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5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55화(255/353)
☆ 제255화 ☆
* * *
“어머, 저길 봐.”
“파에라톤 공녀님이 시드리한 황자님과 같이 오시네!”
여름 햇살 아래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을 함께 걷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을 흘리다가一.
움찔, 어깨를 좁혔다.
두 사람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
파에라톤 공작 일가와 타렌카 후작이 음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의 손을 잡자, 그 음울한 기운은 일순 살기로 변했다.
“서, 설마 또 건물을 부수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러진 않겠지…….”
부정하면서도 사람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루아티샤가 살짝 뒤를 돌아보자, 가족들은 헛기침하며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보기 좋은데?”
자스민이 루아티샤에게 다가가 히죽히죽 웃으며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루아티샤는 홧홧한 뺨을 누르며 괜히 말을 돌렸다.
“티리엘은?”
“아직 안 왔어.”
“아직도? 오늘도 안 올 셈인가?”
“저번에도 안 나왔잖아.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봤을 때 몸이 안 좋다고 했지. 많이 아프나?”
“내가 연락했을 때는 괜찮다고 했는데.”
“으음, 걱정되네.”
“아무래도 비아트랑제가 끝나면 한 번 찾아가야겠어.”
루아티샤의 말에 자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영애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루아티샤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저기, 소문으로는 두 분께서 새벽 축제 전부터 알던 사이라던데. 사실인가요?”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거예요?”
“왜 인터뷰는 다 거절하셨어요?”
“첫 키스는 언제예요?”
“꺄아!”
아직 나이가 어린 영애들이 발개진 얼굴을 가리고 폴짝폴짝 뛰었다.
‘귀여워라.’
다만一.
‘나한테 하는 질문만 아니었으면 더 귀여웠을 텐데.’
루아티샤도 연애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눈을 빛내는 사람인지라 무슨 심정인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한테 관심이 쏠리니 완전 부담돼!’
이래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는 건가.
괜히 창피하고 부끄러운데 곁에서 있는 시드리한은 오히려 더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아예 루아티샤의 손을 꼭 잡고 손등에 입술을 지분거리기까지 했다.
‘얘, 얘는 왜 이래!’
손등에 닿는 입술의 감촉에 루아티샤는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느라 시드리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시드리한은 루아티샤의 손등에 입술을 댄 채, 그녀를 훔쳐보고 있는 남자들을 노려봤다.
흠칫!
당황한 영식들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더럽다, 더러워!’
‘그냥 좀 본 거 가지고! 본다고 닳냐!’
원래도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의 곁을 맴돌며 마킹하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서슬 퍼런 시선에 간담이 서늘해진 적이 몇 번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제는 아예 루아티샤의 곁에 딱 달라붙어서는 저러고 있다.
‘서러워서, 원!’
시드리한은 루아티샤를 훔쳐보는 남자들이 더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시선을 거뒀다.
루아티샤는 잘 익은 자두처럼 뺨을 붉힌 채 고집스레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었다.
부끄러운가 보다.
시드리한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루아티샤.”
그가 루아티샤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루아티샤가 새빨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다, 다들 보잖아…….”
“나는 그냥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이게 그냥 이름을 부르는 거야?”
단순히 이름을 불렀다기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농밀하고 내밀한 목소리.
“적어도 다들 보는 앞에서 키스한 것보단 나은 거 같은데.”
“시드!”
기겁한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을 퍽 밀어냈다.
밀려나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시드리한은 웃고 있었다.
루아티샤는 치, 하고 입술을 삐죽이다가 문득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질문을 퍼부었던 어린 영애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나이 든 귀부인들이 잇몸이 마르도록 웃으며 이쪽을 곁눈질하는 중이었다.
곁에 다가오지 않은 영애들도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부채로 가리면 뭐 해.’
눈 밑까지 광대가 활짝 올라가 있는 게 보이는데.
심지어 황제와 황비마저 귀를 이쪽으로 쫑긋하고 있었다.
‘아니, 너무한 거 아니야?’
파에라톤 공녀로서, 로판 세계의 독자로서 그간 크고 작은 업적을 많이 쌓았다.
‘그런데 그 어떤 때보다 나한테 집중하는 거 같잖아?!’
다른 업적보다도 연애에 더 관심 있어 하다니!
그렇게 모두의 이목이 루아티샤에게 집중된 순간이었다.
“파에라톤 공녀.”
날이 바짝 선 목소리와 함께 피브스 백작 무리가 루아티샤에게 다가왔다.
