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4화(244/353)
☆ 제244화 ☆
리리엘은 당혹스러웠다.
이 대답은 어떻게 생각해도 루아티샤에게 손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아티샤가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잘못된 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루아티샤의 표정은 당당했다.
‘대체 왜?’
루아티샤가 멍청한 것도 아니고, 이 대답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모를 리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 역시 당황했는지, 루아티샤에게 되물었다.
“마, 맞다고요?”
“그럼 일부러 군중들을 돌아가게끔 만든 거예요? 성녀 예하를 망신 주려고?”
루아티샤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닌데요?”
“아까는 맞다면서요!”
소리를 빽 지르는 상대를 보고 루아티샤는 눈살을 찌푸렸다.
루아티샤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완벽한 무시.
대신 나선 사람은 아레스였다.
“기억력이 나쁜 건가? 내 동생은 관련이 있냐는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그게 어떻게 일부러 사람들을 빼돌린 게 되지?”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면 이해력이 조금 떨어지네.”
“많이 떨어지지.”
아레스의 뒤로 이어지는 익시온과 제온의 말에 루아티샤는 슬쩍 오빠들을 돌아보았다.
“오빠들, 영애한테 실례야.”
타렌카 후작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손녀 말이 맞다. 아무리 사실이더라도 상대에게 실례되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지금 할아버지가 두 번 죽이고 있는데요?’
굳이 ‘아무리 사실’이라고 한 번 더 강조할 건 뭐람?
루아티샤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타렌카 후작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래서 나는 좋지만!’
루아티샤는 쭈구리가 된 아첨꾼1을 보며 히힛, 웃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럼 루루는 일부러 군중들을 유인한 게 아니야?”
“물론이지.”
그 말에 리리엘의 곁에 있던 영애들이 코웃음을 쳤다.
“하! 파에라톤 공녀, 우리가 모를 것 같나요?”
“공녀가 공짜로 검은 황금을 뿌려서 사람들이 몰려간 거잖아요!”
“그래놓고 일부러 유인한 게 아니다? 궁금하네요. 대체 어떻게 하면 의도치 않게 물건을 공짜로 뿌릴 수 있는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파르마나스 홀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가린 채 속닥거렸다.
“뭐야, 그럼 파에라톤 공녀가 검은 황금을 뿌려서 일부러 대관식을 망친 거야?”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다른 것도 아니고 성녀 대관식을…….”
“아까 정말 불쌍했는데.”
마지막 말에 리리엘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성녀는 존경받아야 하지 불쌍하면 안 됐다.
불쌍한 사람은 스스로 어떤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고, 남의 동정에 기대어야 하니까.
‘……나를 우러러볼 가장 큰 계기가 될 성녀 대관식에서 이런 이미지를 만들다니.’
지금 루아티샤가 비난을 사는 것과 별개로 확실히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리리엘의 측근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공녀님과 성녀님은 사이가 좋은 편 아니었나요?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고 속으로는 이런 뒷공작을 벌일 정도로 질투한 걸까요?”
“파에라톤 공녀는 항상 주목을 받았잖아요. 그게 다른 사람에게 뺏길 거 같으니 눈 돌아간 건가…….”
“에이, 설마.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사람들은 일단 고개를 저었지만 은연중 동조하는 기색이었다.
리리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때? 내가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한 줄은 몰랐지?’
아까 발코니 위에서 텅 빈 광장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군중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건 절대 우연일 리 없어.’
해서 리리엘은 발코니에서 돌아오자마자 측근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라고 명했다.
그 결과 알게 되었다.
‘네가 또 못된 장난을 쳤다는 걸 말이야.’
루아티샤가 검은 황금을 공짜로 뿌린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간 거였다.
검은 황금은 평민들은 평생 쓰지도 못할 물건이다.
검은 황금 하나면 마나석 스무 개를 대체할 수 있다.
평민들이 쓰는 마도구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몇 년간 마나석을 새로 사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성녀 대관식이라고 해도 몰려갈 수밖에 없겠지. 몇 년간의 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텐데.’
이걸 언제 터트려야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이었는데一.
‘가장 효과가 좋은 당일에 이렇게 딱 나타나 주다니.’
이보다 완벽한 무대가 또 있을까.
아까 워낙 당당하게 굴길래 걱정했는데 결국 이변은 없었다.
“공녀님, 성녀 대관식은 신전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의식입니다. 의도적으로 망치는 것은 신전에서도 좌시할 수 없습니다. 또, 성녀 예하는 신전의 비호를 받고 계신다는 점 명심하십시오.”
