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5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57화(257/353)
☆ 제257화 ☆
* * *
침묵하고 있던 황제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황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똑바로 말해야 할 것이야, 페마인 백작.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있는 그대로.”
“감히 폐하의 앞에서 제가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페르마인 백작이 과장스레 한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내리며 인사를 했다.
“얼마 전, 황후 폐하께서 저를 은밀히 찾아오셨습니다. 치수 사업에서 아퀼렘이 필수 자원인 건 누구나 아닌 사실. 제게 이 기회를 살려 크게 한탕 해 볼 생각은 없냐고 여쭈셨죠.”
“페르마인 백작!”
“중요한 증언 중이오! 황후는 조용히 하시오!”
황후는 희게 질린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황제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고 굳은 표정으로 페르마인 백작을 재촉했다.
“별다른 수를 쓸 필요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끝이니까요. 그러니 제게 아퀼렘의 가격을 최대한 올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미친! 말도 안 되는! 모함입니다, 폐하! 페르마인 백작이 본후를 모함하려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닌 것 같아서 제가 주저하자 이미 황제 폐하의 눈 밖에 나 있지 않냐며 설득을……. 어차피 획책하지 않아도 재기할 수 없는데 재물이라도 손에 쥐는 게 낫지 않냐고一.”
“당장 닥치지 못할까!”
황후가 불길을 내뿜을 듯 소리 지르는 순간이었다.
루아티샤가 가련하게 비틀거렸다.
“전부 황후 폐하의 계략이었다니……!”
분명 떨리는 목소리인데 묘하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컸다.
“어쩐지 이상했어요.”
하지만 파라이바빛 눈동자가 충격과 경악으로 비바람 속 꽃망울처럼 흔들리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시드리한이 비틀거리는 루아티샤를 감싸 안고 품기까지 하자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아…….”
“얼마나 상심이 심하실까.”
“아까 공녀님이 들으셨던 말을 생각해봐.”
‘저, 저런……!’
황후는 기가 막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 똑바로 뜨고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그 와중에 시드리한은 루아티샤를 끌어안으며 머리칼을 쓰다듬는 게 아무래도 자기 욕심을 채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짓이야!’
자기는 절박해 죽겠는데 은근 연애질을 하고 있는 시드를 보니 황후로서는 속에서 열불이 터지다 못해 화산이 폭발할 것 같았다.
문제는 그게 너무 그럴싸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또랑또랑 할 말 다 하던 루아티샤가 저렇게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사람들은 더 호의를 가지고 안쓰러워했다.
“이번 치수 사업에서 아르델라와 아퀼렘 거래를 한다는 건 제가 직접 움직여 협상한 일이에요.”
“극비 중의 극비였지.”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황후가 흠칫 놀라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럼 황제는 이미 아르델라와 거래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것도 모르고 황제의 앞에서 서부의 가격이 세 배나 올랐네, 어쩌네 하며 루아티샤를 압박한 게 성공했다고 믿다니.
그야말로 생쇼를 한 셈이었다.
“서부에서는 당연히 제가 그들과 거래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필수적인 자원인 데다가 거의 독점이나 마찬가지이니 가격을 올릴 생각이 들 법도 하지요.”
루아티샤가 태도를 바꿨다.
파라이바빛 눈동자가 파에라톤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먹이를 물어뜯는 맹수처럼.
“그런데 갑자기, 협상 테이블에서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가격을 세 배나 올린다?”
루아티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거야 꼭 나를 공격해달라고 비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
황후가 흠칫 몸을 굳혔다.
“단순히 한탕 하려고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 정치적인 계책이었다?”
황제의 말에 루아티샤가 미소 지었다.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을 올리면 어린애라도 역풍을 맞을 것을 예상할 수 있을 텐데.”
다른 것도 아니고 치수 사업이다.
서부에서 아퀼렘 가격을 세 배나 올렸다는 게 알려지면 과연 제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7년 전의 일로 토호 세력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던 서부 지역 내에서도 그들의 권세는 확연히 줄었다.
이 상황에서 과연 그런 부담을 쓰려고 할까?
“굳이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치수 사업은 서부 토호 세력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었을 겁니다. 조금 더 욕심낼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조금이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건을 맞출 때 욕심을 보이는 게 정상이다.
“과연. 누군가의 개입이 있어야 말이 되는군.”
황제의 시선이 황후를 향했다.