“공녀가 이렇게 책임감이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습니다.”
“인사도 없이 대뜸 시비부터 거시다니, 나는 백작께서 이리 경우가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피식.
비웃는 루아티샤의 말에 피브스 백작의 입가가 떨렸다.
‘그렇게 여유 부리는 것도 이제 끝이야.’
피브스 백작의 시선이 루아티샤의 뒤를 향했다.
피브스 백작과 눈이 마주친 황후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녀, 연애도 좋지만 대사를 맡았으면 거기에 더 신경 쓰심이 어떻겠습니까!”
“무려 치수 사업입니다. 이 일에 수많은 제국민의 안정과 평안이 달려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으실 텐데요.”
“한데 연애하느라 민생을 뒷전으로 놓다니!”
피브스 백작 무리가 왁왁거리는 걸 한 귀로 흘리며 루아티샤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왜 저러는 거지?”
“치수 사업에 문제라도 생겼나?”
“에이,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녀님이 연애하느라 일을 제대로 안 하겠어?”
“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으면 저렇게 말하진 않을 거 아니야.”
동요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피브스 백작이 더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이 일을 어쩌실 겁니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 백작. 똑바로 정확하게 말하세요.”
루아티샤의 반응에 피브스 백작이 샐쭉 웃었다.
“설마 모르셨습니까, 공녀? 문제 상황이 생긴 걸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모르신 겁니까?”
“…….”
루아티샤의 침묵에 피브스 백작과 함께 온 귀족들의 기세가 더더욱 등등해졌다.
그들은 일부러 소리 높여 떠들어댔다.
“허어, 문제가 생겼는지조차 몰랐다니! 아무리 남자랑 노는 게 좋다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공녀가 아니라 성녀 예하께서 치수 사업을 맡으셨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터인데.”
피브스 백작이 루아티샤를 압박하듯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정녕 모르고 계셨습니까? 아퀼렘의 가격이 예산안에 기재 된 것보다 세 배로 상승한 것을!”
“……!”
“아, 아퀼렘이?”
“그거는 치수 사업에 꼭 필요한 거잖아?”
경악에 찬 외침이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제국의 댐과 수로는 마법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 댐과 수로 자체가 거대한 마도구나 다름없었다.
그만한 규모의 마도구에는 반드시 마나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회로가 마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할 테고, 그건 댐이 무너지는 것 이상의 피해를 남기기 때문이다.
아퀼렘은 친수성이 강한 마법 재료로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마나를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즉, 치수 사업에서 빠지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재료 중 하나였다.
“말도 안 돼! 아무리 돈 벌 기회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가격을 이렇게 올리다니요!”
“아퀼렘은 서부 토호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시피 합니다. 제국의 아퀼렘은 전부 서부의 라이만 호수 바닥에서 채석하니까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피브스 백작은 더더욱 언성을 높였다.
“이건 순전히 파에라톤 공녀 때문 아닙니까!”
“공녀가 서부 토호 세력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
루아티샤가 어렸을 때 새벽 축제 예선 경합에서 토호 세력의 위세를 낮추고 황권을 강화할 수 있는 묘안을 발표한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그때의 원한을 잊지 않은 토호 세력이 공녀가 치수 사업을 맡게 되자 이리 보복을 한 것 아니겠습니까!”
“파에라톤 공녀가 아니었다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루아티샤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피브스 백작은 희열을 느꼈다.
‘이걸로 나는 차기 황제의 공신이 되어 더 많은 권력을 손에 넣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이 건방진 계집도 나를 다시 보게 될 테지.’
술 한잔 같이하자고 했을 때 루아티샤가 벌레 보듯 자신을 쳐다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예쁘다고 좀 봐줬더니 감히 나를 무시해?’
“뭐라고 말 좀 해보시오, 공녀!”
가만히 피브스 백작을 바라보던 루아티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 말이 필요해요?”
“뭐?”
“서부에서 아퀼렘 가격을 세 배나 올린 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지, 지금 뭐라고……?”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선 말에 피브스 백작은 말문이 막혔다.
저게 치수 사업을 총괄하는 자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루아티샤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하실 수 있지? 공녀님께 조금 실망인데…….”
“공녀님이 괜히 그러시겠어? 이미 서부와 아퀼렘 거래 계약을 마친 거 아니야?”
“계약을 다 마치고 난 다음에 서부에서 가격을 올린 거라면 치수 사업과는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하긴, 공녀님이 어떤 분인데. 이미 다 처리해놨겠지.”
