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4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49화(249/353)
☆ 제249화 ☆
* * *
칸도르 백작과 디에르 자작 그리고 아즐을 모두 내보내고 나자 집무실 안에는 시드와 나만 남았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 앉으며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시드.”
“정말 고마워?”
시드가 나른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윽…….’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쟤는 왜 시도 때도 없이 섹시 하담?
나는 괜히 말을 돌렸다.
“그런데 왜 안 물어봐?”
시드는 내 소중한 물건이 도둑맞았다는 것만 알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몰랐다.
범인을 찾는걸 도와줬으니 자세한 사정이 궁금하기도 할 텐데.
“네가 먼저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시드가 내 곁에 풀썩 앉았다.
좋은 향기.
맞닿은 어깨가 따뜻했다.
“나 기다리는 거 잘해, 주인님.”
시드가 나를 향해 슬쩍 웃었다. 하는 말과 달리 담백한 웃음이었다.
그게 또 괜히 설레서.
“뭐야.”
나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시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방안을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시간은 유독 느리게 흘렀다.
“……시드, 너라면 포셰트 영애를 어떻게 할 거 같아?”
“나라면? 글쎄一.”
뒷말을 길게 끌면서 시드가 눈을 내리깐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위험한 미소.
“나쁜 생각 중이지?”
“나쁜 생각이라니.”
“됐어. 말 안 해도 알겠다.”
“나한텐 너 외에 중요한 사람은 없어서.”
“치.”
시드가 웃었다.
나는 뾰로통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지만,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퀘스트창이 둥둥 떠 있었다.
〈도둑놈은 패야 제맛!〉
독자님!
이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 중요한 물건을 도둑맞을 수 있단 말입니까!
감히 로판 독자의 물건에 손을 댄 극악무도한 자는 당장 처단해야 합니다!
조져야 합니다!
족쳐야 합니다!
어서 사이다를 주세요!
– 조건: 〈아키투스〉 되찾기
– 보상: 2000캐시 뽑기권
아주 극단적으로 광분한 악마 녀석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그때, 시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기 싫은 거지?”
“싫다기보단…….”
만약 내가 이 일을 밝히면 포셰트 영애는 곧바로 매장될 것이다.
명문 포셰트 후작가의 영양으로서 누리는 지위가 있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사교계의 입지가 공고하지 못한 편이었다.
말하자면 적이 많달까.
다들 포셰트 후작가의 위상 때문에 면전에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포셰트 영애는 한 번 나를 도와줬던 적이 있어.”
내가 처음 제도에 올라와서 새벽 축제에 참가했을 때.
클라티에가 시험에 부정행위를 했다며 나를 모함했었다.
클라티에가 마련한 증인들과 증거가 활개를 치는 가운데.
‘포셰트 영애가 유일하게 나를 위해 입을 열었지.’
“본인은 도와준 지도 모른 채 도와준 거야.”
“…….”
“포셰트 영애와 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클라티에와 가까운 사이였어.”
하물며 포셰트 영애와 내 첫 만남은 최악인 편이었다.
그 애가 원하는 드레스가 내 것이었으니까.
“그때 다들 날 의심했어. 그 애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지. 그런데도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입을 열었어.”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흐음?”
“왜 그런 표정이야?”
“정작 중요할 때는 내가 원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일을 할 거 같아서.”
“…….”
시드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상관없어. 나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루아티샤.”
시드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배 째라는 듯 가슴을 내밀었다.
결국 우리는 마주 웃었다.
“하지만 굳이 포셰트 영애의 도움이 필요 없었잖아?”
“어떻게 알아? 넌 그때 자리에 없었잖아.”
“당연히 알지. 내 주인님을 아니까.”
“……이렇게 말하면 예상과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싶어지는데.”
“내 주인님이 심술쟁이인 것도 잘 알지.”
“치, 하지만 네 말이 맞아. 필요 없었지.”
처음부터 클라티에의 속셈을 눈치채고 역이용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모두 나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내 편을 들어주니까.”
나는 툭, 시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냥, 좋더라.”
그때 포세트 영애가 내 편을 들어주면 곤란해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날 위해 증언을 해주다가 셀란도 영애에게 면박을 듣지 않았나? 모르는 척하는 거냐며.
좋게 끝나서 다행이지, 내가 진짜 부정행위를 했다고 결론 났으면 포셰트 영애에게도 한참 뒷말이 따랐을 것이다.