신관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리리엘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꾸며낸 채 루아티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루루, 이 말이 정말이야? 아니지?”
루아티샤는 고개를 느릿하게 모로 기울였다.
“신기하네.”
파라이바빛 눈동자가 분위기를 주도한 아첨꾼 1, 2, 3을 홅다가 리리엘에게 고정되었다.
“내가 검은 황금을 나눠줬다고 알고 있으면서 그 계기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게.”
“……계기?”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그 말은 하지 않는 건가?”
“……!”
의표를 찌르는 루아티샤의 말 한마디에 홀 안이 조용해졌다.
* * *
딱 말하기 좋은 분위기가 됐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며 입을 열었다.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와중에 사고 현장을 목격했어.”
“사고 현장?”
“마나석 폭발 사고였어. 사람들은 다치고, 상점가는 불타고, 난리도 아니었지.”
리리엘의 얼굴이 굳었다.
더 듣지 않아도 내가 어떤 말을 할지 감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내 입술은 멈추지 않을 거거든.
로판 독자의 짬에서 나온 언변을 맛 보아랏!
“오늘은 성녀 즉위식 날이야. 신전에서 길일 중의 길일을 골랐지. 만약 오늘 같은 날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난다면 사람들이 막 즉위한 성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히 여러 말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말 중 리리엘에게 좋을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으리라.
내게 경고했던 신관이 아차, 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공녀께서 뒤늦게 파티에만 온 게一.”
“맞아요. 이 사고가 더 크게 번지지 않도록 막느라 그랬어요. 가족들이 도움을 줬죠.”
“가, 감사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실례되는 말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신관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구라니까 그렇게까지 고마워하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원래부터 리리엘의 성녀 대관식 따위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폭발 사고를 수습한 것도 절대 리리엘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리리엘을 엿 먹이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나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말했다.
“사고를 수습하더라도 흉흉한 소문은 남기 마련이죠. 그 소문을 덮을 이슈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저는 사고 피해자들에게 검은 황금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죠. 리리를 위해서.”
“그런……. 역시 파에라톤 공녀님이십니다!”
신관이 감격한 얼굴을 했다.
‘야, 뒤 좀 돌아봐. 니네 성녀님 얼굴이 완전 썩어들어가고 계신다. 지금 널 노려보고 있는데?’
나야 재밌어 죽겠지만.
속마음과 달리 나는 진지하고 착실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내면 리리 보다 제가 더 주목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아, 확실히…….”
“이런 큰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 성녀는 화려한 홀에서 즉위식을 치르며 파티를 즐기기만 했다. 반면 파에라톤 공녀는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고, 본인과 상관없는 일에 보상까지 해줬다.”
얘들아, 똑똑히 들었지? 이거 잘 기억해야 한다?
나는 힐끔 주변을 돌아봤다.
과연 내 말에 표정이 변한 것이 보였다.
그걸 확인한 후에야 나는 말을 이었다.
“一라고 생각하면 리리에게 안 좋으니까 성녀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검은 황금을 배부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되면 검은 황금을 받은 사람들이 성녀 예하께도 고마워하겠군요. 본인이 세운 공까지 성녀님께 돌리다니……. 공녀님의 안에서 신의 은총을 발견합니다.”
음, 나야 좋은데 너 신관 짤리는 거 아닐까?
이렇게까지 반응해주니 이 눈새 신관이 걱정됐다.
“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그 자리에서 바로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검은 황금을 나눠주는 건 즉위식이 다 끝난 다음에 하겠다고 했어요. 혹시라도 즉위식에 피해를 끼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다고 사람들이 즉위식이 다 끝나고 난 다음 이동하겠는가?
언제 나눠주는 걸 멈출지 모르는데 미리 가서 대기 탈 생각하지.
‘다 이렇게 핑계 대려고 그렇게 말한 거야.’
“거기까지 세심하게 생각해주시다니……!”
나는 결심했다.
혹시라도 이 신관이 신전에서 쫓겨나면 차비라도 쥐여 주기로.
“그런데 그런 건 쏙 빼고 오해 살 만한 내용만 말하면서 나를 추궁하다니.”
나는 아첨꾼 1, 2, 3과 리리엘을 스윽 바라보며 말했다.
“의도가 느껴지네.”
입꼬리 한쪽을 슬쩍 올리자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한 성격하는 파에라톤의 피를 가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클라우디아가 부채를 쫙 펴며 타이밍 좋게 앞으로 나섰다.
“어머, 그럼 일부러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실을 짜깁기해서 오해 사도록 루루를 비난 한 거예요?”
