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5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58화(258/353)
☆ 제258화 ☆
* * *
“황후께선 일전에도 인장을 잘못 써서 난리가 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황후의 인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 무게를 저리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다니요!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드러난 게 두 번일 뿐이죠. 아직 안 밝혀졌을 뿐, 더 유용(流用)했을 수도 있어요.”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는 순간 정상참작의 여지조차 없게 된다.
“거기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치수 사업입니다! 그런데 저런 음모를 꾸미다니!”
“파에라톤 공녀가 아르델라와 거래를 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문제가 생겼을 거예요.”
“댐이나 수로가 무너져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더라도 상관없다는 건가? 황후라는 자가!”
사람들은 목소리를 죽일 생각도 하지 않고 황후를 맹비난했다.
당연히 그 비난의 화살은 황후에게만 향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에스테반이 황제 위에 오르는 즉시’라니. 이거 에스테반 전하께도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벌써부터 황위에 오르면 무얼 해주겠다며 약조하고 다니는 건…….”
“결국 나라를 경영하는 데에는 관심 없고 자신의 이득부터 챙기려는 거지요.”
에스테반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손바닥 비비며 애쓰던 귀족들이 시드리한이 돌아오자마자 달라진 것부터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자신을 힐난하다니!
‘감히 황태자인 내게……!’
황제는 시끄러운 장내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꾹 눌렀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니 두통이 일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사달을 만든 황후를 당장 내치고 싶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황제와 황후 사이에는 오고 간 거래가 많았다.
그때였다.
“황제 폐하.”
아이젤 백작이 부인과 함께 침중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황제의 앞에 부복하며 절절하게 외쳤다.
“제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폐하!”
그 갑작스러운 주청에 황제는 물론 다른 사람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 앞에서 오래전에 일어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다니.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라니. 오필리아 아이젤 영애는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만약 정말 사고였다면 폐하께 진실을 밝혀달라고 청을 올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이젤 백작의 눈가가 붉게 충혈되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과 표정, 목소리는 단 한 순간도 떨리지 않고 확고했다.
“제 딸아이의 죽음에는 황후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
* * *
구멍 뚫린 황궁의 방어막? 범인의 정체 충격!
황위를 향한 야욕이 만들어낸 비극
황궁의 기묘한 오방진의 정체는?
황궁을 침식한 〈사기〉!
아이젤 영애, 불의에 맞선 고결한 삶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 오필리아 아이젤
나는 신문의 기사가 잘 보이도록 접은 후 무덤 앞에 놓았다.
“이거 봐. 다들 아이젤 영애 이야기를 하고 있어. 어린 영애가 권력 앞에서도 절개를 지키고 진실을 추구했다며 칭송이 자자해.”
무덤 앞에는 온갖 꽃이 가득해서, 이곳이 무덤인지 화원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찾아와 조의를 표한 흔적이었다.
“아이젤 영애.”
나는 비석에 쓰인 이름을 더듬었다.
“너무 오래 걸렸지?”
이제는 내가 아이젤 영애와 비슷한 나이가 됐다.
뮤리엘에 이어 황후 역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값을 치를 것이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또한 다 알게 되었다.
아이젤 영애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아무런 재능도 없다고, 한때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마저 접어버렸던 사람이 얼마나 용기 있는 삶을 살았는지.
그런데.
뚝, 뚝.
떨어진 눈물방울이 비석을 적셨다.
“나는, 이런 걸로도 도저히 풀리지 않아. 이런 조화와 칭송하는 기사 따위 없어도 되니까, 그냥一.”
지금 오필리아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온기 가득하게 살아 숨 쉬며.
“영애는 선택과 결정에 후회따윈 없다고 말했지만, 읏一 나는 아직도 너무, 너무 후회돼. 내가 조금만 더 세심했다면, 신경을 기울였다면.”
말로만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따로 호위를 붙여주었다면.
그랬다면.
“이건 내 선택이야. 나는 절대 내 삶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러니.”
“후회하지 마.”
“영애가, 영애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보고 싶어.”
너무, 너무.
아직도 오필리아의 모습이 내 눈에는 선했다.
그 반짝반짝 빛나던, 당당한 미소.
나는 무너지듯 주저앉은 채 비석을 붙잡고 오열했다.
숨이 끊길 듯 호흡이 가빴다.
그럼에도 볕을 잔뜩 머금은 비석은 따뜻했다.
꼭 아이젤 영애처럼.
* * *
“고생하셨습니다, 공녀.”
페르마인 백작이 루아티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루아티샤는 미소 지으며 그와 손을 맞잡은 후 자리에 앉았다.
“설마 공녀와 내가 손을 잡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사회 아니겠어요?”
“옳은 말입니다. 하물며 그 후로 7년이나 지났으니. 조금만 있으면 강산도 바뀔 텐데 우리가 친구가 된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니겠지요.”
