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8화(248/353)
☆ 제248화 ☆
‘대체 뭐길래 몇 년 동안이나 들고 다니는 거지?’
카멜리아는 책장을 넘겨 봤다.
일기나 중요한 걸 기록한 노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인쇄된 글자가 나왔다.
‘좋아하는 책인가?’
아무리 좋아하는 책이라도 몇 년 동안 가지고 다닌다고?
그때였다.
바깥에서 뻐꾸기가 우는 소리가 났다.
카멜리아의 시선이 책상 위의 서류를 향했다가 다시 책으로 향했다.
‘에잇, 몰라!’
카멜리아는 치마 속에 책을 숨겼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 모퉁이를 돌자 황궁의 하인이 진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고생했어. 고마워.”
“아닙니다. 포셰트 영애.”
카멜리아가 품에서 금화를 꺼내 하인에게 주었다.
하인의 입매가 헤벌쭉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카멜리아에게 물었다.
“정말 공녀님의 치수 사업을 방해하려는 건 아니시죠?”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그러다간 제국민들까지 다 피해를 보는데. 그냥 잘하고 있나 살펴본 것뿐이야. 왜, 내가 대의도 모르고 망칠까 봐?”
“그, 그럴 리가요, 헤헤.”
“흥!”
카멜리아는 고개를 팩 돌리고 황궁을 나섰다.
* * *
잠시 후.
회의를 마친 루아티샤는 집무실로 돌아왔다.
오늘 회의는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만 좀 더 정리하고 나면 이르게 퇴근할 수 있을 듯했다.
“……응?”
자리에 앉으려던 루아티샤가 멈칫했다.
묘하게 집무 책상 위의 서류가 흐트러져 있었다.
‘사라진 서류도 없고 내용에 손을 댄 흔적도 없는데.’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찝찝했다.
루아티샤가 아주 깔끔하고 결벽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서류를 이렇게 보다 만 것처럼 펼쳐 놓진 않는다.
서류 관리는 중요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디에르 자작과 칸도르 백작과 일하느라 생긴 습관이었다.
‘치수 사업을 망치고 싶어 하는 자들은 많아.’
특히 황후쪽 귀족들은 더 그럴 것이다.
이번 사업이 실패하면 루아티샤는 황제는 물론 제국민의 신임까지 잃게 될 테니까.
루아티샤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집무실은 무려 황비가 직접 골라 꾸며준 곳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게 화려하기보다는 편안하고 단정하지만, 벽지부터 시작해 놓인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가 최고급이었다.
‘딱히 뭔가를 건드렸다거나 가져간 흔적은 없는데.’
그 순간, 무언가가 뇌리를 스쳤다.
‘설마.’
다른 사람들이라면 사업 서류를 노렸겠지만, 리리엘은 다르다.
사기와 사술을 다루는 만큼, 아키투스에 대해 알고 빼앗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루아티샤는 다급히 집무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없어……?”
서랍에 얌전히 놓여 있어야 할 아키투스가 사라졌다.
‘미친…….’
루아티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능력의 매개체이자, 앞으로 다 가을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열쇠.
그 열쇠를 누군가가 루아티샤에게서 앗아간 것이다.
게다가.
‘나 지금 다른 것도 아니고 15금 소설을 소환해놓고 있단 말이야……!’
루아티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 하필! 없어져도 이 타이밍에!’
제발 읽지 말아라.
제발 보지 마!
설마 리리엘 손에 들어갔으면 그 근엄하고 고결한 신관들이 함께 보는 거 아니야?
그 소설은 15금 치고도 가장 자극적인 건데一대망의 첫 15금 소설 소환이라 일부러 가장 강한 것으로 골랐다一 신관들이 충격에 쓰러지면 어쩌지?
신문에 나는 거 아니야?
신관들, 파에라톤 공녀가 즐겨 읽는 외설 소설을 보고 충격받아…….
‘으아, 쪽팔려서 죽을 거 같아…….’
끄응, 루아티샤가 책상 위로 허물어져 내렸다.
그런 그녀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
같은 시각, 포셰트 후작저.
카멜리아는 하녀들을 다물린 채 숨겨 왔던 아키투스를 꺼내 들었다.
두툼한 양장 표지를 넘기자, 고풍스럽게 꾸며진 문양과 함께 가운데에 화려한 글씨로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5000골드 주면 키스해주는 공작〉?”
무슨 문장인지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설마 소설 제목이야? 무슨 제목이 이래?”
카멜리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페이지를 넘겨 보았다.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따뜻한 숨결이 입가에 닿고, 이윽고 그의 입술이 벌어지며 혀가 내……. 혀어?”
카멜리아의 양 뺨이 화르륵 타올랐다.
탁!
