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5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53화(253/353)
☆ 제253화 ☆
“아, 아빠?!”
놀라서 얼른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얼굴에서 진주 같은 눈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투명한 루비처럼 반짝였다.
아빠는 한참 내 얼굴을 구석구석 눈에 담더니 나를 푹 끌어안았다.
“왜, 왜 그러세요…….”
걱정됐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우리 아빠는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눈물을 보이다니.
뭔가 큰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건강이 안 좋다거나…….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빠가 나를 안은 손에 힘을 주며 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익숙하고 편안한 아빠 품에 나는 더 불안해졌다.
나를 붙잡은 아빠의 손이 잘 게 떨리고 있어서 더더욱.
‘나는 엄마 품도 모르고 아빠밖에 없단 말이야…….’
만약 이 품을 잃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그 순간, 평소와 달리 살짝 갈라진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우리 딸은 아빠랑 평생 같이 살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예?
지금 뭐라고요?
“아빠는 루루랑 평생 함께 살 생각이었는데.”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는 황당함에 고개를 빼고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의 눈가는 여전히 물기에 젖어 있었다.
“매년 돌아가면서 살려고 성도 여러 채 사뒀는데.”
진심인가?
나는 설마, 하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빠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과 서운함과 배신감과 속상함이 가득했다.
‘아니, 무, 물론 내가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그야 어릴 때는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하잖아!
“깜짝아! 나는 아빠가 주, 주, 죽…… 병에라도 걸린 줄 알았잖아요!”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아빠에게 따졌다.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울겠어.”
“고작해야 죽을병 걸렸다고 눈물을 보이다니.”
적어도 딸내미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우는 것보다는 훨씬 말이 돼!
나는 홱 뒤를 돌아 익시온과 아레스를 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죽으면 막내를 못 보잖아.”
조용히 읊조리는 제온의 말에 아레스와 익시온이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납득하지 말아줄래?
“그러면 울 수도 있겠네.”
익시온이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아레스가 내게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 내 동생.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체 뭘 알아서 하겠다는 거지?
“우리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 평생 함께 살 수 있을 거야. 행복하게.”
아레스가 사르르 웃었다.
익시온이 옆에서 거들었다.
“어쨌든 절대 안 돼. 넌 너무 작고 어려.”
“나 다 컸어!”
“밤톨만한 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잘 들어, 내 동생. 남자는 다 짐승이야. 말도 안 통하고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지.”
“……오빠들은? 오빠들도 남자잖아.”
“우린 다르지.”
익시온이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폈다.
너무 당당하게 저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었다.
“내 동생이 원하면 오늘부터 언니가 되어줄게.”
“난 막내가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어.”
제온이 내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냥 나도 연애쯤은 한 번 해볼 수 있는 거잖아.
“해볼 수 있다니. 그날 그런 일을 겪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손만 슬쩍 잡아도 화딱지가 나고 아까워 죽겠구만. 감히 그 자식이! 가족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도! 널 붙잡고 주둥이를 들이밀어선……!”
익시온은 차마 더 말하지 못하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래도 말은 바로 해야지.’
먼저 주둥이를 들이댄 건 나였다.
“가족들이 안 보고 있으면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아니야, 아레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건 시드가 아니라 나야.’
나는 얼마 전에 15금 로판을 보고 예습도 해뒀어.
아주 의욕 만땅이라구!
“거기다 약혼자라니! 가족들에게 한 번 언질도 없이 그딴 약속이나 하는 남자가 제대로 된 놈이겠냐!”
“족쳐야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알아. 남의 집 귀한 딸을 그런 식으로 도둑질하듯 침 발라 놓으면 죽어야지.”
가족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귀족 사회에서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혼담을 넣을 땐 정해진 절차가 있다.
이걸 소홀히 하면 상대를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고.
다만.
“……근데 약혼자라고 말한 사람은 시드가 아니라 난데.”
화낼 사람은 우리 가족들이 아니라 황제랑 황비님이 아닌가.
“순진한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그 찢어 죽일 놈팡이가 순진한 널 꾀어낸 거겠지. 가족들이 안 보이는 사이 몰래 결혼하자는 감언이설을 지껄여서.”
“막내 절대 지켜.”
제온이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나는 짜게 식은 얼굴로 오빠들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어느새 장성해 집안을 일으키는 자식들을 보는 눈빛으로 오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 포인트에서 자식의 성장을 느끼며 뿌듯해하시는 건데요?’