루아티샤는 가벼운 미소로 그 말에 화답했다.
페르마인 백작은 차를 들며 그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황후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경우는 길고 긴 제국 역사에도 단 두 번.
모두 반역 때문이었다.
거의 불가침 영역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루아티샤는 사형을 이끌어냈다.
정확히는 아직 구형하진 않았지만, 사형이 아니라면 온 제국민이 들고 일어날 기세였기에 그 외의 선택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몇 중의 계책을 세워 성공시켰으면서도 지금 루아티샤의 얼굴은 승리의 기쁨은커녕 어떠한 동요도 없이 평소와 똑같았다.
‘과연. 정치와 외교를 하는 파에라톤이라. 대단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군.’
상대가 적당해야지 이를 갈며 복수심을 불태우지, 이래서야 편승하는 게 낫다.
파에라톤 공작가에 안수르 상단주라는 것부터가 두 손을 들었건만.
탁.
페르마인 백작은 소서에 잔을 놓았다.
손을 잡더라도 자신 역시 이익은 챙겨가야 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아르델라와 아퀼렘 거래를 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히 우리 서부와 거래할 줄 알았는데.”
“더 좋은 조건으로 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래도 서부에서 이번에 공녀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까?”
루아티샤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 값은 황태후 폐하께 받아 내도록 하세요. 나는 황태후 폐하의 정성을 받은 것뿐이니까.”
깔끔하게 선을 긋는 태도에 페르마인 백작은 입맛을 다셨다.
‘이번 일이 끝난 후 내가 서부에 유리하도록 협상할 걸 예상했군.’
어쨌거나 루아티샤의 말은 옳았다.
페르마인 백작은 루아티샤와 아무런 접점이 없었고 황태후의 부탁을 들어주었던 것뿐이니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웠다.
“그럼 아르델라에서는 앞으로 아퀼렘을 수출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겁니까?”
여태까지 아르델라가 해외로 아퀼렘을 수출하지 않아서 얼마나 꿀 빨았는데.
이제 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번 경우가 예외인 거지 아르델라에서는 이후로 아퀼렘을 방출할 계획이 없어요.”
“제게는 참 좋은 소식이군요. 이건 제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대체 어떻게 아르델라를 설득한 것입니까?”
그 말에 루아티샤는 미소 지었다.
‘포셰트 소후작 부인이라는 징검다리 덕분이지.’
포셰트 후작과는 옛날 흑사병 치료제 때의 인연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셰트 소후작 부인과는 딱히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저번에 카멜리아와의 일로 관계가 급변했는데…….
포셰트 소후작 부인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루아티샤를 찾아온 것이다.
“우리 멜리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단다! 이런 일은 정말 그 애가 태어나서 처음이야. 대체 어떻게 한 거니?”
“제가 뭘 했다기보단 카멜리아가 먼저……. 그나저나 전부터 생각했는데 잘못한 걸 인정 안 할 때도 제대로 혼내야죠.”
“그, 그렇지만 가슴이 아파서…….”
“…….”
“알았다. 내가 공녀의 말은 잘 듣도록 하마.”
두 손을 꼬옥 쥔 공주님이 당차게 다짐했다.
아르델라의 공주님은 중년의 부인임에도 아직도 소녀 같았다.
가냘픈 새 같은 사람.
‘그리고 엄청난 권력자지.’
포셰트 소후작 부인인 동시에 아르델라의 공주로서 가지고 있는 작위도 전부 살아 있었기에 권한이 엄청났다.
‘우리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요, 공주님.’
루아티샤가 그렇게 생각하며 음흉하게 웃고 있는데 포셰트 소후작 부인이 부끄러운 듯 검지를 맞대며 물었다.
“그리고 저어, 나도 아버님처럼 루루라고 불러도 되겠니?”
“물론이지요.”
“신기하구나. 우리 여봉이가 낯가림이 심하거든. 그런데 공녀에게는 이리 적극적이라니. 물론 낯가림이 심한 것도 여봉이의 매력이지만.”
“아이, 우리 애깅이도 차암.”
“그리고 우리 여봉이 고집이 보기보다 세거든. 공녀의 말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신기해. 물론 난 울 여봉이 고집에 반했지.”
“아잉, 울 애깅이 그래쪄용?”
꺄르륵, 꺄르르륵!
포셰트 소후작 부부가 금슬을 과시했다.
참고로 남의 집 남의 방에 찾아와서 저러고 있는 거였다.
루아티샤는 포셰트 영애가 부모님 말씀 안 듣고 엇나간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一라톤 공녀. 공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루아티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 속이라도 안 좋은 겁니까? 안색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루아티샤는 고개를 저었지만, 페르마인 백작은 걱정이 됐다.