황후는 이를 악물었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저 영악한 계집이 또 세치 혀를 놀려서!’
단순히 ‘쟤가 그랬어요!’라고 해봤자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 신빙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황후는 당연히 그 점을 파고들 생각이었다.
서부 토호들 자신들의 죄를 덜기 위해 나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모함이다!
一하고.
의혹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지만,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벌할 수도 없을 터.
그런데 루아티샤는 황후가 그러기도 전에 선빵을 날린 것이다.
서부 토호 세력의 독단이 아닌, 필연적으로 배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논리를 전개해서.
이제 페르마인 백작의 증언이 갖는 무게는 아까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공녀의 말이 옳습니다, 황제 폐하. 이번 일에 저희 역시 역풍을 맞겠지만 황후 폐하께서 해결해주시기로 했습니다.”
“황후가?”
“파에라톤 공녀를 총괄 자리에서 떨어트리고 난 다음에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맡으면 서부에서 가격을 대폭 인하해 주면 될 거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되면 파에라톤 공녀의 잘못이 부각되겠군. 서부 토호와 척을 졌던 탓이라고. 하지만 서부 토호들 역시 손해를 볼 텐데?”
“본디 드러난 거래보다 드러나지 않은 거래가 더 큰 법이지요.”
“……!”
그 말에 황제가 눈을 부릅떴다.
루아티샤는 동네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이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세상에, 이면 계약이라니!”
그 구체적으로 실체화된 말이 기폭제가 되었다.
“황후!”
쾅!
진노한 황제가 의자 팔걸이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치수 사업이오! 제국의 안녕과 민생과 직결되어 있는 극히 막중한 일이지!”
황후를 노려보는 황제의 눈에서 불길이 이는 듯했다.
“한데 오직 본인의 영달을 위해 이 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가!”
“폐, 폐하, 저, 저는…….”
“이는 황후의 안위가 제국의 안위보다 더 위에 있다는 뜻인가?!”
“아, 아닙니다! 감히 그럴 리가요!”
황후가 퍼렇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모함입니다! 제가 서부 토호 세력과 무슨 연이 있다고! 새, 생각해보십시오, 폐하! 저들은 과거 제 공개 재판을 요구했던 자들입니다!”
그녀의 눈빛이 불안정하게 주변을 훑다가 황태후에게 닿았다.
“이 일에 배후가 있다면 황태후 폐하야말로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 아닙니까! 황태후의 외가가 곧 서부 토호 세력의 주축이니一.”
황태후와 같은 배를 탔다고 해도 일단 지금은 자신이 살아야 했다.
어차피 아까 황태후와 눈빛을 주고받지 않았던가.
만약 이 일이 틀어질 시에는 황태후가 모든 것을 안고 가기로.
황태후가 무너져봤자 그녀 하나로 끝나지만, 자신이 무너지면 황태자인 에스테반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황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황후가 안도하며 막혔던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작고하신 본후의 외조부께서 한때 서부를 호령하셨다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 이런 일이 생기면 가장 의심받을 사람이 본후일세. 그런데 본후가 왜 이런 짓을 벌이겠는가.”
‘뭐라고?’
황후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황태후를 바라보았다.
“본후는 뒷방으로 물러난 지 오래야. 비 오는 날 삭신이 쑤신다며 신음하는 늙은이일 뿐이지. 지긋한 정쟁엔 낄 생각도 없고, 끼고 싶지도 않네.”
“거, 거짓말! 분명一.”
“본후가 왜 이 중한 일에 이런 난장을 피우겠는가. 뭘 얻겠다고? 파에라톤 공녀가 주도하는 치수 사업을 망해서 본후에게 좋을 일이라도 있나?”
황태후가 느긋한 태도로 미소 지었다.
꽉 틀어쥔 황후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이런 바보 같은…….’
말도 안 된다.
황태후가 자신의 아들을 제치고 황위에 오른 황제를 혐오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황태후는 황제의 궁 앞에 찾아가 황후의 금족령을 풀어달라고 읍소했다.
당연히 황태후가 큰 결심을 하고 마지막 배팅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황태자인 에스테반에게 모든 것을 걸기로.
‘그런데 이렇게 나를 배신한다고?’
말이 안 되는一.
“황후 폐하, 이제 그만 인정하시지요. 저처럼 빨리 인정해야 조금이라도 죄를 덜 수 있습니다.”
“닥쳐!”
