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6화(26/353)
☆ 제26화 ☆
* * *
“물이 뽀얘! 김이 모락모락 나!”
내 외침에 언니들이 후후, 웃었다.
“아가씨는 온천이 처음이시지요?”
“응!”
“땅에서 이렇게 뽀얗고 뜨거운 물이 난답니다. 신기하죠?”
“언 몸을 녹이는 데 효과적일 거예요.”
발끝을 살짝 담그자 찌릿했다.
“뜨거!”
“천천히 들어가 보세요.”
나는 냉큼 뛰어들고 싶은 애기의 마음을 살살 달래며 천천히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몸을 감싸자 온몸이 찌르르 울렸다.
물이 보들보들한 게 신기했다.
‘아…… 좋다…….’
내가 등을 기대자 안나가 얼음이 가득 담긴 차가운 주스를 곁에 놓아주었다.
‘나는 평생 온천 같은 데엔 가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먹고 살기도 벅찬데 온천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오구, 울 아가씨는 온천 목욕도 잘하시네요.”
“뜨거운데 잘 참으시구!”
“여기 오리 친구랑 고래 친구도 놀러 왔네요! 거북이 친구도!”
언니들이 나를 우쭈쭈하며 오리랑 고래, 거북이 장난감을 물에 풀었다.
혹시 몸을 다 녹이기 전에 내가 뜨겁다고 뛰쳐나가서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언니들, 내가 왜 나가겠어요. 이 좋은 데서.
‘아, 맞다. 전에 완전 애기가 되어서 목욕하기 싫다고 뛰쳐나간 적이 있었지…….’
평소에는 얌전히 씻던 내가 성난 망아지처럼 굴었으니 언니들이 지금 이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따뜻하세요?”
“응!”
“다행이에요. 공작성은 따뜻하니까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을 거예요.”
“응!”
내가 파닥파닥 물장구치는 오리를 잡는 데 집중하는 동안 언니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봄이 오고 이동했으면 여행길이 훨씬 편했을 텐데.”
“이스카밀 공작님이 계속 초대장을 보내니까 각하께서도 짜증이 난 거지.”
“이스카밀 공작님 말고도 델바트렌 공작님이랑 쉐로델 후작님도 초대장을 보냈다면서요?”
익숙한 이름에 오리와 고래를 상봉시켜주던 내가 눈을 반짝 떴다.
“할부지들이랑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아?”
초대장 좀 보낸다고 짜증 나서 영지로 갈 정도라니.
“아, 완전히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데……. 어쨌든 가문의 관계가 나빠서 그러는 건 아니고요.”
“초대받은 게 공작님이 아니시거든요.”
“응? 그럼 누구야?”
우리집에 아빠 말고 초대할 사람이 있나?
“아가씨세요.”
“나?”
나를 가리키며 묻자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세 분 다 아가씨를 초대하셨어요.”
“나를 왜?”
“글쎄요. 내용은 그 누구도 확인 못 했어요.”
“각하께서 요즘 그 세 가문에서 온 편지는 모두 마기로 태워버리고 계시거든요.”
“마기로 태우면 재도 안 넘어서 흔적조차 없어요.”
“신기하다!”
멋진 신비의 판타지 힘!
내 말에 언니들이 푸스스 웃었다.
“그걸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막내 아가씨뿐일 거예요.”
“처음엔 평범하다고 느꼈지만 역시 아가씨께서도 파에라톤이시군요.”
“그으럼! 나는 아빠 딸이니까!”
멋지게 척, 하고 허리에 손을 얹느라 물이 사방으로 튀며 목욕 친구들이 멀리멀리 도망갔다.
언니들이 웃으며 친구들을 가까이로 보내주었다.
“그럼요. 우리 아가씨께선 파에라톤의 막내 공녀님이시지요.”
“응!”
히히.
* * *
목욕을 다 마친 후, 나는 티 룸으로 갔다.
오빠들과 인사하며 함께 간식을 먹으라는 말 때문이었다.
“루아티샤.”
티룸 문을 여니 아레스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눈매가 나붓이 휘는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와…….’
다리를 꼰 채 찻잔을 들고 웃는 모습이 봄바람처럼 싱그러웠다.
아레스는 아직 소년임에도 팔다리가 길쭉했다.
결 좋은 흑발과 붉은 눈동자는 아빠와 똑 닮았지만, 살짝 처진 눈매가 그의 인상을 녹녹하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배운 대로 인사하자 아레스가 웃었다. 그는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자, 어서 앉아.”
나는 냉큼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건너편에는 익시온이 앉아 있었다.