대체 얼마나 속이 안 좋으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감정을 내비치지도 않던 사람이 저런 얼굴이겠는가.
“아무래도 일어나야겠습니다. 쉬십시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루아티샤는 굳이 그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다.
‘가주면 나야 땡큐지.’
어쨌거나 아르델라 공주님이 국왕과의 징검다리가 되어준 덕분에 일이 수월했다.
무엇보다.
[축하합니다!] [독자님의 영향력 하에 있는 카멜리아 포셰트가 이능을 발현했습니다!]때에 맞춰 아르델라의 왕이 좋아할 만한 소식까지 생겼다.
아르델라의 현 국왕은 방계 출신이었다.
쿨타임만 차면 반대 세력들이 혈통의 약점을 들고 오는데, 왕의 자식들에게는 아무런 이능도 발현되지 않아 더 책잡혔다.
그런데 외손녀에게 이능이 발현되다니.
그녀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었을 거다.
‘덕분에 완전 염가 구매나 마찬가지였지.’
루아티샤는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게실을 나서서 홀 안으로 가니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파티를 즐기는 것보다 수다를 즐기고 있는 거 같지만.’
하기야, 말할 거리가 얼마나 많겠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럴 때일수록 일정대로 강행해서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데, 황제가 단연 그랬다.
안 그래도 황후의 일 때문에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대로 비아트랑제마저 취소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해서 비아트랑제는 예정대로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열릴 계획이었다.
루아티샤의 등장에 사람들은 곧장 그녀 쪽으로 다가가려다가 멈칫했다.
한쪽에서는 파에라톤 공작 일가와 타렌카 후작이, 다른 쪽에서는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에게로 향하는 모습을 포착한 거다.
‘지금 가면 분명 등 터진다.’
고래 싸움에 끼고 싶어 하는 새우는 없었다.
* * *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성녀 예하.”
신관의 말에 리리엘은 속이 터졌다.
‘황후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선……!’
남자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 하냐며 루아티샤를 맹비난할 때, 여기저기서 성녀님이라면 달랐을 거라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일이 루아티샤의 의도대로 마무리된 지금, 리리엘은 그 역풍을 맞고 있었다.
“성녀였으면 아르델라랑 거래도 못 했을 텐데, 무슨.”
“하여간 성녀빠들 시도 때도 없이 저러는 거 알아준다니까?”
“알고 보면 황후랑 성녀랑 이번 일도 같이 꾸민 거 아냐?”
아니라고 결론 나긴 했지만, 의혹에 찬 시선은 계속됐다.
‘하여간 버러지 같은 인간들……. 더 있어 봐야 득 될 건 없겠어. 이만 자리를 떠야一.’
“예하, 여기서 나가시면 사람들의 의혹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찔리는 게 있으니 나가는 거 아니냐고 입방아를 찧겠지요.”
“신의 딸인 성녀 예하께 그런 입방아 따위 별것 아니겠지만 신전을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머물러 주시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신관들을 보고 리리엘은 또 속이 터지려고 했다.
‘하지만 일리 있는 말이야. 내가 없으면 더 그러겠지.’
아직은 인간들의 환심을 사서 영향력을 얻어야 했다.
리리엘은 가족들과 시드리한의 사이에 껴있는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차라리 정면 돌파하는 게 낫겠어.’
리리엘은 루아티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리리엘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왜?”
시드가 내 미간을 살살 문지르며 물었다.
제온이 재빠르게 시드의 손을 탁 쳐냈지만, 익숙한 일이라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꼴 보기 싫어서. 쟤는 왜 자꾸 너한테 집적거린대?”
내가 입술 도장도 쾅, 하고 찍었는데!
“……나한테 집적거린다기보단 너한테 진심인 거 같지만.”
뭐래.
피식 웃는데 시드가 내게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신경 쓰여? 쟤가 나한테 말 거는 거.”
“아닌데?”
“질투 나?”
“전혀 아닌데?”
입술을 삐죽이는데도 시드는 뭐가 좋은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다가온 리리엘을 향해 말을 걸었다.
“리리엘.”
“시드?”
리리엘은 설마 시드가 먼저 말을 걸 줄 몰랐는지 놀란 얼굴이 됐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올렸다.
“시드, 이제 화가 풀린 거야? 이제 우리 예전처럼一.”
“예전에 네가 그랬지. 루아티샤의 질투심을 위해 널 이용하라고.”
진짜 그랬어?
놀라서 리리엘을 바라보니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때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시드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내게는 보여주지 않는 미소였다.
“질투도 같은 급이 되는 상대에게 하는 거 아니냐고.”
“……!”
“물론 나는 개미 새끼 한 마리한테도 질투하지만.”
시드가 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어느 새 얼굴에는 요망한 미소를 지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