카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책을 거칠게 덮고 집어던졌다.
아예 멀찍이 떨어져서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아키투스를 노려보았다.
“무, 무슨 내용이…….”
아무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카멜리아는 힐끔힐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슬그머니 아키투스를 다시 집어 들었다.
“흠흠, 내가 읽고 싶은 게 아니라, 루아티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야.”
할아버지가 그러셨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저얼대 궁금해서 펴보는 게 아니다.
책을 펼쳐 든 카멜리아의 침이 꼴깍 넘어갔다.
“아, 아니! 대, 대체 왜 혀가……. 혀가 어떻게……. 이게 진짜 되는 거야?”
카멜리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둘러 다음 페이지로 넘기니 그 중요하던 장면은 끝나고 시간이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어떻게 공작과 만나게 되는지 나왔다.
‘이,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데 나중에 가서는 아까 같은 그런 걸 한다구?’
믿기지 않았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여주인공이 갑자기 5000골드를 공작에게 뿌리고 있었다.
네놈이 바로 그 5000골드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이냐, 하면서.
‘계, 계약 결혼을 이런 식으로?’
공작은 자신을 돈에 팔라는 느낌을 받아서 불쾌했다.
하지만 바로 화를 내는 대신, 이 당돌한 여자를 당혹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一.
“……?”
카멜리아의 눈이 토끼처럼 댕그래졌다.
“이, 이, 이런 파렴치한……!”
남성이 여성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허리에 손을 대다니!
거기다가 이, 입술까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는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도가 지나쳤다!
“루, 루아티샤는 이런 소설을 몇 년째 소중히 품에 안고 다닌 거야?!”
루아티샤 파에라톤은 사교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레이디였다.
그런 사람이 뒤로는 이런 글을 읽다니!
그냥 읽기만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무 충격적이야!”
이렇게 음란하고 외설적인 내용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언제나 가지고 다니다니!
“루아티샤, 나는 항상 널 내 라이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런 걸 즐겨보다니……. 실망이야! 너무해! 넌 내 라이벌 자격 없어!”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카멜리아의 손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시선이 책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이 공작에게 말했다.
“입으로는 싫다고 말하지만 몸은 솔직하군.”
카멜리아는 순간 움찔했다.
자신이 지금 딱 그러고 있었다.
‘아, 아니야! 나는 그냥 확인하는 것뿐이라구! 절대 좋아서 읽는 게 아니야!’
그때, 노크와 함께 측근 하녀가 들어왔다.
“아가씨, 저녁 식사하셔야죠. 다들 기다리고 계세요.”
“안 먹어!”
“아, 안 드신다고요? 우리 아가씨께서 밥을?”
“안 먹는다니까? 나가!”
카멜리아는 책에서 시선을 들지도 않고 손을 홰홰 저었다.
그 모습에 하녀가 충격받고 방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문이 열렸다.
“멜리, 진짜 밥을 안 먹을 테냐? 황궁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늘 저녁은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인데.”
“그래, 디저트는 산딸기 콩피를 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란다. 좋아하지?”
“누나, 진짜 밥 안 먹어? 드디어 죽을병이라도 걸린 거야?”
우르르 몰려온 포셰트 일가가 걱정스럽게 카멜리아를 바라보았다.
“안 먹는다구! 나 중요한 일 있어! 방해하지 마!”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 루아티샤 파에라톤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이니까!
가족들의 얼굴이 걱정으로 일그러졌다.
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아이가 저녁을 굶는다니……!
포셰트 소후작 부인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딸아이에게 다가가다가 멈칫했다.
“자, 잠깐……. 멜리가 지금 밥을 안 먹는다고 하면서 채, 책을 읽고 있는데요?”
“……!”
며느리의 말에 포셰트 후작의 미간이 깊어졌다.
그는 오늘 황궁 외궁에서 집무를 보고 나오는 중, 토르멜란 궁에서 나오는 손녀딸을 발견 했었다.
그리고 지금 토르멜란 궁에는
‘루루가 일하고 있지.’
포셰트 후작은 자신의 손녀딸이 루아티샤를 다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감정의 밑에 깔린 게 어떤 것인지도.
‘아무래도 자극을 받았나 보군. 드디어 공부할 생각이 든 모양이야.’
“역시 루루다.”
포셰트 소후작과 소후작 부인은 곧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괜히 파에라톤 공녀겠는가.
“공녀의 영향을 받았나 보군요.”
“모처럼 독서를 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나갑시다.”
“밥은 이따 출출할 때 챙겨주도록 해라. 멜리가 먹고 싶어 하는 건 뭐든 다 줄 수 있도록 준비해놔.”
“예, 후작님.”
가족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카멜리아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공작이 자신을 떠나려는 여주인공에게 역으로 5000골드를 주고 있었다!
