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5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50화(250/353)
☆ 제250화 ☆
“흐응, 안 봤다고?”
루아티샤가 ‘잡았다, 요놈‘!’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 그게 그냥 소설인 줄 알고 아주 살짝, 앞부분만 조금 봤어. 지, 진짜야.”
저 대사는 극초반부에 나오는 게 아니었지만, 루아티샤는 더 추궁하지 않았다.
다만 짧게 물었다.
“뒷내용. 궁금해?”
“벼, 별로…….”
카멜리아는 답지 않게 어물어물하며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궁금해.”
루아티샤는 내심 놀랐다.
그 말괄량이 카멜리아가 저렇게 얌전히 대답하다니.
‘엄청나잖아! 15금 로판의 힘!’
루아티샤는 내심 감탄하며 설렁줄을 당겼다.
곁방에 있던 아즐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루아티샤는 아즐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여는 것을 보며 카멜리아에게 물었다.
“여기 안에 뭐가 보여?”
“응? 티타임 세트잖아. 플레이트랑 은식기랑 다구.”
카멜리아는 왜 이런 거를 묻냐는 듯 어리둥절한 눈으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는 미간을 찌푸렸다.
‘보인다고?’
“아즐.”
“영애께 정령의 기운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시드처럼?”
“시드리한 황자님 정도까지는 절대 안 되겠죠. 황자님은 이능을 무려 둘이나 타고난 데다가 본래라면 존재하지 않는 이능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능은 있다는 거지.”
“예, 하지만 이능은 핏줄의 영향이 짙은데……. 포셰트 후작가는 분명 명문이지만, 이능의 피는一.”
이능을 타고 나는 사람 자체가 극히 드물지만, 보통 두 가지 경우에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전투 민족 출신의 노예.
혹은 이전부터 특별한 힘을 지닌 가문의 출신.
“포셰트 영애의 모친이 아르델라의 공주셔.”
“아, 그렇다면! 어느 나라든 황가와 왕실에는 이능의 힘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말을 하는 아즐과 루아티샤를 보고 카멜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포셰트 영애, 이 다음을 읽고 싶지?”
“그야! ……응.”
“그러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래? 그럼 나도 뒷권을一.”
“부탁이라고?”
카멜리아가 루아티샤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상기된 얼굴.
루아티샤는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가, 나한테 부탁을?”
“그래.”
카멜리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더니 새침하게 고개를 팩 돌렸다.
“조, 좋아! 네가 나한테 부탁씩이나 한다는데, 내가 들어줄게!”
[축하합니다!] [미각성 이능력자를 발굴해냈습니다!] [미각성 이능력자가 독자님께 충성을 보입니다!] [이능력 각성 시,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쉽잖아.’
쉬워도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어쨌거나 나한텐 좋지만.’
“그럼 다음 약속은 내가 포셰트 저로 연락을 넣을게. 그때 나와.”
“나한테 편지를 보낸다고? 우리 할아버지한테가 아니라?”
“응.”
“알았어! 말해두지만 딱히 기쁜 건 아냐. 절대 손꼽아 기다리지도 않을 거고!”
“그래.”
카멜리아가 가슴을 활짝 펴고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집무실을 나서기 전, 문고리를 잡은 카멜리아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루아티샤.”
가방 안을 들여다보던 루아티샤가 고개를 들었다.
“저기, 아직도 화가 났어? 진짜로 곤란하게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 아니, 내가 여기 몰래 온 것부터 널 곤란하게 했겠지. 그치만 나는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어. 그냥, 그냥一.”
카멜리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루아티샤는 잠시 카멜리아를 바라보았다.
이 자존심 센 말괄량이가 이렇게 먼저 인정하고 재차 사과할 줄은 몰랐다.
동갑이지만, 어쩐지 어느새 훌쩍 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본 것만 같은 느낌은 왤까.
“용서해줄게.”
그 말에 카멜리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진심으로 사과했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고, 나도 엄청나게 곤란해진 것도 아니었으니까.”
