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7화(247/353)
☆ 제247화 ☆
나는 씩씩거리며 다시 돌림판을 눌렀다.
‘이번엔 떠라. 제발. 제발!’
[축하합니다!] [100캐시 당첨!]시♪!
당첨이라는 글자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악마 놈을 보니 살심이 솟구쳤다.
나는 베개를 집어 들고 그대로 돌림판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베개는 돌림판을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다.
악마 놈은 여전히 돌림판 안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아오, 빡쳐!”
저 면상을 한 대만 때리면 원이 없겠다!
“차라리 현질하게 해줘…….”
제국 최고의 부자면 뭐해!
오일 머니가 지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도 쓰질 못하는데!
“100캐시에 열 배를 줘도 좋으니까 제발 돈을 쓰게 해 줘…….”
지갑 전사로 거듭나게 해달라고!
[돈으로 다 해결하려는 황금만능주의는 현대 사회의 병폐입니다.] [인생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게 있기 마련입니다.] [이 기회에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ㅇ.〈]“아악!”
나는 참지 못하고 돌림판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노력은 무슨! 따지고 보면 이거 도박 아니냐고!”
도박으로 캐시 뽑으라는 놈이 장난하나!
생전 이모티콘 같은 거 쓰지도 않는 놈이 이럴 때만 쓰는 것도 빡쳤다.
‘……그냥 포기할까?’
나는 침대에 풀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왠지 오늘은 뽑아도 계속 100캐시만 나올 것 같았다.
[캐시 뽑기를 취소하시겠습니까?]“……아니.”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무조건 뽑고 만다!’
하, 이걸 시드가 알아야 하는데.
이 누나가 널 위해 그 많던 캐시를 다 쓴 것으로 모자라 이번에는 캐시를 뽑기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것을……!
이것이 바로 로판 독자의 참사랑이다.
[정말 시드리한이 아는 게 좋으세요?] [키스하려고 15금 소설 소환하는걸?]“키스하려고 소환하는 거 아니라니까! 리리엘을 족치기 위해서 우리 여주 언니의 능력이 필요한 것뿐이야!”
[예에……. 그러시겠죠.]하여간 이 악마 놈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그치만 역시 시드는 모르는 게 좋겠다.
내가 진짜 키스하려고 소설 소환하는 건 절대 아니구!
혹시 시드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다시 돌림판을 돌렸다.
[축하합니다!] [1000캐시 당첨!] [축하합니다!] [3000캐시 당첨!] [축하합니다!] [5000캐시 당첨!]“아싸!”
아까의 불운이 거짓말처럼 갑자기 나온 5000캐시에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힘들게 레벨 올려서 캐시 확률 보정까지 받고 있는데 두 번이나 100캐시 나왔으면 5000캐시도 나와줘야지.
‘총 9200캐시.’
완결까지 소환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추가 보상은 나중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그럼 이제 소설 소환해야지!”
[소환할 〈소설〉을 말씀해주십시오.]대망의 첫 15금 소설 소환!
소환하고 싶은 소설은 당연히 차고 넘쳤다.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만 15세가 된 날로부터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났다.
뭘 소환할지 고민할 시간은 많았다.
“〈5000골드 주면 키스해주는 공작〉! 캐시 되는 화수까지 전부!”
당당하게 외쳤는데 어째 눈앞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괜히 버럭 외쳤다.
“따악히 15금 보려고 소환하는 건 절대 아니야! 내가 이 여주 언니의 능력이 필요하다니까? 진짜루!”
[예에……. 뭐. 누가 뭐랬습니까?] [소설 〈5000골드 주면 키스해주는 공작〉을 소환합니다.]“…….”
제목 글씨가 작아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이겠지?
내가 부끄러워?
그런 거야?
* * *
‘어머, 어머!’
나는 소파에 드러누운 채 아키투스에 고개를 파묻었다.
‘우리 여주 언니 박력 넘친다. 어쩜……!’