완벽한 일처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간 루아티샤가 수많은 일을 해내며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 믿고 그렇게 대답한 건가? 일단 지금은 여론을 가라앉히고 나중에 뒤에서 처리하려고?’
피브스 백작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어쩌지? 네년이 이럴 줄 알고 이미 황후께서 준비를 해주셔서 말이야.’
“어찌 상관없다는 말씀입니까! 확인해본 결과, 서부에서는 치수 사업에 관련해서 아퀼렘 거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던데!”
피브스 백작의 말에 좌중에서 소란이 일었다.
“저, 정말이야?”
“그럼 파에라톤 공녀님은 가격이 오른 지도 전혀 몰랐고, 지금 알고 나서도 무슨 상관이냐고 한 거야?”
“대체 어쩔 작정으로?”
“진짜 연애하느라 일에는 신경도 안 쓰는 거 아냐?”
“만약 저런 사람이 중책이라도 맡게 되는 날엔…… 역시 언제나 대의를 위해 행동하셨던 리리엘 성녀 예하께서 훨씬一.”
황후의 언질을 받은 귀족들이 사람들 틈에서 분위기를 몰며 장작을 넣었다.
‘어떠냐?’
피브스 백작은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루아티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꼴에 자존심 세우긴.’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 애처롭게 자신에게 애원하면 이쯤에서 물러나 줄 생각이 있었는데.
“대답해보십시오, 공녀!”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아직도一!”
“어차피 이번 치수 사업에는 서부의 아퀼렘을 쓰지도 않을 건데.”
“……!”
피브스 백작은 작은 눈을 찢어질 정도로 홉떴다.
“뭐, 뭐라고? 아퀼렘을 쓰지 않는다고? 적당히 하십시오, 공녀! 아퀼렘은 치수 사업에 가장 필수적인 자재입니다!”
“내가 언제 아퀼렘을 안 쓴다고 했죠?”
“말장난하지 마십시오! 아퀼렘은 서부에서만 나는 물건인데一.”
“어머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피브스 백작의 말을 끊었다.
“아르델라를 잊으니 섭섭하군요, 백작.”
포셰트 소후작 부인.
아니, 아르델라의 공주가 미소를 지으며 루아티샤의 곁에 섰다.
피브스 백작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번 치수 사업에 쓰는 아퀼렘은 아르델라 산을 사용하기로 이미 결정했어요.”
루아티샤의 말에 포셰트 소후작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델라의 프리스탈리아 호수에서 채석하는 아퀼렘이 가장 친수성이 좋다는 건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이번 치수 사업은 그 어떤 때보다 안정성이 높을 거라고 나 역시 기대하고 있어요.”
“하, 하, 하지만 아르델라는 아퀼렘을 전략 자원으로 분류해서 해외로 수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말에 루아티샤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요?”
“그, 그래서라니.”
“내가 누군지 잊었어요?”
루아티샤가 당당하게 피브스 백작을 바라보았다.
루아티샤 파에라톤이라는 것 외에 그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냐는 듯.
“내 이름과 아르델라의 공주님의 말로도 부족한가요? 내가 백작에게 치수 사업의 기밀인 계약 문서까지 보여줘야 믿겠어요?”
수세에 몰린 피브스 백작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아, 아닙니다. 저, 저는 그것도 모르고…….”
* * *
‘저 멍청한……!’
저기서 저렇게 쉽게 꼬리를 말면 어쩌자는 건가!
본디 앞에 나서서 창이 되는 자는 방패 역할도 해야 하기 마련이다.
해서 일부러 언제 쓰고 버려도 좋은 피브스 백작에게 맡겼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리 멍청할 줄이야!’
황후가 입술을 짓씹었다.
“뭐야, 그럼 지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공녀님한테 뭐라고 한 거야?”
“아까 성녀였으면 달랐을 거라는 소리 들었어? 속으로 좀 어이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상관없어.’
어차피 모든 비난의 화살은 피브스 백작과 그 무리에게 향할 터.
이 일과 황후인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저 약삭빠른 계집이 하필이면 아르델라와 계약을 해선……!’
요즘 포셰트 영애와 가깝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던 황후가 멈칫했다.
‘아니, 정말 우연일까?’
그 생각을 하며 루아티샤를 보는 순간.
흠칫.
황후의 몸이 떨렸다.
루아티샤는 정확히 황후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