그는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로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의를 아는 착한 아이인 내가 다시금 인사했지만, 익시온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귀를 후볐다.
쟤 못된 애야! 흥!
“깜짝 놀랐어.”
그때,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레스가 흘러내린 내 머리칼을 넘겨주며 말했다.
“나한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있을 줄이야.”
살짝 웃는 눈매가 꿀처럼 달콤했다.
와……. 진짜…….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다정하고 상냥하고 잘생긴 사람이 내 오빠라니!
이곳이 바로 내가 꿈꾸던 로판 세계!
‘역시 망할 악마 놈 말고 진짜 신에게 기도하길 잘했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네 살 응애예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조금 창피했지만, 원래 애기일수록 사람 미모를 따진댔어.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암 암.
“그간 못 봤던 만큼 잘 지내자.”
“응!”
그렇게 내가 아레스와 훈훈한 정을 나누고 있는 때였다.
“웩.”
익시온이 구역질을 하더니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아레스에게 물었다.
“너 뭐 잘못 먹었냐?”
아니, 쟨 왜 울 오빠한테 시비야?
“저딴 약골이 뭐가 좋다고.”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귀엽잖아.”
“귀여워? 드디어 안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지.”
픽, 웃은 익시온이 방만한 자세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
나는 입술을 댓 발만큼 내밀었다.
나와 아레스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지 마라!
“어쭈?”
익시온이 날 보더니 한쪽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너 날 노려본 거야?”
그래!
노려봤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그냥 봤어. 노려본 거 아냐.”
솔직히 무서웠다. 아주아주 쪼오끔이지만.
“왜?”
“보면 안 돼?”
“어.”
“……그럼 잘 생기지나 말든가.”
나도 모르게 말이 나갔다.
‘헉,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거야?’
그치만 쟤가 좀 재수 없어도 잘생기긴 했잖아.
반쯤 애기가 된 내가 속에서 웅얼거렸다.
“뭐?”
“잘생긴 거에 눈가는 건 어쩔 수 없어. 인간 본능이야.”
익시온은 할 말을 잊은 듯 날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여유롭고 사람을 깔보는 듯한 얼굴이었는데.
쌤통이다, 홍!
“루아티샤는 익시온이 잘생겼어?”
아레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번쩍 돌려 그를 바라봤다.
“아니!”
나는 격렬하게 부정했다.
“나한텐 아레스가 더 잘생겼어! 아레스가 최고야! 아레스랑 놀래!”
“하. 저 녀석이, 나보다?”
기가 찬 익시온의 헛웃음이 들렸지만 알게 뭐람?
“남매가 쌍으로 눈이 삐었군.”
응, 안 들려!
우리 오빠는 아레스뿐이야!
루루는 저런 못된 오빠는 몰라요. 없어요. 집 나갔어요.
그때였다.
띠링一.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집안을 먼저 다스려야(1)〉
독자님!
감히 〈아프타네스〉의 계약자인 독자님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는 자가 있습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고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집안을 다스려야 합니다!
아니, 님이 지구를 잘 아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양풍 세계인데 저런 한자성어는 좀…….
그리고 일단 나는 나라를 다스릴 생각이 없는데요…….
소소하게 건물주하고 싶어요.
파에라톤 공작가를 정복하십시오!
저 무지한 자들에게 진정한 정복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시고 위엄을 만방에 떨치십시오!
우선 익시온을 정벌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조건: 익시온에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 증가, 연계 퀘스트〈???〉진행
흠, 익시온이랑 잘 지낸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굳이?
그 오빠 집 나간 오빠인데요.
완전 흥칫뿡인데요.
가족 중에 한 명쯤은 엇나간 사람 있기 마련이잖아요.
에비 지지야.
그 순간, 퀘스트창 마지막 줄이 내 눈에 들어왔다.
– 퀘스트 거절 패널티: 인생 하차
– 퀘스트 실패 패널티: 인생 하차
‘그래, 가족끼리는 잘 지내야지!’
가족 좋다는 게 뭐야!
미우나 고우나 함께 하니까 가족이지!
‘암암. 공작령에 오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는걸!’
원래 나도 익시온이랑 잘 지내볼 생각이었어!
하하, 하하하!
근데 왜 눈에서 땀이 나는 걸까…….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나쁜 악마 놈.
힝입니다.
* * *
뾱뾱뾱뾱
“익시온!”
익시온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인상을 구겼다.
저 귀찮은 솜뭉치가 며칠째 이러는지 모르겠다.
무시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도 뾱뾱뾱 소리는 사라지질 않는다.
결국 익시온은 몸을 훽 돌렸다.
“익시온!”