그건 열 살 어린아이가 감당할 만한 게 아니었을 터.
“자신이 곤란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런 계산이나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겠지.”
포셰트 영애가 잘못했다.
솔직히 화도 났다.
사라진 아키투스를 보고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던가.
포셰트 영애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하지만.
“딱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주고 싶어.”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아무런 자국도 남기지 않고 엎지른 물을 닦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럼 그렇게 해.”
시드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건 나약한 결정이 아니야. 설령 포셰트가 한 번 준 기회를 차버린다고 해도, 네가 한 결정은 어리석고 답답한 게 아니야.”
아.
“그건 강인하고 용기 있는 결정이야.”
나는 시드가 정말 좋아.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시드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루루?”
“……바보.”
진짜 연애란 이런 거구나.
소설에서처럼 강렬하고 짜릿한 불꽃만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갈팡질팡한 내 생각을 말하고 그걸 잘 들어주고, 같이 생각해주는 거.
‘이거 엄청 좋은 거구나一.’
시드가 재차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게 뻔해서.
‘……근데 우리 연애하는 거 맞지?’
* * *
아키투스는 그 다음 날 바로 서랍에 얌전히 되돌아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표지를 보는 내 입가엔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퀘스트 〈잃어버린 성물을 찾아서〉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2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저는 되찾으면서 사이다를 펑펑 주기를 바랐는데요.]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하지만 뭐, 나도 독자님의 의견을 존중해줄게요.] [시드 녀석도 하는데 설마하니 내가 못 하겠어요?] [그치만 독자님이 이 일을 이렇게 끝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거 사이다를 달라는 압박이 아니라 그냥 나도 독자님을 잘 아니까 하는 말이에요.] [독자님을 존중해주지 않는 건 아니라구요.] [흥!]악마 녀석은 삐진 모양이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나도 이렇게 그냥 끝낼 생각은 없고.’
* * *
며칠 후, 야유회.
자스민이 내 팔짱을 끼며 속 삭였다.
“루루, 왜 자꾸 꼬리를 달고 다녀?”
“꼬리?”
“포셰트 영애 말이야. 몰랐어? 며칠 전부터 자꾸 네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데.”
“나도 알아.”
대답하며 나는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샤샥, 하며 붉은 머리카락이 나무 뒤로 쏙 들어갔다.
본인은 나름대로 몸을 숨기는 거겠지만一.
‘나무 사이로 비어져 나온 드레스 자락과 뱅글뱅글 돌아간 붉은 머리카락이 잘 보여도 너무 잘 보이는데.’
“대체 왜 저러는 거지?”
“글쎄? 내버려 두자.”
나는 자스민의 팔을 끌었다.
그런데 티리엘이 그 자리에서
멈춘 채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티리엘?”
“으, 응?”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멍하네.”
“아니야. 몸이 살짝 안 좋은가 봐.”
“좀 쉴래? 내가 주물러줄까?”
“아냐. 많이 아픈 것도 아니고.”
“아데르센 저로 몸에 좋은 거 몇 개 보내줄게.”
“루루우…….”
티리엘이 울상을 지으며 내게 푹 기댔다.
“그래, 그래.”
나는 티리엘의 등을 토닥여줬다.
‘아프니까 마음이 약해지나 보네.’
아픈데 이런 생각하긴 그렇지만, 좀 귀여워.
“빨리 나아서 뱃놀이 가자.”
“……응.”
* * *
그 후로도 어딜 가나 내 뒤에는 동글동글 말린 붉은 꼬리가 붙었다.
나는 토르멜란 궁의 모퉁이를 돌다가 빠르게 휙 몸을 돌렸다.
눈이 딱 마주치자 놀란 고양이의 꼬리가 펑 하는 것처럼 포셰트 영애가 펑 치솟았다.
“포셰트 영애.”
“으, 응?”
“나한테 할 말 있어?”
“없는데?”
“그럼 왜 따라다녀?”
“따, 따라다닌 적 없거든?!”
포셰트 영애가 새빨개진 얼굴로 버럭 소리 질렀다.
“그래? 그럼 됐고.”
나는 미련 없이 뒤를 돌았다.
그러자 아쉬운 표정이 된 포셰트 영애가 내 뒤를 쫄랑쫄랑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야?”