긴장과 초조함으로 굳어있던 카멜리아의 얼굴이 그제야 풀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방을 나가진 않고 우물쭈물하며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는 미소 지었다.
“카멜리아.”
“어, 어?”
이름을 부르자 카멜리아가 깜짝 놀랐다.
“그냥 다음에 또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웃으면서 치킨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
“뭐?”
“그러면 친구가 되는 데에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야.”
“그 말은一. 내가 네 친구라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카멜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후다닥 다가오더니 루아티샤의 손을 꽉 붙잡았다.
“나, 나도 루아티샤의 친구로서, 그런 야한 책을 소중한 보물로 삼고 있다는 거 말 안 할게! 절대, 절대!”
뭐?
“다음에 봐!”
카멜리아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붕붕 흔들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야.
야!
문이 쾅, 닫히고 집무실 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루아티샤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아, 아가씨?”
당황한 아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루아티샤는 차마 옆을 돌아보지 못했다.
“괘, 괜찮아요, 아가씨! 지금은 호기심이 많을 나이시니까…….”
아니, 그렇게 이해해주는 게 더 창피하거든?!
흑흑, 쪽팔려!
* * *
“루아티샤가 나한테 부탁을 했어. 이거 루아티샤가 나를 인정한다는 거지?”
“그러네.”
“그리고 나를 치, 친구라고 생각한대.”
“잘됐네, 멜리.”
포셰트 소후작 부인이 웃으며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파에라톤 공녀를 처음 만난 날부터 친구가 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더니.
몇 년 만의 소원성취인지.
“흐, 흥. 어쩔 수 없지. 루, 루루가 내 친구가 되고 싶어 하니까 내가 해주는 거야.”
‘루루’라고 말할 때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새빨갛게 익은 걸 보니 귀여웠다.
“그래, 그래. 좋겠네.”
“……나도 잘할 거야. 내가 잘못했는데도 루루는 나를 용서 해줬고.”
흠칫.
찻잔을 쥔 포셰트 소후작 부인의 손이 떨렸다.
“지금 뭐라고?”
“응? 루루한테 잘할 거라고.”
“그거 말고, 그 다음에 한 말.”
“내가 잘못했는데 루루가一.”
벌떡!
“자, 잘못을 했다고?”
세상에!
우리 딸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다니!
제 딸이 어떤 아이인가.
어렸을때 할아버지 수염을 홀랑 다 태워놓고도 자긴 잘못 한 게 하나도 없다며 뚱하게 서 있던 아이 아니던가!
“나, 남편에게 연락을 넣어라!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고!”
“예, 작은 마님!”
“아버님께도 알려!”
어찌나 흥분했는지 소후작 부인은 항상 나긋하던 태도를 벗어던지고 우렁차게 외쳤다.
‘루아티샤 그 아이가……!’
친구 따라 제도 간다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 * *
비아트랑제.
새벽 축제가 없는 해에 황궁에서 열흘 밤낮으로 열리는 연회로, 제국의 귀족들은 물론 외국의 사절단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연회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올해 비아트랑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날이었다.
“황후 폐하께서 금족령을 풀고 나오셔서 참여하는 첫 연회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비아트랑제는 예년보다 훨씬 화려하고 호화로울 거라고 해요.”
“황후께서 이를 악물고 준비하셨다고.”
나는 눈을 감은 채 하녀 언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후, 우리 아가씨를 빛내줄 무대로는 손색없겠네요.”
“어차피 비아트랑제에서 가장 빛나는 건 우리 아가씨일 테니까요!”
“다들 나를 너무 띄워주는 거 아니야?”
나는 픽 웃으며 눈을 떴다.
거울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쁜 아가씨가 서 있었다.
“아가씨 말씀대로 일부러 하얀색은 다 피했어요.”
“잘했어.”
살짝 붙는 검은 드레스는 어깨선까지 깨끗하게 드러나 있었다.
뒤를 돌자 훤히 드러난 매끈 한 등이 보였다.
‘틸다의 마사지가 빛을 발하네.’