여주 언니는 물론이고 남주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이래서 부부 침대가 무너져 내렸구나! 이러면 드래곤 뼈로 만든 침대도 못 버티지.’
그리고 우리 여주 언니랑 남주 오빠는 엄청난 집중력과 의지의 소유자였다.
침대가 무너져내려도 멈추지 않고……!
“어머머, 어머!”
내가 꺄르륵 꺄륵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때였다.
“아가씨?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깜짝 놀라 나는 아키투스를 홱 덮고 뒤로 숨겼다.
“아, 안나?”
“왜 그렇게 놀라세요? 혹시…….”
“노, 놀라긴! 아무도 없던 방에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서 그런 거지.”
“흐음.”
안나의 눈매가 가느스름해졌다.
나는 시선을 피하며 얼른 화제를 바꿨다.
“노, 노크 왜 안 하고 막 들어와? 나 이제 다 컸어. 개인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중요한데.”
사실 어려서부터 안나가 노크 안 하고 들어왔던 적은 없지만.
안나가 새침하게 튀어나온 내 뺨을 보고 쿡쿡 웃었다.
“그래요. 우리 아가씨 다 크셨죠. 비밀도 만드시고.”
“비밀은 무슨…….”
나는 아키투스를 더 깊숙이 숨겼다.
“노크했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어디 아프신 건 아닌가 했는데 괜찮으신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응…….”
나는 힐끔 안나를 바라보고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
“……딱히 안나한테 화난 건 아냐.”
“알아요. 그런데 답답하지 않으세요? 외출하신 다음에 옷도 갈아입지 않으시고.”
“괜찮아. 그냥 이대로도 편해. 그거 때문에 온 거야?”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나 좀 쉴게. 아무도 들이지 마.”
“알겠어요.”
안나가 묘한 웃음을 짓더니 방에서 나갔다.
‘……좀 창피한데.’
그래도 아주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단 말야!
침대가 부서진 후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구!
슬쩍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후 아키투스를 다시 꺼냈다.
흐름이 끊겼지만 곧장 집중할 수 있었다.
그야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우, 우와……. 누, 눈을 가리고……. 헉? 포도를 저렇게 나눠 먹을 수도 있구나……!’
분명 완결까지 현질하며 달렸던 건데도 다시 보니 또 달랐다.
볼 때마다 새로워!
짜릿해!
15금이 최고야!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루一.”
“들어오지 마!”
나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버럭 외쳤다.
방해하지 마!
지금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구!
남주가 체리 꼭지로 리본을 묶으며 여주 언니를 유혹 중이란 말야!
나는 서둘러 뒷장을 넘겼다.
* * *
“…….”
파에라톤 공작은 문을 연 그대로 우뚝 굳었다.
들어오지 말라니.
딸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들어오지도 말라니? 뭘 하고 있길래?”
타렌카 후작이 공작을 채근했다.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책? 편지가 아니라?”
“책이었습니다.”
“……다행이긴 한데. 내 딸은 웬 놈팡이의 편지를 받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방에서 나오질 않더라고. 연애편지도 아니고 사무적인 편지더만.”
“…….”
파에라톤 공작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 제온과 아레스, 익시온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뭐해요? 이 앞에 서서.”
익시온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레스가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방해하지 말라니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솜뭉치?”
“문 닫아!”
그 서슬에 아레스는 저도 모르게 문을 닫았다.
“솜뭉치가, 내 솜뭉치가…….”
“……대체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레스가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에게 물었지만, 두 사람이라고 알 리가 없었다.
제온은 외출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하염없이 방문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경제를 한 손으로 움직이거나 일인 군단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무력을 지녔으면 뭐 하는가.
막내의 ‘문 닫아!’ 한 마디에 문을 열지도 못하고 기다리는데.
다섯 남자는 시무룩한 얼굴로 막둥이의 방앞에 쭈루룩 쭈그려 앉았다.
* * *
며칠 후.
나는 수로 사업을 위해 황궁으로 출근했다.