“그럼?”
“아니야…….”
꼬리가 축 처졌다.
내가 집무실로 들어가자 포셰트 영애가 문간에서 안절부절못했다.
“뭐해? 안 들어와?”
그 말에 포셰트 영애의 얼굴이 활짝 폈다.
하지만 이내 새침한 얼굴로 한마디 보탰다.
“미리 말해두는데, 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가는 게 아니야. 네가 들어와 달라고 한 거지.”
“그래, 그래.”
나는 손수 차를 우려 내주었다.
포셰트 영애는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이 동그래져서는 연거푸 더 마셨다.
“얼마 전에 여기서 도난 사건이 있었어.”
“켁! 콜록!”
포셰트 영애의 입에서 찻물이 튀었다.
“내가 아끼는 책이 사라졌다가 하루 만에 다시 돌아왔지 뭐야?”
“그, 그러면 도둑질이 아닌 거 아니야? 다시 돌아왔고. 후, 훔치려는 생각까지는 없었는지도……. 그냥 내용이 궁금해서 확인하고 싶었다거나…….”
이렇게까지 ‘내가 훔쳤어요’라고 티 내는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딨을까.
“하지만 없어졌던 건 사실이잖아.”
“그, 그건 그렇지.”
“내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놀랐는데.”
“그, 그랬어? 많이 속상했어?”
“응.”
포셰트 영애가 찻잔을 꼼지락꼼지락 만졌다.
“저, 저기…….”
입을 열었지만, 차마 더 말하지 않고 도로 다문다.
‘먼저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게 쉽진 않겠지.’
포셰트 영애는 아주아주 귀하게 자랐다.
사랑만 듬뿍 받고 귀하게 자란 공주님一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딱 걸맞는 성격이랄까?
포셰트 후작도 손녀의 성격이 제멋대로라는 것을 잘 알지만, 막상 손녀를 앞에 두면 크게 혼내질 못했다.
딱히 아랫사람에게 심하게 갑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패악을 부리는 것도 아니니 넘어간 것도 없잖아 있으리라.
‘……그냥 추궁할까? 먼저 죄를 고하긴 힘들어도 물어보면 결국 인정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포셰트 영애에게는 새로울 것이다.
‘……애초에 내가 사람을 가르치고 선도하려고 하는 것도 오만이고.’
고민하며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루아티샤 표정이 너무 안 좋아.’
책이 없어진 하루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나 보다.
‘하긴, 다른 것도 아니고 그런 책이면…….’
카멜리아는 찻잔을 매만졌다.
‘소, 속상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
일부러 그런 게 절대 아니다.
나와야 한다는 신호는 들리고, 마음은 급하고, 루아티샤가 자신 말고 리리엘을 더 신경 쓰는 게 화가 나서一.
“글쎄요? 루루가 포셰트 영애를 신경 쓰지 않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루루는 파에라톤 공녀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어요. 제가 살던 남부까지 위명이 들릴 정도였죠. 하지만 영애는요?”
“영애는 루루에게 무언가를 보여준 적이 없잖아요.”
“혹시 알아요? 이번 치수 사업에서 루루가 놓치고 있는 걸 알려주면 영애를 다시 보게 될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실수를 발견해서 지적하고 결과적으로는 힘을 합쳐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거. 딱 라이벌이 하는 거잖아요?”
‘그냥, 그냥 나를 다시 봐줬으면 했어.’
그게 루아티샤에게 상처를 줄지는 몰랐다.
‘하지만 훔친 거야.’
언제나처럼 루아티샤의 말이 맞다.
다시 돌려놓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은 루아티샤의 물건을 훔쳤다.
그건 절대 라이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적이 할 짓이지.
“포셰一.”
“루이티샤!”
카멜리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미, 미안해! 사실, 사실은……. 그거, 나야!”
루아티샤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카멜리아는 차마 그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내용 봤어?”
“아니힉?!”
카멜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너무 놀라 삑사리가 났다.
“안 봤어! 아무것도 읽지 않았어! 나는 절대, 절대 안 읽었어!”
“그래, 그렇구나.”
힐끔힐끔.
카멜리아는 루아티샤의 눈치를 봤다.
그때, 루아티샤가 입을 열었다.
“입으로는 싫다고 말하지만.”
“몸은 솔직하군.”
아차!
카멜리아가 뒤늦게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