안 되겠다.
우리 가족들 중에서는 정상인이 없어서 말이 안 통한다.
지원군을 찾아 고개를 돌리는데 회랑 모퉁이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나는 쪼르르 할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할아버지가 아빠랑 오빠들 좀 말려주세요. 이제 나도 열일 곱인데, 연애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으며 조르자 할아버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연애……할 수 있지.”
으득.
‘으득?’
설마 할아버지한테서 나는 소리인가?
연애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왜 이를 가시는 거죠?
“알콩달콩 데이트…… 그러느라 이 할아비랑 보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으드득.
“같이 있어도 그놈 생각하느라 대답도 잘 안 하는 날이 늘어나고.”
으드득!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웬 놈팡이와 결혼하겠다며…….”
까드드득!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 이 결혼 절대 허락 못 해!”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와, 이런 고전적이다 못해 ‘K-결혼 반대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를 직접 내 귀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왠지 엄마와 아빠의 결혼 과정이 어땠는지 눈에 보이는 거 같아…….’
우리 엄마, 즐거운 연애를 하셨구나.
그때, 아빠가 고개를 저었다.
“눈에 흙이 들어가면 루루를 보지 못합니다.”
“……!”
할아버지는 무슨 큰 깨달음을 얻으신 것처럼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럼 안 되지, 안돼. 내 남은 생의 낙이 우리 손녀딸을 보는 건데!”
“그러니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지 말고一.”
아빠가 내 머리를 꾹 눌렀다.
“이 모든 일이 원흉이 된 놈팡이의 눈에 흙을 집어 넣어줘야지요.”
“과연. 명답일세. 똑똑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완벽한 내 손녀딸의 아비다운 명민함이야.”
“똑똑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완벽한 내 딸의 아비정도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요.”
“…….”
제발 둘 다 그만해주세요.
쪽팔린 내 마음도 모르고 아빠와 할아버지는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처음 할아버지가 제도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아빠랑 사이가 데면데면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이보다 쿵짝이 잘 맞는 옹서지간이 따로 없었다.
* * *
황후의 궁.
여름이라는 계절에 맞춰 시원하게 꾸며진 게임룸 안에는 황후와 황태후가 앉아있었다.
황태후가 카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황후가 나를 이렇게 초대해서 함께 게임을 즐기자고 하다니. 행사가 아니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는가?”
게임 테이블 옆으로 황태후가 좋아하는 갖가지의 새콤한 과일과 술이 놓여 있었고, 실내를 장식한 꽃도 황태후가 좋아하는 백합이었다.
신경 쓴 티가 나는 접대였다.
“좋을 때 함께하는 자보다 어려울 때 나를 잊지 않는 자가 진정한 지기라 하지요.”
황후가 미소 지으며 카드를 집어 들었다.
“황태후 폐하께서 저의 진정한 지기가 되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금족령 때문에 궁에 갇혀 몇 개월째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황후를 도와준 일을 일컫는 것이었다.
황태후가 황제의 궁 앞에 직접 찾아가 금족령을 거두지 않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황제는 금족령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황태후와 친모자 관계가 아니라 하나, 황제 입장에서는 황태후를 바깥에 세워둘 수 없는 법이니까.
‘……어차피 황제는 슬슬 금족령을 거둘 생각이었던 듯하지만. 파에라톤 공녀가 내게 금족령을 거둘 계기를 주라고 부탁한 걸 보면 말이야.’
황태후는 속내를 감춘 채 새 카드를 집어 들었다.
“이전에 우리 사이가 썩 좋지만은 않았지. 황후의 가문이 정쟁에 합세하며 판도가 바뀌었으니 말이야.”
“옛일입니다, 폐하.”
“그래, 그 말이 옳아. 옛일은 옛일이지.”
황태후가 여상히 말하며 카드를 뒤집었다.
“나는 이제 다 늙었어. 살날이 많지 않아. 그렇다면 이 남은 여생이라도 편안히 보내야 할 것 아닌가.”
“옳으신 말씀입니다. 에스테반이 황제가 되면 황태후 폐하는 태황태후로서 모든 것을 누리실 겁니다.”
황후 역시 카드를 뒤집었다.
황태후는 서로의 패를 확인하고 훗, 하고 미소 지었다.
“내가 이겼군.”