“계속 부정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저 역시 증거를 제출하는 수밖에.”
페르마인 백작이 손을 내밀자 그의 보좌가 정중하게 서류를 내밀었다.
페르마인 백작은 당당하게 그 서류를 치켜들었다.
“여기 증거가 있습니다, 폐하!”
에스테반이 황제 위에 오르는 즉시, 원하는 자리를 내어줄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그 아래 선명하게 찍힌一.
“화, 황후 폐하의 인장 아니에요?”
“그럼 진짜로……!”
“증거가 저렇게 버젓이 있는데 지금까지 부정했던 거예요?”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악에 찬 사람들의 외침이 폭음처럼 울렸다.
황후가 잘게 고개를 저었다.
“나, 나는 찍은 적 없어. 그런 약조 따위 한 적이…….”
애초에 페르마인 백작과 자신은 접선하지도 않았다.
서부 세력을 움직여준 것은 황태후였다.
자신은 황태후에게 약조했을 뿐이다.
이번 일에 협력해주는 대신 원하는 것을 내주겠一.
‘설마!’
황후의 시선이 황태후를 향했다.
황태후는 황후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一.
‘루아티샤 파에라톤!’
황후가 이를 으득 갈았다.
어찌나 세게 갈았는지 이빨에 긁힌 입 안쪽 살이 터져 피가 배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황후는 그 비릿한 쇳 맛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녀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한 사람을 향해 있었으니까.
‘이게 전부 네년이 짠 판이었나?!’
* * *
‘그걸 이제야 알았어?’
나는 이글이글거리는 황후의 눈동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나는 절대 잊지 않아.
‘네가 시드를 그렇게 만들었잖아.’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죽을 자리를 찾아 파에라톤 공작성까지 흘러들어왔던 시드의 눈동자가.
까맣게 죽은 눈.
생기 하나 없는 뺨.
말라비틀어진 입술.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황후만 아니었다면 시드는 황비의 아들로서, 적통 황자로서 모든 것을 누리고 자라났을 터였다.
제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채 아무 문제 없이 황태자가 되었겠지.
하지만.
새빨간 사기가 밧줄처럼 그 애의 팔다리를 억눌렀다.
사기가 억누른 건 육신만이 아니었다.
그 아이의 평안과 안정, 행복 그 자체였다.
조금이라도 시드가 안정감을 느끼면 바로 금제가 발동되었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금제를 걸 생각을 한 거지?’
금제에 고통받던 시드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내려앉고 코끝이 찡했다.
뿐만 아니라 황후는 시드와 다른 후궁 소생의 딸을 바꿔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아이마저 죽게 만들었지.’
아이는 병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신의 앞에서 성혼한 황가의 적자를 죽이면 반드시 그 죽음과 연관된 모든 자에게 저주가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비는 항상 의심했다.
건강했던 자신의 딸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병사할 리 없다고.
이건 타살이고 그 배후엔 분명 황후가 있을 거라고.
긴 세월 동안 홀로 의심하며 싸웠다.
‘이제 확실해졌지.’
황녀는 황비의 친딸이 아니었다.
성혼을 통해 잉태한 적자가 아니었으니 황녀를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터였다.
비록 친딸은 아니라는 게 밝혀졌지만, 황비는 아직도 황녀를 자신의 딸로 생각하고 있었다.
살아있을 땐 자신의 딸로 키웠고, 죽어서는 가슴에 묻었으니 어찌 딸이 아닐 수 있겠는가.
‘……황비님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오열했는데.’
모든 내가 눈물이 날 정도로 먹먹해지는 모습이었다.
친자식을 찾은 기쁨.
그리고 자신의 다른 자식이 정말 살해당한 게 맞다는 사실로 인한 절망.
그 양가적인 감정 사이에서 황비는 스스로를 놓고 무너졌다.
그러나 그조차 단 한 순간이었다.
그 후로는 그 전보다 더 단단해져 격한 감정을 앞에 내보이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 속이 어떨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이제 끝낼 때가 됐어.’
황제에게 말해봤자 황후에 대한 처벌은 결국 금족령으로 끝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일을 밝히는 것 자체가 황가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니.
죄를 밝히지 않고 처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내가 밝혀야지.’
나는 황후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황태후를 시켜 당신을 다시 밖으로 끌어낸 줄 알아?’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우리 아빠처럼 웃고 있을 거다.
‘바로 널 완전히 족치기 위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