은 주단 위를 걸었다.
이제 이곳에서 나가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된다.
‘이 모습이 인간들에게 직접 각인되면 영향력이 더 폭발적으로 오를 거야!’
이 성녀의 예복을 입은 모습은 날고 기는 루아티샤조차 흉내 내지 못할 테니.
‘결국 루아티샤, 너는 나한테 상대도 안 돼. 그간 고생 많았어.’
리리엘이 문 앞에 당도하자 닫혀 있던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리리엘은 우아한 걸음걸이로 그 문을 나섰다.
발코니 아래로 끝없이 보일 사람들을 위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하지만.
“……?”
발코니 아래의 광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가득하던 군중들은 보이지 않고 텅 빈 광장이 리리엘을 반겼다.
물론 사람들이 있긴 있었지만, 아까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등을 보인 채 신전 부지를 빠져나가는 무리가 보였다.
리리엘의 얼굴이 굳었다.
“이게 대체…….”
신음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 리리엘의 뒤로 홀 안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잖아?”
“성녀 예하를 보기 위해 기다렸던 거 아닌가?”
“근데 그냥 간 거야? 세상에…….”
파사의 힘을 지닌 성녀.
물론 대단하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성스럽고 대단해 보이던 사람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이렇게 되는 걸 보니…….
“성녀님 어떡해…….”
“너무 안 됐다…….”
“좀 애잔하다…….”
솔직히 성녀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 동정 어린 속삭임을 들으며 리리엘은 발코니의 난간을 꽉 쥐었다.
이런 짓을 벌일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새하얀 손등 위에 힘줄이 돋아났다.
‘네년이 기어이!’
나는 아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아빠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꾹 눌렀다.
“어릴 때랑 똑같구나.”
“저 완전 다 컸거든요?”
“그래, 그래.”
아빠가 슬쩍 미소 짓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파르마나스 홀 앞에 서 있던 수련 신관이 깜짝 놀라 아빠에게 고개를 숙였다.
“파, 파에라톤 공작 각하.”
설마 우리가 지금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하기야, 그럴 법했다.
즉위식 자체는 진작 끝났고 지금은 즉위식을 기념해서 파티가 열리는 와중이었다.
‘파티는 불참해도 즉위식에는 참석하는 게 보통이니까. 완전 반대지.’
거기다 지금은 파티가 시작한 지 한참 지난 시점.
등장하기엔 애매한 때였다.
‘하지만 원래 주인공은 늦게 등장하는 법이거든.’
나는 생긋 웃으며 수련 신관에게 말했다.
“일이 생겨서 늦었어. 그래도 리리의 성녀 즉위를 축하해주고 싶어서. 들어가도 되지?”
“무, 물론입니다, 공녀님. 영광입니다.”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수련 신관이 옆으로 비켜섰다.
‘리리엘은 전혀 영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기분 나쁘게 누굴 보고 얼굴을 붉혀.”
“꼴에 보는 눈은 있어서.”
“오늘이 아니었으면 저 새끼 족치는 건데.”
오빠들이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가뿐히 무시했다.
이윽고 굳게 닫힌 홀의 문이 열렸다.
‘자, 사이다 타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