“왜 아가씨가 흰색을 피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우리 아가씨는 이런 검은 드레스도 찰빵처럼 잘 어울리지만, 성녀 때문에 흰 드레스를 피하시다니.”
속상해하는 언니들을 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피하는 게 아니야.”
나는 거울에 비친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블랙과 핑크의 조합이 꽤 잘 어울렸다.
“그저 차이를 알려줄 뿐이지.”
* * *
가위바위보의 승리자는 우리 아빠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가 동체 시력을 이용해 수를 쓴 거 같지만.’
그래서 나는 아빠의 에스코트를 받아 연회 홀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한 걸음 뒤에는 오빠들과 할아버지가 함께였다.
과연 황후가 사력을 다해 꾸민 만큼 홀 안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드는 어디 있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는 어렵지 않게 시드의 모습을 발견했다.
반갑게 다가가려는데一.
‘……리리엘?’
시드의 곁에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리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시드가 리리엘의 팔을 붙잡고 홀을 빠져나갔다.
“루루?”
“아빠, 저 잠깐 레이디스 룸에 다녀올게요.”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지도 않고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왜 둘이…….’
괜찮아.
시드는 리리엘과 아무 사이도 아니랬는걸.
하지만 “시드!”하고 친밀하게 부르며 환하게 웃던 리리엘의 얼굴이 떠올랐다.
홀을 빠져나가 모퉁이를 돌자, 회랑과 연결된 사각 정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벽에 붙어 모습을 숨겼다.
시드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지만, 리리엘의 얼굴은 잘 보였다.
“정말 다 잊은 거야, 시드?”
리리엘이 처연하고 가련한 얼굴로 시드를 올려다봤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우리 둘만의 추억을 전부 다 지워버린 거야? 나에게는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새하얀 리리엘의 손이 시드의 팔과 등을 감쌌다.
“시드…….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
심장이 뛰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내가 그대로 두 사람 사이로 뛰쳐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루아티샤?”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라파엘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젓곤 라파엘에게로 다가갔다.
“연회장으로 가자.”
* * *
탁!
거칠게 밀려난 리리엘이 낮게 신음했다.
시드리한이 불쾌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추억? 그렇게 부를 만한 게 너와 내 사이에 있었던가?”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싸늘한 말.
“너무해…….”
리리엘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어때, 루아티샤?’
상처 받은 얼굴로 몸을 돌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했다.
루아티샤는 어떤 일에도 동요 하지 않는다.
단단히 뿌리를 내린 건강한 사람이 흔히 그러듯 상처받고 감정에 매몰되기보다는 해결책부터 모색한다.
‘하지만 가족들을 건드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리고 가족들 외에 단 한 사람一.’
리리엘이 시드리한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시드리한, 너도.’
리리엘이 천천히 일어났다.
“시드, 나한테 이렇게 말해도 될까?”
시드리한은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하지만.
“네게는 루루가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있잖아.”
시드리한의 걸음이 우뚝 멎었다.
그가 느릿하게 뒤를 돌았다.
“……뭐라고?”
빙고.
리리엘이 짙게 미소 지었다.
“나,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사기를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
성녀라는 명함은 참으로 유리했다.
“나, 알고 있었어. 너를 처음 만난 날부터.”
“……!”
시드리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리리엘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매만졌다.
“자아, 시드.”
다정하게, 부드럽게.
“이제 나와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어?”
* * *
내가 연회장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시드와 리리엘은 돌아오지 않았다.
“와, 공녀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평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시네요.”
“나중에 제게 함께 춤을 출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사람들이 몰려와서 내게 말을 걸었지만, 신경 쓰여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시드리한 황자님이 오셨어요. 역시 오늘도 빛이 나시네요!”
“어머? 성녀 예하와 함께 계시는데요? 설마 황자 전하께서 예하를 에스코트하신 건가?”
“와, 정말 그림 같은 한 쌍이라는 말이 어울리네요.”
시드리한 곁에 선 리리엘이 수줍게 미소 짓고 있었다.
‘왜…….’
그때, 리리엘이 고개를 돌렸다.
황금빛 눈동자와 내 눈이 마주치는 순간, 리리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