“어머나? 제가 이길 줄 알았는데. 이것 참, 폐하의 솜씨에는 당해낼 수가 없군요.”
‘황후가 내게 이렇게 공손하게 나오는 것도 나쁘진 않군.’
황후는 일부러 카드 게임에서 진 것이다.
이제 당신과 더 이상 대립할 생각이 없다, 잘 지내고 싶다.
一라는 뜻을 담아서 한 수 숙이고 들어온 것이다.
황태후는 카드 위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그래, 이런 장난 같은 게임 말고 진짜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황후가 짙게 미소 지었다.
바라는 바다.
그걸 위해 오늘 황태후와 만남을 청한 것 아니겠는가.
‘설마 황태후가 나와 한배에 올라 에스테반을 밀어주게 될 줄이야.’
황태후의 간청 때문에 금족령이 풀리는 것 역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폐하. 이미 게임의 판은 짜두었습니다.”
“호오?”
“시드리한의 가장 큰 날개는 파에라톤 공녀지요. 마침 파에라톤 공녀가 커다란 사업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치수 사업을 말하는군.”
“경험 많고 노련한 자가 해도 힘들 정도로 큰 국가사업입니다. 아직 어린 영애가 일을 하다 보면 실수가 날 수도 있겠지요.”
“다른 것도 아니고 그 중요한 사업에 실수가 나면 큰일이겠군.”
“그렇습니다.”
“파에라톤 공녀가 총괄이라고 하나 자잘한 문제에 책임을 강하게 묻긴 힘들어. 각각 책임자를 따로 뒀으니까. 완공된 다음에 크게 터져야 논란이 될 텐데 그러면一.”
죄 없는 민생이 고통받는다.
하지만 황후는 다른 생각을 했는지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다.
“완공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죠.”
“……그렇지.”
“하지만 다른 수가 있어요.”
“다른 수라.”
“애초에 파에라톤 공녀가 이 사업을 맡게 된 이유는 예산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만약 예산 집행에 문제가 생기면 어떨까요.”
“꽤나 머리를 굴렸군.”
“후후, 이 정도는 해야 이 자리에서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이 건에 대해 황태후 폐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황태후는 술을 한 모금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서부와 관련된 건가 보군. 그래, 내가 어떤 자재를 건드려주면 되지?”
‘좋아.’
미소 짓는 황후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이번에는 정말 쉽지 않을 게야.’
사사건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그 계집의 코를 드디어 납작 눌러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치수 사업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면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볼까?’
루아티샤를 아끼는 황제도 돌아설 것이다.
뿐만인가.
루아티샤를 그렇게나 따르는 백성들 역시 일시에 등을 돌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자신의 삶이니까.
* * *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나는 퉁퉁거리며 불만을 표했다.
내 머리를 빗겨주던 안나가 후후, 웃었다.
“그래도 결국 아가씨께 져주실 거예요. 항상 그랬잖아요.”
“그런데 아가씨도 잘못은 있어요.”
“내가?”
황당해서 돌아보자 낸시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냥 황자님과 좋은 관계로 발전 중이다一라고 말했어도 충격받으셔서 앓아누우셨을 텐데.”
“눈앞에서 그렇게 찐하게 키스를 해버리시다니.”
“이해가 안 돼. 난 다 컸다구.”
“아가씨가 애지중지 키우시던 3개월 된 햄스터가 갑자기 다른 햄스터랑 결혼한다고 집 나가겠다고 하면 어떻겠어요?”
“언니, 잘 있어. 햄순이는 오빠랑 행복하게 살 거야.”
“절대 안 되지! 내 새꾸! 니케는 어딨어?”
니케가 안쪽 방에서 벌떡 뛰어나왔다.
“마마!”
“오구오구, 내 새꾸. 우리 니케는 결혼 같은 거 하지 말고 엄마랑 평생 살자?”
“웅!”
니케가 내 품에 얼굴을 비볐다.
“……정말 피가 어디 가진 않나 봐.”
“이렇게 부전여전을 증명을…….”
언니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3개월 된 햄찌랑 내가 같아? 난 열일곱인데.”
“햄생 3개월이면 딱 아가씨 나이예요.”
“아가씨가 아무리 자라도 부모님 눈에는 언제나 자그마한 아이로 보이니까요. 길 건널 때 조심하는지, 밥 먹을 땐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넘기는지 걱정되는.”
“…….”
그 말을 들으니 왠지 가슴이 찡했다.
아빠한테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