“루루는 성녀 즉위식을 망치지 않기 위해 다방면에서 많이 배려해줬는데, 오히려 이걸 빌미로 루루를 공격하다니.”
“너무 충격적이다……. 이래서야 무서워서 사람 도울 수 있겠어? 본인의 공까지 성녀에게 돌렸는데 오히려 더 주목받으려고 나선 거라는 말까지 듣고.”
티리엘과 자스민이 양옆에서 거들었다.
‘역시 내 친구들!’
이런 순간 놓치지 않고 언플 하는 모습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나는 리리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리, 이 말이 정말이야? 아니지?”
아까 리리엘이 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말과 표정을 그대로 돌려주자 그녀의 뺨이 파들파들 떨렸다.
턱에 잔뜩 힘이 들어간 게 육안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어머어머.’
내가 그렇게 좋아?
날 보는 이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쳐다보다니.
부끄럽게.
‘근데 나는 너 같은 사기꾼은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런데 확실히 리리엘과 나는 이러나저러나 통하는 구석이 있나 보다.
굳이 말로 하지도 않았는데도 속으로 놀리고 있는 걸 알아챘는지, 리리엘이 열받고 약 올라 죽겠다는 기색이거든.
‘히힛!’
짜릿해!
* * *
“와……. 진짜 반전에 또 반전이네요.”
지켜보던 귀족들이 혀를 내둘렀다.
“일부러 즉위식이 다 끝난 다음에 주겠다고까지 말했는데도 사람들이 바로 광장을 나간 건 공녀님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대체 누가 자기 돈 풀어가며 성녀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하겠어요? 검은 황금을 그만큼 뿌리려면 큰 각오가 필요했을 텐데.”
“돈도 돈이고, 하셨던 행동도 오히려 과할 정도로 성녀를 생각해주셨죠.”
“아까 뭐라 그랬죠? 주목받는 걸 뺏길 거 같으니까 파에라톤 공녀의 눈이 돌아갔다고?”
“앞에선 친한 척하고 뒤에서 뒷공작을 펼친다고도 했죠.”
“기가 막혀서! 공녀님께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귀족들이 아첨꾼 1, 2, 3과 그들 틈에 섞여들었던 리리엘의 측근들을 흰 눈으로 바라보았다.
애초에 루아티샤가 파르마나스 홀에 등장했을 때부터 흐름은 루아티샤에게도 쏠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역공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손쉬운 일이었다.
또, 계산이 빠른 자들과 돌아가는 상황을 잘 읽는 사람들은 이미 이 이면에 감춰진 루아티샤의 의도를 읽었다.
‘검은 황금을 그냥 나눠줬다고?’
‘그럼 물량 부족 때문에 가격을 상승시킨 건 아니군.’
‘굳이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준 건…….’
그들의 눈동자가 빛났다.
‘선택하라는 뜻이야.’
사기를 정화해 추앙받는 성녀인가.
아니면 실리를 주는 파에라톤 공녀인가.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뻔하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루아티샤의 행동에 숨겨진 간접적인 의사를 읽을 정도의 사람들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타산적이었다.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해봤자 그들 손에 무엇이 떨어지겠는가.
평상시에 사기에 공격당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리리엘은 성녀로서 사기를 정화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따져가며 사기를 정화하는 순간, 성녀는 더 이상 성녀가 아니게 되니까.
반면 파에라톤 공녀는 어떤가.
좋은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더 많은 것이 손에 떨어진다.
“역시 공녀님이십니다. 오해를 살 수 있음에도 사람을 돕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의 명성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해주고, 공적인 자리에 나와 스스로를 뽐내기보다는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을 우선시하시다니.”
“괜히 그 오랜 시간 동안 사교계를 이끈 레이디가 아니시죠.”
“공녀님만큼 성녀라는 호칭에 걸맞는 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물론 성녀 예하를 생각하며 한 말이 아닙니다. 사기 정화는 대단하죠. 그만큼 파에라톤 공녀님의 행동이 훌륭했다는 뜻입니다.”
‘와, 진짜 잘 멕이네. 과연 정치인.’
루아티샤는 혀를 내둘렀다.
저 말은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한 것과 비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루아티샤의 행동이 대단하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말을 마친 사내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루아티샤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질 정도로 그늘 한 점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저런 얼굴로 이런 판을 짜고 그걸 성공시킨단 말이지.’
사내, 쇼르델칸 후작이 미소 지었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이미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후였다.
루아티샤는 리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빡쳐 보이네. 하지만 어쩌지?’
아직 내가 줄 엿이 더 남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