두근두근.
과연 어떻게 될까?
카멜리아는 긴장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끝……?”
새하얀 백지가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라고?”
카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여기서 끝일 수 있어!”
이런 중요한 장면에서!
거기다一.
‘왠지 붙잡는 게 성공하면 이전보다 훨씬 더 뜨거울 것만 같단 말이야.’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오해 속에서도 침대를 부쉈는데!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또 얼마나 난리일까?
이번엔 공작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공작이 장미 정원을 꾸민 이유가 뭐겠는가!
거사는 침대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아니면 공작이 5000골드를 주며 붙잡는 바람에 오해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어.’
더 오해하며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도 결코 놓지 못한 채 이렇고 저런 짓을……!
“어머머!”
카멜리아가 뜨거워진 뺨을 손으로 감쌌다.
‘……뒷권은 루아티샤에게 있을까?’
그야 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품에 끼고 다녔는데.
카멜리아는 쿠션 아래에 아키투스를 잘 숨긴 후 설렁줄을 당겼다.
측근 하녀가 환해진 얼굴로 방안에 들어왔다.
“아가씨, 배고프세요? 지금 바로 음식을 올려드릴게요! 아가씨께서 좋아하는 건 다 준비해놨어요!”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니야.”
“예?”
“루아티샤가 요즘 황궁에 언제, 언제 출근하는지 알아봐.”
“아가씨, 밥 준비해놨다니까요? 고기 있어요. 당근이랑 피망은 다 뺐어요. 안 드세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어서 알아봐봐!”
“네에……. 배고파지시면 바로 말씀하셔야 해요?”
하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을 나갔다.
문이 완전히 닫힌 후, 카멜리아는 쿠션 아래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첫 장을 펼쳤다.
절대 읽고 싶어서 또 읽는 게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라이벌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런 책을 가지고 있다고 루아티샤를 고발할 마음도 완전히 사라졌다.
“따, 딱히 뒷권이 궁금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카멜리아가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그냥 그런 식으로 이기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
이겨도 자신의 능력으로 이기고 싶다.
자신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루아티샤가 추문 때문에 추락하는 걸 두고 어떻게 이겼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루아티샤가 언제 출근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야.”
결코 뒷권을 가져올까, 하는 기대 때문이 아니다!
* * *
“큰일이군요.”
칸도르 백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이지. 아키투스를 가져가다니.”
그때, 아즐이 집무 책상의 서랍에서 손을 뗐다.
“어때?”
아즐이 고개를 저었다.
“정령술이 파훼되어 있진 않습니다.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고요. 물은 계속 흐르고 있어요.”
설마하니 내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아키투스처럼 중요한 물건을 막 두고 다니겠는가.
토르멜란 궁의 내 집무실 책상 서랍에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물이 흐르고 있다.
물그림자에 비치고 반사되어 서랍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아키투스를 보고 가져갔다고?”
그냥 인간의 정령술도 아니고 정령과 인간의 혼혈이 사용한 고차원 정령술이다.
건드리면 폭발한다거나 하는 함정은 없지만, 아키투스를 봤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아마 대단한 능력자일 겁니다.”
“그렇겠지.”
“가져간 사람은 누군지 파악하셨습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설렁줄을 당겼다.
그러자 집무실과 연결된 작은 방에서 시드가 나왔다.
덜덜 떨고 있는 황궁의 하인과 함께.
“사, 살려주십시오, 공녀님! 절대 아무것도 손을 대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서……. 그저 치수 사업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만 확인하신다고 하셨어요!”
“됐고, 누구인지나 말해.”
“포, 포셰트 영애십니다!”
그 외침에 디에르 자작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포셰트 영애? 의외군요. 저는 리리엘의 끄나풀일 줄 알았는데.”
“흐음, 리리엘이 몇 번 포셰트 영애를 초대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포셰트 영애가 리리엘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 건 아니야. 어려서부터 말썽꾸러기이긴 했지만 그럴 애는 아니거든. 그 애 성격엔 오히려 리리엘을 싫어했으면 싫어했지, 협력하진 않을걸.”
“그렇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정말로 카멜리아 포셰트가 아즐의 정령술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자라면一.”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지.
뒷말을 읽은 칸도르 백작이 미소를 지었다.
“공녀님껜 이미 계획이 있어 보이시는군요.”
“응, 맞아.”
그때, 디에르 자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묘하게 초조해 보이십니다.”
“어? 그, 그래?”
“혹시 아키투스에 포셰트 영애가 봐선 안될 내용이라도 있었나요?”
어…….
그, 그게 말이지…….
나는 디에르 자작의 시선을 피했다.
쪽팔려서 이걸 어떻게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