황궁의 외궁 중 하나인 토르 멜란궁에는 치수 사업을 위한 관리국이 설치된 상태였다.
나는 올라온 결재 서류에 전부 사인한 후 기지개를 쭉 켰다.
유능한 황비가 이미 추려놓은 인선을 거의 그대로 승계했기 때문에 사업 규모에 비해 일이 수월하게 잘 풀리고 있었다.
내 어린 나이에 난색을 표하던 사람들도 내가 안수르의 상단주라는 걸 알자마자 태도를 바꿨다.
다들 능력 있고 사고가 유연한 사람들이라 다행이었다.
‘하긴, 그러니 황비 전하의 눈에 든 것이겠지만.’
나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회의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네. 그렇다면一.’
나는 가져온 아키투스를 꺼내 들었다.
어렸을 때, 아키투스 없이 급하게 능력을 뽑느라 고생한 적이 있었던 후로는 항상 들고 다니고 있었다.
‘막간을 이용한 즐거운 독서 시간!’
사실 그날 이미 소환한 부분의 끝까지 다 읽고 재탕까지 했는데 틈만 나면 생각이 났다.
몇 번을 읽어도 재밌단 말이야!
‘그냥 추가 보상까지 다 받아서 완결까지 사버려?’
추가 보상에서 캐시가 나와야 가능하겠지만.
아키투스를 펼치자마자 알림 창이 떠올랐다.
[특성 〈러시 앤 캐시〉를 사용해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안 한다고 했잖아.”
안 그래도 시드를 마계에서 데려오려고 애쓰느라 능력창이 꽉꽉 차 있었다.
능력을 하나 더 소환하면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하나 버려야 했다.
[절대 15금 때문이 아니라 능력 때문에 소환하시는 거라면서요?]앗.
악마 놈답지 않게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구, 굳이 능력을 소환하지 않아도 이 소설에는 교훈이 있어! 그 교훈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능력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야!”
[대체 어떤 교훈인데요?]“어, 음,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5000골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자! ……라거나?”
[…….]“아씨! 책 좀 보자! 뭘 그렇게 따져?”
나는 메시지창을 밀어내곤 책에 집중했다.
오늘도 우리 여주 언니는 숙련된 연애 스킬을 뽐내고 계셨다.
‘언니, 대체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키스하는 거죠?’
두고 봐.
다음에 시드 만나면 나도 아주 불꽃 같은 키스를 선보이겠어!
같이 포도도 먹을 거야!
한 송이 전부!
* * *
회의 시간이 되어 루아티샤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집무실을 나갔다.
텅 빈 집무실이 침묵에 잠긴 것도 잠시, 굳게 닫혀있던 문이 살짝 열렸다.
빼꼼.
동글동글 말린 붉은 머리가 보이고 그 다음에 아직 볼살이 통통한 얼굴이 드러났다.
카멜리아 포셰트는 조심스레 집무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흥!”
‘루아티샤는 내 라이벌이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같은 해 새벽 축제에 참가한 영애들 중에서 유일한 동갑이었고, 그 후로도 의상실에서, 보석상에서, 사교계에서 사사건 건 우열을 다투었다.
‘이제 와서 성녀 나부랭이가 끼어들 순 없다고.’
파사의 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성녀 따위를 라이벌로 인정한 루아티샤에게도 너무 실망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면 이제라도 달라지겠지.’
치수 사업을 방해할 생각은 당연히 없다.
잘못되면 사람들한테 피해가 갈 테니까.
‘내가 치수 사업 계획의 허점을 발견해서 멋지게 알려줄 거야!’
그러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루아티샤도 자신을 다시 볼 거다.
아니, 다시 볼 뿐인가?
‘루아티샤가 실수한 걸 잡아낸 거니 내가 이긴 거지!’
카멜리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집무 책상 위를 조사했다.
‘딱히 뭐가 없는데…….’
어려운 내용이라 봐도 모르겠다.
카멜리아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 눈에 익은 것을 발견했다.
‘이건…….’
루아티샤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들고 다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