눈이 마주치자 솜뭉치가 히히, 웃는다.
“너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거냐. 약골 주제에.”
“나 강해!”
솜뭉치가 양 주먹을 휙 들어 올리며 외쳤다.
“흐응一.”
익시온이 고개를 비뚜름히 기울였다. 비릿한 웃음이 그의 입가에 걸렸다.
“그래? 그럼 이것도 견딜 수 있겠지?”
그의 주변에서 검고 탁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파에라톤의 직계들에게는 공기 중의 산소보다도 더 익숙한 것.
그러나 다른 이에게는 치명적으로 위험한 힘.
마기였다.
“마기도 못 견뎌서 다른 집에 맡겨졌던 주제에.”
뻗어 나온 마기가 루아티샤를 향해 돌진했다.
자그마한 아이는 도무지 그 강대한 힘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검은 힘이 아이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휘감으려는 순간一.
까앙一!!
쩌렁쩌렁한 굉음이 울렸다.
기운이 부딪친 건데도 쇠가 부딪친 것만 같은 소리였다.
흐드러지는 검은 기운 사이에서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소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레스였다.
“익시온.”
소년의 미성이 낮게 깔렸다.
“너무 동생을 괴롭히지 마.”
그 말에 익시온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아. 네 녀석을 상대하는 것도 즐겁겠지.”
그가 마기를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밤을 뚝 잘라 온 것처럼 익시온의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마기의 기세가 조금 전과 차원이 달랐다.
아까는 그저 장난이었다는 듯 어둠이 흉포하고 맹렬하게 팽창한다.
“하아, 형한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아레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은 채 익시온을 바라보고 있던 루아티샤가 희망을 가지고 아레스를 쳐다봤다.
갑자기 익시온이 난폭하게 나와서 놀랐지만, 아레스가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소년이었다.
당연히 그는 익시온처럼 다혈질도, 난폭하지도 않을 것이다.
걸어오는 싸움에 흥분하지 않고 분명 이 상황을 잘 정리할…….
“서열을 한 번 정리해줘야 할까.”
나직한 목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네?
뭐라구요?
루아티샤는 멍하니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소년이 살기를 피워올리며 웃고 있었다.
살짝 처져서 녹녹하다고 생각한 눈매는 예쁘게 휘어 있었고, 입술은 깔끔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여전한 얼굴.
그러나 전혀 달랐다.
난폭하고 잔혹한 미소였다.
진짜로 익시온을 죽여버릴 것 같은.
‘무, 무슨 형제 사이가 이래.’
루아티샤는 식은땀을 흘렸다.
어쩌지?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게 생겼다.
두 소년이 피워 올린 마기가 흉포하게 울부짖으며 들끓었다.
바람이 태풍처럼 몰아쳐 나무가 온몸을 떨어댔다.
땅이 울린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아씨.’
어쩌지?
루아티샤는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다 진짜 유혈 사태라도 나는 거 아니야?’
혹시 크게 다치면…….
아니, 오빠들이 다칠까 봐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일곱 갈래로 화려하게 터져서 깨꼬닥한 후일 테니까.
‘안 돼!’
겨우 건물주에, 광산주에, 마장주에, 땅 주인이 됐다.
해피 로판 라이프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통장 잔고 확인 한 번 못 했는데 이렇게 갈 순 없다!
“흑.”
루아티샤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린아이가 우는 모습이 안타까울 법도 했지만, 익시온은 물론 아레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투지만 불태울 뿐.
그때였다.
“루루가 미아내!”
루아티샤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모두 루루가 너무 귀여운 탓이야!”
뭐?
뭐라고?
두 소년은 싸우던 것도 잊고 황당한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봤다.
샤라라랑~
어디선가 그런 효과음이 들렸다.
네 살 응애가 두 손을 앙당그레 양 뺨에 붙인 채,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얼굴로 눈물 짓고 있었다.
“루루 두고 싸우지 마!”
뭐요?
누굴 두고 싸워요?
“나는 둘 다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익시온과 아레스는 벙쪘다.
누군가 지금 이 둘을 본다면 이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냐며 경기를 일으킬 법했다.
어쨌거나 루아티샤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무장해제 시켰다.
광포했던 마기가 한순간에 훅 꺼지고 휘몰아치던 바람마저 가라앉았다.
그만하라는 막내 동생의 간곡한 말이 통한 것이다.
……여러 의미로.
“루루가 미아내. 앞으로는 조금만 귀여울게.”
여전히 샤방샤방한 얼굴로 루아티샤가 스윽, 눈물을 훔쳤다.
새끼손가락은 꼿꼿이 든 채.